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策(한 책) 2
01. 楚나라가 雍氏 땅을 다섯 달 동안 포위하다.
楚圍雍氏五月. 韓令使者求救於秦, 冠蓋相望也, 秦師不下殽. 韓又令尙靳使秦, 謂秦王曰:「韓之於秦也, 居爲隱蔽, 出爲鴈行. 今韓已病矣, 秦師不下殽. 臣聞之, 脣揭者其齒寒, 願大王之熟計之.」
초위옹씨오월. 한령사자구구어진, 관개상망야, 진사불하효. 한우령상근사진, 위진왕왈:「한지어진야, 거위은폐, 출위안행. 금한이병의, 진사불하효. 신문지, 순게자기치한, 원대왕지숙계지.」
[解釋] 楚나라가 韓나라 雍氏 땅을 다섯 달 동안 포위하였다. 한나라는 秦나라에 사자를 보내어 구원을 요청하느라, 그 사신들의 冠과 수레 덮개가 서로 보일 정도였으나, 진나라 군대는 殽山을 넘어 구원하지 않았다. 한나라에서는 다시 尙靳을 진나라에 사신으로 보냈다. 상근이 秦王에게 말하였다. 「한나라는 진나라에 있어서, 평시에는 진나라를 가려 주는 울타리가 되고, 전시에는 기러기 떼처럼 나란히 달려 나가 도와줍니다. 지금 한나라가 이미 곤액에 처해 있는데, 진나라는 효산을 넘어 구원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들으니 입술이 드러나면 이가 시린 법이라 하였으니, 원컨대 대왕은 깊이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宣太后曰:「使者來者衆矣, 獨尙子之言是.」 召尙子入. 宣太后謂尙子曰:「妾事先王也, 先王以其髀加妾之身, 妾困不疲也. 盡置其身妾之上, 而妾弗重也, 何也? 以其少有利焉. 今佐韓, 兵不衆, 糧不多, 則不足以救韓. 夫救韓之危, 日費千金, 獨不可使妾少有利焉?」
선태후왈:「사자래자중의, 독상자지언시.」 소상자입. 선태후위상자왈:「첩사선왕야, 선왕이기비가첩지신, 첩곤불피야. 진치기신첩지상, 이첩불중야, 하야? 이기소유리언. 금좌한, 병부중, 양부다, 즉부족이구한. 부구한지위, 일비천금, 독불가사첩소유리언?」
[解釋] 진나라 왕의 어머니 宣太后가 말하였다. 「한나라의 많은 사신이 왔었지만 상근의 말이 가장 옳다!」
그러고는 상근을 불러 말하였다. 「내가 先王을 모실 때, 선왕께서 잠자리에서 다리만 내게 올려놓았을 때는, 힘들어 견딜 수 없었으나, 온몸을 내 몸 위에 올려놓을 때는, 무거운 줄 몰랐소. 어찌하여 그랬겠소? 이는 내게 무언가 좋은 점이 있기 때문이었소. 지금 한나라를 도우려면 군대가 많지 않고, 군량이 부족하다면 한나라를 구하기에 부족하오. 무릇 한나라의 위급함을 구하려면 하루에 1천금씩 들 터인데, 내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것이 없이 어찌 이렇게 하겠소?」
尙靳歸書報韓王, 韓王遣張翠. 張翠稱病, 日行一縣. 張翠至, 甘茂曰:「韓急矣, 先生病而來.」 張翠曰:「韓未急也, 且急矣.」 甘茂曰:「秦重國知王也, 韓之急緩莫不知. 今先生言不急, 可乎?」
상근귀서보한왕, 한왕견장취. 장취칭병, 일행일현. 장취지, 감무왈:「한급의, 선생병이래.」 장취왈:「한미급야, 차급의.」 감무왈:「진중국지왕야, 한지급완막부지. 금선생언불급, 가호?」
[解釋] 상근이 돌아와 韓나라 王(襄王)에게 글로 써서 보고하였다. 한나라 왕은 이번에는 張翠를 보내었다.
