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얄미운 동행자
입으로만 나물을 뜯으면서
욕심은 산맥처럼 많다
쑥밖에 모른다면서
내가 뜯은 것을 야금야금 자기 비닐봉지에 넣기 바쁘다
어딜 가도 설거지 않고 손을 아낀다는 그녀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해도 설거지 시킨다는 그녀
남이 준 음식도 절대 안 먹는다는 그녀
동행을 해보면
그 사람을 안다고 하더니
딱, 맞은 말
27. 자연의 법칙
자연에 산다는 것은
때론 측은지심을 넘어서야 한다
풀과 잡초들
구획과 구획 사이
푸성귀와 푸성귀 사이의 고랑에
경계를 짓고 철조망을 치고
자르고 베어야 하는 일
꽃도 가차 없이 따버려야 하는 일
벌레도 죽여야 하는 일
새와 고라니와도 싸워야 하는 일
열매를 따 먹어야 하는 일
푸성귀 뜯어 먹어야 하는 일
풀과 나무와 물과 바람과 꽃에게도
동정표를 던져줄 수 없는 순간
내 목구멍 살이를 위해선
가차 없이 뽑고 자르고 뜯고 따고 버려야 하는 일
28. 관음증
2013년 9월 7일 오전 10시 40분
빼짝 꼴은 키 큰 남자
작은 카메라를 숨겨 우리 집을 찍고
빠른 걸음으로 도망간다
저 남자는 무엇을 찍으러 저리 한단 말인가
기름투성인 채 밥 살이를 하는
나의 지옥을 찍기 위한 것인가
아님, 나의 지옥을 어딘가에 찍어 팔기 위한 것인가
아님, 고발하기 위함인가
모욕을 주기 위한 행동인가
예술을 빙자한 그 무엇의 출품작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가난하고 헐벗은 나를 통해 대리만족을
위한 것인가
그도 아님 설마 저 도둑촬영
내 피눈물을 응원하기 위함은 결코 아닐 것이다
아님 도둑질을 위한 사전 답사용인가
지금까지 나에게 들킨 게 두 번째이다
당신, 그거 아는가?
당신은 숨어 비겁하게 우리 집을 찍었지만
내 눈은 정정당당하게 정면에서 노려보며 찍었다는 것을
또한 내 시시티브이도 당신 몰골을 적나라하게 찍혔다는 것을
29. 심폐소생술 교육
- 여보세요 여보세요
의식을 확인한다
- 앞에 파란 색 옷 입으신 분 119로 신고해 주세요
콕, 찍어 지정해서 말하고
젖꼭지와 젖꼭지 중간을 깍지를 끼고
5센티미터 정도 들어갈 정도로
1초에 두 번 꼴로 30회를 누른 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코를 막고 2번을 인공호흡을 한다
119가 도착할 때까지
여기서 주의할 점은 갈비뼈가 나갈 수 있으므로
손목 부분 손바닥만 가슴에 닿게 해서
팔을 일자로 해서 누른다
사람 살리는 법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도 좋을 소문
우리 서로 퍼트려 주기
30. 편파나라
구청에서 천지삐깔로 돌출된 간판들 많은데
금강설비와 우리 집만 떼라고 했다
앞 횟집도
옆 식당도
주변 모든 간판들은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는데
매롱거리면서 떡 돌출되어 있는데
우습다
옛 저녁에 알고 있었다
힘없는 사람들은 풍랑을 많이 탄다는 것을
이 악물고 버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내 힘으로 내가 스스로 일어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밟으면 밟을수록 독하게 살아남는
잡초처럼
이 정도는 껌 값의 일
