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읽고
신부와 기치지로와의 대화가
마치 신부와 예수님과의 대화로 착각되었다.
침묵
그분은 침묵하고 계셨던 것이 아니다.
설혹 그분이 침묵하고 계셨다고 해도
함께 괴로워하고 계셨다.
간혹 어린아이가 죽는 걸 보며
억울한 죽음을 보며
약자의 고통과 악자의 번성을 보며
과연 이 세상에 신은 존재합니까?
라고 묻는다면,
왜 신은 선과 악을 나누시고,
인간을 악과 부정, 쾌락과 탐닉, 욕심과 시기의 질투와 번목과 갈등 속에서
살게하시고
그것들을 멀리하고
마음을 다 잡아야 한다고 하시는 겁니까?
신은 진정으로 새디스트입니까? 매조히스트입니까?
정작 필요할 때
신을 부르짖어도
결국에는 '침묵'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땅에 거꾸로 쳐 박혀서도
바다에 묶여서도
짚단에 둘둘쌓매여 바다에 던져질때도
불이 활활 타오로는 십자가에 화형 당할때도
서퍼런 칼날에 목이 잘리는 희생을 당할 때도
당신을 그렇게 부르짖었지만
당신은 그곳에 없었습니다.
후미에에 발을 올려 놓는 것이 그렇게 잘못입니까?
신에 대한, 당신에 대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이 과연 당신의 뜻입니까?
페레이라 신부의 말처럼
예수님도 성화판을 밟으셨을까요?
우리가 믿는 그리스도교가
원래 그리스도교가 아닙니까?
원래 카톨릭이 아닙니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요?
침묵
하나님의 침묵
나의 침묵
세상의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