장취는 병을 핑계로 하루에 한 縣씩밖에 가지 않았다. 장취가 진나라에 이르자 甘茂가 말하였다. 「한나라가 급하기는 급한 모양입니다. 이렇게 병이 난 선생까지 오시는 걸 보니.」 장취가 말하였다. 「한나라는 아직 급하지 않습니다. 장차 급해지겠지요.」 감무가 말하였다. 「진나라는 大國이며, 게다가 임금이 지혜롭습니다. 따라서 한나라의 緩急을 모르실 리 없습니다. 그런데 선생이 지금 급하지 않다고 하니, 그게 될 말이오?」
張翠曰:「韓急則折而入於楚矣, 臣安敢來?」 甘茂曰:「先生毋復言也.」 甘茂入言秦王曰:「公仲柄得秦師, 故敢捍楚. 今雍氏圍, 而秦師不下殽, 是無韓也. 公仲且抑首而不朝, 公叔且以國南合於楚. 楚、韓爲一, 魏氏不敢不聽, 是楚以三國謀秦也. 如此則伐秦之形成矣. 不識坐而待伐, 孰與伐人之利?」
장취왈:「한급즉절이입어초의, 신안감래?」 감무왈:「선생무부언야.」 감무입언진왕왈:「공중병득진사, 고감한초. 금옹씨위, 이진사불하효, 시무한야. 공중차억수이부조, 공숙차이국남합어초. 초、한위일, 위씨불감불청, 시초이삼국모진야. 여차즉벌진지형성의. 불식좌이대벌, 숙여벌인지리?」
[解釋] 장취가 말하였다. 「한나라가 급하였다면 꺾여서 楚나라에 귀속되었을 겁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제가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겠소?」 감무가 말하였다. 「알았소. 선생은 더 이상 말하지 마시오!」 감무가 들어가 진왕에게 말하였다. 「한나라 公仲은 진나라에서 구원병이 올 것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에 초나라에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옹씨 땅이 포위당하였는데도, 진나라 구원병이 효산을 넘어서지 않고 있으면 한나라를 포기하는 셈이 됩니다. 공중은 그때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政事를 보지 않을 것이며 公叔은 장차 그 나라를 남쪽 초나라에 연합시켜 버리겠지요. 초나라와 한나라가 하나가 되면 위나라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이는 초나라가 그 세 나라와 함께 우리 진나라를 치겠다고 도모하는 것이 됩니다. 이와 같이 되면 진나라를 칠 형세가 이루어지니, 앉아서 공격을 당하는 것과 우리가 지금 그들을 치는 것, 어느 것이 유리하겠습니까?」
秦王曰:「善.」 果下師於殽以救韓.
진왕왈:「선.」 과하사어효이구한.
[解釋] 秦나라 王(昭王)이 말하기를, 「좋소.」라 하고는, 과연 구원병을 효산을 넘어 한나라를 구하도록 보냈다.
02. 楚나라가 雍氏 땅을 포위하다.
楚圍雍氏, 韓令冷向借救於秦, 秦爲發使公孫昧入韓. 公仲曰:「子以秦爲將救韓乎? 其不乎?」 對曰:「秦王之言曰, '請道於南鄭、藍田以入攻楚, 出兵於三川以待公.' 殆不合, 軍於南鄭矣.」
초위옹씨, 한령랭향차구어진, 진위발사공손매입한. 공중왈:「자이진위장구한호? 기불호?」 대왈:「진왕지언왈, '청도어남정、남전이입공초, 출병어삼천이대공.' 태불합, 군어남정의.」
[解釋] 楚나라가 韓나라 雍氏 땅을 포위하였다. 한나라는 冷向(泠向)을 秦나라에 보내어 구원을 요청하자, 진나라는 우선 公孫昧를 사신으로 한나라에 보냈다. 公仲이 말하였다. 「그대는 장차 진나라가 우리 한나라를 구해 줄 것이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도와주지 않으리라 보십니까?」 공손매가 대답하였다. 「秦나라 王이 말하기를, '南鄭과 藍田의 길을 거쳐 들어가 초나라를 공격할 테니 공중치께서는 三川에서 출병하여 기다리게 하라.'고 하였소. 제가 보기에는 거의 연합하지 않고, 남정에 와서 주둔할 뿐일 것 같습니다.」
公仲曰:「奈何?」 對曰:「秦王必祖張儀之故謀. 楚威王攻梁, 張儀謂秦王曰, '與楚攻梁, 魏折而入於楚. 韓固其與國也, 是秦孤也. 故不如出兵以勁魏.' 於是攻皮氏. 魏氏勁, 威王怒, 楚與魏大戰, 秦取西河之外以歸.
