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權滉者不善屬文而喜作詩. 甞與客宴集. 酒半權遽成一句曰 : 「梨花風雨月分明.」
유권황자불선속문이희작시. 상여객연집. 주반권거성일구왈 : 「리화풍우월분명.」
[解釋] 權滉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글을 잘 지을 줄 모르면서도 詩 짓기를 좋아 하였다. 일찍이 客들과 더불어 잔치를 하는 자리에서, 술이 얼근해지자 權은 갑자기 글 한 구를 읊어 말하기를, 「배꽃에 온 바람과 비는 달빛이 분명하네.」라고 하였다.
余戲之曰 : 「今無雨而曰雨. 旣曰雨而曰月分明何耶?」 權愧屈. 余曰 : 「以古詩寒食月明雨觀之. 亦不妨?」 座中大哄. 後權不復言詩矣.
여희지왈 : 「금무우이왈우. 기왈우이왈월분명하야?」 권괴굴. 여왈 : 「이고시한식월명우관지. 역불방?」 좌중대홍. 후권불부언시의.
[解釋] 내가 이것을 희롱하여 말하기를, 「지금 비도 안 오는데 비라 하고, 또 비가 왔는데도 달이 분명하다고 하는 것은 무슨 일이냐?」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듣자 權은 부끄러워해서 굽히고 말았다. 나는 다시 말하기를, 「옛 詩에 寒食 때, 달이 밝고 비가 오네. 한 것으로 본다면 역시 무방하지 않은가?」라고 말하니, 좌중이 크게 웃었다. 그런 뒤로 權은 다시는 詩를 말하지 않았다.
有肥大人嘲短小者曰 : 「着笠難看足. 穿靴已沒頭. 路逢牛跡水. 欲渡芥爲舟.」 短小者嘲肥大者曰 : 「上馬卽垂脚. 入門先打頭. 燃臍堪作燭. 刖足可撐舟.」
유비대인조단소자왈 : 「착립난간족. 천화이몰두. 로봉우적수. 욕도개위주.」 단소자조비대자왈 : 「상마즉수각. 입문선타두. 연제감작촉. 월족가탱주.」
[解釋] 살찌고 큰 사람이 키가 작은 사람을 조롱해 말하기를, 「갓을 쓰면 발을 보기 어렵고, 신을 신으면 머리까지 들어가네. 길 가다가 소발자국에 물 괸 것을 만나면, 이를 건너자고 지푸라기로 배를 삼네.」라고 하였다. 키 작은 사람은 살찐 사람을 조롱하여 말하기를, 「말[馬]에 오르면 다리만 늘어지고, 문에 들어서려면 머리 먼저 부딪치네. 배꼽을 태워 燭 만들기 알맞고, 다리 잘라 상앗대 만들었으면 좋겠네.」라고 하였다.
又一人頭旋足蹇. 人有譏之曰 : 「亂擧高低足. 時搖南北頭. 非風亦非醉. 平地似乘舟.」
우일인두선족건. 인유기지왈 : 「난거고저족. 시요남북두. 비풍역비취. 평지사승주.」
[解釋] 또 한 사람은 머리를 흔들고 한쪽 발을 절었다. 이것을 누가 조롱하여 말하기를, 「어지러이 높고 낮게 발을 들고, 때로 남북으로 머리를 흔드네. 바람 부는 것도 아니요, 취한 것도 아닌데, 평지에 배 타고 다니는 것 같네.」라고 하였다.
昔有偸人膝甲①而不知所用. 乃貼額上而出. 人笑之. 故今謂竊取他人文字而誤用者. 爲膝甲賊云.
석유투인슬갑①이부지소용. 내첩액상이출. 인소지. 고금위절취타인문자이오용자. 위슬갑적운.
[解釋] 옛날 어떤 사람이 남의 膝甲을 훔쳤으나 어디다 쓰는지를 몰라, 이것을 이마 위에 쓰고 밖에 나갔더니, 사람들이 이를 웃었다. 그런 까닭에 지금 남의 文字를 도둑질 해다가 잘못 쓰는 자를 가리켜 膝甲盜賊이라고 한다.
[註解] ①膝甲 : 추위를 막기 위하여 무릎까지 내려오게 입는 옷. 바지 위에 껴입으며 앞쪽에 끈을 달아 허리띠에 걸쳐 맴.
