<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3월 11일, 일요일)
6시에 맞춰 논 알림이 울린다. 거실 구석에서 어제 챙긴 배낭 2개가 물끄러미 쳐다본다. 한번 윙크를 해주고 옷을 챙겨 입는다. 어둑한 밖은 찬바람이 강하게 분다. 3월의 꽃샘추위라더니 그런가보다.
1시간 정도 지하철을 타고 김해공항에 도착하니 국제선에 출국하려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들려오는 소리로 봐서 동남아로 가시는 분들이었다. 휴대폰 로밍센터에 가서 기웃거리니 멀티 콘센트를 선물로 준다. 출발부터 왠 재수~~
8시 반이 되자 오산님과 오크맨님이 도착하신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카운터에 가서 짐을 부치고 보딩 패스를 받고 나니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오크맨님은 이번 여행에 쓸 하이앤드 카메라를 인터넷 면세점에서 저렴하게 구입을 하셨다. 면세점 카운터에서 찾아 확인을 하신다. 35배 광학 줌에 회전형 모니터 그리고 스팩이 막강하여 배낭 객들에게는 최고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29BF344F825F6C22)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하여 APEX 렌트카 픽업 서비스를 받고 있다>
10시 50분 정각에 비행기가 뜬다. 1시간 반을 날아 도쿄 나리타공항에 도착을 한다. 2터미널에 가서 꼭지님을 찾는데 보이질 않는다. 휴대폰도 안 되고 있어서 난감해 하는데 서울에서 맘마미아님이 걱정이 되어 내게로 전화를 하셨다. 20여분 지나니 꼭지님이 나타나신다.
부산에서 오산, 오크맨, 맥가이버 이렇게 세 사람이 출발하고 서울에서 꼭지님이 출발하여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우리 4사람은 인터넷에서 만났다. 배낭여행에 관심을 갖고 인터넷 탐색을 하다가 아인자 카페 회원이 되고 서로 연락을 하며 일정을 잡아 뉴질랜드로 같이 떠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배낭여행 동호인인 것이다. 게다가 등산까지 좋아하는 공동의 취미가 있어서 단합이 쉽게 이루어졌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3BF3334F82631A26)
<캠리는 중형 세단으로 4명이 타기에 적당하였다>
도쿄에서 오클랜드행 비행기는 18:30에 출발한다. 약 5시간을 공항에서 기다려야 한다. 경유비행기 티켓이 직항보다 싼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저런 이야기와 눈요기를 하니 시간이 잘도 간다. 출발 시간이 잘 지켜져서 18:30에 출발한 비행기가 11시간을 날아가는 긴 비행을 시작하였다.
두 번의 기내식을 먹으면서 좁은 공간에서 11시간 동안 앉아 있는 것은 고역이다. 비즈니스 석은 그래도 공간이 넓지만 이코노미 석은 무릎이 아플 정도다.
지금 뉴질랜드는 섬머타임제을 실시하고 있어 한국과 3시간 시차가 있는데다가 1시간을 더하여 4시간 시차가 발생한다. 시계를 조정하고 잠을 청하지만 엔진소리에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
(3월 12일, 월요일)
오클랜드 공항 도착 전에 쓰는 입국카드에 한국에서 가져가는 음식물이 있다고 표시하고 세관검사를 하니 대표로 나의 짐을 풀어서 확인하고 통과를 시킨다. 공항에 있는 인포에서 지도 등을 찾고 APEX 렌트카 사무소에 전화를 하니 공항 11번 출구 버스 승강장에서 대기를 하라고 한다.
