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순천시립도서관에 “도전, 독서골든벨”에 대한 (사)어린이도서연구회 순천지회 의견서를 운영진들이 함께 제출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의견서 원문이니 읽어보시고 모든 회원들이 심각성을 느끼고 주변에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순천기적의도서관 10주년 기념
“도전, 독서골든벨”에 대한 (사)어린이도서연구회 순천지회 의견서
순천시립도서관에서 순천기적의도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학생들의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드높이고 바른 독서습관 정착을 위하여 “도전, 독서골든벨”을 시행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 행사는 독서를 시험처럼 평가하고, 학생들과 학교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고액의 상금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야기하는 등 학생들을 독서에서 멀어지게 하고, 올바른 독서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에 (사)어린이도서연구회 순천지회는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히고, 학생들 입장에서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요구한다.
1. ‘도전, 독서골든벨’은 독서의 즐거움을 빼앗아간다
독서 퀴즈대회나 골든벨 같은 정답 맞추기식 독서행사가 지금까지 많이 치러졌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점수를 매기고 경쟁을 시키면 학생들은 책을 즐겁고 편안하게 몰입해 읽지 못하고 내용을 암기하거나 예상문제에 맞추어 읽게 된다. 학생들 스스로 재미와 호기심을 느껴야 책을 잘 읽을 수 있고, 그래야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외부에서 시켜서, 시험에 좋은 점수를 맞기 위해서 책을 읽게 하면 즐거울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학생들의 자발성을 북돋아주지 못하는 타율적인 독서행사는 해서는 안 된다.
2. ‘도전, 독서골든벨’은 독서교육을 왜곡한다
교육부가 2011년 7월 4일부터 추진해온 ‘초중등학교 독서활성화방안’은 그동안 과도한 경쟁과 입시위주 학교문화로 인해 독서교육이 내실있게 이루어지지 못한 면을 보완하기 위해, 학생들이 독서의 즐거움과 유익을 체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자발적인 독서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도전, 독서골든벨'은 이런 정책방향에 역행한다. 이 행사로 학교는 학생들에게 선정도서를 읽게 하고 예상문제를 풀게 하는 등 독서시험을 준비하는 장이 될 것이다.
3. ‘도전, 독서골든벨’은 경쟁을 부추기고 독서의 가치를 잘못 심어준다.
도전, 독서골든벨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각각 3권의 선정도서를 읽고 예선을 거쳐 본선에서 최우수상 1명에게 50만 원 상당, 우수상 1명에게 40만 원 상당, 장려상 3명에게 20만 원 상당의 시상이 있고, 학교별 1위 300만 원 상당. 2위 200만 원 상당, 3위 150만 원 상당, 4위 100만 원 상당. 5위 50만 원 상당의 시상을 한다고 한다. 이는 학교들을 경쟁시키고 학생들에게 부담을 지울 것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상금을 받기 위해 책을 읽는다면 학생들이 독서의 가치를 무엇이라 생각하겠는가. 공공기관인 시립도서관에서 독서마저 경쟁을 부추기고 돈으로 시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4. ‘도전, 독서골든벨’은 교육의 공공성을 해치는 행사이다.
독서마저 성적을 매겨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참여 기회를 주는 행사는 바람직한 독서교육이 될 수 없고 도서관의 공공성에 위배된다. 책 읽을 기회가 부족했거나 가정과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해 책 읽는 것을 배우지 못한 학생들이 배제되지 않고,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추진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도서관의 도시이고 전국 어린이도서관 1호인 순천기적의 도서관 10주년 기념행사로 이 같은 행사를 치르는 데 반대한다. '도전, 독서골든벨' 행사는 도서관에서 주장하는 대로, 학생들의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드높이고 바른 독서습관을 정착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순천시립도서관에서는 학교를 통해 많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혀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시작한 것일지라도 결국, 독서를 문제풀이식 학습으로 전락시켜 즐거운 책읽기가 아닌 지긋지긋한 일로 여기게 만들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왜 책을 읽지 않는가. 책이 없어서 못 읽는 건 아니다. 하루 평균 백 권이 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다. 읽으려고만 하면 굳이 사지 않아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학교 도서관이나 마을 도서관도 많이 늘어났다. 그래도 책을 읽지 않는 건 무엇보다 성적위주의 평가가 요구되는 현실로 마음의 여유와 책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서환경 개선을 위하여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 '자녀들과 도서관 함께 가기', '한 식구 한 책 같이 읽기' 같은 올바른 독서문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공공도서관의 역할이라고 본다.
올해 KBS한국방송이 추진한 'KBS어린이독서왕대회'가 여러 독서시민단체와 여론의 반대로 폐지된 바 있다. '도전, 독서골든벨' 행사도 'KBS어린이독서왕'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순천시립도서관은 '도전, 독서골든벨' 시행이 도서관의 도시 순천의 명예에 걸맞은 행사인지, 우리 지역주민이 자랑스러워하는 순천기적의도서관 10주년 기념행사로 걸맞은지 신중하게 검토하기를 바란다.
2013. 7. 18
(사)어린이도서연구회 전남지부 순천지회
첫댓글 여러모로 수고하십니다. 앞으로 모든 회원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함께 움직여가야 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