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홈이 온다.
최근 개최되는 컴퓨터-전자제품 관련 박람회들을 참석해보면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여러 가지 주제들 중 e-홈과 관련된 기기나 기술들을 많이 볼 수 있다. 2002년 가을 일본 도쿄에서 열린 WPC EXPO의 화두 역시 e-홈.
e-홈이란 말 그대로 디지털화된 집이다. 80년대의 홈 오토메이션의 진일보된 표현이기도 하다. e-홈은 본격적인 가정의 디지털시대를 예고한다. e-홈의 중심역할을 맡게 되는 기기를 e-홈 스테이션이라 부르는데 이 기기가 설치되어 있는 가정이라면 다음과 같은 생활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한창 디지털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에 취미를 붙인 둘째 아들은 자신이 찍은 사진을 가지고 집에 돌아와, PC가 아닌 e-홈 스테이션에 연결하여 TV로 찍은 사진을 확인하며 포토앨범에 저장한다. 음악애호가 집안답게 수많은 CD들이 집안 구석구석에 쌓여있었지만 각자의 방에 흩어져 있던 음악CD들은 이제 e-홈 스테이션의 하드디스크 오디오 플레이어안으로 들어와 음악앨범에 저장된다. 필요할 때 거실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루 종일 TV보는 것이 유일한 낙인 아내는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등 100여 개도 넘는 채널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e-홈 스테이션을 통해서 입맛에 맞는 그녀만의 시청스케줄을 짜놓고 하드디스크에 선명한 화질로 녹화까지 해둔다. 이젠 거실이 극장으로 변신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우리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미래형 극장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거실에서 편안히 앉아서 인터넷을 하게 되는 것은 기본이다. 이처럼 e-홈의 활용범위는 실로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가정 곳곳이 바로 e-홈이 적용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e-홈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앞서 언급한 생활상이 먼 미래의 일인 것 같지는 않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급속도로 발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함께 어느 집이든 PC한대쯤은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카메라가 급속히 보급되어 가족구성원들 중 한두 대씩은 이와 같은 디지털기기를 보유하게 되었다. 가전제품과 IT(정보통신기기)의 결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때, 세계의 주요 가전업체들이 내놓은 제품들은 그 미래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지난해 독일의 CeBit박람회에서 첫 선을 보인 도시바의 TransCube, 소니의 CoCoon시리즈, 그리고 SOTEC(TG)의 Play@TV는 이러한 e-홈의 본격적인 스테이션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기기들이다. 지금 현재는, 집안의 모든 디지털기기들을 한데 묶는 '허브(Hub)'의 역할을 하는데 주력하지만 머지않아 e-홈 관련 제품들이 가전 및 IT의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또한 이러한 허브역할의 e-스테이션들 뿐만이 아니라 디지털기기들의 비약적인 발전은 미래의 e-홈 라이프를 좀더 앞당기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2003년이 되면 본격적인 e-홈 관련 기기들이 세상에 선보이면서 이미 언급한 e-홈 라이프는 일반적인 가정의 생활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TG(아직 삼보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 TG는 삼보컴퓨터의 새로운 이름이다.)의 Play@TV는 SOTEC이라는 브랜드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기도 한 가정을 위한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의 이름이다. Play@TV 라는 제품명에서 느껴지듯, TV를 통한 즐거운 시간을 보다 손쉽고 멋지게 보내는 데에 주력하였고 이제는 가정에 널리 보급된 인터넷 전용선과 PC를 이용, 가정의 거실을 작은 홈씨어터, 멀티미디어 센터로 변신시켜주는 재미있는 제품이다. 제품 디자인은 해외 전시회에서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처럼 작고 깜찍하며 팬시한 느낌의 디자인이다. 일단 그 크기가 상당히 작고 슬림하다는데에 점수를 주고 싶다. 보통 가정의 TV옆에 무난하게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Play@TV는 현재 판매가 되고 있는 제품이며 기본셋과 무선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별도의 장비가 추가된 무선셋이 준비되어 있다.
