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思 第二六(想像力의 陶冶)
26-01
古人云 : 「形在江海之上, 心存魏闕之下.」❶ 神思之謂也. 文之思也, 其神遠矣. 故寂然凝盧❷, 思接千載 ; 悄焉動容, 視通萬里. 吟詠之間, 吐納珠玉之聲 ; 尾睫之前, 券舒風雲之色 : 其思理之致乎! 故思理爲妙, 神與物遊. 神居胸臆, 而志氣統其關鍵❸; 物沿耳目, 而辭令管其傴機❹. 傴機方通, 則物無隱貌 ; 關鍵將塞, 則神有遯心. 是以陶鈞文思❺, 貴在虛靜❻. 疏瀹五藏, 澡雪精神❼. 積學以儲寶, 酌理以富才, 硏閱以窮照, 馴致以繹辭. 然後使玄解之宰❽, 尋聲律而定墨❾; 獨照之匠, 闚意象而運斤❿. 此蓋馭文之首術, 謀篇之大端.
고인운 : 「형재강해지상, 심존위궐지하.」❶ 신사지위야. 문지사야, 기신원의. 고적연응로❷, 사접천재 ; 초언동용, 시통만리. 음영지간, 토납주옥지성 ; 미첩지전, 권서풍운지색 : 기사리지치호! 고사리위묘, 신여물유. 신거흉억, 이지기통기관건❸; 물연이목, 이사령관기구기❹. 구기방통, 즉물무은모 ; 관건장색, 즉신유둔심. 시이도균문사❺, 귀재허정❻. 소약오장, 조설정신❼. 적학이저보, 작리이부재, 연열이궁조, 순치이역사. 연후사현해지재❽, 심성율이정묵❾; 독조지장, 규의상이운근❿. 차개어문지수술, 모편지대단.
<解釋> 古人의 말에, 「몸은 海邊을 거닐면서도 마음은 榮華를 꿈꾼다.」라 하였다. 이것은 想像力의 작용을 이르는 말이다. 문학의 構想에 있어서, 想像力의 작용은 실로 원대한 것이다. 조용히 凝慮하면 상상은 千年이란 먼 시간에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고, 고요히 마음을 움직이면 萬里의 공간도 꿰뚫어 볼 수 있다. 作家가 吟咏하는 사이에서 珠玉의 妙聲을 나타낼 수도 있고, 바로 눈썹 앞에서 風雲(바람과 구름)의 빛을 말았다 펼쳤다 할 수도 있다. 이것은 想像力이 작용하는 이치가 아니겠는가? 상상력의 작용은 미묘한 것이어서 인간의 정신과 外的事象과의 相互作用에서 만나게 된다. 정신이 도사리고 있는 胸中의 關鍵을 장악하는 것이 意志라면, 外的事象이 耳目에 觸發될 때, 가장 긴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言語다. 언어가 그 기능을 다하면 外的事象이 숨김없이 드러나고, 意志의 關鍵이 잠겨버리면 정신은 胸中에서 숨어 버린다. 그러므로 文章의 상상력을 陶冶하는데 필요한 것은 虛靜이다. 五臟을 씻고 정신을 맑게 하며, 학문을 쌓고 지성을 기르며, 理智를 작용시켜 재능을 풍부히 하고, 見識을 연마하여 觀照의 힘을 길러야 한다. 이러한 경지에 도달되면 다시 修辭法을 수련해야 한다. 이런 연후에 비로소 작가로서의 완전한 熟練이 생겨, 聲律을 좇아 붓을 휘두르게 되고, 巨匠의 創意的 意象을 따라서 작품을 써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대개 文章道의 기본이 되고, 創作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註]
❶ 形在江海之上, 心存魏闕之下 : ≪莊子≫ 雜編, 襄王篇에, 「中山公子牟謂瞻子曰, 身在江海之上, 心居乎魏闕之下, 奈何?(中山의 公子 牟가 瞻子에게 말했다. 몸은 강과 바닷가에 숨어살아도, 마음은 항상 魏나라 궁궐 아래에 있으니, 어쩌면 좋겠습니까?)」에 보인다.
❷ 寂然凝盧 : 陸機의 ≪文賦≫에 나온 말.
❸ 志氣統其關鍵 : ≪孟子≫ 公孫丑上에, 「夫志, 氣之帥也. 氣, 體之充也. 夫志至焉, 氣次焉.……志壹則動氣, 氣壹則動志也.(무릇 뜻은 기운의 장수요, 기운은 몸의 채움이니, 무릇 뜻이 지극하고 기운이 버금이다. ……뜻이 전일하면 즉 기운을 움직이고, 기운이 전일하면 즉 뜻이 움직이게 된다.)」라 하였고, ≪老子≫에도 「善閉無關鍵而不可開.(문을 잘 닫는 사람은 빗장이나 문고리가 없어도 열게 할 수 없다.)」라 하였다.
