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리산 화대종주 대비 승달산 25k 훈련을 하기로 한 날.
어제 저녁엔 그칠 것 같았던 비가 새벽에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6시쯤 일어나 물과 갈아입을 옷들을 챙기는데, 조인형 선생님께 전화가 온다. 비가 생각보다 많이 오니 산행 계획을 오후로 연기하거나 취소하는게 어떻겠냐고... 무엇보다 산길이 미끄러워 산행하기 어려울거라 하신다. 달리기는 더욱 더 힘들거고.
일단, 약속 장소에서 뵙기로 하고 7시 해수부 주차장으로 나간다. 우중주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니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심란하다. 회장님, 재무님과 함께 조인형 선생님 차에서 준비해 오신 따뜻한 커피 한잔을 잘 마시는데,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에 오전 산행을 취소하기로 한다. 일단 각자 집으로 복귀. 마침, 재무님 차를 얻어타고 집에 오는데, 재무님도 아쉬운가 보다. 일기 예보엔 12시 전후로 비가 그친다고 했으니, 그 무렵 다시 보는게 어떻게냐고...
불.수.사.도.북 종주.
서울 인근의 대표적인 5개산(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을 무박 종주하는 총 44km (총고도 2300m) 산행 코스. 지난 몇 번의 트레일러닝 대회를 준비하면서, 늘 아쉬웠던게 하당이나 남악 인근에 불.수.사.도.북 코스의 딱 절반 정도 되는 코스가 하나 있었으면 하는 것이였다. 그 때 즈음, 출퇴근길로 이용하는 삼향천 산책로에 예전에 보지 못했던 표시가 하나가 눈에 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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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당 트레킹 길
하당에 트레킹 길이 있었나? 걷기나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해서 검색해봤더니... 갓바위 입암산에서 백련로를 가로지르는 생태도로가 바로 옆 용라산과 연결되면서, "입암산-용라산-이로동 웰빙공원-삼향천-평화광장"으로 이어지는 10km 코스란다. 이 코스를 소개한 기사(광주 매일 신문, http://www.kjdaily.com/read.php3?aid=1524567286436633199)에 "지적산-대박산-양을산-산정산-유달산"로 이어지는 "영산기맥 트레킹길"에 관한 정보가 함께 실려 있었는데... 두 트레킹 길이 용라산과 양을산으로 인접해 있다. 어라? 그거야 육교 하나만 넘어가면 바로 연결이 되는 거잖아! 인터넷 지도를 펼쳐놓고 하당과 남악에 있는 등산로들을 짜 맞춰보니... 아주 멋진 코스 하나가 나온다.
부흥산-평화광장-입암산-용라산-양을산-대박산-지적산-부주산-오룡산-요트경기장
부흥산을 출발점으로 잡은 이유는 단 하나. 집이랑 가깝다는 거 ㅎㅎ. 높이가 다 100~200m 내외의 비교적 낮은 산들이라 "질보다는 양", 가능한 많은 산들을 묶었다. 유달산도 넣을까 하다가 도심 지역을 지나야 하는 어색함도 있고, 코스상 갔다 다시 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서 뺐다. 지도상으로 각 등산로의 들머리와 날머리를 확인하고... 5월 5일을 D-day로 잡고 혼자라도 가봐야지 했는데, 갑작스런 집안일과 겹쳐 못 가게 되었다. 그런데... 승달산 종주 계획이 취소되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 얘기를 재무님께 했더니, "그럼 이따 오후에 함 같이 가시죠..." 한다. 코~올!!!
