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1월 10일 국토교통부가 제주도 제2공항 건설 추진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행 비행기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항공 수요가 급증해 공항시설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세가지 대안을 검토했다고 합니다.
① 기존 제주공항을 대폭 확장하는 방안 ② 제주공항을 폐쇄하고 신공항을 건설하는 방안 ③ 제주공항을 유지하면서 제2공항을 건설하는 방안 등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이 중 세 번째 대안을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국토교통부는 제2공항 건설비용으로 총 4조 1천억원이 소요된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이런 예상은 항상 그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다는 것이 함정이죠. 이 부분은 나중에 짚고 넘어가기로 하고...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제2공항 건설만이 유일한 대안일까?' 라는 것입니다.
제주공항엔 한 시간당 항공기 34편이 이착륙을 한다고 합니다. 1분 45초마다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것이라고 하네요. 이것이 사실이라면 항공기 수를 늘이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토건족인지는 모르겠지만 제2공항 건설이 유일한 대안이라 주장하는 자들의 주된 논리입니다. 그럴싸해보입니다.
실제 제주는 저가 항공사의 취항과 중국인 관광객 증가 등으로 인해 비행기 표 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성수기에만 그렇습니다. 비수기에는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제주공항을 이용한 인원이 2005년 1,135만명이던 것이 2010년 1,572만명 2015년 9월 현재 1,928만명으로 5년마다 약 500만명씩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국토교통부는 오는 2018년 2,830만명, 2020년 3,211만명, 2025년 3,939만명, 2030년 4,424만명, 2035년은 4,549만명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똑똑하신 양반들이 모여 수요를 예측했다고 하니 정확하겠죠. 정확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왠지 찝찝함을 떨치기엔 힘이 드네요. 무안국제공항과 양양국제공항 등 유명무실한 지방공항들도 똑똑한 양반들이 예측을 잘했기에...
물론 배나 비행기가 아니면 오갈 수 없는 제주는 육지와는 다르겠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인 제가 봐도 국토교통부의 수요예측결과 만큼은 아니겠지만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경제를 비롯한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지거나 메르스와 같은 악재만 없다면 말입니다.
실제 우려했던 것처럼 제주국제공항 이용객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국제공항 이용객은 국제선 9만8127명, 국내선 118만911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6.5%, 0.3% 감소했다고 합니다.
국제선 여객이 감소한 이유는 사드여파 등으로 중국과 대만노선 운항이 크게 줄어든 영향입니다. 제주기점 중국·대만노선은 지난해 1817회 운항됐지만 올해 712회로 60.8%나 감편됐습니다. 사드보복이 현실화 된 지난 3월15일부터 현재까지 운항 중단된 중국 노선 항공편만도 248편에 달합니다.
국내선도 한계점에 도달했습니다. 최근 사드보복 이후에 호황을 누리던 국내 제주노선의 성장세가 주춤한 것이죠. 제주지역으로 유치할 수 있는 내국인 관광객 수가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제주와 국내 다른 지역을 잇는 제주노선의 탑승률은 지난해 93.9%에서 올해 88.8%로 5.1%p 크게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꼭 제2공항 건설만이 유일한 대안일까요? 4조1천억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면서 까지... 천혜의 자연환경이 재산인 세계자연유산 제주에서 환경을 훼손하면서 까지... 승용차로 1시간이면 도달할 거리에...
정녕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요?
현재 제주공항을 이용하는 비행기의 대부분은 좌석수가 200석이 안되는 중소형 항공기입니다. 대표기종은 좌석수 138~187석 규모인 B737-800입니다.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각각 보유 항공기가 20대와 11대인데, B737-800으로만 항공기 라인을 구축했습니다.
이보다 적은 좌석수의 항공기도 있습니다.
저가항공사에서는 비용 절감과 매출 확대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좌석수가 적은 중소형 항공기를 띄우는 것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5년 부터 제주노선의 주력 항공기 기종을 중대형에서 공급좌석 156석인 중소형급인 A320과 200석 미만인 A321로 전환했습니다. 대형기에 해당하는 좌석수 290석인 A330-300 항공기는 하루에 한 대만 제주에 뜨고 내리고 있습니다.
대한항공도 공급 좌석이 352석인 A330-300기종과 384석인 747-400기종을 제외하고는 제주에 중소형 항공기만 취항시키고 있습니다.
자, 이제 뭔가 보이지 않습니까?
제주 공항을 뜨고 내리는 항공기 댓수는 제한되어 있고, 늘고 있는 관광객 수요를 따라잡는 방법...
국민의 혈세를 처 들여 제2공항 건설에만 몰두하고 있는 국토교통부가 제주에 취항하고 있는 항공기 기종을 150~200석 미만의 중소형 항공기에서 300~400석 이상의 대형항공기로 취항을 제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좌석수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제주 관광객 수요에 보다 적극적으로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4조의 혈세도 아낄 수 있구요. 환경훼손따위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항공사를 관리하는 국토교통부, 정부가 해야할 일이 아닌가요? 해보는데 까지 해보고 안되면 그때가서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한 번 파괴된 자연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사실 시장경제논리대로하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제주 관광객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항공사가 자발적으로 항공기 규모를 늘여야 하는 것이 100% 맞겠죠. 사익을 위해 위험부담을 안고 투자를 해야 하는 항공사. 알아서 제2공항을 만든다고 발표한 국토교통부. 결국 제2공항 건설로 손해보는 건 국민이고, 이득보는 건 토건족과 항공사, 그리고 땅투기세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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