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서 4개씩 달고 훈련
1분마다 운동량·움직임 정보, 감독 태블릿에 실시간 전송
수비·공격 특성 낱낱이 뽑아내 상대팀에 따라 누굴 쓸지 결정
- 경기땐 센서 대신 카메라로 분석
상대팀 움직임까지 데이터 수집… '맞춤형 전술' 짜는 데 활용 가능
'전차군단' 독일 축구 대표팀은 브라질월드컵에서 개최국 브라질,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아르헨티나 등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독일은 세계적인 프로 축구 리그인 분데스리가의 경험과 잘 구축된 청소년 육성 시스템 등을 통해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또 하나의 비밀 무기를 장착했다. 바로 '빅데이터(Big Data)' 분석이다. 빅데이터 분석 기법이란 대량으로 쏟아지는 데이터를 분석해 일정한 패턴이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센서로 선수들의 활동 분석
독일 대표팀은 훈련 때 양쪽 무릎과 어깨 등 모두 4개의 센서를 부착하고 훈련한다. 골키퍼는 양쪽 손에 1개씩을 더해 6개의 센서를 단다. 센서 1개는 1분마다 선수들의 움직임·운동량·운동 특성 등 정보 1만2000여건을 수집해 서버 컴퓨터에 보낸다. 선수 1명당 1분에 4만8000개의 정보가 모이고, 전·후반 경기 총 90분이면 무려 432만개의 데이터가 쌓인다. 중앙 서버는 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실시간으로 감독·코치·선수의 태블릿PC에 알려준다.
이를 통해 독일 대표팀은 선수별 특징을 낱낱이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 선수는 왼발로 플레이하는 데 더 익숙하고, 필드에서 앞뒤로 움직이는 것보다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 등을 알 수 있다. 또 정지 상태에서 순간 가속도와 패스 성공률, 슈팅 성공률 등도 분석할 수 있다.
- 독일 축구 대표팀은 훈련 시 선수의 몸에 센서를 부착해 선수 1명당 1분에 4만8000개에 달하는 ‘빅데이터’를 수집한다. 독일 대표팀은 ‘빅데이터’로 선수의 활동량, 패스 성공률, 순간 속도 등을 분석해 맞춤 전술을 준비한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훈련하는 독일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 /Getty Images 멀티비츠
이렇게 분석한 결과는 감독과 코치진이 경기를 앞두고 전술을 짤 때 활용된다. 상대팀의 특성에 따라 수비수와 공격수로 어떤 선수가 적합한지 데이터로 판단하는 것이다. 무조건 스타플레이어나 감독이 선호하는 선수 위주로 주전 라인업을 짜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로 선수를 뽑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부상에도 대응할 수 있다. 월드컵 같은 단기 토너먼트전에서는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주요 선수가 빠지면 팀워크가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독일 대표팀은 특정 선수가 부상을 당해도 데이터를 통해 가장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로 대체할 수 있다.
센서를 사용할 수 없는 실제 경기에서는 경기장 바깥에 설치된 카메라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분석한다. 포지션별 선수들의 움직임, 패스 방식, 반경 2·5·10m에서의 움직임 등을 카메라로 녹화해 분석한다.
◇전력 향상·팬 관리도 빅데이터로
이 분석 시스템은 독일의 유명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회사 'SAP'가 월드컵을 앞두고 독일 국가대표팀만을 위해 만든 것이다. SAP는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SAP 사파이어 나우(Sapphire Now) 2014' 행사에서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에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사례를 발표했다.
행사장의 대형 TV에서는 작년 11월 열린 독일과 이탈리아 대표팀 간 평가전이 나오고 있었다. 화면에 나온 독일 선수를 클릭하자 그 선수의 운동량·패스 성공률·순간 속도 등 각종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상대편인 이탈리아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프랭크 휠러(Wheeler) SAP 스포츠 담당 부사장은 "현대 스포츠에서 정보는 곧 힘"이라며 "앞으로 빅데이터를 이용하는 팀과 이용하지 않는 팀 간의 전력 차이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기술은 스포츠팀의 전력을 향상시켜주는 것뿐만 아니라 팬들과의 결속력도 높여준다. 단순히 특정 팀을 응원하는 것을 넘어 각 선수의 기록을 분석하고, 팬이 팀의 전술까지 짤 수 있도록 데이터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선수가 페널티킥을 찰 때 주로 어디로 들어갔는지, 골대의 왼쪽과 오른쪽 중 어디를 노렸을 때 성공 확률이 더 높은지 등 경기 중에 일어나는 데이터를 관객이나 시청자에게 알려준다. 이럴 경우 경기를 눈으로만 보는 것과는 한 차원 높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빅데이터(Big Data)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뜻하는 말. 최근 IT(정보기술) 업계뿐 아니라 스포츠·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해 전략 수립과 기업 경영, 질병 연구 등에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