집에 와서 좀 쉬었다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집 앞에서 재무님과 조우. 12시 정각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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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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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산(98.5m)
아델리움과 푸르지오 사이 농구장에서 출발, 둘레길을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폭포위 정자 사거리에서 정상으로. 처음 워밍업 하기 딱 좋은 코스. 일기 예보가 얼마나 정확한지, 12시 30분이 되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침 ^^. 긴 팔을 입고 달렸는데, 어찌나 땀이 많이 나던지 부흥산 정상에서 바로 벗어버림. 다시 농구장으로 하산, 아델리움 아파트를 돌아 나와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을 건너 반대편 공업사쪽으로. 폭포 앞 육교를 건너 평화 광장, 갓바위 입암산 입구 철제 계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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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암산(122m)
입암산 둘레길이 시작되는 삼거리에서 좌측 시계방향 코스로. 작은 오르내리막이 계속되고 달리기 좋은 코스. 둘레길이 생태터널로 내려가는 길과 만나는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정상 오름. 대략 8키로. 1시간 정도 소요. 정상에서 선응사쪽으로 내려와 다시 생태터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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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라산(대략 100m)
말끔히 단장된 생태 도로를 지나 용라산으로. 처음 가보는 길인데,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고 숲길도 시원하다. 워낙 습도가 높은 날이라 벌써부터 땀으로 범벅이 된다. 물론 재무님은 아직 몸도 안풀린 듯 말끔.^^ 숲속으로 난 길을 따라 쭉 내려오면 용해 라이프 2차 아파트 오른쪽을 통과. 목과대 앞에 있는 육교가 보인다. 육교를 지나 버스터미널쪽으로 200미터 내려오면 농어촌공사 초입에 양을산으로 올라가는 시멘트 계단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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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산 들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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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산(156.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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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산 입구와 이어지는 양을산 출구 (원래 계획했던 코스, 바로 위 사진 분홍 화살표 지점)
양을산은 몇 번 와 본적이 있어 친근하다. 양을산 정상 KT 기지국까지는 제법 오르막이 길다. 원래는 실내체육관 주차장(분홍 화살표 지점)에서 하산해서 건널목 하나 건너 바로 대박산으로 진입하는 게 맞는데, 중간에 길을 잘 못 들어 청소년 수련원쪽으로 내려와 버렸다. 그런 이유로 저수지를 빙 돌아 차도로 다시 올라와서, 좌측으로 200여 미터 내려가 길 건너편 "영산지맥 트레킹"이라고 적힌 표시를 찾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저 계단으로 오르면 대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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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산 입구 (맞은 편이 양을산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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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산(157.3m)
약간의 산길을 오르다보면 "재활용품 선별장(?)" 건물이 나오는데, 그 건물 오른쪽 길로 따라가면 대박산 정상과 삼향동 주민 센터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최근 들어 제초 작업을 했는지, 아주 깔끔히 정리된 등산로와 시원한 대나무 터널이 인상적이다. 적당한 경사도의 내리막을 신나게 내려오면 길 건너 지적산 입구로 이어지는 육교를 만날 수 있다. 14키로 지점. 2시간 3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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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산 입구 (육교 바로 밑에 영산지맥 트레킹길 안내판이 있다)
지적산으로 들어가기 전, 이미 가져온 500m 물 두 병을 다 마셔 버리고 양말까지 땀으로 흠뻑 젖어 버린 내가 재무님께 인근 슈퍼에서 중간 보급을 하자고 "제안"(이라고 쓰고 "사정"이라고 읽는다 ㅋㅋ)을 한다. 300미터쯤 이동, 영신 그린빌 슈퍼에서 다시 두 병의 물을 채우고 양말을 갈아신고, 재무님이 가져온 소세지와 슈퍼에서 산 시원한 콜라 한 병을 나눠 먹었다. 나중에 또 이 코스를 돌 기회가 있다면, 시간상으로 보나 거리상으로도 이 곳이 중간 보급소로써 적당할 것 같다. 10분 정도 쉬었다가 육교를 넘어 지적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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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산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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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산(187m)
대박산과 더불어, 재무님이나 나나 처음 가보는 산이다. 목포에서 영산기맥의 시작점이기도 하고, 이번 달리기 코스에서 두번째로 높은 산(187m)이다. 도시가스 공사에서 반대편 남해 환경까지는 총 2.8km. 초반 오르막이 힘들긴 해도 일단 능선에 오르면 아기자기하고 숲 향기 물씬나는 멋진 등산로가 이어진다. 출발한지 3시간이 넘어서 힘이 많이 빠진 관계로 오르막은 무조건 걷고 내리막에서야 겨우 달리는 시늉만을 해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만큼 멋진 길이다. 무엇보다 정상에서의 전망이 끝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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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입구 (훨씬 먼저 올라온 재무님이 찍어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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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고속도로와 다도해. 왼쪽으로 금방 넘어왔던 대박산 끝자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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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악 지구와 영산강. 그리고 오룡산(좌)와 부주산(우) ('백양산장'님 블로그에서 퍼 온 사진)
뭐가 그리 맘이 급했는지, 이번 산행에선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던 것이 제일 아쉽다. 밤새 내린 비가 황사와 미세먼지를 말끔히 씻어내 주어, 계절의 여왕 5월 남도의 푸르른 산과 들, 그리고 바다까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색깔을 담아낸다. 깊은 여운을 뒤로 하고, 이제는 신나는 내리막. 영산지맥 입구가 있는 남해 환경까지는 금방이다. 18키로 지점, 3시간 3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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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주산(158m)
지적산 날머리에서 우회전, 국립 목포 병원를 지나면 부주산 축구장으로 오르는 길이 정면으로 보인다. 그 길을 보며 논 사이의 농로길로 직진, 건널목 하나를 건너 다시 지하도(?)를 통과하면 부주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대략 2km 정도 되는 평지인데, (사실 뛰긴 싫었지만 ㅎㅎ) 재무님이 뛰니 따라 뛴다. 사실 빠른 주자 따라가는 것만큼이나 느린 주자 페이스 맞춰주는게 힘든데, 오늘 재무님이 파트너를 잘못 만나 고생이 많다. ㅋㅋ 반가운 부주산 순환로를 따라 반시계방향으로 뛰다보면 부주산 입구를 조금 더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역시 자주 가봤던 길이지만, 오늘은 유별나게 길고 가파르게 느껴진다. 정상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새해 일출을 보는 정자 근처에서 다시 순환로와 만난다.