<古今名喻>曰 : 「人有好利者. 入市區遇物. 卽攫之以去. 傍有哂之者. 人曰. 世間人好利. 更甚於我. 往往百計而陰奪之. 吾猶取之白日. 豈不賢於彼哉?」
<고금명유>왈 : 「인유호리자. 입시구우물. 즉확지이거. 방유신지자. 인왈. 세간인호리. 갱심어아. 왕왕백계이음탈지. 오유취지백일. 기불현어피재?」
[解釋] <古今名喩>에 말하기를, 「어떤 사람이 利를 무척 좋아하였다. 그는 시장에 들어가 물건만 보면 즉시 이것을 움켜가지고 가는 것이었다. 옆에 있던 사람이 이것을 비웃으니 그는 말하기를, 세상사람 중에는 利를 좋아하기를 나보다 더 심하게 하는 자도 있다. 그는 이따금 100가지 계교를 써서 비밀히 남의 물건을 빼앗는다. 나야 대낮에 물건을 움켰으니 그보다야 낫지 않은가?」라고 하였다.
余意是人無乃滑稽①之徒歟? 世之好利者聞此言. 宜知愧矣.
여의시인무내활계①지도여? 세지호리자문차언. 의지괴의.
[解釋] 나는 생각하기에, 이 사람은 어찌 골계 滑稽를 아는 무리가 아닌가? 세상의 利를 좋아하는 자들이 이 말을 들으면, 마땅히 부끄러워할 줄을 알 것이다.
[註解] ①滑稽 : 재치가 있어 말이 유창함. 轉하여 남을 웃기려고 일부러 우습게 하는 말이나 행동.
俗傳人有暴亡者. 鬼卒押赴陰司①. 冥王按簿曰 : 「此人不應死. 可遣還.」 仍謂其人曰 : 「汝錯誤至此. 如有所欲. 我爲成之.」
속전인유폭망자. 귀졸압부음사①. 명왕안부왈 : 「차인불응사. 가견환.」 잉위기인왈 : 「여착오지차. 여유소욕. 아위성지.」
[解釋] 세속에 전하는 말에, 어떤 사람이 갑자기 죽으니, 鬼卒들이 잡아 가지고 陰府로 갔다. 冥王(염라대왕)이 장부를 뒤져보다가 말하기를, 「이 사람은 죽을 사람이 아니니, 돌려보내도록 하라.」라고 하고서, 그 사람에게 다시 말하였다. 「너는 잘못되어 여기에 왔구나. 만일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내가 그것을 되도록 해주마.」라고 하였다.
[註解] ①陰司(府) : 저승, 황천, 冥府.
其人對 : 「以得佳山美水. 使衣食豐足. 一生安樂. 他無所願也.」 冥王大笑曰 : 「若如爾言. 我自爲之. 不以假汝. 官位可得. 此則不可得也.」
기인대 : 「이득가산미수. 사의식풍족. 일생안락. 타무소원야.」 명왕대소왈 : 「약여이언. 아자위지. 불이가여. 관위가득. 차즉불가득야.」
[解釋] 그 사람은 대답하기를, 「산과 물이 아름다운 경치 좋은 곳에서, 입는 것 먹는 것이 풍족하고, 일생동안 안락하게 살 수 있다면, 이 밖에 달리 소원이 없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듣자 명왕은 크게 웃으면서 말하기를, 「만일 네 말대로 될 일이라면, 내가 먼저 이 일을 하고, 네게 빌려주지 않겠다. 벼슬자리는 얻을 수 있어도, 이것은 얻을 수 없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由是觀之. 素封之貴. 貴於人爵. 鬼神亦不能得之. 况人可以力取乎哉?
유시관지. 소봉지귀. 귀어인작. 귀신역불능득지. 황인가이력취호재?
[解釋] 이 일로 미루어 본다면, 본래 타고난 귀한 것은, 사람의 벼슬보다도 귀한 것으로서, 귀신도 이를 맘대로 못하는 것인데, 하물며 사람의 힘으로 애쓴다고 얻을 수가 있겠는가?
有士人畜一妻一妾而摘白鬚者. 妾拔白唯謹. 而妻惡其欲媚於妾也. 去其黑者. 一朝白黑俱盡. 儼一老婆. 經歲不敢出焉.
유사인축일처일첩이적백수자. 첩발백유근. 이처오기욕미어첩야. 거기흑자. 일조백흑구진. 엄일로파. 경세불감출언.
