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자별 여행기
<12.07. 월. 방콕>
어제 짐을 다 쌌다. 오늘은 시간 맞추어 떠나면 되는데 웬지 긴장이 된다. 홀로 떠나는 여행이 주는 스트레스인 것 같다. 나그네님이 여행 잘 다녀오라고 안부 전화를 주신다. 4시 반에 집을 나섰다. 짐을 줄인다고 여름옷을 입고 그 위에 패딩을 입었다. 칼바람이 불었다면 고생할 것을 다행히 날씨가 포근하다.
6시에 김해 공항에 도착하여 비빔밥을 먹고 출국 수속을 밟았다. 8시 35분 정시에 출발을 한다. 이번 비행기는 저가 항공인 제주에어다. 기내식은 원하는 사람이 사 먹어야 하는 것이다. 자리는 넓었으나 개별 모니터가 없다.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는 것이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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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 마하반둘라 공원에서>
6시간을 날아서 방콕에 도착한 시각은 현지시각 새벽 1시 반이다. 한국과는 2시간 시차가 있다. 출발 전에 호텔에 픽업 서비스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안 왔다. 짐을 찾으면서 둘러 보니 안내 데스크가 보인다. 가서 바우처를 보여주며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4번 출구 쪽으로 가란다. 그곳에는 여행사, 호텔에서 나온 사람들이 고객의 이름을 써서 들고 있거나 붙이고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내 이름은 없다. 앞에 있는 사람에게 바우처를 보여주며 물으니 어딘가로 전화를 하며 기다리란다. 거참 시작부터 난감한 일이었다. 15분을 기다리니 밴 기사가 나타나 나를 태우고 달린다. 10분 정도 가서 숙소 앞에 나를 내려준다. 시계는 1시 50분을 가리킨다. 체크인 하고 대강 정리하고 누우니 잠이 바로 온다.
<12.08. 화. 양곤>
깊은 잠을 못 잤는지 5시 50분에 깼다. 더 자면 안 될 것 같아서 짐을 정리하며 떠날 준비를 했다. 7시에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 했다. 7시 반에 밴을 타고 공항으로 가는데 차가 밀린다. 속이 탄다. 8시에 돈무앙 공항으로 가는 무료 셔틀을 타야 일정이 무난한데, 놓치면 1시간 후가 되어서 상황이 어려워지는 것이었다. 7시 50분에 공항에 도착을 한다. 위치를 모르니 인포에 뛰어가서 "셔틀 투 돈무앙!"하고 외치니 2층 2번이라고 직원이 일어서서 방향을 알려준다.
거참 2층으로 내려가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두리번거리니 창밖에 셔틀버스가 보인다. 나가서 좌대에 있는 직원에게 항공권을 보여주니 체크하고 나서 타란다. 5분 전 8시에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안도의 숨을 크게 들이쉬고 창밖을 보니 모든 것이 그냥 예뻐 보인다.
8시 정각에 출발한 셔틀은 가는 도중 밀려서 1시간이 지난 뒤에 돈무앙 공항에 도착이 되었다. 사실 이렇게 공항을 이동하는 것은 저렴한 항공권과 비행기 시간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이동할 때 버스를 타야 하니 정확하게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서 마음 고생을 하는 것이다.
에어 아시아 카운터에 가서 체크인을 하는데 왜 이리 사람들이 많은지 30분을 기다리니 내 차례가 왔다. 배낭 무게가 8kg이라서 기내에 가지고 가기로 했다. 사실 최소한의 짐을 꾸렸기에 가벼웠다. 출국장 게이트 앞에 도착하니 1시간의 여유시간이 있다. 마음을 다스리며 커피 한 잔을 마셨는데 그렇게 시원하고 맛있을 줄이야! 커피 컵 바닥에서 들려오는 "쪽 쪽 " 소리를 들으며 빨대를 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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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다곤 파고다 부처님 앞에서 낮잠을 자는 사람들>
양곤으로 가는 저가 항공은 에어 아시아 외에 녹 에어도 있었다. 짧은 거리 이동은 저가 항공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11시 35분 출발인데 40분이 되어서 출발을 한다. 태국과 미얀마는 30분의 시차가 있다. 시계를 수정하고 양곤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밟았다. 비자를 받는 나라다. 한국에 있는 미얀마 대사관에 영문일정표를 포함한 서류를 제출하여 미리 관광비자를 받았다. 공항에 있는 환전소에서 50불을 환전하니 62,000짝을 준다. 수수료를 많이 받은 것이다. 계산서도 안 준다.