참, 이 곳에서 정말 반가운 선배과 만났다. 최수길 선배님.
목마 처음 가입했을 때 큰 열정 가지시고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선배님이다. 그 땐 부주산 한바퀴도 제대로 못 뛰던 비대한 후배를 데리고 어떻게든 동반주를 해주셨는데, 오늘은 그 후배가 20km 산길을 뛰고 와 부주산에서 선배님을 다시 뵙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정자에서 미니 골프장쪽으로 가다보면 중앙교회쪽으로 이어지는 숲길이 나온다는 데 찾질 못해, 그냥 광주지방검찰청 뒷쪽으로 내려왔다. 중앙 교회 앞에서 옥암마을로 이어지는 시골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오늘의 마지막 산인 오룡산으로 오르는 이정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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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산 입구 (옥남초등학교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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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산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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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산 (227.9m)
목포 신도심에 이렇게 멋진 트레일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번 일주 코스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가장 달리는 "맛"이 있는 산. 지금은 폐교가 된 옥남초 앞 입구에서 출구인 안동 마을까지는 대략 3.8km. 처음 시작되는 오르막은 재무님도 "급경사"라고 할 정도로 급하고 꽤 길다. 능선에 올라서고도 정상까지는 한참(비록 230 고지지만 아마 코스 막바지라 심리적으로 더 힘들었을 수도...)을 더 오르는데, 주변 등산하시는 분들이 듣기 민망할 만큼 헥헥대며 걸었다.^^;; 그런데, 정상 이후 산길이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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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산 정상 부근 전망대. 날씨까지 좋아 뷰가 끝내준다! ^^
빽빽히 들어찬, 향기좋고 시원한 대나무 숲 사이로 굽이굽이 흐르는 부드러운 흙길. 달리기 딱 좋은 경사도에 오르내리막이 적당히 섞어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특히 마지막 1km 내리막은 달리기를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길. 강추!!!^^
안동 마을로 나와 남창대교, 영산강 자전거 도로를 따라 요트 경기장까지 대략 5km.
오룡산에서 너무 오버페이스를 했는지 갑자기 밀려오는 갈증과 피곤함. 200m씩 걷다 뛰다를 반복하는데 옆에서 보조를 맞춰주는 재무님께 미안할 지경. ^^;; 하지만 출발점이였던 부흥산 앞 황포 돗배 인증센터 앞까지 돌아오는 길에 마주한 영산강은 유난히 이뻤다. ^^
총거리 35km, 총상승 1600m, 5시간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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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님, 덕분에 완주했네요~ 다음에 또 갑시당~ ^^
(간만에 relive 동영상, 아는 동네 나오니 재미있습니다~^^)
첫댓글 아직까지 다리가 묵직한 것이, 목포의 트레일러닝 마스터이신 수현형님 덕분에 훈련이 제대로 된 것 같습니다.
비온뒤라 그런지 공기도 무척이나 쾌청해서 산길달려서 근력에 도움되고, 달리면서 호흡되는 상쾌한 공기에
온 내장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좋은 코스가 우리 주변에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더 없이 기뻤고,
우리클럽 여러분들도 함께 할 수 있게 다음에 또 일정한번 잡으시게요~ 감사합니다~
ps. 훈련일지 정리 정말~ 잘 하시네요. 안가본 사람도 이 글 읽으면 코스를 외울 것 같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