입국장을 나가서 잠시 기다리니 APEX 픽업차량이 다가와 우릴 태우고 5분 거리에 있는 APEX사무실로 데려간다. 간단한 확인과 설명으로 렌트카 체크인 과정이 끝나고 열쇠를 주면서 도요다 캠리를 인계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33B2364F82645826)
<조용한 미션비치>
도요다 캠리는 중형세단으로 2,500cc의 배기량을 갖고 있다. 이 차를 선정한 이유는 트렁크가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4명이서 각자 큰 배낭 한 개와 작은 배낭 한 개씩을 가지고 오면 짐이 8개나 되는데 소형차량으로는 감당이 안 되어 중형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차를 타 보니 실내공간도 넓어서 4명이 타기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2011년에 뉴질랜드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 기념으로 할인행사를 하기에 다른 렌트카 회사와 비교를 하여 APEX회사를 선택하였더니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이었다.
생소한 지리를 잘 찾아서 가려니 내비게이션 선택은 필수였다. 영문 내비게이션 작동 법을 익히고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 방향 감각을 익히는데 온 신경을 썼다. 뉴질랜드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따라서 도로 주행도 우리와는 다르게 중앙선 왼쪽으로 달려야 한다. 직선도로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데 라운드라고 하는 교차로에서는 정말 신경이 쓰였다. 일단은 GIVE WAY를 해야 한다. 그리고 좌우를 살피며 특히 오른쪽을 잘 살피며 라운드를 돌아야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13EB384F82648538)
<엄청 큰 나무가 타마키 드라이브에 있었다>
내가 운전을 하고 세 사람이 사주경계를 하며 도와주는 방법을 택하여 운전을 시작하였다. 내비게이션에 ‘미션비치’라고 치고 안내하는 대로 따라서 갔더니 자그마한 비치가 나타난다. 오클랜드 사람들의 쉼터라고 하여 제법 큰 줄 알았더니 작은 해변에 백사장 고르는 트랙터만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 거닐다가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는 타마키 드라이브를 갔다. 엄청나게 큰 나무를 보면서 아칠스 포인트에 도착하니 바람이 제법 분다. 한 여름에는 홀라당 벗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레이디스 누드 비치는 지금 썰렁하다.
점심을 먹으러 적당한 식당을 찾다가 미션비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피쉬 앤 칩스를 시켜서 먹었는데 1인분에 18$를 한다. 1$에 940원을 하니 16,920원이다. 양도 많고 맛은 있었지만 너무 비싸다는 의견을 모으고 저녁은 만들어 먹기로 하였다.
내비게이션에 호스텔 주소를 치는데 입력된 자료가 뜨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시티 근처에 가서 사람들에게 물어 찾았다. 시티 타워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2층으로 된 건물에 깨끗하게 청소가 된 숙소였다. 바로 옆에 한인 마트가 있었지만 좀 더 싼 가격을 찾아 멀리 떨어진 마트에 가서 시장을 봤다. 꼭지님이 구상한 음식 재료를 사는 동안 남자들은 따라 다니면서 물건을 들어주며 마트 구경을 하였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41E7334F82651824)
<오클랜드 시티타워>
숙소로 돌아와 1시간 정도 휴식을 하고 저녁을 만들러 주방에 갔다. 호스텔은 주방시설이 다 되어 있다. 식기, 조리기구 등이 잘 갖추어져 있어 배낭객 스스로 요리를 해 먹도록 하고 있다. 혹시나 재수가 있다면 무료로 아침을 주는 곳도 있다.
꼭지님이 재빠른 손놀림으로 저녁을 준비하시는데 남자들은 옆에서 간단한 일들만 도울 뿐 전체적으로 꼭지님이 다 하셨다. 그 결과 밥, 국, 소고기 스테이크, 밑반찬 등을 식탁에 놓으니 멋진 만찬이 마련되었다. 허허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다니.....꼭지님 감사합니다.
저녁을 마치고 오클랜드 시내 구경을 나갔다. 숙소에서 얼마 안 되는 거리가 중심가인 퀸 스트리트라서 기분 좋게 걸었다. 뉴질랜드는 5시 반만 되면 상점이 문을 닫기 시작한다.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아닌데 사람들이 일찍 귀가하니 상가가 운영이 안 되어 닫는다고 한다. 오랜 전통에 따라서 가족 중심의 생활을 하는 것이다. 7시가 되었는데 반 수 이상이 문을 닫았고 몇몇 술집만 손님을 받고 있었다. 한국처럼 시끌벅적한 모습이 아닌 조용한 중심가였다.