[解釋] 어떤 선비가 아내 하나와 첩 하나를 가졌다. 그는 이들을 시켜 흰 수염을 뽑으라고 하였다. 첩은 조심스럽게 흰 수염을 골라 뽑았으나, 아내는 남편이 첩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 미워서 검은 수염을 골라 뽑았다. 이렇게 한참을 뽑고 나니 흰 수염도 검은 수염도 없는 한 老婆 같은 꼴이 되어버렸다. 이리하여 해가 지나도록 감히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有兪生某者年踰彊仕. 不成一名. 常欝欝不得志. 一日出遇達官. 行辟①而至. 騶從甚盛.
유유생모자년유강사. 불성일명. 상울울부득지. 일일출우달관. 행벽①이지. 추종심성.
[解釋] 兪生 아무개가 있었다. 나이 40이 넘었는데도, 아무런 이름도 이루지 못하고, 항상 울울하게 뜻을 얻지 못하였다. 하루는 외출하였다가 높은 벼슬을 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辟除 소리를 내며 이리로 오는데, 따르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註解] ①辟(除) : 貴人이 외출할 때에 여러 사람의 통행을 금지하던 일.
生蒼黃奔避. 隱身墻壁間竊視. 則少時伴也. 乃慨然曰 : 「我與彼同是閥閱. 而才德名位. 何相越如是? 彼則顯榮. 而我乃窮困.」 不勝憤憤.
생창황분피. 은신장벽간절시. 즉소시반야. 내개연왈 : 「아여피동시벌열. 이재덕명위. 하상월여시? 피즉현영. 이아내궁곤?」 불승분분.
[解釋] 兪生은 어쩔 줄을 몰라 도망해 피해서, 몸을 담 사이에 숨기고서 가만히 바라보니, 그는 곧 젊었을 때의 친구였다. 그는 탄식하고 말하기를, 「나와 저는 다 같은 문벌에서 태어났는데, 才德과 名位가 왜 이렇게 다르단 말인가? 저 사람은 저렇듯 영화롭게 되고, 나는 이렇게 궁하게 지낸단 말인가?」 하고 분함을 참지 못하였다.
旣而自解曰 : 「今世之愛妻. 宜莫若我者. 彼雖官盛如許. 其愛妻豈勝於我哉?」 聞者絶倒.
기이자해왈 : 「금세지애처. 의막약아자. 피수관성여허. 기애처기승어아재?」 문자절도.
[解釋] 그러나 이윽고 자기 혼자서 풀어서 말하기를, 「그러나 지금 세상에 아내 사랑하기를 나만큼 하는 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제가 비록 벼슬이 높다고 하겠지만 제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야 어찌 나를 이기겠느냐?」고 하였다. 듣는 사람들이 허리를 잡고 웃었다.
京城有一賤男子娶婦. 婦家富而貌醜. 旣婚翌日. 婦當往謁舅姑. 其父母嫌其女醜.
경성유일천남자취부. 부가부이모추. 기혼익일. 부당왕알구고. 기부모혐기녀추.
[解釋] 서울에 있는 한 賤人 남자가 아내를 맞았다. 아내의 친정은 부자이나 얼굴은 몹시 추하였다. 혼인한 이튿날 아내는 마땅히 시가에 가서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께 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친정 부모들은 자기 딸의 얼굴이 못난 것을 꺼려서 주저하고 있었다.
隣居一寡嫗有女貌美. 而家貧未嫁. 意欲請其女以行. 召寡嫗謀之. 嫗肯諾. 舅姑見其女美. 大懽喜. 厚給禮物. 强使留宿.
인거일과구유녀모미. 이가빈미가. 의욕청기녀이행. 소과구모지. 구긍낙. 구고견기녀미. 대환희. 후급례물. 강사류숙.
[解釋] 그 이웃에 한 과부의 딸이 있었는데 얼굴은 예쁘나, 집이 가난해서 아직껏 시집을 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그 집 딸에게 대신 다녀오기를 청하리라 생각하고 과부를 불러 의논했더니 과부는 선뜻 승낙하였다. 시부모는 며느리로 온 과부의 딸을 보고 얼굴이 고운 것을 매우 기뻐하여 후하게 예물을 주고 억지로 머물러 있게 하였다.
