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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
시조라는 그릇에 담긴 스물여덟의 세상 / 양평동초등학교 정석광
나의 벗이 몇인가 헤아려 보니 물과 돌과 소나무, 대나무다
동산에 달 오르니 그것은 더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이면 그만이지 또 더하여 무엇하리
水
구름빛이 좋다하나 검기를 자주한다
바람서리 맑다하나 그칠때가 하도 많다
좋고도 그칠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石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빨리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다가 누르는가
아마도 변치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松
더우면 꽃피우고 추우면 잎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 서리 모르는가
구천에 뿌리 곧은 줄 그로 하여 아노라
竹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곱기는 뉘 시키며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렇고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月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의 광명이 너만한 것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지금으로부터 350여년 전,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손꼽힌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를 현대어에 맞춘 시조작품이다. 어른들이라면 공통교과로 국어를 공부하거나 선택교과목으로 ‘문학’ 수업을 하면서 한번쯤은 읽고 배웠을 것이다. 요즘도 중고등학생들은 학교수업을 통해서 만나겠지만 초등학생은 낯설 수도 있겠다. ‘오우가’는 여섯 수로 이루어진 연시조이다. 그 중에 2연의 ‘물’을 천천히 낭송해 보자.
水
구름빛이 좋다하나 검기를 자주한다
3글자 | 4글자 | 3글자 | 4글자 |
1구 | 2구 | ||
1장(초장) |
바람서리 맑다하나 그칠 때가 하도 많다
3글자 | 4글자 | 3글자 | 4글자 |
3구 | 4구 | ||
2장(중장) |
좋고도 그칠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3글자 | 5글자 | 4글자 | 3글자 |
5구 | 6구 | ||
3장(종장) |
이처럼 시조(時調)는 3·4를 기본 글자수로 해서 1구로 해서 끊어 읽으면 된다. 1장(초장)을 1행으로 말하면 3행이 한 연이 된다. 3행으로 이루어진 시조를 단시조(短時調), 즉 짧은 시조라고 하는데 시조의 가장 기본이 된다. 1연으로 구성된 시조는 3장 6구로 구성이 된다. 종장의 첫음보는 3글자를 반드시 지키도록 하고 두 번째 구는 5글자를 기본으로 그 이상이 되도록 한다. 처음에 언급한 윤선도의 ‘오우가’는 전체가 6연으로 되어 있다. 이런 시조를 연시조(聯詩調), 즉 연이 이어져서 여러 개로 이루어진 시조라고 한다.
시조(時調)라는 이름은 시절가조(時節歌調)를 줄인 것이다. 조선 영조 시대의 유명한 가객(歌客)인 이세춘(李世春)이란 사람이 만든 말로 그 시절에 유행하는 노래곡조란 뜻으로 알려져 있다. 시조는 조선시대에 활발히 창작되면서 오늘날까지 오백년이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데 고려시대 중엽에 발생한 한국의 전통시 형식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이라고 하면 흔히 김치, 한복, 기와집, 판소리, 사물놀이, 마당극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시조도 포함이 된다. 시조는 창(昌)으로도 불리어지고 있어 음악시간에 한번쯤은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시조창(時調唱)은 주로 옛날시조, 고시조(古時調)로 불려지고 있는데 시조는 오늘날 시(詩, poem)와 함께 많은 시조(時調)시인(詩人)들과 함께 전통형식을 지키면서 현대적인 정서를 담아서 활발하게 창작되고 있다. 동시(童詩)와 함께 동시조(童時調)도 다양하게 지어지고 있다.
비 오자 장독대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김상옥(1920~2004) 「봉선화」 1연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 이호우(1912~1970) 「달밤」 4연
무심한 철새들이 가로질러 가는 바다
무심을 건져 올리고픈 절정의 이마 끝
바람이 스칠 때마다
굽이 닳는 신발짝 - 김연동(1948~ ) 「바다와 신발」 전체
쳐라, 가혹한 매여 무지개가 보일 때까지
나는 꼿꼿이 서서 너를 증언하리라
무수한 고통을 건너
피어나는 접시꽃 하나. - 이우걸(1946~ ) 「팽이」 전체
그때는 그랬어
화가 아주 많이 났거든
그때는 그랬어
기분이 정말 나빴거든
한바탕 싸우고 나니까
왜 그랬나 모르겠어 - 정석광 「그때는 그랬어」 전체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정호승 시인(1950~ )의 「봄길」 전체
여름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 누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봉선화’, 하얀 달이 온세상을 비추는 밤에 모든 나쁜 감정을 정화하고 밝은 마음을 갈구하는 ‘달밤’, 삶의 모든 여정을 묵묵히 견뎌내는 ‘신발’, 꼿꼿하게 당당하게 제 할 일을 묵묵히 해 내고 있는 ‘팽이’를 접시꽃에 비유한 시조, 교실에서 잠깐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친구와 다투었다가 이내 성찰하게 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담은 동시조 ‘그때는 그랬어’까지 오늘날 시조는 전통형식을 이어받으면서도 현대인의 마음을 잘 담아내면서 살아 숨쉬고 있다.
