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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수>
오늘 인천공항에 가야 한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라 고속 버스표를 예매했지만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나그네님이 수고 끝에 기차표를 구입하셨다. 사실 항공권이 5월까지만 해도 45만원에 연휴 아닌 날에 있었다. 출발 인원이 확정되지 않아 미적거리는 사이 가격이 67만원으로 오르고 그것도 연휴 마지막 날에 있는 것이었다. 역시 항공권은 몇 달 전에 미리 끊는 것이 정답이었다.
2시 19분에 구포를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나그네님과 같이 탔다. 시간을 지킬 수 있어서 일단 마음이 편안했다. 7시 36분에 서울역에 도착하여 순두부로 저녁을 먹었다. 공항열차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니 부지런하신 두 분, 꼭지님과 빛방울님이 먼저 와 계신다. 인사를 나누고 카운터로 갔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으로 짐을 부치고 잠시 기다렸는데 특별한 호출이 없어서 짐을 잘 부치게 되었다. 해외 로밍 데이터 차단 서비스를 확인하니 확인을 해 준다. 출국 대기실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니 시간이 잘 간다. 이번 여행지가 많은 어려움이 예상이 되니 안전과 질병 등 모든 면에서 주의를 기울여 한 사람도 어떤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고 서로 다짐을 했다. 사실 아프리카를 공부하면 멋있겠다는 기대보다도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었다. 그런 두려움을 안고 도전을 하게 된 우리 아투팀(아프리카 투어 팀)은 정말 도전 정신이 강한 분들이었다. 다들 여행 경험이 많은 분들이라 다른 점은 걱정을 안 했다.
<남아공 아글라스로 가는 길>
01시 5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제주도 남쪽에서 중국대륙을 지나 계속 서진을 한다. 다들 아시는 내용이지만 좁은 공간에서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을 앉아 있는 것은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다. 장장 12시간 5분을 비행하여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07:10에 도착했다. 1시간 5분 환승시간을 보내고 다시 비행기는 6시간 반을 날아서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도착을 한다. 비행기만 18시간 35분을 탄 것이다. 현지시간 13:45이다. 우리나라와는 7시간 시차가 있으니 한국은 밤 10시 45분인 것이다.
<9월 27일. 목>
남아공은 무비자 입국이라 수월하게 입국수속을 마쳤다. 공항에 도착하여 짐을 찾고 환전을 한다.
표시된 환율보다 낮은 금액이 나왔다고 하니 수수료가 있다고 한다. 표시 금액은 1달러=1,370란드인데 1달러=1,325란드로 계산한다. 수수료가 1달러에 45란드를 받는다. 달라면 줘야지......뭐
트롤리에 배낭을 얹고 입국장을 나와 안내표시대로 렌터카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우리가 예약한 곳은 europcar다. 간판을 보고 가니 앞에 온 사람들이 수속을 밟고 있다. 나도 줄을 서 있는데 한국인 가족이 보인다. 1년간 휴직을 하고 초등학교 아이들과 세계일주 여행을 하고 있는 젊은 부부였다. 어른만 다녀도 힘든데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보통 용기가 아닌 것 같았다.
순서가 되어 절차를 밟고 키를 받아 차량 인수장소로 갔다. 외부의 손상된 부분을 다 확인하고 운전석에 앉아 출발을 준비했다. 남아공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우리와는 반대이기에 걱정이 되었다. 몇 년 전에 뉴질랜드에서 운전한 경험이 있기에 믿고 가기로 했다. 옆자리에는 나그네님이 앉으셔서 주변 상황을 살펴주시고 maps me 경로대로 가는 지를 확인해 주셨다. 요즘 여행에 꼭 필요한 앱이 맵스미다. 오프 라인에서 지도를 탐색하고 길을 안내하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지도를 펼치거나 내비게이션을 작동시켰을 것인데 요즘은 휴대폰 앱을 이용하는 것이 대세다.