한 시간 정도 거닐고 시티타워를 지나 숙소로 돌아왔다. 10시가 되니 다들 피곤하다고 잠을 청한다.
(3월 13일, 화요일)
호스텔에서 주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9시 반에 무리와이 비치로 차를 몰았다. 40여분 만에 도착한 해변은 고운 검정색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매우 큰 백사장이었다. 미션비치는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염분을 가득 담고 해안으로 불어와 연무가 낀 것처럼 보였다.
바람을 이용한 윈드 서핑을 하는 사람이 멋진 그림을 만들어 준다. 하얀 파도와 넓은 백사장은 보는 이의 가슴을 열게 만들었다. 왼쪽으로 난 언덕길을 오르니 사진에서 보던 가넷 새들이 보인다. 강한 바닷바람이 불자 새들은 몸을 최대한 낮춘 상태로 바위에 앉아 바람을 피하고 있었다. 볼만한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관광객들이 많이 오고 현지 학생들이 현장학습을 하러 왔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6DEF354F8265C90B)
<무리와이 비치의 가넷 서식지>
오던 길을 다시 걸어서 백사장을 지나다가 윈드 서핑을 한 사람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다.
무리와이 비치를 떠나 1시간 거리에 있는 피하 비치로 갔다. 여기는 영화 ‘피아노’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하다. 넓은 해변도 일품이지만 해변 한 가운데 솟은 라이언 록도 멋진 그림을 만든다.
여러 장의 사진을 찍으며 내려가 해안으로 나가니 파도가 장난이 아니다. 수십 겹의 파도가 연신 몰려오며 거센 파도를 만드는데 장관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2BB0384F82660312)
<피하 비치의 라이언 록>
이름 모를 예쁜 꽃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고 라이언 록에 올라간 사람들이 예쁘게만 보인다. 우리도 점심을 들고 라이언 록에 올라가 행복한 점심을 먹었다. 비록 식빵으로 먹는 샌드위치지만 분위기에 따라서 맛은 달라지는 법. 정말 맛있게 먹고 있으니 외국인들이 부럽게 쳐다본다.
해변을 걷는데 밧줄 같은 것이 자주 보인다. 자세히 보니 해초의 줄기다. 허허 꼭 혁대 같은 느낌을 준다.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이번에 데븐 포트로 갔다. 1시간 20분 정도 달렸는데 역시 운전하는데 신경이 많이 쓰인다. 제한속도 표시가 수시로 속도를 변화시킨다. 시내는 50km, 공사장은 30km, 시내를 벗어나면 100km이다.
한 번은 라운드에서 우회전을 해야 하기에 일단 정지하여 좌우를 살피고 확인을 한 후 출발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오른쪽에서 차가 경적을 울리며 다가와 급히 차선을 바꾼다. 나도 급정거를 하고 보니 상대방이 놀래어 차에서 내려와 쳐다본다. 일단은 미안하다고 손을 들어 표시를 하고 생각을 해보니 그 당시에는 정말 오른쪽에 차가 안 보였다. 근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경적을 울린 것이다. 큰 사고가 났을 한 순간이었었다. 에궁 한 번의 실수도 용납이 안 되는 것이 운전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7F503B4F82664C1B)
<데븐 포트에서 시티를 바라보는 오산님>
데븐 포트는 오클랜드 시티의 스카이라인이 잘 보이는 곳이다. 벤치에 앉아 휴식을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데븐 포트에서 오클랜드 하버로 디너 크루즈를 타러 갔는데 내비게이션에 목적지가 안 나타나 육감으로 가다가 길을 잃어 한참을 헤맨 후 워프에 가니 저녁 크루즈가 없다고 한다.