간판 버젓이 걸고 있는 다른 가게들을 걸고넘어지며
민원을 제기하든
투고를 하던 고발을 하던 다 할 수 있지만
나는 절대 같이 죽자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물귀신은 될 수 없어서
오늘도 때려 맞아 엎드려 죽는 시늉을 하며
간판 내린 장사를 한다
31. 코뿔소
들이 박는다
제 힘을 가늠하지 않고
걸음을 막 뗀 강아지에겐
제 발로 제 걸음 떼기도 힘든데
막말하며 짓밟는다
좋은 뜻이란다
시간이 가면
잔꾀 피우지 않고
더불어 발자국 맞추는 법 익히기만 한다면
명견의 품성 길러질 텐데
어쩌면 저리 무소불위를
생각 없이 휘두를까
뒷감당 어찌하려고
32. 노인의 날
묵 불고기 나물 떡 김치 홍어회 샐러드
한 그릇에 때려 부어
꼭꼭 눌러 챙기는 노인
목숨을 잡탕으로 견디는
저 시린 노욕을 못 본 척 눈감아 드린다
이백여 명 중에
딱, 두 사람만 봉사자에게 다가와
고맙다고
잘 먹었다고
마음을 조아려 인사하고 갔다
작년에 잔반이 많이 남아서
올해는 절대 두 번은 주지 말라고 한다
남겨 버리는 것이 문제지
모자라 더 먹고 싶어 하는 사람까지
야멸차게 그러면 쓰나 싶어 안타까웠다
울타리 밖 초라한 행색으로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의 손을 잡고 서 있다
행사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기웃거렸다
자꾸 눈에 밟혀
꿀떡 한 접시를 줄밖으로 건네줬다
몰래 준다는 것이 칼눈들에게 들켰다
말벌처럼 달려들어
이구동성으로 지랄을 피우며 뭐라 했다
원리원칙만 내세우는 도시 정서
정이 뚝, 떨어졌다
33. 감동
추석 전 날
순찰 도는 경찰들을 보고
반신불수 아저씨
지팡이 옆구리에 끼고
움직이는 손으로 그들을 불러
목캔디를 주머니에서 힘들고 더디게 꺼내
수고한다며 줬다
달빛
별빛
바람과 단풍
반짝 반짝 글썽인다
34. 복지관 봉사자
그녀 이글거린 여름 주방에서
지옥 같은 뜨거운 불 앞에서
달걀말이를 한다
국 대접으로 푹 떠서
자기 앞쪽부터 서서히 부으며
반대쪽으로 끝까지 흘러 보낸 후
익힌 후 앞쪽에서부터 돌돌 말아갔다
예쁘게 잘 말아온 인생처럼 달걀을 만다
다른 사람들 것은 망치기 일쑤인데
그녀 것만 예쁘고 곱다
장인정신을 발휘한 비지땀이 아름답다
쇠 철판도 본인이 솔선수범해서 닦았다
왜소하고 나이든 외모지만
몸 봉사 마음 봉사가 멋지다
35. 수컷
봉사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저 인간이 왜 내 곁에서 왔다 갔나 하나
신경이 쓰여 뒤를 돌아본 순간
그러면 그렇지
쭉쭉 빵빵 예쁜 봉사자
내 뒤에 있어서 그랬다는 것
36. 의문문
언제부턴가
일면식 없는 남자
전생까지 뒤져도 기억에 없는 사람
씨팔년!
꼭, 내 집 앞을 지나면서
욕설을 날리고 갔다
불쾌를 숙제처럼 던져 놓고 갔다
용기를 내어 뛰어가 붙잡고
누구를 향한 욕이냐고
정말이지 너무 묻고 싶다
37. 내 팔자 내가 고친다
나에게 모욕, 모독을 끊임없이 주는
너에 대한 나의 살기를 본다
그 살기가 스스로 무서워
돌아앉아 참선에 든다
자식이 다칠까봐
그 모욕을 끌어안고 침묵하고 있다
바닥에 길들여지는 것처럼 보인 나를
바닥까지 깔아뭉개도 된다는 듯
방자할 대로 방자한 너
개똥같은 약자의 힘으로
무능력하게 견디는 시늉을 한다
신이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해도
내가 나를 지켜 반드시 너를 무릎 꿇린다
내가 반드시!
