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麗高宗時. 蒙兵連歲來侵. 虜男女二十餘萬. 殺戮不可勝計. 王遷都江華. 諸道郡縣. 皆入保山城海島云. 是時生民之禍亦極矣. 今山城遺址在處有之. 豈其時所創歟?
고려고종시. 몽병련세래침. 노남녀이십여만. 살륙불가승계. 왕천도강화. 제도군현. 개입보산성해도운. 시시생민지화역극의. 금산성유지재처유지. 기기시소창여?
[解釋] 高麗 高宗 때에, 蒙古의 군사가 해마다 쳐들어 와서 男女 二十餘萬 명을 사로잡아가고 죽이고 무찌른 것은 이루 다 계산할 수가 없었다 임금이 수도를 江華로 옮기었으며, 여러 道와 郡縣들은 모두 山城이나 바다 속의 섬에 들어가서 보전하였다고 한다. 이때의 生民의 禍는 또한 더할 수 없었다. 지금도 山城의 遺址가 도처에 있다. 어찌 그때에 창설된 것이겠는가?.
中朝人許儀後. 被擄在日本. 壬辰年前. 知倭奴將入寇. 密報于天朝. 其言日本用兵之事曰 : 「多張旗幟. 以壓敵氣. 一兵十旗者有之. 異粧服色. 以驚敵心. 牛頭鬼面者有之. 勝則長駈不顧. 敗則喪膽亂奔.
중조인허의후. 피로재일본. 임진년전. 지왜노장입구. 밀보우천조. 기언일본용병지사왈 : 「다장기치. 이압적기. 일병십기자유지. 이장복색. 이경적심. 우두귀면자유지. 승즉장구불고. 패즉상담란분.
[解釋] 중국사람 許儀後가 포로가 되어 日本에 있었는데, 壬辰年 以前에 倭奴가 장차 入寇할 것을 알고 비밀히 明나라의 조정에 보고하였다. 그는 日本의 用兵하는 일에 대하여 말하기를, 「旗幟을 많이 벌여놓아서 그것으로 적의 士氣를 억누르니, 군사 한 명이 旗 열 개를 가진 자가 있다. 옷의 빛깔을 이상하게 꾸며서 적의 마음을 놀라게 하며, 소의 머리로 꾸민 자, 귀신의 탈을 쓴 자가 있다. 이기면 길게 몰고 들어가면서 돌아보지 않고, 지면 落膽하여 어지럽게 달아난다.
長於陸戰. 唯知亂殺. 短於水戰. 不識火攻. 假和詐降. 以敗敵國. 善築城圍. 以陷敵城. 最懼急攻. 惟善緩戰. 急則措手不及. 緩則從容養威. 其船隻又最不便. 廣面尖底. 難以動搖. 甚易攻也.」
장어륙전. 유지란살. 단어수전. 불식화공. 가화사항. 이패적국. 선축성위. 이함적성. 최구급공. 유선완전. 급즉조수불급. 완즉종용양위. 기선척우최불편. 광면첨저. 난이동요. 심이공야.」
[解釋] 陸戰을 잘 하지만 오직 함부로 죽이는 일만을 알 뿐이다. 水戰은 잘 할 줄 모른다. 火攻을 알지 못한다. 거짓으로 講和하거나 항복한다고 속여서 적국을 깨뜨린다. 城을 잘 쌓아서 포위하여 적의 성을 함락시킨다. 급한 공격을 가장 두려워하며, 원만한 싸움을 좋아한다. 급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지만 완만하면 조용히 위엄을 기른다. 그들의 船隻은 또 가장 불편하다. 面이 넓고 바닥이 尖銳底하여서 움직이기가 어렵기 때문에 매우 공격하기가 쉽다.」고 하였다.
以已驗者觀之. 此言皆是. 壬辰以後. 我國舟師. 能用少擊眾. 所向皆捷. 以此故也.
이이험자관지. 차언개시. 임진이후. 아국주사. 능용소격중. 소향개첩. 이차고야.