공중왈:「내하?」 대왈:「진왕필조장의지고모. 초위왕공량, 장의위진왕왈, '여초공량, 위절이입어초. 한고기여국야, 시진고야. 고불여출병이경위.' 어시공피씨. 위씨경, 위왕노, 초여위대전, 진취서하지외이귀.
[解釋] 공중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소?」 공손매가 대답하였다. 「진왕은 틀림없이 張儀의 옛날 방법을 본받을 것입니다. 즉 초나라 威王이 魏나라 大梁을 공격할 때, 장의는 秦나라 王에게 이르기를, '진나라가 초나라와 함께 대량을 공격하게 되면 위나라는 오히려 초나라에게로 귀속될 것입니다. 한나라는 원래부터 위나라와 동맹국입니다. 이는 진나라의 고립만 초래할 뿐이므로 출병하여 오히려 위나라를 강하게 해주느니만 못합니다.'고 하였습니다. 그 결과 皮氏 땅을 공격하여 위나라를 강하게 해주었습니다. 楚 威王은 노하여 위나라와 더욱 큰 싸움을 벌였고, 진나라는 그 틈을 이용하여 西河의 밖을 차지한 후 돌아가 버렸습니다.
今也其將陽言救韓, 而陰善楚, 公恃秦而勁, 必輕與楚戰. 楚陰得秦之不用也, 必易與公相支也. 公戰勝楚, 遂與公乘楚, 易三川而歸, 公戰不勝楚, 塞三川而守之, 公不能救也. 臣甚惡其事. 司馬康三反之郢矣, 甘茂與昭獻遇於境, 其言曰收璽, 其實猶有約也.」
금야기장양언구한, 이음선초, 공시진이경, 필경여초전. 초음득진지불용야, 필역여공상지야. 공전승초, 수여공승초, 이삼천이귀, 공전불승초, 색삼천이수지, 공불능구야. 신심악기사. 사마강삼반지영의, 감무여소헌우어경, 기언왈수새, 기실유유약야.」
[解釋] 지금 그 방법은 진나라가 겉으로 한나라를 구해 준다고 큰소리치면서, 속으로는 몰래 초나라와 親善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대는 진나라를 믿고 강한 척하면서 경솔히 초나라와 싸우게 될 것이요, 초나라는 진나라가 더 이상 用兵하지 않는다고 밀약한 바가 있어 틀림없이 쉽게 한나라와의 싸움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그대가 만약 초나라를 이기면, 진나라는 그대가 초나라를 이기는 틈을 타서, 곧 三川 지방을 쉽게 차지해 돌아가 버릴 것이요, 그대가 초나라를 이기지 못하면, 삼천을 봉쇄하여 이를 지켜 당신은 구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될까 저는 큰 걱정입니다. 또 司馬康이 세 번이나 초나라 郢을 다녀왔고, 甘茂와 昭獻이 국경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해서, 회담을 갖고 서로 진나라의 印을 回收한다는 것이었으나, 사실은 또 다른 밀약이 있었을 것입니다.」
公中恐曰:「然則奈何?」 對曰:「公必先韓而後秦, 先身而後張儀. 以公不如亟以國合於齊、楚, 秦必委國於公以解伐. 是公之所以外者儀而已, 其實猶之不失秦也.」
공중공왈:「연즉내하?」 대왈:「공필선한이후진, 선신이후장의. 이공불여극이국합어제、초, 진필위국어공이해벌. 시공지소이외자의이이, 기실유지불실진야.」
[解釋] 공중이 두려워서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소?」 공손매가 대답하였다. 「그대는 반드시 한나라를 먼저 생각하고 진나라를 뒤로하실 것이며, 자신을 먼저 하고 장의를 뒤로 하십시오. 그러자면 어서 빨리 한나라를 제나라、초나라와 연합시키느니만 못합니다. 진나라는 틀림없이 나라를 그대에게 맡겨 제후들의 진나라에 대한 공격을 해결해 줄 것입니다. 이는 겉으로 장의만 멀리 할 뿐이지 사실은 진나라를 잃는 것은 아닙니다.」
03. 公仲이 韓나라와 魏나라의 땅을 바꾸다.