女不敢違. 留數日. 與婿相歡愛. 婿反疎本婦. 其父母乃大悔. 呈訟于刑部. 願離異. 部官以業已成婦. 許兩歸之.
여불감위. 유수일. 여서상환애. 서반소본부. 기부모내대회. 정송우형부. 원리이. 부관이업이성부. 허량귀지.
[解釋] 이 여인이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며칠 동안 묵고 보니, 사위와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제 사위는 도리어 본처는 본체만체하는 것이었다. 그 부모들은 이것을 크게 후회하여, 刑部에 소송을 내어 자기 딸을 돌려 보내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관청에서는 이미 아내가 되었다 하여, 두 여인을 모두 아내로 맞도록 허락하였다.
其人一朝而得二妻. 因富女之財. 宿美女之室. 以豪侈聞於鄕里. 時以爲異談.
기인일조이득이처. 인부녀지재. 숙미녀지실. 이호치문어향리. 시이위이담.
[解釋] 이러고 보니 그 사람은 하루아침에 두 아내를 얻어, 부잣집 딸의 재산을 가지고 살고, 美女의 방에서 잠을 자게 되니, 그 호화스럽고 사치하기 이웃 마을에까지 소문이 나서, 당시에 한 가지 이상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有一醫與僧巫同舟而濟者. 中流遇風舟幾覆. 舟中人蒼黃失措. 僧卽稱「阿彌陀佛.」 巫亦稱「我王萬壽.」 醫則唯連呼「理中湯」而已.
유일의여승무동주이제자. 중류우풍주기복. 주중인창황실조. 승즉칭「아미타불.」 무역칭「아왕만수.」 의즉유련호「이중탕」이이.
[解釋] 어떤 醫員 한 사람이 중과 무당과 함께 한 배를 타고 물을 건너게 되었다. 中流쯤 왔을 때, 바람을 만나 배가 엎어지려 하자,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이때 중은, 「阿彌陀佛」을 부르고, 무당은 역시 「我王萬壽」를 외웠다. 의원은 돌아앉아서, 「理中湯」을 연거푸 외고 있었다.
旣風定獲濟. 眾詰其由. 醫答曰 : 「凡腹不平. 用理中湯. 乃醫家救急方也.」 蓋方言腹與舟同音故云. 人皆捧腹.
기풍정획제. 중힐기유. 의답왈 : 「범복불평. 용리중탕. 내의가구급방야.」 개방언복여주동음고운. 인개봉복.
[解釋] 이윽고 바람이 자서 물을 무사히 건너자, 여러 사람들이 모두 그 까닭을 물었다. 의원은 대답하기를, 「무릇 배가 아프면, 理中湯을 쓰는 것은, 醫家의 救急하는 방법이기 때문이오.」라고 하였다. 대체로 이것은 우리말로 배[腹]와 배[舟]가 같은 음이기에 이렇게 말한 것인데, 듣는 자 들은 모두 배를 움켜쥐고 웃었다.
世傳高麗太祖以木州人屢叛. 以六畜賜姓. 後改象爲尚. 改豚爲頓. 改犬爲太. 有人以此嘲姓太者. 姓太者怒曰 : 「爾之以犬爲太. 何所據乎?」 其人曰 : 「俗謂太末爲犬末. 是其證也.」 姓太者默然. 蓋俗呼黃豆爲太故云.
세전고려태조이목주인루반. 이륙축사성. 후개상위상. 개돈위돈. 개견위태. 유인이차조성태자. 성태자노왈 : 「이지이견위태. 하소거호?」 기인왈 : 「속위태말위견말. 시기증야.」 성태자묵연. 개속호황두위태고운.
[解釋] 세상에 전하기를, 高麗 太祖는 木州 사람들이 여러 차례 배반하였다고 해서, 六畜의 이름을 성으로 내려줬다. 그 뒤에 象을 고쳐서 尙이라 하고, 豚를 고쳐서 頓, 犬을 고쳐서 太라고 하였다 한다. 이에 어떤 사람이 이것으로 太氏 姓가진 사람을 조롱하였다. 太氏 姓가진 사람은 노해서 말하기를, 「네가 犬氏 姓이 太氏가 되었다고 하는 말은, 무슨 증거가 있는가?」라 하니, 그 사람은 말하기를, 「속담에 太末을 犬末이라고 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듣고 太氏 姓가진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대체로 속담에 黃豆를 가리켜 太라고 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