38. 가을 하늘
파아란 하늘
보기만 하라고 멀리 있다
파란 하늘 뚝 잘라
옷 짓고 싶은 욕심들
자기들 이불만 만들어 둘둘 덮고선
깨소금을 볶으며 잠들고 싶은 욕심들
훔치고 빼앗고 너덜너덜하게 만들 그 욕망들
하늘까지도 평수를 나누고
값을 매겨 분양하느라 핏대를 올릴까 싶어서
일마만파 번져가는 욕심들
다 알고
저 멀리
부자나 가난한 자나 공평하게 보기만 하라고
가을 하늘은
티 없고 흠 없이 파아랗다
39. 향희 언니
의용소방대 복지관 봉사를 해서
수고했다면서 총무가 줬다면서
치약과 비누 몇 개를 주고 싶다고 했다
그 집 아들과 우리 아들들
같이 식사나 할까 싶어서 나갔는데
혼자 나와 있었다
청학리에서 주워온 깐 밤과 쑥갓 생강을 주자
홍시와 사과를 덤으로 주고 지갑까지 탈탈 털어
큰 아들에겐 이만 원 작은 아들에겐 만 육천 원을
쥐어주고 총총히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싸하고 아팠다
한 동안 이 돈만큼 힘들 텐데
나 그거 늘 하고 살아서 너무도 잘 아는데
따뜻하고 먹먹해서 한참이나
언니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40. 해탈
혼자 걷는 길이 외로워져서
옷깃 스친 인연들 속으로 풍덩 뛰어 들었다
배부른 결핍을 마구 쏟아내는 그 동행
몸서리나게 괴로워졌다
차라리 지옥이었다
눈 딱 감고 펼쳤던 마음을 숨겨 버렸다
비로소 혼자 걷는 길이 외롭지 않아졌다
인연을 꿈꾸지 않는 시간에
나를 다시 길들여야겠다
41. 해석법
나이 육십 줄에 걸쳐있는 손님
씨팔을 달고 산다
듣기 민망하고 거북스러워
제발 고운 입으로 고운 말 좀 하라고 했다
씨팔은 절대 욕이 아니라고 되받아친다
가만히 듣고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씹할 정력이 팔팔하다는 것은 축복이 아닌가
씹할이라는 말
뒤집어 생각하니 욕짓거리만은 아님을 깨닫는다
씹할,
참 희한한 중독이다
42. 상장
나여, 이 세상에 서러운 이름으로 와서
용케 잘 헤쳐 왔다
우직한 소처럼
눈물도 잘 단련시키고
고달픈 생도 허기도 잘 견뎌냈다
진화하는 세상 풍파를 잘 방어하고 뚫어냈다
사랑하는 나의 나여
생애의 처음보다
마지막이 더 단단해지려고
승리의 깃발 놓지 않고 움켜쥐고 여기까지 잘 견뎠다
더욱 힘내며 앞으로 가라
만 번을 꼬꾸라져도 내 힘으로 일어서야만 하는
나는 나의 나임을 명심하라
43. 되물림
어릴 적 팔남매 오글오글 모여
방안에서 들고 뛰면
엄니는 구들장 무너진다면서
수수빗자루 들고 와서 팡팡 두들겨 팼다
구들장과 집이 무너진다는 것
그 공포를 어린 것들이 알 턱이 없었다
지금은 안다
단칸방 아들들의 엄마가 된 나는
집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그 공포를 안다
44. 창경궁 가는 날
이웃도 짜증나고
내 밥살이를 도와주는 손님들도 싫은 날
내 인생에 떡허니 1번에 올려놓은
신앙 같은 자식들에게도 화가 나는 날
파란 가을 하늘 머리에 빗어 바르고
나는 창경궁 간다
창경원으로 덮어씌운 일본 만행을 벗겨낸
역사의 그 곳
달리 갈 곳 마땅치 않을 바엔
천불 만불이 타는 내 마음 알까 싶어서
무작정 간다
창경궁
전주이씨 효령대군 후손
45. 닭발
태어나서 처음으로 복지관에서 닭발을 가위로 잘랐다
갓 태어난 아기 손 닮은 것
삶의 의지를 불태우려고 길쭉하고 뾰쪽한 발톱을
아기살처럼 뽀얗고 부드러움 속에 들어 있는 뼈 마디들
가위로 자를 때마다 끔찍함이 몰려왔다
네 개의 발톱이 내가 쥔 가위에서 잘려나갈 때마다
내가 마치 싸이코패스가 된 느낌이었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섬뜩한 살육
