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고시생활 하는 동안 지낼 곳을 정하는 일입니다. 원래 집이 신림동 근처이신 분들은 집에서 통학을 해도 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겠지만, 본가가 신림동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출가(?)를 해야 하는 분들에게 공부하는 동안 살아야 할 곳을 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시생들이 서울대학교 근처에서 주거지로 선택하는 곳은 크게 다음의 4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낙성대, 봉천4동, 신림2동, 신림9동. 예전에는 하숙, 자취와 같은 주거 형태도 많았다고 하지만, 요즘은 거의 대부분 원룸을 선호하는 경향입니다. 현재 고시촌에는 엄청나게 많은 원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원룸을 짓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아직도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공급이 부족한가 봅니다. 고시촌 원룸을 중심으로 고시생의 거주 형태에 대해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먼저 낙성대의 경우는 고시촌이라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원 및 독서실과의 접근성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시생들보다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서울대 공대 쪽으로 가는 교통 조건이 좋기 때문에 공대생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시촌과 다르게 일반 주택가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서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일부 고시생들은 이 곳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서울대 도서관(중도, 사도, 법도, 경도, 신양 등등)에서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예전의 경우 이 지역의 원룸 수요는 그다지 크지 않아서 고시촌 지역에 비해 원룸 임대료가 많이 싼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고시생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은 봉천4동과 신림2동, 신림9동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봉천4동 쪽에도 고시생들은 별로 없지만, 제가 살고 있기에 슬쩍 고시생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끼워넣었습니다. ^^;)
봉천4동 쪽의 경우 서울대 재학 중인 학생들도 많고, 고시생들도 일부 거주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지하철역과 연계되어 있어 교통수단을 이용함에 있어 유리하다는 점 때문인지 다른 지역에 비해 이상하게 원룸 임대료가 비싼 편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원룸의 경우 전세 5000만원에 매월 관리비로 10만원을 납부하고 있습니다. 관리비 10만원에는 전기세, 수도세, 난방비 등 모든 공과금이 포함된 것이긴 하지만, 아무리 많은 전기와 수돗물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한 달에 5만원 이상의 요금이 부과되기 어렵기 때문에 꽤 비싼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품을 좀 더 팔면 이보다 싼 가격의 원룸을 구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 원룸을 구하기 위해 고시촌을 돌아다닐 당시에는 신림2동과 신림9동 쪽의 암울한 분위기가 싫어서 그냥 약간 비싸지만 봉천4동 쪽에 터를 잡았더랬습니다. 게다가 제 고시 생활이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만큼 자신감이 넘치던 시기였기에 고작 2년인데, 몇 만원 아껴서 뭐하겠냐는 건방진(?) 생각도 큰 몫을 한 것 같네요. -_-;
전세가 아닌 월세로 계약하는 것도 가능한데, 이 경우 전세금 1000만원 하락에 비례하여 월세금이 10만원 상승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보통 관리비가 5만원이라고 하고, 월세의 경우 보증금이 2000만원이면 관리비 포함 매월 35만원을 납부하면 되는 것이죠. 물론 원룸 크기, 원룸 시설에 따라 임대료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열심히 발품을 판다면 이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 쓸만한 원룸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진정한 고시촌이라 할 수 있는 신림2동과 신림9동 쪽의 원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지역의 경우 봉천4동과 달리 건물주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훨씬 선호하는 편입니다. 예전에 원룸을 옮기기 위해 잠깐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전세 형태는 거의 없고 월세 형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아래 전단지에서 보는 것처럼 전세 형태도 있긴 있습니다만, 월세보다 그 공급 규모가 매우 작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래 전단지는 신림2동 쪽에서 발견한 것으로 전세의 경우 임대료가 3000만원~4500만원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임대료가 3000만원일 경우 지층(지하)이 아닐까 싶네요.