<우리가 빌린 도요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은 의외로 밀리지 않아서 40분 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wilton manor 숙소는 주택가에 있는 주택을 리모델링한 B&B였다. 여기는 무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고 ,안전한 지역이며 음식이 맛있다는 평을 보고 선정한 곳이다. 이번 여행은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치안이 안전한 곳을 찾았다.
짐을 풀고 좀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한식당 ‘소주’가 지도에 뜨기에 찾아 갔는데 안 보인다. 물어 물어서 간 곳이 새로 이사해서 어제 오픈 했다는 곳이다. 주소를 보고 가면 다 헤맨다. 비빔밥을 시켰는데 따로 나오는 국물이 없다. 맹물도 안 주고 사서 마시란다. 한국에서 먹는 식사를 생각하면 안 되었다. 나오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안전과 치안에 대하여 말씀하신다. 조심조심하라고......
밤길에 신경을 쓰면서 운전을 하고 무사히 숙소에 돌아왔다. 씻고 정리하고 일기를 쓰는데 자꾸 몸이 옆으로 기울어진다. 그냥 쓰러져 자다가 추워서 깼다. 새벽 2시다. 여기는 9월 말이면 한국에서는 3월 말 기후인 것이다. 다시 덮고 잠을 잔다.
<9월 28일. 금>
7시 반에 나가니 여직원들이 아침을 준비한다고 바쁘다. 날씬한 몸매에 무척 부지런하고 상냥하다. 맛있는 여러 가지 음식을 먹고, 점심용으로 팬케이크도 얻어간다. 9시에 아굴라스를 향해 출발했다. 의외로 N2 도로가 시원하게 뻗고 고속도로처럼 되어 있었는데 통행료는 받지 않았다. 단지 지역에 따라 60~120km/h 제한속도 기준이 달랐다.
높은 산보다 구릉지가 많이 나타나며 유채꽃밭, 밀밭, 목초지 등이 보였다. 바람이 강하게 불었는데 넓은 초지에 바람이 만든 물결이 멋있었다. 차를 몰다가 멋진 곳이 나타나면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이런 넓은 녹색 평원이 있어서 남아공의 농산물은 자급자족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도시에 몰린 흑인들은 어렵게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백인과 흑인의 차별과 빈부의 차이가 존재하는 현실인 것이다. 비단 남아공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빈부의 차이가 사회적, 정치적 문제가 되고 있다.
3시간을 달려 아굴라스에 도착했다. 통상적으로 아프리카 최남단을 희망봉이라고 알고 있지만 구글 지도에서 보면 케이프타운 오른쪽 아래에 있는 아굴라스가 아프리카의 실질적인 최남단인 것이다. 따라서 아굴라스 표지판에는 인도양과 대서양의 분기점이라고 적혀 있다. 아굴라스 기념비 주변은 작은 공원처럼 꾸몄는데 마침 피어나는 야생화가 주변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거긴 봄인 것이다. 강한 바람을 피해 적당한 곳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거대한 해초 줄기가 보였다. 미역도 아닌 것이 무슨 긴 나무 같았다.
<난파선을 바라보며........>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차를 몰고 조금 더 가니 난파선이 보인다. 오래 되어 많이 부식된 배였다. 아굴라스 등대를 다시 보면서 hermanus로 가는 지름길을 택했다. 거긴 해안 동굴이 2개나 있는데 사진으로 보니 예뻐서 가기로 한 것이다. 잘 닦인 비포장도로를 먼지를 내면서 달렸다. 남아공 남부는 넓은 초지가 많다.
바닷가에 도착하니 역시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거칠다. 그냥 전망대에서 동굴의 위치를 확인할 뿐이었다. 바닷가 사진을 찍고 허마너스로 가는 길에 우연히 고래를 볼 수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너무 좋아서 차를 대고 절벽 위로 갔는데 경치가 정말 좋았을 뿐만 아니라 바로, 앞에서 고래 서너 마리가 유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말로 횡재수 한 것이다. 덩치가 크니 무슨 잠수함이 올라온 것 같았고 숨을 쉰다고 물을 뿜어대니 고래라는 것을 알았다.