그 무서운 전율이 내 온 몸에 통증을 놓았다
나는 결국 가위를 놓고 도망쳐 버렸다
마흔 여덟,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리가 먹고 마시는 무서운 밥에 대해
오래도록 잔상에 남아 나를 괴롭혔다
46. 천냥 빚 농부
송산 배밭길 농부들
각자 수확한 배 앞 다투어 팔고 있는 가을날
초라한 몰골의 배밭 좌판에 올려진 배
썩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팔아주고 싶은 마음에 다가갔다
오늘은 한글날 처음 국경일이 되어 쉰 날
일부러 또 찾아가 배를 팔아주러 갔다
으름열매가 한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어렸을 때 먹고 자라서 아는 체 하자
- 꼴에 이런 것도 아네
한다
헉, 으름 앞에 얼음이 되어 버렸다
내 동공이 크게 놀라 감아지지 않았다
당신 꼴 보듬는 내가 그렇게 하찮아 보였단 말인가
내 마음을 받을 자격이 없는 그 사람
두 번 다시는 팔아주러 가지 않았다
47. 긴급구조종합훈련
수락산 염불사에서 실시한 훈련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각자 맡은 자리에서 질서정연했다
모니터에 잡힌 훈련 대형들과
실전처럼 물을 쏟는 헬리콥터까지 드라마틱했다
이렇게 안전을 위해 힘쓴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 세상이 그나마 큰 탈 없이 굴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늘 처음 알았다
국가 지점 번호가 있다는 것을
119에 전화를 해서 그 번호를 불러주면
정확하게 그 위치가 확인되어
재난이 일어나도 빨리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앞으론 산에 오르면 그 번호들의 위치를
잘 봐 둬야겠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48. 노원구 지킴이들
높이 떠 오른 헬리캠 아래
수락산 7부 능선쯤에서 불을 피워 올리는 팀
119에 신고하는 팀
전화를 받는 상황실 팀
카메라 팀
사회와 안내를 맡은 아나운서 팀
출동하는 119소방차 팀
들 것을 들고 산으로 오르는 팀
암벽에서 환자를 데리고 내려오는 팀
로줄을 이용해 환자를 이송하는 팀
헬기로 환자를 들어 올리는 팀
부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할 팀
화재를 알리는 색깔불 피워 올리는 팀
헬기가 출동하여 진화하는 팀
진화기와 삽을 들고 잔불 처리하는 팀
송전탑 전선 복구 팀
등산객 통제하는 팀
소독차 팀
커피와 주먹밥 만들어 나눠주는 팀
임시 상황지시 팀
천막 만든 팀
우린 모두 노원구 지킴이 식구들
49. 고가 도로 아래서
기다림이 외롭더라
서럽더라
춥더라
나는 난데 내가 아니더라
나는 다시 나라고 우기는데
나는 다시 너더라
50. 가을 갈대도 꽃이 핀다
노령화 언덕 고지
눈치보며 바람따라
백발머리 휘날리는
인생의 가을
비웃지 마라
그래도 우린 꽃이다
청춘이다
51. 나는 지금 피를 흘리고 있다
응답하라
처방하라
피가 멈추지 않는다
절박하게 호소하는 내 말을 씹고
내 얼굴까지 쳐다보지 않는 의사의 무성의에
절망한다
원인을 모른다면서 내 돈만 꿀꺽 따 먹은
이율배반적인 의사의 두꺼운 얼굴이 밉다
처방받지 못한 내가 죽어가고 있다
지독한 밑바닥 삶을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상처를 어루만지며 산 죄 밖에 없는데