公仲爲韓、魏易地, 公叔爭之而不聽, 且亡. 史惕謂公叔曰:「公亡, 則易必可成矣. 公無辭以後復反, 且示天下輕公, 公不若順之. 夫韓地易於上, 則害於趙. 魏地易於下, 則害於楚. 公不如告楚、趙, 楚、趙惡之. 趙聞之, 起兵臨羊腸, 楚聞之, 發兵臨方城, 而易必敗矣.」
공중위한、위역지, 공숙쟁지이불청, 차망. 사척위공숙왈:「공망, 즉이필가성의. 공무사이후복반, 차시천하경공, 공불약순지. 부한지역어상, 즉해어조. 위지역어하, 즉해어초. 공불여고초、조, 초、조오지. 조문지, 기병림양장, 초문지, 발병림방성, 이역필패의.」
[解釋] 公仲侈가 韓、魏 두 나라의 땅을 바꾸려고 하자, 公叔이 이를 다투면서 들어주지 않았고, 공숙은 망명을 서둘렀다. 史惕이 공숙에게 말하였다. 「공께서 망명해 버리면, 일은 더 쉽게 이루어집니다. 게다가 나중에 귀국할 만한 구실로 만들지 못하면, 도리어 공께서 천하의 경멸만 받게 되니, 공께서는 그를 따르느니만 못합니다. 무릇 한나라가 위나라 上部 땅을 얻게 되면, 趙나라에 해롭고, 위나라가 한나라의 下部 땅을 얻게 되면, 楚나라에 해로우니, 초나라、조나라에게 말하는 것만 못합니다. 초나라와 조나라는 이를 싫어할 것입니다. 조나라가 이를 들으면, 起兵하여 羊腸의 요새에 이를 것이며, 초나라가 이를 듣게 되면 군대를 일으켜 方城에 임하여, 반드시 실패하게 될 것입니다.」
04. 錡宣之가 韓나라 王에게 秦나라와 연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다.