Play@TV의 기능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컴퓨터 안에 들어있는 동영상, 음악, 사진 등의 이미지와 같은 멀티미디어 자료들을 '간단하게' TV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장치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PC안의 영화 등 동영상, 음악들을 굳이 이 Play@TV가 있어야만 TV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TV의 영상, 음성출력을 TV와 연결하는 방법은 케이블을 죽 늘어뜨려 연결하는 것부터 PC의 자료들을 무선으로 송출, TV에 수신부를 달아 자료들을 전송 받아 볼 수 있는 장비들이 있다. 가격만을 놓고 생각해 본다면 TV로 화상을 내보낼 수 있는 그래픽카드와 케이블 몇 개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저렴한 방법이겠다. 이 방법을 이용, 간단히 PC속의 영화들을 TV로 즐길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PC는 방(주로 공부방이나 자녀들의 방)안에 전용선과 함께 설치되어 있고 대형 TV는 주로 거실에 놓여 있으니 이렇게 연결하게 될 경우 긴 케이블들이 바닥에 즐비하게 되어버리는 것은 할 수 없는 일 이겠다. 게다가 영화를 하나 보려고 해도 방에 들어가서 PC의 영화재생 프로그램을 띄우고 또 다시 거실로 달려 나와 TV화면에서 잘 보이는지를 확인해보고 혹시 설정이 잘 맞지 않는다면 다시 PC가 있는 방으로 달려가고......의 일을 반복하다 보면, 귀찮고 번거로워서라도 PC로 영화를 보려는 시도는 잘 하지 않게 되어버린다. PC와 TV에 각각 무선 송수신기를 설치하는 방법도 최근엔 많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이지만 무선 송수신기의 가격은 단순히 케이블로만 연결할 경우보다 많은 비용이 들며 두 경우 모두 PC와 TV간의 거리가 멀거나 장애물 등이 있을 경우 화질과 음질의 저하는 막을 수가 없다는 점이 영화를 감상하기에는 꽤 큰 걸림돌이 되어버린다. 이런 방법들 외에 가장 최고의 방법이라면 별도의 '영화감상용 컴퓨터'를 한대 제작하는 것. HTPC(Home Theater PC) 또는 PC-AV라고 불리는, 일반적인 용도의 컴퓨터가 아닌 화상과 음성처리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특별히 제작하는 PC를 말하는데 아직은 전문적으로 음악과 영화를 감상하는 이들에게 쓰이는 방법이다. PC에 사용될 부품선택과 조립 등의 수월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부담 없이 사용하기에는 고성능이라는 점도 조금 부담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remium.earlyadopter.co.kr%2Fboard%2Fstorage%2F2%2F9420%2Fplay_004.jpg)
실제로 Play@TV를 설치해보자.
보통의 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Play@TV를 실제 사용해 보았다.
제공 받은 제품은 Play@TV의 기본 셋과 무선네트워크로 사용 할 수 있도록 USB 클라이언트 였으나, 무선랜 방식으로 사용할 때 필요한 컴퓨터의 사양은 상당히 고사양으로 테스트 시에 어려움이 있었다.
Play@TV를 설치하고 적당히 사용하기에 좋은 컴퓨터시스템의 권장사양은 아직은 상당히 높은 정도의 것을 요구한다. 무선방식으로 사용할 경우 Pentium4 2.0Ghz, 256MB(512MB이상 권장)의 사양을 권장하고 있으며 유선으로 연결하여 사용할 경우에도 Pentium4 1.4Ghz, 256MB에 OS는 Windows XP를 필요로 해 최근에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거나 업그레이드했을 경우에는 크게 무리 없이 사용 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가정에 갖추어진 컴퓨터들의 사양으로는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겠다. 가장 기본적인 설치법으로는 PC에 랜카드가 장착되어 있는 것을 기본으로 PC의 랜카드->Play@TV->TV의 방식으로 연결이 되며 인터넷의 용과 유/무선으로의 사용법에 따라 별도의 허브나 무선랜카드, Access Point 등이 필요하다. 설치방법은 PC에 별도의 프로그램을 깔아주어야 하고 또 Play@TV 기기를 통해 초기세팅등의 과정이 필요하므로 TV에 비디오플레이어를 연결하는 것 보다는 조금 더 어려운 정도이다. 평소 PC에 게임 등 프로그램들을 직접 설치, 사용하는 정도의 지식이 있는 분이라면 설명서의 단계별로 잘 따라서 설치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듯.
