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쪽
회장님께서 제발 베푸는 복지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거지로 만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관계이고 사람들은 어울려 살아야 하는데,
왜 일방적인 후원 봉사로 사람들을 불쌍하게 만들고 있냐는 겁니다.
저도 한때 당사자를 동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대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제는 이런 시선이 당사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과거 저의 행동을 떠올려보면 얼굴이 빨개지고 오만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강점 중심으로 당사자와 지역사회를 바라보겠습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밝게 돋보일 수 있도록 복지사업으로 보이지 않게끔 하겠습니다.
- 150쪽
해바라기님의 이웃 관계와 인정의 소통을 잘 거들기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 안에 무언가 성과를 이루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사람’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중략) ‘사업’이나 ‘성과’에 붙잡혀 ‘사람’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잘 보는 것, 진짜로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결국 어떠한 상황에도 ‘사람’이 먼저입니다.
짧은 기간 동안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람이 없다면 복지를 이룰 수 없습니다.
수치에 집착하지 않고 당사자를 바라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진실된 눈으로 바라보고 참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성과에 대한 욕심을 잠시 내려놓겠습니다.
- 163쪽
양로지례 필유걸언養老之禮 必有乞言, 어르신을 도울 때는 반드시 걸언乞言해야 합니다.
그것이 아무리 필요하고 좋은 일이라 한들 먼저 어르신의 뜻을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겁니다.
제가 바라보았을 때 좋은 것이 모두가 좋다고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 삶의 방식이 있고 삶 속에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모두 다릅니다.
제 의견을 관철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당사자에게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참견보다는 자기 삶의 주인이 자신이 될 수 있도록 걸언하겠습니다.
- 329쪽
사회사업가의 정해진 몫이 있는 겁니다. 그저 발바닥 닳도록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며,
주선하고 거들어 주고, 얻게 하고 주게 할 따름입니다. 딱 거기까지입니다.
내 삶도 어찌할 바 모르면서 남의 인생에 쉽게 끼어들려 하지 않습니다. 무리이고 무례입니다.
당사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걸 다 해주는 사람이
진정한 사회복지사인 줄 알았습니다. 제 착각이었습니다.
이런 태도는 사회사업의 핵심 가치인 당사자의 자주성과 지역사회의 공생성을 해치는 것입니다.
핵심 가치를 해치면서 복지를 이루는 것은 복지라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사회사업가는 앞장서는 것이 아닌 당사자와 지역사회를 보조하는 사람입니다.
누군가의 인생에 함부로 들어가 헤집지 않겠습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직접 할 수 있도록 자원을 소개해 주는 역할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