❹ 辭令管其傴機 : ≪易經≫ 繫辭上傳에도, 「言行, 君子之樞機.(言行은 君子의 樞機라.)」 있다. 樞機는 事物의 제일 긴요한 부분. 여기서는 樞機를 言語와 同格으로 봐도 좋다.
❺ 陶鈞文思 : ≪史記≫ 魯仲連·鄒陽列傳에, 「是以聖王制世御俗, 獨化於陶鈞之上, 而不牽於卑亂之語, 不奪於衆多之口.(이 때문에 성왕이 천하를 다스리려면 陶工이 轆轤를 굴려 뜻대로 그릇을 만들어 내듯이, 마음대로 세속을 제어해야 하며, 비속하고 문란한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며, 대중의 부질없는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아야 합니다.)」라 있다. 陶鈞은 천하를 잘 다스리다는 뜻으로 비유 되나, 여기서는 文章의 構想을 단련하는 뜻.
❻ 貴在虛靜 : ≪荀子≫ 解蔽篇에, 「心何以知? 曰, 虛壹而靜. 心未嘗不臧(藏)也, 然而有所謂虛. 心未嘗不滿也, 然而有所謂壹. 心未嘗不動也, 然而有所謂靜. ……不以所已臧害所將受, 謂之虛.……不以夢劇亂知, 謂之靜.(마음은 무엇으로써 알 것인가? 말하건대 마음을 비워서 專一하여 고요해 지는 것이다. 마음은 일찍부터 항상 감추어 지지 않음이 없는데, 그러면서도 이른바 虛한 것이 있다. 마음은 항상 두 가지를 겸하여 알지 않음이 없는데, 그러면서도 이른바 專一한 것이 있다. 마음은 항상 움직이지 않음이 없는데, 그러면서도 이른바 고요함(靜)이 있는 것이다. ……자신이 감추어 둔 것으로써 장차 새로 받아들이는 것을 해치지 않으므로, 空虛한 것이라고 이른 것이다. ……상상하고 번거로운 생각이, 앎을 어지럽히지 않기 때문에 고요하다(靜)고 이르는 것이다. ≪老子≫ 第十六章에, 「致虛極, 守靜篤.(마음을 비우는 것이 극치 점에 이르고, 고요한 상태를 지키는 것.)」이라 하였다. ≪莊子≫의 外編 天道篇에, 「萬物無足以撓心者, 故靜也. ……水靜猶明, 而況精神! ……夫虛靜恬淡, 寂寞無爲者, 天地之平, 而道德之至, ……虛則靜, 靜則動, 動則得矣.(만물에 그의 몸을 굽힐 수 있는 것이 없기에, 그래서 고요한 것이다. ……물이 고요해도 맑은데, 하물며 정신이야! ……텅 비고 고요하며 적막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하늘과 땅의 기준이며, 도덕의 본질이다. ……텅 비게 되면 고요해지고, 고요해지면 움직이게 되고, 움직이면 제대로 되게 된다.)」고 하였다. 「虛靜」이란 雜念을 排除한다는 말이다.
❼ 疏瀹五藏, 澡雪精神 : ≪莊子≫의 外編 知北遊篇에, 「汝齊戒, 疏瀹而心, 澡雪而精神.(너는 먼저 제계하라. 네 마음을 깨끗이 씻고, 네 정신을 맑게 씻어라.)」고 하였다. 疏瀹은 씻는다(洗)의 뜻. 澡雪은 맑게 한다는 뜻.
❽ 玄解之宰 : 「玄」字는, 淸朝의 刻本에는 「元」字로 하였지만, 여기서는 「玄」字로 使用함. ≪莊子≫의 內編 養生主篇에, 「古者謂是帝之縣解.(옛날에는 이런 경지를 본래 면목의 육신의 구속에서 풀려났다.)」고 하였다. 「釋文, 縣音玄.(釋文에 縣의 音은 玄이다.)」라 하였다. 宰는 料理人. 칼을 잘 쓴 白丁(庖丁)의 이야기인데, 여기서는 文章에 있어서 機敏한 手腕을 말한다.