정호승 시인의 ‘봄길’은 글자수와 함께 3장 6구의 기본형식을 지키는 시조와 다르게 자유로운 형식을 갖추고 있는 현대시다. ‘봄길’에는 힘든 삶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고난을 이겨내고 사랑하며 삶을 살아가는 마음이 담겨있다. 시조(時調)와 시(詩)는 이처럼 형식은 다르지만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지금까지 시조의 형식이 갖추고 있는 특징과 함께 현대적인 정서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긴 설명과 함께 옛시조와 현대시조, 현대시까지 함께 비교한 이유가 따로 있다. 시조는 우리의 전통문학이기 때문에 그릇에는 정형성을 지켜 담아야 하지만 그 속에 담는 내용은 현대시와 함께 정서를 담기에 소홀히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통적인 형식을 갖추기 위해 글자 수를 맞추어야 하지만 현대적인 정서를 담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초등학교에서는 지도교사에 따라 시조창작을 지도하기도 하지만 이는 특별한 경우에 한정이 된다. 교과서에도 시조 작품이 실려있지만 많은 선생님이나 학생들은 이를 전통을 이어받은 현대시조(現代時調) 작품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다.
나는 풀잎이 좋아, 풀잎 같은 친구 좋아
바람하고 엉켰다가 풀 줄 아는 풀잎처럼
헤질 때 또 만나자고 손 흔드는 친구 좋아
나는 바람이 좋아, 바람 같은 친구 좋아
풀잎하고 헤졌다가 되찾아 온 바람처럼
만나면 얼싸 안는 바람, 바람 같은 친구 좋아.
- 정완영(1919~2016)의 시조 「풀잎과 바람」 (6학년1학기 교과서)
동시나 현대시와 함께 더 많은 시조작품들이 교과서에 수록이 되고 선생님들에 대한 시조창작지도 방법에 대한 교육도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번 작품집에는 물맑고 산이 좋은 양평에 자리잡고 있는 양평동초등학교 5학년 학생 스물여덟의 창작시조를 담고 있다. 1부에서는 자유로운 주제로 쓴 작품들을 모아 놓았으며, 2부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공통 주제로 하여 창작해 본 작품이다. 시에 마음을 담은 것도 쉬운 작업이 아닌 아이들이 글자수를 맞추어 시조를 쓰는 일이란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신이 처해있는 지금 현재의 생각이나 정서를 솔직하게 잘 담아내었다. 일부 학생의 작품에서 글자수와 함께 3장 6구의 기본율격에서 벗어나는 경우에는 학생의 표현의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맞추어 보았다.
아이들은 지금 현재의 정서를 잘 담아내고 있었다. 학교, 학원을 오가면서 받게 되는 공부에 대한 부담감과 자유에 대한 마음을 많이 표현했다.
자유다 자유롭다 새들은 지저귀고
꽃들은 피어나고 바람이 계속계속
부시럭 풀소리가 내는 다람쥐도 귀엽다 - 박서현의 「자유」전문
언제나 시험을 볼때면 두근두근 – 박건형의「시험」초장
아아아 안돼 안돼 내일이면 시험이다 - 서혜원의 시험」초장
시험지를 받으면/ 온몸이 긴장된다 - 김선아의 「시험」초장
요즘은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기관에서 공을 많이 들이고 있지만 그래도 공부가 싫고 놀이가 더 좋은 마음을 어떡하겠는가 싶다.