[解釋] 이미 경험한 것을 가지고 보면, 이 말은 모두 옳다. 壬辰年 以後 우리나라의 水軍이 능히 적은 것으로 많은 것을 쳐서 가는 곳마다 모두 이기 것은 이 때문인 것이다.
壬辰倭賊. 初入都城. 計誘愚民. 不殺戮之. 故近京避亂之民. 相率投入. 殆滿城矣. 翌年癸巳. 天兵攻拔平壤. 進逼京城. 倭賊發憤. 乘夜焚蕩. 盡屠城內居人. 百無一脫. 乃正月二十四日也. 每年是日. 陰曀愁慘. 蓋怨氣使然耳.
임진왜적. 초입도성. 계유우민. 불살륙지. 고근경피란지민. 상솔투입. 태만성의. 익년계사. 천병공발평양. 진핍경성. 왜적발분. 승야분탕. 진도성내거인. 백무일탈. 내정월이십사일야. 매년시일. 음에수참. 개원기사연이.
[解釋] 壬辰年에 倭賊이 처음 都城에 들어와서 어리석은 백성들을 유인할 계책으로 그들을 살육하지 아니하였다. 그런 까닭에 서울 가까운 곳의 피란민들이 서로 이끌고 들어가니 거의 성 안이 가득하였다. 다음 해 癸巳年에 명나라의 군사가 와서 平壤을 탈환하고, 진격하여 京城에 바싹 다가드니, 倭賊이 發憤하여, 밤을 틈타서 모두 불태워버리고, 성 안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무찔러 죽이니, 百 명에 한 명도 脫出한 사람이 없었다. 그것이 바로 正月 二十四日이었다. 每年 이날에는 흐리고 음산하고 근심스럽고 슬픈 분위기가 된다. 대체로 怨恨의 기운이 그렇게 만드는 것일 것이다.
壬辰倭變. 出於倉卒. 而我國地方褊狹. 殆無乾淨處. 唯湖南一道. 湖西右道獨全. 士女多歸之.
임진왜변. 출어창졸. 이아국지방편협. 태무건정처. 유호남일도. 호서우도독전. 사녀다귀지.
[解釋] 壬辰倭變은 倉卒간에 돌발하였고, 우리나라는 지방이 작고 좁아서 적이 더럽히지 않은 깨끗한 땅은 거의 없었다. 오직 湖南一道와 湖西右道만이 홀로 보전하니, 士女둘이 구곳으로 간 사람이 많았다.
且倭賊以我國人爲嚮導. 故無遠不到. 所謂幽險之處則避亂人爭相投集. 彌滿山谷. 反爲賊招. 騈死者不知紀極. 至於咸鏡北道. 地勢如甁項. 一入而不得出. 其免於鋒刃者甚罕. 反不如在平地. 隨賊去向東西奔避之爲愈也.
차왜적이아국인위향도. 고무원부도. 소위유험지처즉피란인쟁상투집. 미만산곡. 반위적초. 병사자불지기극. 지어함경북도. 지세여병항. 일입이부득출. 기면어봉인자심한. 반불여재평지. 수적거향동서분피지위유야.
[解釋] 또 倭賊은 우리나라 사람을 앞잡이로 삼아 아무리 먼 곳이라도 안 간 곳이 없었다. 이른바 그윽하고 험난한 곳에는 피란하는 사람들이 다투어 모여들어 山谷에 가득 차니, 도리어 적병을 불러들이게 되어서 떼죽음을 당한 자의 數는 限이 없었다. 咸鏡北道에 이르러서는 그곳의 地勢가 마치 병의 목[甁項]과 같아서,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가 없어서 적병의 칼날을 모면한 자는 매우 드물었다. 도리어 평지에 있어서, 적의 가는 방향을 살펴서 동쪽으로 달아나고 서쪽으로 달려서 피하는 것만 같지 못하였다.
我國州郡. 於壬辰變初. 或力屈被陷. 或奔潰不守則有之矣. 無一人降附于賊者.