<고래가 내 눈 앞에 있다>
또 다른 해안 동굴은 밀물 파도가 높아 갈 수가 없었다. 다른 곳들은 시간이 애매하여 생략을 하고 케이프타운으로 향했다. 가다가 ‘서울식당’에서 된장찌개로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갔다. 7시에 도착한 숙소에서 정리하고 일기를 쓰는데 또 잠이 쏟아진다. 외풍이 있는 방이라 단디 준비하고 잤다.
<9월 29일. 토>
일찍 자니 7시간 정도 자고나면 저절로 잠이 깬다. 뒤척이다가 7시 반에 조식을 먹었다. 든든하게 먹고 어제처럼 팬케이크를 포장해서 점심으로 준비했다. 오늘은 희망봉으로 간다. 가는 길에 뮤젠버그를 들러 비치와 컬러 탈의실을 보기로 했다. 오전이라 그런지 막상 도착하니 기대와는 다른 탈의실이 보여 실망을 했다.
바로 희망봉으로 갔다. 키 작은 잡목들을 보면서 한참 달린다고 생각을 했는데 희망봉 주차장에 도착이 된다. 먹거리를 배낭에 담고 등대를 향해 올라가는데 인터넷에서 보던 장면들이 나타난다. 시원스런 조망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가장 높은 등대에 올라 주변을 보다가 뒤편에 있는 올드 등대에 가자고 나그네님이 제안을 하신다. 시간의 여유가 많으니 모두 동의하고 빙 둘러서 내려갔다. 그런데 이 선택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힘들지도 않으면서 멋진 장면들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정말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되돌아왔다.
<희망봉으로 가는 해안선은 아름다웠다>
희망봉으로 내려가는 길은 하얀 꽃들이 엄청 피어서 꽃 속을 거니는 느낌을 주었다. 왼쪽으로 들어가는 샛길에 가니 올드 등대가 보이는 멋진 해안이 나왔다. 이른바 포토 존이다. 멋진 사진을 찍고 산책로를 따라서 희망봉으로 갔다. 꽃길을 지나 급한 계단을 내려가면 희망봉 표지판이 나타난다. 관광버스나 승용차를 몰고 온 사람들이 많다. 서로 인증 샷 사진 찍기에 바빴다.
적당한 자리에서 점심을 먹는데 도마뱀이 보인다. 우린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차를 위 주차장에 주차했기 때문이다. 되돌아가는 길도 워낙 풍광이 좋으니 피곤한 줄 모르게 올라갔다. 4시 20분이다. 볼더스 비치의 자카스 펭귄을 보려면 좀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신경을 쓰면서 달렸다.
도착하니 6시 반까지 입장을 시킨다. 바다에 나갔던 펭귄들이 돌아오는 장면이 보였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몇 십 마리가 있으니 그것 또한 볼거리였다. 여러 움직임을 찍고 나와서 케이프타운으로 가는 길을 골랐다. 아침에 오던 길이 아닌 후트 베이로 가는 길에 있는 체프만스 피크 드라이브 길을 가기로 했다. 마침 해가 많이 기울어진 때라 사진 찍기가 좋았다.
<펭귄들의 놀이터 볼더스 비치>
그 유명한 도로는 길 자체보다도 후트 베이로 이어지는 해안선이 더 멋있다. 따라서 곳곳에 주차할 곳과 전망대가 있다. 마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멋진 장면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때 카메라의 배터리가 아웃되는 것이었다. 여분의 배터리도 다 써서 그냥 휴대폰으로 찍었다.
6시 40분 정도에 해는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후트 베이부터 엄청나게 차가 밀린다. 엄청 밀리는 밤길 운전을 하면서 서울식당에 가서 늦은 저녁으로 순두부를 먹는 순간 긴장이 풀리고 내가 배고팠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맛있게 먹고 무사히 숙소에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오늘 일정이 너무 힘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은 역시 체력이 되어야 한다. 그냥 쓰러졌다.
