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기 전에
「신에겐 12척의 배가 있나이다」는 일기체이면서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된다. 즉 이순신 장군의 시점을 따라가면서 전쟁과 조정의 상황을 소설적으로 기술한다. 이순신 장군은 진중에 앉아서 권준, 배흥립, 정걸, 어영담, 신호, 김완, 정경달, 이몽구, 이영남, 안위, 송희립 등으로부터 전황을 보고받는다. 특히 순천부사 권준과 광양현감 어영담, 조방장 정걸, 가리포첨사 이영남, 군관 송희립은 장군의 분신처럼 움직이면서, 적군의 동향을 낱낱이 파악해 보고한다.
이들 외에도 시위장 도지, 군선장 나대용, 총포장 정사준, 역부장 이봉수, 공무장 정사립, 포망장 최대성, 어로장 황득중, 훈련장 배응록, 교서장 변존서, 격군장 조이립, 염전장 이원룡, 둔전장 방응원, 병기책임자 이경복은 진영을 운영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군관들이다. 이순신 장군은 주요참모인 권준, 신호, 김완, 이영남, 안위 등과 함께 승전에 승전을 거듭한다. 문제는 이순신 장군의 허약해진 건강이다. 장군은 시도때도없이 곽란(급성위장병)이 찾아와 쓰러져 신음한다. 이때 장군의 곁을 지키며 건강을 돌보는 사람이 바로 다모 예화이다.
예화는 시위장 도지와 함께 장군을 목숨처럼 지키고 보호한다. 이들이 그러는 이유는, 장군이 목숨을 구해 준 생명의 은인이기 때문이다. 예화는 북방 오랑캐와의 전투 중에 구하고, 도지는 남해를 공략하는 왜군으로부터 구해 준 아이들이다. 이들은 어린 나이에 구해져 장군의 품에서 자랐으며, 아들과 딸 같은 존재이다. 장군 또한 예화와 도지를 아들과 딸처럼 대하고 엄하게 교육시킨다. 즉 예화에게는 시와 글과 예를 가르치고, 도지에게는 군자와 장수와 검객의 기개를 가르친다.
장군은 특히 사노비와 관노비들을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한다. 장군의 백성에 대한 사랑은 시와 때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표출된다. 이에 사노비와 관노비들은 장군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게 된다. 노비뿐만 아니라, 장군과 함께 전쟁을 치룬 장수와 군관, 아병들은 모두 목숨을 바치며 따를 것을 결심한다. 장군은 그런 장수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면서 연전연승한다.
장군은 전쟁 중에 틈틈이 시를 써서 혼란스런 마음을 다잡는다. 장군을 돌보는 다모 예화가 그 시를 보고 흠모의 감정을 품게 된다. 그리하여 장군과 예화는 아무도 모르게 사랑을 시작한다. 장군은 딸과 같은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에 갈등하지만, 예화의 적극적인 구애로 마음을 바꾼다. 결국 장군과 예화는 뜨거운 사랑을 시를 주고받으며 표현한다. 장군이 아플 때마다 예화는 혼신의 힘을 다해 치료를 한다. 그 결과 장군은 역질에서 벗어나 건강을 되찾는다.
장군은 마지막 전쟁인 노량해전에 임하면서 사랑하는 예화를 시위장 도지에게 부탁한다. 도지는 예화를 목숨을 걸고 보호하겠다고 맹세한다. 하지만 예화는 장군이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고 바다에 몸을 던진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장군은 새삼 왜적을 격멸할 것을 다짐한다. 그리하여 장군은 노량해전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싸우다가 장렬히 전사한다. 이 전투에서 시위장 도지도 장군과 함께 전사한다.
이 작품에는 <난중일기>에는 등장하지 않는 전국의 주요 전투장면이 삽입되어 있다. 즉 부산진전투(정발)를 비롯해서 동래성전투(송상현), 김해성전투(서예원), 탄금대전투(신립), 한강전투(김명원), 임진강전투(김명원), 용인전투(이광), 평양성1차전투(윤두수), 웅치전투(이복남), 이치전투(권율), 금산성전투(고경명)가 그것이다.
또한 평양성2차전투(조승훈). 영천성전투(권응수), 청주성전투(조헌, 영규), 경주성전투(박진), 진주성1차전투(김시민), 평샹성3차전투(이여송), 벽제관전투(이여송), 행주산성전투(권율), 진주성2차전투(김천일, 최경회), 남원성전투(이복남, 양원), 경주성전투(고언백, 왕필적), 울산성1차전투(권율, 양호), 무주성전투(이광악, 이령), 울산성2차전투(김응서, 마귀), 사천성전투(정기룡, 동일원), 순천성전투(권율, 유정) 등도 등장한다.
「신에겐 12척의 배가 있나이다」에는 여성으로 전쟁에 뛰어든 계월향과 논개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각종 전투에 참가해 혁혁한 전공을 세운 의병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즉 곽재우를 비롯한 고경명, 조헌, 김천일, 김면, 정인홍, 정문부, 이정암, 휴정, 유정, 영규, 우성전, 권응수, 변사정, 양산숙, 최경회, 김덕령, 유팽로, 유종개, 이대기, 제말, 홍계남, 손인갑, 조종도, 곽준, 정세아, 이봉, 임계영, 고종후, 박춘무, 김해 등이 그들이다.
당연히 전쟁으로 신음하는 백성들의 비참한 모습과 왜적에 붙은 항왜들의 발악, 일신의 영달에 집착하는 권신들의 모습도 기술되어 있다. 그 외에 난중일기에서 사라진 <장군의 체포 장면, 압송당하는 장면, 고신을 당하는 상황> 등이 등장한다. 또한 소설 속에 장군이 쓴 시 19수를 삽입해,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특히 이순신 장군과 같이 전투를 벌인 장수와 군관들의 개인적 삶을 하나하나 조명함으로써, 작품이 기록이 아니라 소설임을 부각시켰다.
- 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