학생들은 매일 성찰일지를 쓰고 있다. 수업내용을 간략하게 쓰고 친구관계, 한줄 칭찬, 한 줄 감사, 한줄독서와 함께 하루일기까지 써야 마무리가 되는데 많이 힘들어한다. 그래서 성찰을 주제로 한 시도 제법 있다. 가장 좋은 시, 시조는 지금 현재의 정서를 담아내는 것이어야 한다. 아이들 모두가 좋은 시조를 쓰고 있는 셈이다. 많은 기교가 시에 있어서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다음으로 2부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공통주제로 해서 시조를 써 보도록 했다.
학생들은 용돈, 음식, 사랑과 함께 죽음과 그리움에 대한 주제까지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어 놀라웠다.
정겨운 왕할머니께 용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랬던 할머니께서는 그 다음날에
백년의 생을 마치셨습니다. 그리운 왕할머니 - 박서현 「왕할머니」전체
날 위해 놀아주며 하하하 웃음많은
할아버지 그립네요 하늘 속 안개구름
그곳에 잘 지내시죠 천사도 만나세요 - 이다온 「그리움」전체
학교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도록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어과에서도 온작품읽기 활동부터 시쓰기, 주장글쓰기 등을 자주 한다. 하지만 시조시 쓰기를 경험하기는 쉽지가 않아 보인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우리의 전통문학인 시조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러 연수기관에서도 시조시 창작에 대해서 언급하는 일도 많지 않다. 물론 학생들의 정서를 담아내는 그릇이 시조시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 전통의 그릇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다양한 정서를 담아내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유익한 과정이며 필요한 활동이라고 제언하고 싶다.
할아버지 아픈 다리는 왜 ‘쳐’야지 시원할까요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도 ‘쳐’라고 하십니다
그래도 나는 아플까 봐 조심조심 ‘쳐’ 드립니다 - 이유성 「쳐라」 전체
시조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형식과 내용이 조화로운 시조작품이다. 5학년이 되어 나를 만난 이후에 시조를 써 보았을 텐데 몇 번의 기회를 거치고는 이렇듯 자연스러운 작품을 창작해 내었다. 나이가 드신 할아버지께서 몸이 불편하신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손주의 조심스러운 마음을 종장에서 기가 막히게 표현해 주고 있다. 글자수를 맞추는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나면 이렇듯 시조가 가지고 있는 기가 막힌 묘미가 드러난다. 이런 아름다움이 있어 오백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 같다.
스물여덟 행복이가 이번 학기에 시조를 써 본 경험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시조를 통해 마음 표현을 자주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마지막으로 여름방학인데도 시간을 내어 이번 작품집에 배경그림을 그려준 예지, 수려, 서현, 유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책소개]
[저자소개]
<글 : 양평동초 행복이>
양평동초 스물여덟 행복이는 맑은 강이 흐르고 푸른 하늘과 푸른 산들이 가득한 양평에서 살고 있답니다. 써클활동을 하면서 신나게 노는 것을 좋아하지만 글감이 주어지면 진솔하고 생동감있는 글도 잘 써는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이랍니다.
< 그림 : 나유나, 박서현, 임예지, 홍수려 >
스물여덟 행복이의 시를 한 편 한 편 읽고 시에 어울리는 그림을 정성스럽게 그려 주었습니다.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도 잘 챙기는 예쁜 꼬마 작가들입니다.