아국주군. 어임진변초. 혹력굴피함. 혹분궤불수칙유지의. 무일인항부우적자.
[解釋] 우리나라의 州郡은 壬辰變亂의 처음에, 혹은 힘이 모자라서 함락되고, 혹은 무너져 달아나서 지키지 못한 자는 있었으나, 한 사람도 적에게 항복하여 붙은 자는 없었다.
唯會寧土兵鞠景仁. 叛據府城. 執二王子及宰臣金貴榮、黃廷彧、北兵使韓克誠、會寧府使李瑛等數十人. 迎欵于賊. 賊以景仁守會寧. 鞠世弼守鏡城. 退據吉州. 評事鄭文孚等. 起兵討景仁等誅之.
유회녕토병국경인. 반거부성. 집이왕자급재신금귀영、황정욱、북병사한극성、회녕부사리영등수십인. 영관우적. 적이경인수회녕. 국세필수경성. 퇴거길주. 평사정문부등. 기병토경인등주지.
[解釋] 오직 會寧의 土兵 鞠景仁이 배반하여, 府城을 점거하고, 두 王子와 宰臣 金貴榮、黃廷彧、北兵使 韓克誠、會寧府使 李瑛 等 數十人을 잡아서, 賊兵을 환영하였다. 賊은 景仁으로 會寧을 지키게 하고, 鞠世弼로 鏡城을 지키게 하고, 물러나와 吉州에 웅거하였다. 評事 鄭文孚 等이, 군사를 일으켜 景仁 等을 쳐서 베어 죽였다.
又甲山人殺南兵使李渾. 送首于賊. 以爲嚮導. 至癸巳. 朝廷遣府使林恂. 以討捕斬叛者二十餘人然後始定. 可見北道人心之强悍難馭也.
우갑산인살남병사리혼. 송수우적. 이위향도. 지계사. 조정견부사림순. 이토포참반자이십여인연후시정. 가견북도인심지강한난어야.
[解釋] 또 甲山 사람들은 南兵使 李渾을 죽여, 그의 머리를 賊에게 보내어, 스스로 嚮導가 되었다. 癸巳에 이르러 朝廷에서 府使 林恂을 보내어 토벌하게 하고, 배반한 자 중에서 드러난 자 二十餘 人을 잡아 베어 죽였다. 그렇게 한 뒤에 비로소 평정되었다. 北道 사람늬 마음이 강하고 사나와서 統御하기 어려움을 알 수 있다.
姜沆<聞見錄>曰 : 「丁酉倭賊再逞時. 平秀吉令諸倭割鼻以代首級. 故倭卒遇我國人. 輒殺而割鼻. 沈鹽送于秀吉. 秀吉閱視後悉藏于其國北郊大佛寺傍. 作一丘陵. 以威示國人云.」
강항<문견록>왈 : 「정유왜적재령시. 평수길령제왜할비이대수급. 고왜졸우아국인. 첩살이할비. 침염송우수길. 수길열시후실장우기국북교대불사방. 작일구릉. 이위시국인운.」
[解釋] 姜沆의 <聞見錄>에 말하기를, 「丁酉年에 倭賊이 다시 날뛸 때에, 平秀吉이 여러 倭將에 명령하여 코를 베어서 首級에 대신하게 하라고 하였다. 그런 까닭에 倭의 軍卒은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면 만나는 대로 곧 죽여서 코를 베어 소금에 절여서 秀吉에게 보내면, 秀吉이 검열한 뒤에 모두ㅡ 그 나라의 북쪽 교외에 있는 큰 절의 곁에 한 구릉을 만들고 거기에 감추어 두어서 자기 나라 사람들에게 위엄을 보였다.」고 하였다.
血肉之慘. 擧此可知. 而是時我國之人. 無鼻而得生者亦多矣.
혈육지참. 거차가지. 이시시아국지인. 무비이득생자역다의.
[解釋] 피와 살[肉]의 비참한 광경을 이것으로 알 수 있다. 이때에 우리나라 사람으로 코가 없어진 채 살아난 사람도 많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