공항 밖은 그렇게 덥다는 느낌은 없었다. 택시 기사에게 바우처를 보여주며 가자고 하니 8천짝을 달라고 한다. 오케이하고 탔다. 양곤 시내에도 차가 엄청 밀린다. 교통 경관이 수신호로 정리하고 있는데 그냥 밀려서 서 있는 경우도 있었다.
양곤 중심가 끝자락에 자리잡은 SAT호스텔은 외벽은 낡았으나 안은 주인 아줌마의 성격대로 깔끔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그런데 방을 배정 받아 들어가니 창문도 없고, 좁은 공간에 작은 싱글침대 하나였다. 옆방하고는 베니어판 하나로 벽을 만들어서 숨소리까지 들리는 것이었다. 나참. 가격이 저렴하니 아무 말도 못하였다.
짐을 던져 놓고 카운터에서 지도를 받아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곤 밖으로 나와 멀리 보이는 술레파고다를 향해서 걸었다. 인도는 물건과 사람들로 빈 곳이 없었다. 튕겨나와 차도를 걷기도 했다. 차량의 매연과 길거리의 음식 냄새 등으로 정신이 없다. 특히 이곳의 여자들은 얼굴에 TANAKA라는 나무가루를 바르는데 썬크림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예쁜 얼굴에도 그걸 바르니 지저분하고 밝은 모습이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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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껀도지 호수에서>
술레 파고다 주변을 한 바퀴 도는데 땀이 흐른다. 긴 상의와 긴 바지를 입었더니 덥고 지친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쉬다가 숙소에서 소개하는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75분에 18,000짝이다. 그런데 여기서 일하는 17세 소녀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한다. 학원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가수들의 노래, 드라마를 통해서 배웠다고 한다. 얼마나 많이 보고, 들었으면 저렇게 잘 할까? 한글을 읽거나 쓰지는 못하고 오로지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이다. 너무 기특해서 칭찬을 많이 했다. 미얀마에도 한류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는 상황이다.
숙소에 돌아와 밀린 일기를 쓰는데 방안이 갑갑하다. 우짜노 그래도 참아야지.
<12.09. 수. 양곤>
푹 잔다고 잤는데 6시 반에 깼다. 식권을 들고 식당에 올라가니 간단한 조식을 준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낮에 많이 걸을 수 있다. 오늘은 은행에 가서 환전을 해야 한다. 숙소 앞에 은행이 있어서 찾아갔더니 9시 반에 영업을 시작한단다. 한 여직원이 친절하게 3층으로 안내를 한다. 오늘 환율은 1$에 1,300짝이다. 200달러를 환전하여 가방에 단단히 넣었다.
술레 파고다를 다시 찾아가서 방향을 잡아 양곤역을 찾아 갔다. 양곤 시내를 큰 원을 그리면서 달리는 양곤 순환열차를 타러 간 것이다. 천천히 달리는 기차 안에는 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많이 있다. 먹거리, 짐, 그들의 옷과 웃음.......등 옛날 우리네 비둘기 열차를 떠 올리면 될 것 같다. 사실 그보다 더 열악한 내부다. 지하철 좌석처럼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고 그 사이에 짐을 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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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 먹거리를 파는 아낙네들>
철로 주변은 매우 환경이 열악하였다. 우선 쓰레기가 너무 많이 흩어져 있다. 게다가 새까맣게 썩은 오수가 주택가 사이를 메우고 있었다. 미얀마가 빈곤국가인 것은 분명하였다. 게다가 타나까를 얼굴에 바르고 다니니 그 예쁜 얼굴이 지저분해 보이고 얼굴 모습을 바꿔버리고 있는 것이다. 아마 화장품이 보급이 되면 타나까도 사라지리라.
미얀마는 '롱지'라는 치마를 남녀 모두 입는다. 흘러내리니 자주 옷 매무새를 고쳐 입는데 아무래도 활동에 많은 제약을 주는 것 같았다. 따라서 길가에서 남자도 앉아서 소변을 본다. 11시 10분에 타서 1시 10분에 도착했으니 3시간을 탄 것이다. 기차 안에서 포장이 안 된 시원한 물을 팔고 있었지만 불안해서 사 먹지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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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변 사람들>
양곤 역에서 300짝에 생수를 사서 마시고, 조금 걷다가 면 요리를 500짝에 사서 먹었는데 양이 적다.