<엮은이· 정석광>
스물여덟 행복이와 함께 지내고 있으며 책만드는 아이들 시리즈를 꾸준히 펴내고 있습니다. 글쓰기와 책읽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우리의 전통문학인 시조시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그동안 순록을 갖고 싶어(2014), 얼굴만 잘났지 마음은 마녀야(2016), 이런 친구가 좋더라(2021) 등의 시·시조 모음집과 힐리스 사 주세요(2017), 꿈의대화(2021) 등의 동화집을 지도하고 책으로 펴냈습니다. 선생님도 시조, 동시조, 동화집을 준비하고 있으며 다음카페(행사단의 합창)과 티스토리(우리시와 일상)에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목차소개]
차 례
여는 말_솔직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엿보아요 · 정석광 · 5
1부. 수학이가 괴롭혀요
자유 · 박시현 · 10
수학이가 괴롭혀요 · 윤종민 · 11
시험 · 서나빈 · 13
믿음 · 권의인 · 14
시험 · 선한결 · 15
고양이털 · 이시온 · 16
제발 좀 가만 있어 · 김시현 · 17
엄마 몰래 · 우주원 · 18
춘천에 닭갈비집 · 장한서 · 19
성찰일기 · 명휘재 · 21
주간학습안내 · 이유준 · 23
물 · 조아인 · 24
성찰일기 · 나유나 · 25
보고 싶어요 · 이유성 · 26
고등급식 · 조윤지 · 27
비오는 날 · 이다온 · 28
시험 · 김선아 · 29
자유롭게 · 오정환 · 30
콜팝 · 박지율 · 31
회전목마 · 박서현 · 32
비와 바람 · 홍지민 · 34
요기요 · 이승민 · 35
시험 · 서혜원 · 36
얘들아 제발 좀 · 김우찬 · 37
시험 · 박건형 · 38
필통 · 임예지 · 39
시험지 · 홍수려 · 40
눈 · 이승우 · 41
2부. 나의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허리 · 홍수려 · 46
할머니의 집 · 나유나 · 47
사랑해요 할아버지 · 김시현 · 48
나비 · 조아인 · 49
밥 · 박시현 · 50
용돈 · 박건형 · 51
김치찌개 · 이승민 · 52
소파 · 이시온 · 53
손 · 임예지 · 54
편지 · 박서현 · 55
왕할머니 · 박서현 · 57
사랑 · 김선아 · 58
요리 · 조윤지 · 59
공장 · 장한서 · 60
용돈 · 우주원 · 61
밥상 · 박지율 · 62
걱정 · 이유성 · 63
반찬 · 서혜원 · 64
매운탕 · 선한결 · 65
그리움 · 이다온 · 66
쳐라 · 이유성 · 67
외할아버지 · 이유성 · 68
미역국 · 이유준 · 69
마음씨 · 김우찬 · 70
눈 · 오정환 · 71
멋쟁이 · 서나빈 · 72
내마음 · 윤종민 · 73
보름달 · 홍지민 · 74
가을 · 조아인 · 75
산소리 · 조아인 · 76
제멋대로 바다 · 조아인 · 77
해설_ 시조라는 그릇에 담긴 스물여덟의 세상· 정석광 · 78
[책 소개]
3434 3434 3543 기본 글자 수를 맞추고 3장 6구의 음보에 맞추어 정서를 표현해야 하는 정형시! 시조는 우리의 오랜 전통이면서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번 작품집에는 물맑고 산이 좋은 양평에 자리잡고 있는 양평동초등학교 5학년 학생 스물여덟의 창작시조를 담고 있다. 1부에서는 자유로운 주제로 쓴 작품들을 모아 놓았으며, 2부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공통 주제로 하여 창작해 본 작품이다. 시에 마음을 담은 것도 쉬운 작업이 아닌 아이들이 글자수를 맞추어 시조를 쓰는 일이란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신이 처해있는 지금 현재의 생각이나 정서를 솔직하게 잘 담아내었다. 일부 학생의 작품에서 글자수와 함께 3장 6구의 기본율격에서 벗어나는 경우에는 학생의 표현의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맞추어 보았다.
아이들은 지금 현재의 정서를 잘 담아내고 있었다. 학교, 학원을 오가면서 받게 되는 공부에 대한 부담감과 자유에 대한 마음을 많이 표현했다.
자유다 자유롭다 새들은 지저귀고
꽃들은 피어나고 바람이 계속계속
부시럭 풀소리가 내는 다람쥐도 귀엽다 - 박서현의 「자유」전문
요즘은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기관에서 공을 많이 들이고 있지만 그래도 공부가 싫고 놀이가 더 좋은 마음을 어떡하겠는가 싶다.
할아버지 아픈 다리는 왜 ‘쳐’야지 시원할까요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도 ‘쳐’라고 하십니다
그래도 나는 아플까 봐 조심조심 ‘쳐’ 드립니다 - 이유성 「쳐라」 전체
시조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형식과 내용이 조화로운 시조작품이다. 5학년이 되어 나를 만난 이후에 시조를 써 보았을 텐데 몇 번의 기회를 거치고는 이렇듯 자연스러운 작품을 창작해 내었다. 나이가 드신 할아버지께서 몸이 불편하신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손주의 조심스러운 마음을 종장에서 기가 막히게 표현해 주고 있다. 글자수를 맞추는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나면 이렇듯 시조가 가지고 있는 기가 막힌 묘미가 드러난다. 이런 아름다움이 있어 오백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 같다. 스물여덟 행복이가 이번 학기에 시조를 써 본 경험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시조를 통해 마음 표현을 자주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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