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형범님 글입니다. (제가 신입 회원님들 위하여 지난 게시판에서 복사해서 다시 올렸습니다^^)
독서 지도 로드맵(2) - 소설 읽기
유아 도서에서 점점 더 독서 수준이 높아지면 청소년 문학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경향이 있는데, 청소년 문학이라는 영역이 따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독서의 본격적인 발전이 이뤄지기 시작하면 소설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소설이란 '이야기책' 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한다.
짧막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길게 길게 이어지는 연속극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고
대하 소설 같은 것을 즐기게 된다.
이야기책에 빠지는 것을 대단히 싫어하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소설 읽기의 재미
없이 수준 높은 독서 능력을 갖추기는 힘든 법이다. 오히려 소설 읽기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주는 것이 현명하다.
대체로 무협지, 연애 소설 류는 내용도 빈약하고 허황하고 말초 신경 자극적이다.
그래서 독서의 방향을 잘 못 잡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재들의 경우는 일부러라도
그런 소설에 접해 주어도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 하는 경향이 있다.
무협지 중에는 상당한 내용을 담고 있고 스케일이 웅대하고 역사에 대한 지식도
담긴 수작이 있다. 고전이라고 해도 될 만한 것들도 있다. 독서량이 축적된 아이들은
이런 수준을 바로 판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책 읽기 자체를 시간 낭비라고 보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학습지, 문제지를 풀
시간을 뺏는다고 본다. 그러나 학습지, 문제지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학습법이다. 학습지, 문제지에도 지식이 있지만 이런 지식들은 토막이 난 단편적인
지식의 연속이다. 성공적인 대학자가 10 초 20 초 사이에 즉각 답을 내는 훈련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런 학습에 길들여진 학생은 대학 교육 조차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몇 시간 씩 깊이 사유하는 습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 가지 문제를 가지고 10 년 이상을 몰두하는 학자가 아니면 세계적인 학자가
나올 수가 없다. 이런 기본 소양은 몇 시간 혹은 며칠 경우에 따라서는 몇 개월이
걸리는 독서 습관이 없으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런 독서 습관은 소설이 아니면
절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소설을 접하게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한국에는 꽤 괜찮은 소설가들이 있다.
박경리, 황석영, 이문렬, 이청준, 박완서, 이호철, 고은, 조정래, 김주영, 최인호,
이문구, 이병주, 이어령, 황순원, 이외수, 황순원, 한수산, 김한길
정도를 추천하고 싶다. 위에 언급한 소설가들의 책에도 상당히 선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일단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설을 쓰는 사람이므로 그건 피할 수
없으나 독서량이 이미 상당히 축적된 아이들은 어려도 이런 부분을 가려서 읽을 수
있다고 믿어도 된다.
사람의 본원적인 욕망에 대한 내용이 없다면 소설 자체가 재미가 있을 수 없으며
매우 긴 시간 독서하도록 하는 추진력도 없다.
소설은 그 처음 시작부터 많은 논란의 대상이었고, 끊임없이 유해 논란에 시달린 장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살아 있는 소설과 소설가들은 그 가치를 인정 받고 있으며
그 소설 안에 여러 원초적인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아이들의 심성을 파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모가 남사스러워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안전하게
학습시킨다. 옛날에는 대가족 구조 속에서 아이들은 성에 대하여 어른들의 스캔들을
통해 배우게 된다. 따라서 성에 대한 왜곡이나 잘못된 인식이 은밀하게 재생산되어
많은 문제를 만들어 내었다. 소설은 현실에 있는 이야기들을 그려낸다. 하지만 끊임없는
사회의 검열과 비판 속에서 상당히 완화되고 비교적 진실되게 수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안전한 상태로 정비되어 있다. 숨겨진 상태에서 은밀하게 유통되는 정보가 많은
왜곡과 과정이 있는 반면, 공개적으로 출판되어 많은 논란에 시달린 정보는 비교적
정제되어 있고 정확한 편이다. 위에 언급한 소설가들은 어느 정도 그런 단련을 극복한
소설가들이라고 인정해도 된다. 이름이 있어도 마광수나 김홍신 소설을 권하고 싶진
않다. 이런 소설들은 아이가 15 세 이상 되면 자기 판단 하에 읽어 보고 평가하도록
하고 싶다. 그렇다 하더라도 쓰레기 같은 부분이 많지만... 김수연 드라마 처럼 불건전하다.
근대기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이광수, 김동리도 굳이 권하고 싶지 않다.
시대가 달라 아이에게 주는 학습 효과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
지적 수준과 철학에도 일정한 한계를 볼 수 있다. 이 역시 독서량이 아주
충분해진 다음에 자기 선택에 따라 한 두 권 읽어 보고 계속 읽을지 판단하도록 하면 된다.
외국 소설류도 비슷하다. 한국 소설이 아이에게 주는 학습 효과가 훨씬 크다.
소설 읽기는 아이의 정서적 성숙을 가속화 시킨다. 독서량이 적은 부모가
아이와 지적 정서적으로 큰 괴리를 일으키게 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사춘기라고 일컬어지는 시기에 많은 갈등이 소설 읽기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소설 읽기를 억제하면 아이의 성장을 억제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소설 읽기에는 절대로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못 하는 중요한 학습이 들어 있다.
