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공항은 두 군데이다. 대부분의 비행기는 피우공항에서 뜨지만 라이언 에어는 참피노 공항에서 뜬단다. 안 그래도 사람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혼이 빠질 지경이라 작은 공항이 더 반갑다.
숙소의 이모가 나랑 연대가 비슷해서 그런지 살뜰하게 챙겨 주더니 헤어질 때도 섭섭한 얼굴이다. 하긴 늘 숙소에 있어야 하니 친구도 그립겠지. 사일 내내 조식을 잘 먹고 가요. 바이.
8.50에 출발하는 공항버스가 있었다. 일찌감치 줄을 서서 먼저 표를 샀다. 온라인으로 산 사람들이 있어서 자리가 없으면 우짜노 했는데 진짜 몇 자리 빼고는 모두 차서 갔다. 더 성수기에는 미리 예매를 해야 할 듯하다.
40분쯤 달려서 공항에 도착했다. 터미널 사이즈의 작은 공항이다. 트래픽에 걸리면 한 시간 반도 걸린다고 하더니 빨리 온 거다.
수속하는 곳도 달랑 저거뿐이다. 빨리 와서 기다려야 하나 했는 데 오는 데로 수속을 해 줬다. 어제 시간을 잡아먹은 프린트해 간 표는 보지도 않는다. 여권을 보고는 금방 표를 주더라.
가방이 16.1kg이다. 딸랑 1kg이 줄었다. 희한하네. 그동안 산 거도 없고 쌀도 다 주고 왔고 가져간 걸 사용한 거도 있는데 짐 무게가 그대로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그러면 여행이 끝날 때까지 저 무게로 다녀야 한단 말이가. 돌겠다.
입장하는 곳이 A, B다. 찾기 쉬워 좋구먼. 수속은 빨리 하도 입장은 순서대로다. 난 11.20분에 들어갈 수 있단다. 구석진 곳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콘센트에 충전기를 꼽고는 밀린 블로그 글을 작성했다. 시간이 진짜 빨리 간다. 제대로 적지도 못했는데 들어갈 때가 되었다.
12.55분에 출발이면 보통은 12.30분쯤 비행기 안에 들어갈 수 있는데 한 시간 전부터 사람들을 태운다. 알바니아가 인기가 없는 여행지라더니 딱 봐도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한테만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버스를 탔다.
자리가 거의 찼다.
서울에서 제주 정도 가는 거리다. 눈을 좀 감았다가 뜨니 도착한단다. 창가 자리라 밖을 보니 산이 보였다. 좋은디.
위의 사진 왼쪽을 보면 파란 간판이 보일 거다. 라이언 에어에서 메일이 왔었는데 빨리 나갈 수 있는 왼쪽으로 통과하라고 했었다. 난 비행기를 탈 때 얘기인 줄 알고 탑승할 때에 왼쪽 어디로 나가라는 거고. .. 줄이 하나뿐인데. 하고 투덜대었었다. 그러고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입국 수속을 한다고 들어올 때 저걸 잠깐 봤었는데 미국, 캐나다랑 여러 나라 국기가 있길래 걔들은 이리로 나가나 보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곳에서 기다리는데 뽑기를 잘못해서 우리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가 않았다. 열이 슬슬 나서 두리번거리다가 그제서야 메일이 말하는 걸 이해했다. 한국인은 여기 줄을 안 서고 저 파란 곳에서 여권을 셀프 스캔하고 나가라는 뜻이었다. 바부팅이. 이해가 되니 기다리던 줄을 포기하기도 그렇고 기다리자니 열이 더 슬슬 올라왔다.
출입국 심사 직원이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난 하나도 안 감사하지만 입국은 해야 해서 감사합니다라고 답을 해 주었다.
가방을 못 찾아서 헤매다가 노란 조끼를 입은 분한테 로마? 했더니 피우,참피노?하길래 참피노라고 말했다. 모니터에 참피노가 안 보였던 이유는 다들 자기 가방을 찾아가고 달랑 3개만 남았기 때문이었다.
돈은 있어야 해서 100유로만 공항 안에서 환전했다. 아무래도 손해 본 거 같다만 어쩔 수 없다.
공항 출구를 바라보고 왼쪽으로 가면 공항버스가 있다는데 출구를 나오니 주차장이 보이고 멀리 버스가 있는 게 보였다.
공항버스는 출발하는 시간은 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버스는 꽉 차야 출발을 한다. 마지막 한 사람이 통로에 앉으니까 드디어 출발했다. 버스비는 400레카. 4유로 정도 된다. 굳이 환전을 할 필요가 없는 게 유로를 주니 레카로 거슬러 주고 환율이 더 좋다.
트래픽 좀 걸려주고 한 시간쯤 걸려서 센트럴에 도착했다. 실실 웃음이 나온다. 다시 보스니아랑 비슷한 발칸에 온 느낌이 팍팍 난다. 딱 봐도 구경할게 없다. 우리나라 중소도시랑 비슷한데 다르다는 게 이해가 된다. 하여튼 버스에 내리니까 뭔가 편하다. 사 박이니 잘 지내 보자구.
빨간색 집이 숙소다. 여사장이 유쾌하다. 나름 유머를 시도하는데 피곤하니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지는 4개 국어를 한다고 자랑하면서 나보고 몇 개 하냐고 묻길래 only korean이니 내 침대나 줘. 피곤 혀.라고 한국어로 답했다. 곤란한 얼굴의 그녀를 보니 장난끼가 전염되는 거 같다. 여기 재밌겠는걸.
마트에서 비상식량을 샀는데 마음이 놓이는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