신림2동과 신림9동의 전세 가격은 보통 이 정도일 것으로 예상되구요. 월세 임대료의 경우 보증금 100만원~500만원에 매월 35만원~45만원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습니다. 원룸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다 보면 특이하게도 학원으로부터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따라 임대료 가격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대체적으로 신림2동보다는 신림9동 쪽의 원룸 임대료가 비싼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림9동 쪽의 경우 고시생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식당, 술집, 게임방, 만화방, 노래방 등등)이 갖추어져 있어 아무래도 원룸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일 것이라 판단됩니다. 하지만 그만큼 밤 늦은 시간에도 유동인구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비싼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것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집에 와서 돌아와서만큼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하는데 독서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집에 들어와봤자 집에들어왔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고, 게다가 바깥에서 고시생들 떠드는 소리 들리면 짜증이 날 수 밖에 없겠죠? 이런 분위기를 싫어라 하는 고시생들은 신림2동 쪽을 주거지로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신림2동 쪽도 서서히 많은 곳이 고시촌의 영역으로 잠식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신림9동보다는 조용한 주택가 분위기라서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고시생에게 적당한 장소가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신림2동 쪽에도 원룸촌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지라 신림2동 건물주들은 아래 사진에서처럼 플래카드를 내걸어 자신의 원룸을 홍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원룸에 살던 아무개가 시험에 합격하였음을 알림으로써 '이 곳에 살면 당신도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인 것 같습니다만, 글쎄요? ^^ 저 같은 경우 합격생을 많이 배출한 곳이라면 이미 합격생들이 그 곳의 좋은 기운을 몽땅 써 버려서 오히려 안 좋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기운이 좋은 곳에 살면 그로 인해 운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는지 신림2동을 돌아다니다 보면 대부분의 원룸에 이와 같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이 곳은 딱 1명만 합격했는지 합격자 이름을 말 그대로 대문짝만하게 써서 붙여놓았네요. ^^
아무튼 신림동 고시촌 원룸의 경우 조그마한 산업이라 해도 될 정도로 그 규모를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아래 플래카드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는데, 고시원, 원룸 협회라는 것이 존재하더군요. 며칠 전에는 신림9동사무소에서 정기총회까지 열었나 봅니다.
과연 정기총회에서 무슨 의견이 오갔을지 궁금하네요. 설마 원룸 가격 통제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은 아니겠지요? ^^ 아니기만을 바라봅니다.
고시생들의 경우 하루 대부분을 독서실에서 보내기 때문에 원룸에서는 고작해야 밤부터 아침까지 자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대료 수준이 상당히 비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상, 침대,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등 필요한 모든 기구들이 갖추어진 풀옵션 원룸인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말이죠.
하지만 아직도 시험 합격만을 바라보고 이 곳으로 모여드는 수많은 고시생들이 존재하는 만큼 원룸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을 것이기에 원룸 임대료 수준이 내려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자식들이 공부한다는 이유로 이런 거금을 지원해주시는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합격해서 이 곳을 벗어나는 곳이 효도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네요. 저도 빨리 효도해야 할 텐데, 큰일입니다. ^^; 이제 시험이 한 달 정도 남았으니 조금 더 힘내야겠습니다.
* 추가 작성 1 *
어제 밤에 작성하는 도중 실수로 내용을 날려버리는 바람에 다시 작성한 것인데, 건너뛴 내용이 있었네요. 고시촌에서 원룸 구하실 때 먼저 검토해야 할 사항들입니다.
첫째,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부터 충분히 차단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되도록 공사 현장 혹은 유흥업소 등의 장소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좋을 것입니다.
둘째, 원룸 벽 자재와 두께를 확인해서 옆집 혹은 윗집으로부터 소음이 발생하더라도 안 들리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요즘 신림동 고시촌에는 동거 커플들이 많아서 새벽녘에 이런 커플들이 유발하는 이상한(?) 소리로 인해 고통받는 고시생들이 많다고 하네요.
셋째, 화장실 변기 물은 잘 내려가는지, 수돗물의 수압은 적당한지, 그리고 온수는 잘 나오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넷째, 겨울철을 대비하여 난방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섯째, 원룸을 관리하시는 분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예상 외로 말이 안 통하는 건물주들이 많아서 계약 종료시 이것저것 트집을 잡아 계약금 일부를 돌려주지 않는다거나, 관리 업무에 소홀한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어느 정도는 미리 살펴야 할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 추가 작성 2 *
자칫 이 글을 보시면 '신림동은 돈 있는 사람들만 들어가서 공부하는 곳'이라고 오해하실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내용을 추가합니다. 고시촌에는 원룸 외에도 여전히 일반 주택에서의 하숙, 자취 형태의 임대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원룸과 비슷한 시스템이면서 가격 수준은 이보다 좀 더 저렴한 고시원도 있습니다. 제가 고시원을 광고하는 플래카드 및 전단지에서 본 바로는 고시원의 경우 한 달에 12만원 ~ 20만원 정도의 월세를 받는다고 합니다.
고시원은 제가 직접 알아본 적이 없어서 정확한 가격과 시설을 잘 몰랐던 데다가, 이 글 자체가 제가 원룸을 구했을 당시의 경험을 중심으로 쓴 것이라 고시원 내용이 굳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위 '추가 작성 1'에서 밝혔듯이 원래 글에서는 고시원 얘기도 잠깐 언급을 했었는데 글을 한 번 날려먹고 나서 급하게 재작성하는 도중 잠깐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려 고시원 얘기를 썼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4년 동안의 고시생활을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제 개인적인 경험담을 그냥 가볍게 쓴 글인지라, 이렇게 많은 분들께 읽히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글에서 제가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이 있어 약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것 같네요. 그 점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