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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한 몸부림의
떼 (群集)
대한산악구조협회 창립10주년 기념, 키르키스탄 알아르차 산군 등반기
(2019년 7월 14 ~ 24일)
기록: 대한산악구조협회 총무이사
장헌무
2019년, 전국 산악인들의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산악구조 활동과 안전한 산악문화 조성을 위해 사단법인 대한산악구조협회를
창립한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산악구조협회는 키르기스스탄 알라아르차 산군의 7개 봉우리를 동시 등정하는 원정 계획을 세우고, 700명의 대원들
중, 1년간의 훈련 과정을 통해 최종 115명의 대원을 선발하였다.
대한민국 산악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원정대이다.
제1일, 카자흐스탄 수도 알마티 공항에 도착해서 키르기스스탄 수도인 비쉬켁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부터가 순탄치
않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밤에 국경을 넘는 많은 현지인들과 115명의
대원들이 밤을 새우면서 출입국 검사를 받느라 아침에야 겨우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제2일, 비쉬켁에서 선발대를 만나 그 동안의 준비상황을 확인하고 식량과 장비를 현지 대형마트에서 구입, 포장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제3일, 비쉬켁에서 버스로 1시간여 이동하여 알라아르차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산이다. 우리의 산이다.
등산이 시작되는 초입은 스위스 알프스를 연상케 하는 침엽수와 야생화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꽃 길이다. 고도 약 2,500 미터 지점에
70-80미터의 폭포가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다. 이제 초원은 끝나고 너덜지대 (바위가 산처럼 쌓여있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대원에 따라 30~35kg의 배낭을 매고 오르는 너덜지대 길은 숨이
멎을 정도로 힘이 든다. 벌써 고소 증상을 호소하는 대원, 30년
만에 등산을 다시 시작한 60대의 산악 의료진, 그런가 하면
시속 3 Km 이상의 속도로 산악마라톤 주행을 하는 힘찬 대원들도 있다. 3시간을 더 올라 천산산맥의 만년 빙하가 바라보이는 베이스캠프(3200 미터)에 도착했다.
원정대는 대한산악구조협회 회장이신 노익상 단장을 중심으로 등반지원팀, 행정지원팀, 의료팀, 등반팀으로
조직되었으며 등반팀은 다시 세메노프텐샨(4875m), 코로나봉(4740m), 데케토르봉(4441m) , 복스봉(4420m) , 우치텔봉(4040m) , 악투봉(4620m), 프리코리아봉(4740m) 등 7개 대로
구성되었다.
각 팀의 역할에 맞춰 텐트와 통신장비 설치,
의약품 배분, 장비 점검을 하면서 베이스캠프를 구축하였다. 캠프 사이트 공간이
부족하여 몇 몇 팀은 200 미터 위에 있는 헬기 착륙장에 텐트를 설치하였다. 만약
헬기가 들어오면 철수한다는 조건으로 겨우 허락을 받았다.
제4-5일, 베이스캠프 구축 후 이틀 동안 전진 캠프 (3,800~4,000미터)를 설치하고 장비와 식량을 올렸다. 7개대의 등반조 100명이 7개 봉우리의 정상 공격 준비를 마친 것이다. .
세메노프텐샨 대는 베이스캠프 좌측 계곡으로 올라 무인산장에 전진 캠프를 설치하였으며, 코로나 대는 베이스캠프 정면 빙하를 지나
역시 아무도 없는 대피소에 캠프1을
설치하였다. 프리코리아, 악투, 데케토르 대는 바위와 얼음벽이 시작되는 빙하 끝에 캠프1을 설치하였다.
이제 산악구조대 대원들은 800 미터
높이의 바위 벽, 설 벽, 끝이 안 보이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와
마주 섰다. 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한 몸부림을, 그 만남을
시작한다. .
제6~8일, 세메노프텐샨은 알라아르차 산군의 최고봉이며 설벽 등반으로 시작하여 60-70도의
빙벽등반과 릿지 등반을 하여야 정상에 이르는 코스이다. 정상 공격 당일, 장장 13시간을 등반하여 7명이
정상에 올랐으며 5시간을 더 등반하여 서울시, 대구시, 광주시, 충남, 경북
산악구조대 31명의 대원 모두가 밤 12시 경 전진 캠프로
무사히 돌아왔다.