錡宣之敎韓王取秦, 曰:「爲公叔具車百乘, 言之楚, 易三川. 因令公仲謂秦王曰, '三川之言曰, 秦王必取我. 韓王之心, 不可解矣. 王何不試以襄子爲質於韓, 令韓王知王之不取三川也?' 因以出襄子而德太子.」
기선지교한왕취진, 왈:「위공숙구거백승, 언지초, 역삼천. 인령공중위진왕왈, '삼천지언왈, 진왕필취아. 한왕지심, 불가해의. 왕하불시이양자위질어한, 영한왕지왕지불취삼천야?' 인이출양자이덕태자.」
[解釋] 錡宣之가 韓나라 王(襄王)에게 秦나라와 연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公叔을 위하여 수레 1백승을 갖추어 주고 널리 선전하되 楚나라에 가서 한나라 三川의 땅과 바꾸려 한다고 하십시오. 그러고 나서 이번에는 公仲을 진나라에 보내어 秦나라 王에게 이르기를, '삼천 사람들이 모두 진나라가 반드시 자신들의 땅을 빼앗을 것이라고 수군거립니다. 그래서 韓나라 王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나라 왕께서는 어찌 襄子를 한나라에 인질로 보내면서 귀국이 삼천 땅을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한나라 왕이 알도록 해주지 않습니까?'고 말하게 하십시오. 그 양자를 우리 한나라에 인질로 끌어내면 진나라 태자에게 큰 덕을 베푸는 것이 됩니다.」
05. 襄陵의 싸움
襄陵之役, 畢長謂公叔曰:「請毋用兵, 而楚、魏皆德公之國矣. 夫楚欲置公子高, 必以兵臨魏. 公何不令人說昭子曰, '戰未必勝, 請爲子起兵以之魏?' 子有辭以毋戰, 於是以太子與、昭陽、梁王皆德公矣.」
양릉지역, 필장위공숙왈:「청무용병, 이초、위개덕공지국의. 부초욕치공자고, 필이병림위. 공하불령인설소자왈, '전미필승, 청위자기병이지위?' 자유사이무전, 어시이태자여、소양、양왕개덕공의.」
[解釋] 襄陵의 싸움에서 畢長이 公叔에게 말하였다. 「武力을 쓰지 않으면, 초나라、위나라가 모두 공의 나라를 고맙게 생각할 것입니다. 무릇 楚나라에서는 魏나라 公子 高를 태자로 세우려고, 틀림없이 위나라로 쳐들어갈 것입니다. 이때 공께서는 어찌 사람을 시켜 昭陽에게 말하기를, '전쟁에 틀림없이 이기지 못하리라고 판단되면, 그대를 위해 내가 군대를 일으켜 위나라로 출병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이는 그대가 싸우지 말도록 말하는 것으로 그렇게 되면, 태자와 昭陽, 그리고 梁王 모두 그대를 고맙게 여길 것입니다.」
06. 公叔이 馮君을 秦나라에 사신으로 보내다.
公叔使馮君於秦, 恐留, 敎陽向說秦王曰:「留馮君以善韓臣非上知也. 主君不如善馮君, 而資之以秦. 馮君廣王而不聽公叔, 以與太子爭, 則王澤布, 而害於韓矣.」
공숙사풍군어진, 공류, 교양향설진왕왈:「유풍군이선한신비상지야. 주군불여선풍군, 이자지이진. 풍군광왕이불청공숙, 이여태자쟁, 즉왕택포, 이해어한의.」
[解釋] 公叔이 馮君을 秦나라에 사신으로 보냈다. 그러나 풍군은 자신이 진나라에서 붙들릴까 두려워, 陽向을 시켜 秦나라 王(昭王)에게 말해 주도록 하였다. 「풍군을 붙들어 놓고 韓나라 신하와 친하겠다는 것은 상등의 지혜는 아닙니다. 임금께서는 오히려 풍군을 잘 대접하여 그를 바탕으로 진나라를 돕도록 일을 하느니만 못합니다. 그러면 풍군은 대왕을 믿고 공숙의 말을 듣지 않고, 太子와 권력을 다투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는 왕이 널리 덕을 베푸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한나라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 됩니다.」
07. 어떤 이가 公叔에게 말하다.