10:30, 13:30에만 운행을 한다고 하니 이런 낭패가 있나.
아쉬움을 갖고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 저녁을 크루즈에서 먹으려던 계획이 실패하여 꼭지님이 쌀밥과 청국장으로 저녁을 만드셨다. 맛있게 잘 먹고 야경을 구경하러 나갔다. 페리 터미널에 갔더니 조명이 화려하기에 기대를 했건만 식당이 몇 개 문을 열었을 정도였다. 가지고 간 맥주와 안주를 꺼내 놓고 밤 바닷바람을 쏘이면서 오클랜드의 낭만을 즐겼다.
(3월 14일, 수요일)
오늘은 와이토모 동굴을 보러 와이토모로 간다. 가기 전 오전에 오클랜드 마운트 이든을 보러 갔다. 분화구의 흔적이 있는 곳으로 오클랜드 시내가 잘 보인다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역시 탁월한 조망이 있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69ED354F8267A01E)
<마운트 이든에서 시티를 촬영하는 오크맨님>
주차장에 와서 내비게이션을 조작하여 와이토모를 치니 2시간 반이 걸린다고 나와 있다. 지도상으로 많이 걸릴 줄 알았는데 그리 멀지 않은가보다. 이틀간 내가 운전을 하였고 오늘은 오크맨님이 운전을 하기로 하였다. 두 사람 다 한국에서 올 때 국제 운전면허증을 받아왔기에 운전을 해도 되는 것이었다. 국제운전면허증은 운전면허시험장에 가면 당일 발급해 준다.
처음 오른쪽 운전석에 앉으신 오크맨님도 나처럼 긴장을 하신다. 나머지 세 사람 역시 모두가 안전운전의 눈이 되어 주위를 살피고 안전 운전에 관한 정보를 얘기해 준다. 잠시 운전을 하시더니 이내 적응이 되셔서 편안한 모습으로 운전을 하신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4FBB364F8266D801)
<오아누리 동굴의 종유석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참을 가는데 꼭지님이 걱정을 하신다. 오클랜드 호스텔을 출발하면서 챙긴다고 챙겼는데 먹을 것들을 주방에 두고 왔다는 것이다. 밑반찬과 양념이랑 쌀이랑 말이다. 가까운 거리면 되돌아가겠건만 한참을 온 거리라 되돌아가지도 못하고 앞으로 잘 챙기자는 위로의 말을 서로 나누면서 와이토모로 달렸다. 와이토모 매표소에 도착한 시각이 1시다. 매표소 앞 쉼터에서 가지고 간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였다.
동굴투어를 콤보로 하니 65$을 달라고 한다. 먼저 오아누리 종유석 동굴에 들어가 45분간 가이드 투어를 했다. 조명이 단순하니까 그렇게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였지만 종유석의 모양만으로도 훌륭한 동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와이토모 반딧불 동굴에 들어갔다.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이라 숨을 죽이고 가이드를 따라가니 정말 반딧불이 보인다.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동굴 천장에 붙어 있다. 어둠 속에서는 불빛이 보였으나 랜턴을 비치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굴 색과 비슷한 움직이지 않는 긴 벌레 모습이 보인다. 다시 불을 끄고 동굴속 지하수에 띄어 놓은 작은 보트를 타고 반딧불을 구경하는데 마치 크리스마스 때 트리에 걸친 전구들처럼,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 장면을 사진에 담을 수 없는 것이 매우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감동을 가슴에 담고 밖으로 나와 숙소로 가서 체크인을 하였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4EFF334F82674D14)
<와이토모 동굴 앞 잔디구장에서>
숙소 옆 잔디밭에 맥주와 안주를 들고 가서 휴식을 취하다가 지는 해의 조명을 받으며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햇반과 라면으로 저녁을 먹었다. 동굴 투어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는 마을이었다.
더 많은 내용이 필요하시면 여기로 오십시오. http://cafe.daum.net/k000999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