리모컨으로 조작한다!
PC와 Play@TV를 연결하는 설치과정을 완료한 뒤에는 PC에 Play@TV를 위한 전용의 프로그램을 깔아주어야 한다. Media Organizer라 이름 붙은 이 프로그램은 PC안의 음악, 비디오, 사진 등의 TV를 통해 즐길 수 있는 멀티미디어 데이터들을 정리, 분류해주는 소프트웨어. PC에 담긴 음악이나 동영상들을 어떤 연결 법으로든 TV에서 즐기고자 할 때 가장 답답한 부분이 원하는 데이터를 실행시키는 방법.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 하나 보자고 PC가 놓인 방에서 TV가 있는 거실까지 서너 번 뛰어다니다 보면 쾌적한 홈 시네마는커녕, 영화를 보기 위한 스트레스가 끝이 없이 쌓이고 말겠지만, 이 미디어오거나이저를 통해 PC안의 데이터들을 제목을 달아 분류별로 나눠두는 일을 PC쪽에서 미리 해 두면 정리된 데이터들은 TV옆의 Play@TV를 통해 전부 리모컨으로 조정 할 수 있어 더없이 편리하다. 무선으로 연결 할 수 있거나, 고화질 그대로 즐길 수 있거나 하는 다른 특징들 보다 어쩌면 보통의 이용자들에게는 '리모컨으로 간단히!'라는 이 부분이 가장 다가오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Play@TV를 선택한다면 영화를 보는 것은 기본사양이고 부가적으로 음악을 즐길 것이며......제일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 같은 기능은 바로 전자앨범이다. 이미지를 볼 뿐인 전자앨범이 왜 가장 유용한 기능으로 쓰게 될것이냐면, 바로 그 전자앨범을 사용하실 분들은 부모님이기 때문이다. 요즘엔 점점 필름 카메라보다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 촬영한 이미지들을 종이사진으로 인화하는 서비스도 성업 중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하드디스크 안에 고이 저장만 되어 있을 뿐, 종이사진을 하나하나 설명 달아 정리해두었던 앨범을 가끔 한 장씩 넘겨보는 그런 정겨운 맛이 전혀 없다. 뭐, 그만큼 사진이라는 게 흔한 매체중의 하나가 되어버린것일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모아둔 나와 내 친구, 가족들의 이미지들을 큰 화면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은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디지털 카메라를 직접 TV에 연결하거나 CD에 구워 DVD플레이어 등을 통해 보는 방법들도 있지만 두 가지 방법을 이용, TV화면에서 사진을 보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Play@TV의 미디어오거나이저를 통하면 이미지들을 진짜 앨범처럼 분류별로 정리하고 상영(?)할 때는 슬라이드 쇼 방식, 배경음악 깔아주기 등이 가능하니 의외로 재미있는 기능으로 손꼽힐 수도 있을 것이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remium.earlyadopter.co.kr%2Fboard%2Fstorage%2F2%2F9420%2Fplay_007.jpg)
최근 PC가 CE화되고 CE가 PC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것은 유비퀴토스라는 명목하에 혹은 디지털컨버전스라는 이름아래 PC는 거실로 나오기 시작하고 IT제품들의 개인화 현상은 이젠 쉽게 목격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미디어센타(일반인들에게 생소할런지 모르겠지만 이미 삼성의 매직스테이션에 장착되어 출시되고 있다)는 이러한 욕구를 대변해주는 예이기도 하다. PC를 멀티미디어의 기능을 가진 기기로 사용하기 시작한것을 제 3세대 PC기반이라고 한다면 콘트롤할 수 있는PC를 제4세대로 꼽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장 '간단한' 형태의 스테이션 기능을 가진 Play@TV가 어쩌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제 PC에서 무언가를 거실로 끄집어내는 역할을 함으로서 TV에서 Play하는것을 보았으니, 그 다음의 Play@TV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이렇듯 e-홈의 탄생배경은 디지털기기들의 비약적인 발전이지만 그 기본컨셉은 우리들의 가정 속에 있다. 세상이 점점 편리해지고, 디지털기기들의 활약상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개인보다는 가정이 모든 생활의 중심이 되려는 노력은 어찌 보면 당연한 추세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