면죄부를 주지 않는
나는
사형수
52. 빗
바람에 빗질된
억새의 머리칼이 정갈하다
방향 없이 마음대로 거칠게 빗겨도
햇살 가득한 머리칼
기름지게 찰랑거리며 빛난다
사락사락 몸 부딪히는 소리
바람이 불어준 입김만큼 따라갔다가 오며
서로를 끌어않고선
가을을 봄처럼 환호한다
아득한 곳에서 흘러온 내 가을도
가을 하늘을 거울 담아
파랗게 웃어본다
53. 나는
혼자 우는 울음주머니로 운다
혼자 아파하는 아픔 주머니로 아파한다
혼자 노래하는 노래 주머니로 노래한다
혼자 추는 춤사위로 희노애락을 바르고 춤을 춘다
나는 스스로 환한 밝음의 외줄
나는 스스로 검은 어둠의 외줄
서러워도 기뻐도 혼자 가고 혼자 멈춘다
54. 마음속에 담가놓은 욕바가지
난 속으로
개새끼 개년
욕하는 것들 많다
겉으론 실실 웃음 조개면서
소태처럼 쓴 사람들
재단하는 예리한 칼 들어 있다
55. 눈에 갇힌 눈물에게 길을 터줬다
복지관 봉사를 가서
남들이 회피하는 양파를 썰고 다졌다
콧물 눈물 한 바가지 속에 화장한 얼굴에
떡칠된 눈물길이 사방팔방으로 났다
눈동자를 찔러대는 아린 눈물
행주를 쥐어짜듯 눈을 꼭 감아 짜냈다
양파를 빙자한
살며 터뜨리지 못한 고통을 쥐어 짰다
언제 이렇게 많은 눈물을
공식적으로 흘릴 수 있을까
더 울어 버리리라
양파를 죄다 더 달라
이 얼마나 절묘한 타이밍인가
56. 대화
- 나는 파리를 죽였을 때 새카리가 안 나오면 섭섭터라
- 나는 모기를 잡았을 때 피 안 나오면 좀 그렇더라구요
이 심 전 심
우리는 해충 앞에서 동정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57. 왕 쓰레기
새벽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보니
쓰레기를 우리 집 앞에 산더미처럼 쌓아놨다
역한 냄새와 불쾌감이 확 몰려 왔다
사진으로 증거를 남겨놓고
도로변으로 낑낑거리며 옮겨놓고
샤워를 하며 열을 식혔다
상종을 하기엔
내가 아깝다
58. 삶의 방식을 바꾸자
안 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버리기
마음속으로 상처를 나르는 통로
그 회로를 긍정의 가위로 잘라 버리기
지워도지워도 배달되는 스팸문자처럼
스트레스르 주는 것들에게 부글거리지 않기
악당들에게 기운 빼지 않기
오십 줄을 잡고 있는 내 육체가 아프다
나는 병들어 아프다
악당들이 던지는 무개념의 돌멩이들을 방어하자
철갑옷을 입고 날아오는 화살을 분질러 버리자
말의 칼로 베려 해도 절대 베이지 말자
매일 쳐들어오는 상처를 끌어안고 숙제하는 버릇을 고치자
상처 받으라고 던진 말들에 상처 받으면 하수다
나는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므로
절대 마음 근육과 몸 근육을 단단히 키워
쓰러지지 말고 흔들리지 말자
59. 주둥이를 향한 일침
이 정도면 인간 골 갖추고 있지
더 이상 뭘 바라냐?
외모 뒤에 감춰둔 역겨운
네 꼴이나 잘 살피며 살거라
60. 마땅치 않으면 나는 너희의 눈을 안 쳐다본다
눈을 안 쳐다본다고 핀잔주지 마라
너희들의 눈에는 지나친 싸나움과
제멋대로 판단하는 잣대와
배려심보다 티끌까지도 잡아내려는 눈총으로
오만 기를 빨아가는 기분을
우울하게 하는 사악함이 들어 있어서다
사욕이 벌레처럼 바글거리는 눈
그 빛에 압사당할 것 같아서
눈을 안 마주보는 것이다
대도록이면 눈 짧게 마주치기
빠르게 스치며 웃고 지나가기
이도저도 불편하면 모른 사람처럼 쌩까고 가기
그래도 말을 섞어야 한다면
극약처방으로 눈 안쳐다보고 말하기
어쩌겠냐
나는 성자가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