코로나 봉은 캠프1(무인 대피소)에서 출발하여 빙하지대 통과 후 설벽 등반과 릿지 등반을 하여 정상에 오르는 코스다. 이틀에 걸쳐 베이스 캠프의 무전기에 정상 등정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전북, 대전, 경북, 부산, 세종, 제주 산악구조대 총 30명의
대원이 시간 차를 두고 코로나 봉 정상에 올랐다.
데케토르 봉은 빙하위에 캠프1을
설치하고 너덜지대 사면을 올라 설벽으로 형성된 능선과 릿지 (뾰족한 봉우리들의 연속) 구간을 오르는 코스다. 설 벽과 흰 능선에 두 개의 대형 크레바스 (눈과 얼음이 깊이 약 40 미터로 갈라진 곳)가 벽을 갈라놓고 있는 곳이어서 고정 로프를 설치 하며 등정하였다. 14명의
경기도와 강원도 산악구조 대원이 도전하여 전원 정상에 올랐다. 데케토르 정상을 오르고 난 후 3명의 대원은 바위 능선 맞은편에 있는 복스봉까지 당일에 또 올랐다. 대단한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팀웍이다.
복스 봉은 너덜지대 급경사면을 오르는 코스와 릿지등반으로 정상에 오르는 두
개의 코스로 나누어 등정하여 전부 25명의 대원 (대구, 경북, 경남 산악구조대원)이
정상에 올랐다. 하산 중에 큰
바위가 떨어져 위험천만한 상황이 있었으나 다행히 다친 대원은 없었다.
우치텔 봉은 베이스캠프 좌측에 있는 봉우리이며 긴 너덜지대를 오르는 비교적
안전한 코스로서 원래 노년 대원 6명이 등정하고자 하였으나, 복스, 텐샨, 데케토르 등정 대원이 나도 가보겠다고 하여서 모두 53명이 정상에 섰다.
프리코리아 봉은 빙벽등반 코스로 2박3일 동안 비박 (천막없이 바위 혹은 얼음 벽에 매달려 잠을 잠)을 하면서 등반을 해야 하는 알라르차 산군의 가장 어려운 코스이다. 특히 얼음과 돌이 무수하게 떨어지는 난공불락의 정상이어서 얼음이 녹아
떨어지는 낮 시간에는 등반을 하지 못하고 밤과 새벽에 걸쳐 조금씩 기어 올라야 하는 험한 벽이다. 이번
시즌, 등반을 시작하자 마자 굉음과 함께 1톤이 넘는 얼음과
바위가 끊임없이 쏟아져서 전진 캠프의 지휘를 맡은 구은수 대장이 하산을 명령하였다. 한국에서 1년 동안 팀웤과 등반 훈련을 한 3명의 대원은 눈물을 감추고 등정을
포기하여야 만 하였다.
악투봉은 빙하지대를 가로질러 설벽등반, 릿지등반이
혼합된 코스이며 깊은 눈과 잦은 낙석, 등반시간 부족으로 등반 중 철수 하였다. 안전이 우선이다. 산은 늘 그곳에 있다. 내년에 내 후년에 다시 가면 된다.
제8~9일: 베이스 캠프 철수
제10~11일: 귀국
115명의 원정 대원 중 베이스
캠프 요원 15명과 의료진 2명을 제외한 98명의 대원이 정상에 올랐다. 적어도 대여섯 명은 다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어깨가 부러진 사람도, 갈비뼈가 나간 대원도 없었다. 고마울
뿐이다.
이번 대한민국 산악구조대 원정대는 7개봉
동시 등정을 목표로 하였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이며, 더욱 가치 있는 것은 우리 산악 구조대 각 개인의 등반력이 향상되었고 구조대 전체의 결속력이 일층 강화되었으며, 무엇보다 우리 모두가 더 친해졌다는 것이다.
그 동안 대한민국 산에서 헌신한 대원들의 값진 경험에 대한 보답이었을 것이다.
기록: (사)대한산악구조협회 총무이사 장헌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