❾ 定墨 : ≪禮記≫ 玉藻篇에, 「卜人定龜, 史定墨, 君定體.(구복을 맡은 간원은 거북을 골라서 정하고, 사관은 먹을 골라 정하고, 임금은 그 몸가짐을 결정한다.)」에서 나온 말로 定墨은 거북 등의 龜裂을 보고, 吉凶을 점친다는 뜻이나, 여기서는 어느 정해진 길을 따라 붓을 휘두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❿ 獨照之匠, 闚意象而運斤 : 匠은 ≪莊子≫에 여러 가지 形態로 나온 名工. 여기서 獨照之匠은 獨創的인 文章의 名手. 運斤은 ≪莊子≫ 徐无鬼篇에 「匠石運斤成風, 聽而斲之.(흙바르는 사람은 도끼날을 휘두르는데 바람이 곧 일어날 듯했다. 영의 장인은 태연하게 들으면서 깎고 있었다.)」라 나오고, 도끼로 메친다는 뜻이나, 여기서는 文章의 活動을 개시한 것.
26-02
夫神思方運. 萬塗競萌. 規矩虛位, 刻鏤無形. 登山則情滿於山, 觀海則意溢於海 ; 我才之多少, 將與風雲而並驅矣. 方其搦翰, 氣倍辭前, 曁乎篇成, 半折心始. 何則? 意翻空而易奇, 言徵實而難巧也. 是以意授於思, 言授於意. 密則無際, 疏則千里, 或理在方寸, 而求之域表 ; 或義在咫尺, 而思隔山河. 是以秉心養術, 無務苦慮 ; 含章司契, 不必勞情也.
부신사방운. 만도경맹. 규구허위, 각루무형. 등산즉정만어산, 관해즉의일어해 ; 아재지다소, 장여풍운이병구의. 방기닉한, 기배사전, 기호편성, 반절심시. 하즉? 의번공이역기, 언징실이난교야. 시이의수어사, 언수어의. 밀즉무제, 소즉천리, 혹리재방촌, 이구지역표 ; 혹의재지척, 이사격산하. 시이병심양술, 무무고려 ; 함장사계, 불필로정야.
<解釋> 대개 상상력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만 갈래의 가능성이 다투어 나타난다. 작가는 虛構속에 具象의 표준이 드러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속에서 創作은 이뤄져 가는 것이다. 山에 오르면 감정은 山에 가득 차고, 바다를 바라보면 想念은 바다에 넘쳐흐르는데, 재능의 多少(많고 적음)에 따라 작가는 風雲과 함께 天空을 치닫는 것이다. 바야흐로 붓을 들어 언어를 選擇하려고 할 때 그 意氣는 衝天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을 완성해 놓고 보면 처음 생각했던 것의 절반도 표현이 안 된다. 왜 이렇게 되느냐 하면, 머리속에 분방히 떠오는 構想은 奇拔한 것이지만, 實體를 붙잡아서 언어로 定着시켜 보려고 하면, 잘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構想은 思考에서 생겨나고, 言語는 構想에서 생겨난 셈이어서 三者의 接觸이 密接되면 相互의 관계는 天衣無縫이 되지만, 반대로 그 사이가 생기게 되면 三者의 사이에는 千里의 간격이 나타난다. 그러나 道理는 胸中에 있는 법인데, 或者는 이것을 찾아 세계의 끝까지 헤매거나, 咫尺에 意味를 두고 山河 저쪽에서 思考를 찾으려고 하는 결함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마음을 안정시켜 術法을 養成하고, 쓸데없는 苦心을 그치고, 잘 음미하여 적절한 표현에 마음을 모아 수고로운 감정에 머리를 쓸 필요는 없다.
26-03
人之稟才, 遲速異分 ; 文之制體, 大小殊功. 相如含筆而腐毫❶, 揚雄輟翰而驚夢❷, 桓譚疾感於苦思❸, 王充氣竭於思慮❹, 張衡硏「京」以十年❺, 左思練「都」以一紀❻ ; 雖有巨文, 亦思之緩也. 淮南崇朝而賦騷❼, 枚臯應詔而成賦, 子建援牘如口誦❽, 仲宣擧筆似宿搆❾, 阮瑀據鞍而制書❿, 禰衡當食而草奏⑪. 雖有短篇, 亦思之速也.
인지품재, 지속이분 ; 문지제체, 대소수공. 상여함필이부호❶, 양웅철한이경몽❷, 환담질감어고사❸, 왕충기갈어사려❹, 장형연「경」이십년❺, 좌사련「도」이일기❻ ; 수유거문, 역사지완야. 회남숭조이부소❼, 매고응조이성부, 자건원독여구송❽, 중선거필사숙구❾, 완우거안이제서❿, 녜형당식이초주⑪. 수유단편, 역사지속야.