소설 읽기는 인간 관계에서 자신의 입장을 객관화하여 제 3 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워 준다. 소설을 통한 충분한 간접 경험이 없으면 자기를 객관화하는
훈련을 할 수 없다. 소설 독서가 일정량 이상 (20-30 권 정도) 되면 인간 관계를
바라 보는 시각이 훌쩍 성장하게 되며,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닌 상태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소설 읽기를 시간 낭비라고 보는 부모와 갈등이 지속되면, 많은 부작용이 생긴다.
(1) 독서 수준 자체의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고 독서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2) 독서 자체에 제약을 받게 되면, 매우 짧은 읽을거리에 치중하게 되며 오히려
탐정 소설, 연애 소설, 무협지 같은 정보 가치가 떨어지는 책에 더 끌리게 되며
독서는 여가 놀이처럼 생각하는 고정 관념이 생긴다.
(3) 독서를 숨어서 즐기는 생활 패턴이 생기며, 부모나 교사에 대한 반항 행위처럼
느끼게 된다.
반대로 소설 읽기를 권하고 부모가 같이 즐기는 생활을 하게 되면
지적, 정서적 수준을 매우 쉽고 빠르게 올려주게 된다. 소설 읽기를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대하 소설에 접하게 되는데, 대하 소설을 읽는 수준에 이르면 대체로
고등학교 졸업 수준의 지적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하 소설로는 박경리의 '토지', 황석영 '장길산', 조정래 '태백산맥' 을 권한다.
이런 대하 소설을 읽게 되면 한국 근대사 혹은 조선 시대에 대해 고등학교 이상의
교양을 얻게 되며, 세계관이나 역사관에 대해 높은 수준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다.
이런 재미를 얻기 전에는 해리 포터 시리즈나 나니아 연대기, 반지의 제왕 같은
환상 소설류도 나쁘지 않다. 이 역시 독서 지속 시간과 수준을 끌어 올리는데
매우 효과적이며 소설적 재미가 장시간 독서 훈련을 어렵지 않게 해 준다.
전통적으로는 삼국지, 수호지도 좋은 독서 학습 교재가 되며, 매우 유익하고도 재미가
있다. 수호지 보다는 삼국지가 훨씬 받아들이기도 쉽고 재미도 있는 편이다.
하지만 수호지는 선악 개념에 대한 단선적인 이해에 도전을 주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에
큰 진전을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다.
실제 독서 지도를 해 보면 이런 대하 소설에 대한 독서가 10 세 이전에도 가능한 경우가
많다.
학교 교육은 독서를 할 수 있는 교양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독자적으로 독서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학교 교육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학교는 아이들의 독서 수준을 평가하여 지도해야 마땅하다.
사지선다식 답을 통해 아이들의 지적 수준을 평가하는 일은 교육적으로 볼 때
아주 원시적인 방식이다.
첫댓글 어제부터 해리포터 시리즈 책 표지를 보더니 읽고 싶다고 사달라고 해서 사줘야 하나 책 내용이 7세 이아기 보기에 괜찮은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내용에 용기를 얻어 오늘 책 주문하고 왔어요.. 고민해결소입니다
도움이 되는 내용이 참 많아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저는 소설류를 읽었으면 하는데 아이가 과학, 수학, 사회, 경제, 자연 등 논픽션에만 너무 집중합니다.
명작이나 전래는 무서워하고 창작류는 엄마가 읽어주면 재미있게 듣고는있는데 스스로는 꺼내읽지않네요.
아직 6세니까 기다려야할지 조금 개입을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좋은 내용이네요. 논픽션 위주로 읽길 바랬는데 지금 우리 아이는 소설을 통해 정서적으로 한 단계 성장해야 할 시기인거 같네요.
저도 지선생님 글 읽고 대하소설과 이문열선생님 등 유명작가책을 읽게 했더니 물만난 고기처럼 독서에 푹 빠집니다.
어릴때 잘 읽었던 책을 3학년때부터는 시시하다며 잘 안 읽으며 만화에만 빠져서 고민하던차 였는데 역시 유명작가의 책이 자기를 집중과 긴장 스릴로 빠져들게 한다며 문학적인 표현에도 무척 감동을 하더라구요.
아이 수준에 안 맞을거라는 주변사람들의 충고가 완전 반전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아이가 독서에 수준이 있다면 거기에 맞춰 보여주는 것이 맞는듯 합니다. 하지만 선정적인 내용도 있기에 그건 아이도 알아서 사랑얘긴 좀 자기한테 안 맞는듯 하다는 얘기도 하더라구요.
환타지 소설이 안좋다는 얘기를 듣고 해리포터 시리즈에만 빠져 있던 아이를 걱정하던 찰나였는데 많은 도움 받고 갑니다.
도움 많이 받네요 감사합니다
서점에서 받은 만화 사서삼경과 삼국지 몇권을 무지 좋아해 읽고 또읽는 아이.
만화삼국지를 전집으로 사달라 하기에 좀 이른것 같아
고학년에 읽으라고 미뤘는데 겨울방학에는 만화라도 사줘야겠네요...^^
초1 주로 그림이나 학습만화를 보는데 갑자기 학교 도서관에서 소설을 빌리더니 재밌다고 하던데 반납기간때문에 다 읽지않고 말았어요. 몰입도가 좀 떨어지는건지.. 초5.초6수준의 책이던데 읽어도 되나 싶었는데 아예 하나 사서 들여야되려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