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의 수문장인 오륙도가 여섯개의 바위섬으로 지키고 있다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이 차례 차례 부산항을 지킨다 크지않은 바위섬들 이지만 깊은 수심을 자랑하는 현해탄의 수문장으로 나란히 서있는 그 위용이 대단하다 방패섬과 솔섬은 사리때가 되면 건너다닐 수가 있게 붙어있다 이 곳 해운대에서는 수시로 광안대교와 이기대를 지나서 오륙도를 탐방하는 유람선이 운행한다 유람선 상에서 갈매기때를 부르는 새우깡을 주면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오륙도의 주위에 흰 파도가 일렁이면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고 푸른 물빛이 고요한 날은 바람이 없는 날이기도 하다 섬들 사이로는 멀리 태종대와 혈도 일명 주전자섬이 보인다 밤마다 두개의 등대가 반짝이는데 하나는 태종대의 불빛이고 또 하나는 오륙도의 등대불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밤하늘의 별빛처럼 반짝이고 있다 두 등대불은 밤 새워 원양선들과 화물선을 지켜준다 어린시절의 무용담이 떠오른다 해운대의 미포 방파제에서 오륙도 까지는 12 km가 되는 거리인데 친구들과 헤엄을 쳐서 건너가자는 시합을 벌렸다 그 때만 해도 해운대의 깊은 앞 바다에는 돌고래와 물치 같은 고기들이 많았다 한참 헤엄을 쳐서 절반 이상을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리를 건드리면서 돌고래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혼비백산을 하고서하나 둘씩 뒤따라온 배 위로 도망을 치고 말았다 뛰어난 수영 실력을 뽑내려다가 그만 포기를 하고 말았지만 지금도 아쉽기만한 어린시절의 포부가 대견스럽다 아마 도중에 목이 마르든지 배가 너무 고파서 힘들 수도 있었겠지만 수영 실력으로는 갈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찬 십대의 배짱으로 두둑 할 때였다 그리고 바로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약 200m 의 물 속에는 넓다란 암석들이 깔려 있는데 자연산 굴들이 많이 있어서 해녀들처럼 잠수하여 따 먹던 추억도 새록 새록이 떠오른다 많이 딴 날은 리어커에다 굴을 담은 자루들을 실어서 집으로 옮겨와 이웃들과 나누기도 했다 육십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고 노익장이 되어서 옛날 동무들과 헤엄을 치고 놀던 이 곳에다 터를 잡고 살아가는 지금 감회가 너무나 생생하다 창 밖으로는 오늘 따라 궂은 빗방울이 오락 가락하고 해무마저 조금 끼어서 먼 빛으로 오륙도를 조망하고 있다 십대의 나와 칠십을 훌쩍 넘긴 내가 오버랩이 되더니 서로가 마주보고 미소를 짓는다 잘 지냈구나 잘 살아 주었구나 어린 동무가 할아버지가 된 나에게 다가와서 덥썩 안긴다 구리 빛으로 탄 단단한 어깨가 듬직하다 그 때에는 볼 수가 없었고 먹을 수도 없던 과일들과 과자를 듬뿍 안겨준다 많이 먹어라 찾아 주어서 고맙구나 지나간 시간 속의 손자 같은 나를 바라보는 현재의 나는 또 누구인가 이런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본래의 나는 관찰자가 된다 그래 이 모두가 나의 화신들인 [아바타] 이구나 현상세계는 항상 변화를 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시간적인 [아바타]가 함께 하는 것이다 이런 상상의 세계를 지금 까지는 왜 설정하지 못했을까 내 삶의 소중한 기억들 마다 [아바타]가 나타나서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변하지 않는 본래 모습으로 알아차리고 깨어나 있으면 언제라도 가능한 기획을 꾸며 나갈 수가 있겠다 다음에는 몇살 때의 [아바타]를 또 초대 할까 현상세계는 유한하지만 실체의 세계는 변하지 않는 참 사람이 항상 이처럼 우리를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