<解釋> 인간의 재능은 다양해서, 頭腦의 작용이 빠른 사람도 있고, 늦은 사람도 있다. 또, 문장의 樣式도 大小에 따라 역할도 다르다. 司馬相如는 붓을 물고 着想하는 동안 붓끝이 썩어 버렸고, 揚雄은 작품을 완성한 후 피로에 지쳐 驚夢을 꾸었고, 桓譚은 着想에 지쳐 병을 앓았고, 王充은 思慮가 지나쳐 精氣가 감퇴되었으며, 張衡은 ≪二京의 賦≫를 硏鑽하는데 一○年이 걸렸으며, 左思는 ≪三都의 賦≫를 練磨하는데 十二年이 걸렸다. 그들의 작품은 長篇이지만 思想은 緩慢하다. 이것에 비해 淮南王 劉安은 朝飯前(아침이 끝나기 전)에 ≪離騷賦≫를 완성하고, 枚皐는 詔를 받기가 무섭게 賦를 지어 올렸으며, 曹植은 木簡을 손에 들기만 하면 暗誦하듯 술술 써 내렸고, 王粲은 붓을 들면 草稿를 淨書하듯 매듭을 지었으며, 阮瑀는 馬上에서 편지를 썼고, 禰衡은 食事를 하면서 上奏文을 다듬었다. 이들의 작품들은 短篇이지만 思想은 敏捷했다.
[註]
❶ 相如含筆而腐毫 : ≪漢書≫ 枚皐傳에 나온 이야기.
❷ 揚雄輟翰而驚夢 : ≪桓譚新論≫ 袪蔽篇에, 成帝가 甘泉에 갔을 때, 揚雄이 賦를 지으라는 詔를 받고, <甘泉賦> 一首를 짓고는 꿈에 脫腸이 된 꿈을 꾸고 다음 날 죽었다고 되어 있다.
❸ 桓譚疾感於苦思 : ≪桓譚新論≫ 袪蔽篇에, 桓譚은 어려서 揚雄의 麗文高論을 보고, 자신도 그런 글을 써보고 싶어져서 하루는 어떤 일에 감격한 바가 있어, 小賦를 지었는데 너무도 精思에 지나쳐 병을 앓았다고 되었다.
❹ 王充氣竭於思慮 : ≪後漢書≫ 王充傳에, 王充은 杜門不出하고 潛思하여 ≪論衡≫ 八十五篇, 二十餘萬言을 지었는데, 그때는 이미 나이 七十으로, 志力이 衰耗했으나, 이에 ≪養性書≫ 十六篇을 지었다고 한다.
❺ 張衡硏「京」以十年 : ≪後漢書≫ 張衡傳에, 張衡은 사치성을 諷刺한 <二京의 賦>를 班固의 <兩都賦>를 본따 지었는데, 精思를 바친 지 十年만에 완성했다고 전한다.
❻ 左思練「都」以一紀 : ≪文選≫ 三都賦序에, 李善의 注, 臧榮緖의 ≪晉書≫에 이르기를, 左思의 字는太沖이고, 齊나라 사람이다. 어려서 文史에 博覽하여 <三都의 賦>를 지었다고 하였다.
❼ 淮南崇朝而賦騷 : ≪漢書≫ 淮南傳에, ≪離騷賦≫를 지으라는 詔를 받고 朝飯前에 지었다고 전한다. 崇朝는 새벽에서 아침 밥 때까지의 시간.
❽ 子建援牘如口誦 : ≪文選≫이나 ≪魏志≫ 陳思王傳에 曹植의 速筆에 대해서 언급되어 있다. 그 예로 文帝(曹丕)가 일찍이 曹植을 害하려,曹植에게 七步 안에 詩를 짓게 하여, 만약 짓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하였다. 이에 曹植은 이렇게 읊었다. 「煮豆燃豆萁, 豆在釜中泣. 本是同根生, 相煎何太急?(콩을 삶음에 콩대를 태우니, 콩은 가마솥에서 울고 있구나. 본디 같은 뿌리에서 생겨 났거늘, 서로 볶는 것이 어찌 이다지도 심한가?」 물론 이 詩는 悽然한 自己 自身의 處地와 政治판의 殺伐함과 殺伐해진 兄弟關係를 詰難하는 七步詩라 하겠다.
❾ 仲宣擧筆似宿搆 : ≪魏志≫ 王粲傳에 그는 速筆이어서 宿構(前에 지어 놓은 草稿)를 내놓은 듯 했다고 하였다.
❿ 阮瑀據鞍而制書 : ≪魏志≫ 王粲傳의 注에 阮瑀는 말안장 위에서 具草 書成했다고 되어 있다.
⑪ 禰衡當食而草奏 : ≪後漢書≫ 禰衡傳에, 그는 宴會席에서 卽興의 ≪鸚鵡賦≫를 지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