이젠 쉐다곤 파고다로 간다. 외국인은 8,000짝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오후 2시의 따가운 햇볕을 쬐면서 대리석 바닥을 맨발로 걸었다. 99m라는 쉐다곤의 금탑은 눈이 부셔서 못 볼 지경이다.
천천히 나름대로 감상하면서 한 바퀴 돌았더니 2시간이 걸린다. 아쉬운 마음에 역방향으로 한 바퀴 더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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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다곤 파고다>
나와서 인근에 있는 깐도지 호수로 갔다. 그곳에는 까라웨익이라는 레스토랑이 있어 민속공연을 한다기에 가는 것이다. 가는 도중에 호수가에는 나무로 긴 다리를 만들어 산책을 하도록 하였는데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어 있었다. 1시간을 걸어서 레스토랑으로 가려는데 입구에서 돈을 받는다. 쉐다곤이 잘 보인다는 포토 존이 있어서 그렇고 카메라 비용도 500짝을 받는다. 내야지 뭐 우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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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도지 호수와 쉐다곤 파고다>
까라웨익의 입장료는 37,000짝이다. 한국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뷔페식 저녁을 먹고 공연을 보는 것인데 공연 내용이 빈약하다. 중국의 스케일이 큰 공연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것이었다. 공연 후미에 그냥 나왔다. 호숫가를 걸으며 야경을 찍는데 어깨에 뭔가가 떨어진다. 까마귀 똥이다. 이곳 깐도지 호수에는 까마귀가 엄청 많아 그들이 내는 소리는 정신이 몽롱할 정도다.
택시비 2,500짝을 주고 숙소로 와서 세탁과 샤워를 했다. 건조하는 방법은 에어컨의 온도를 높여서 강풍을 보내면 잘 마른다.
<12.10. 목. 양곤>
이거 정말 머리가 돈다는 말이 맞다. 어제, 그저께 이틀간 잘 작동하던 카메라가 어제 밤중부터 전원이 안 들어오는 것이다. 외부의 충격이 없는 상황이어서 혹시 시간이 지나면 자동 복구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기다렸는데 아침이 되어도 전원이 안 들어온다. 앞이 캄캄해지는 것이다.
맛도 못 느끼는 아침을 먹고 숙소에서 누워 시간을 보내다가 10시에 나갔다. 쉐다곤 인근 공원과 깐도지 호수 왼쪽을 보러 갔다. 시민공원에는 외국어 학교 학생들이 운동회를 하고 있었다. 베이스를 여럿 만들고 도는 것이다. 또 다른 곳에는 엄청 큰 나무가 세 그루 있었는데 여기에 구름다리를 걸쳐 만들어 담력훈련을 하게 하였다. 카메라는 안 되고 휴대폰으로 몇 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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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공원에서>
이어서 깐도지 호수로 갔다. 왼쪽은 대형 건물 공사가 진행이 되고 있었다. 그래도 몇몇 예쁜 장소에서는 결혼 야외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계속 가면 까라웨익 레스토랑이 나올 줄 알았는데 중간에 길이 끊긴다. 술레 파고다로 택시를 타고 가서 카메라 수리점을 알아보는데 소니 A/S 센터가 양곤에 있단다. 다시 택시를 타고 찾아가니 직원이 하는 말 '고칠 수는 있는데요. 시간이 한 달 걸려요. 여기에 얼마나 머뭅니까?"
난 내일 모레면 인레로 가는데 한 달이라니! 그냥 술레 파고다로 와서 볶음밥을 사 먹고 숙소로 왔다. 4시까지 있다가 양곤강으로 바람쐬러 나갔다. 퇴근 시간이 되자 많은 배들이 손님을 실어나른다. 석양과 함께 갈매기들이 모터배를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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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강의 석양>
양곤 시내 건물들은 오래된 건물이라 우중충하였다. 그 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며 살아가고 있었다. 꼬치골목을 지나 J도너츠 가게에서 2개를 사서 먹고 시장기를 면하였다. 걷다가 쌀국수를 사서 먹고, 미얀마 아가씨가 만드는 1,700짝의 비빔밥도 먹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우니 자꾸 카메라 생각이 난다. 내일은 카메라를 사야겠다. 휴대폰 갖고는 사진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