<9월 30일. 일>
오늘은 차를 반납하고 숙소를 케이프타운 중심지인 롱 스트리트로 옮기는 날이다. 다들 힘드셨는지 아침을 맛있게, 든든하게 드신다. 체크아웃하고 차를 몰고 인근에 있는 세차장으로 갔다. 비포장 도로를 달렸다고 차가 말이 아니었다. 반납하기 전에 세차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했다. 70란드를 주고 세차 한 후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가득 넣었다. 차를 몰고 롱 스트리트에 있는 인스 케이프 온 캐슬 호텔에 갔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맵스 미는 정확하게 그곳에 갔는데 간판이 안 보이는 것이다. 내려서 물으니 저 아래로 이전을 했단다. 그러면서 안내를 하겠다기에 믿고 갔는데 너무 먼 곳으로 가는 것이라 이상하게 생각하고 중간에 되돌아와서 다른 여러 사람에게 물으니 처음 그 장소로 가란다. 다시 가서 차를 대고 자세히 살피니 간판이 아니라 출입구 유리에 숙소 이름이 있는 것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많이 헤매기에 그런 사기꾼이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체크인 대신에 배낭을 맡기고 나와서 차량 반납장소를 찾는데, 서던 몰 지하 1층에 차를 대고 로비로 올라오면 유로카 데스크가 있다. 여직원이 차를 확인하더니 간단하게 처리를 해 준다.
<회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
이젠 차가 없다. 20분 정도 걸어서 워터 프런트에 갔다. 덥지만 걸으면서 시내 공기를 맡는 것도 좋은 일이었다. 빅토리아 워프 몰에 들어가 유심카드를 샀다. 1기가에 100란드를 했다. 왜 유심카드가 필요했는가 하면 우버 택시를 부를 때 데이터를 이용해야 해서다. 4명이라서 버스를 타는 것보다 유리하고 버스 노선이 없는 곳에서는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우버 택시는 휴대폰에 앱을 다운받고 이름, 이메일, 신용카드 정보 등을 입력하면 쓸 수 있다. 결제는 신용카드로 되기에 기사에게 현금을 주거나 잔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 위치와 갈 곳을 지정해야 하기에 유심카드 데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하여간 휴대폰에 유심카드를 갈아 끼우고 바로 우버 택시를 부르니 5분도 안 되어 만나는 장소에 도착이 된다. 내 휴대폰에 기사 이름과 차량 번호가 뜨니 찾기 쉬웠다. 타면 바로 요금도 휴대폰에 뜬다. 테이블 마운틴으로 가는 것은 날씨가 좋아서 즉흥적으로 결정한 일이었다.
케이블카 매표를 하는데 발권시각 13:00을 기준으로 18란드 차이가 났다. 아가씨에게 1시 이후에 탈 것이니 싼 것을 달라고 했더니 안 된다고 한다. 왕복으로 293란드에 끊었다.
<멋진 바위에 올라.....>
회전형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엄청 많다. 적당한 곳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테이블 마운틴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산책로는 있었지만 좋은 사진을 찍으려고 바위를 오르내리고 미끄러져 내려가기도 했다. 예쁜 꽃과 새 그리고 도마뱀을 보면서 이동을 했고 좋은 위치에서는 풍경사진을 찍었다. 전체를 돌려면 3시간 정도 걸린다. 우린 4시가 좀 넘어서 내려가는데, 마지막 하강 케이블카가 19:00라서 그런지 올라오는 사람이 많다.
우버 택시를 불러 숙소까지 왔다. 정식으로 체크인을 하고 방을 배정받아 들어가 씻고 땀 냄새 나는 옷들을 퍼뜩 빨아서 널었다. 저녁을 먹으러 나와 인근에 있는 난도스 닭요리 전문점에 들어갔다. 다행히 우리들 입맛에 맞아 잘 먹고 나왔다. 간만에 편하게 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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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나간 추억을 떠 올리면서 사진과 글을 다시 보니 즐겁네요.
그쵸? 여행은 추억을 만들고 인생은 추억을 먹는다고 하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