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그리버 : The Maze Runner
거대한 벽으로 지켜지고 있는 글레이드(공터). 그리고 그 밖을 돌아다니는 사람을 사냥하는 괴물 그리버. 위험한 괴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레이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정기적으로 벽 밖으로 탐사대를 보낸다. 그리고 그들은 이 탐사대를 메이즈 러너라 부른다.
잠깐. 거대한 벽, 사람을 사냥하는 괴물, 벽 밖을 조사하는 탐사대, 그리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아이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소재 같은데?
그렇다. 이 소재는 작년(2013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바다를 넘어 대한민국 오타쿠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까지 충격을 줬던 “진격의 거인”과 동일하다. 설마, 진격의 거인을 모른다고? 에이, 그래도 예능이나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진격의 ㅁㅁㅁ”라는 수식어는 들어봤겠지. 아무튼 그만큼이나 강렬했던 이야기가, 다시 비슷한 소재로 영화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당연히 따라오는 의문점 하나.
“이거, 베낀 거 아냐?”
그래서 찾아봤다. 진격의 거인 일본 첫 연재는 2009년 10월. 메이즈 러너 원작 소설 미국 첫 출판은 2009년 10월. 이런 우연이 있나! 놀랍게도 세상에 튀어나온 날이 거의 비슷하다. 이로써 거대한 태평양을 가운데 낀 두 작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작품을 봐준 게 아닌 이상, 두 작품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 없다는 게 증명됐다.
그렇다면 두 작품의 소재가 이토록 흡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 동안 먹혀왔던 이야기들이 확장된 것이기 때문이다.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정체모를 공포”란 이야기는 수많은 영화들에서 보아왔다. 당장 떠오르는 것 만해도 에일리언, 큐브, 쏘우가 생각날 정도다. 그런 것들이 동일한 컨셉으로 좀 더 넓은 공간, 좀 더 거대한 무언가로 커졌을 뿐이다. 다만, 반대로 주인공들의 연령대는 어려졌다. 성인에서 아이들로. 왜냐고? 이편이 더 자극적이니까! 즉, 검증된 소재를 쓰되 베낀 티는 안 나게 살짝살짝 돌려 깍아서 내놓은 영화(소설). 그것이 메이즈 러너이다. 그리고 만화는 진격의 거인인 셈이고.
그래서 결론. 이 영화는 재미있는가?
물론 검증된 재료로 만든 요리인 만큼 그럭저럭 맛있는 편이다.
다만 같은 재료를 쓴 옆집 주방사(진격의 거인)의 솜씨를 떠올리게 되는 건, 역시 어쩔 수 없는 것일까.
한줄 평 : 비긴어게인과 인터스텔라 사이에서 개봉하게 만든 배급사의 적절한 위치선정능력이 놀라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