謂公叔曰:「公欲得武遂於秦, 而不患楚之能揚河外也. 公不如令人恐楚王, 而令人爲公求武遂於秦. 謂楚王曰, '發重使爲韓求武遂於秦. 秦王聽, 是令得行於萬乘之主也. 韓得武遂以限秦, 毋秦患而得楚. 韓, 楚之縣而已. 秦不聽, 是秦、韓之怨深, 而交楚也.'」
위공숙왈:「공욕득무수어진, 이불환초지능양하외야. 공불여령인공초왕, 이령인위공구무수어진. 위초왕왈, '발중사위한구무수어진. 진왕청, 시령득행어만승지주야. 한득무수이한진, 무진환이득초. 한, 초지현이이. 진불청, 시진、한지원심, 이교초야.'」
[解釋] 어떤 이가 公叔에게 말하였다. 「공께서는 秦나라로부터 武遂의 땅을 되찾으려 하면서 楚나라가 河外를 점령하리라는 근심은 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공은 먼저 사람을 시켜 楚나라 王이 겁을 내도록 해 놓고, 다시 사람을 시켜 진나라에게 무수 땅을 돌려 달라고 하느니만 못합니다. 楚나라 王에게 이르기를, '우리 한나라에서는 특사를 진나라에 보내어 무수 땅을 되돌려 받으려 합니다. 秦나라 王이 이를 허락하면, 만승의 나라로 하여금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한 것이 됩니다. 또 한나라가 무수의 땅을 되찾아 진나라의 진출을 막게 되면, 더 이상 진나라에 대한 근심이 없어지므로 그때는 초나라를 모실 것입니다. 그러면 한나라는 초나라의 한 縣처럼 되겠습니다. 만약 진나라가 이를 들어주지 않아 무수를 되돌려 주지 않으면, 진나라와 우리 한나라의 원한은 더욱 깊어져서 초나라를 섬기게 될 것입니다.'고 말하십시오.」
08. 어떤 이가 公叔에게 말하기를 배를 탈 때
謂公叔曰:「乘舟, 舟漏而弗塞, 則舟沉矣. 塞漏舟, 而輕陽侯之波, 則舟覆矣. 今公自以辯於薛公而輕秦, 是塞漏舟而輕陽侯之波也, 願公之察也.」
위공숙왈:「승주, 주루이불색, 즉주침의. 색루주, 이경양후지파, 즉주복의. 금공자이변어설공이경진, 시색루주이경양후지파야, 원공지찰야.」
[解釋] 어떤 이가 公叔에게 말하였다. 「배를 탈 때, 물이 새어 들어 오는 곳을 막지 않으면, 침몰하고 말며, 물이 새는 곳을 막되, 水神 陽侯의 파도를 가벼이 여겼다가는 배가 전복되고 맙니다. 지금 공께서 薛公과 말이 통한다고 해서, 秦나라를 깔보고 있는데, 이는 마치 물이 새는 배에다가 수신의 파도를 가벼이 보는 것과 같습니다. 원컨대 공께서는 잘 살피시기 바랍니다.」
09. 齊나라가 周最를 鄭에 사신으로 보내다.
齊令周最使鄭, 立韓擾而廢公叔. 周最患之, 曰:「公叔之與周君交也, 令我使鄭, 立韓擾而廢公叔. 語曰, '怒於室者色於市.' 今公叔怨齊, 無奈何也? 必周君而深怨我矣.」
제령주최사정, 입한요이폐공숙. 주최환지, 왈:「공숙지여주군교야, 영아사정, 입한요이폐공숙. 어왈, '노어실자색어시.' 금공숙원제, 무내하야? 필주군이심원아의.」
[解釋] 齊나라가 周最를 韓나라 서울 新鄭에 보내, 韓擾를 相으로 세우고, 대신 公叔을 廢하도록 하였다. 주최가 걱정이 되어 말하였다. 「공숙과 周나라 임금과 교분이 두터운데, 나에게 신정에 가서 공숙을 내쫓고 한요를 세우라 한다. 속담에 이르기를, '집에서 화를 내는 자는 밖에서도 얼굴에 그 모습이 나타난다.'고 하였는데, 지금 공숙은 제나라와 원한 관계이니, 내가 어찌 그런 말을 전할 수 있으랴? 틀림없이 주나라 임금이 나를 무척이나 원망할 것이다.」
史舍曰:「公行矣, 請令公叔必重公.」 周最行至鄭, 公叔大怒. 史舍入見曰:「周最固不欲來使, 臣竊强之. 周最不欲來, 以爲公也. 臣之强之也, 亦以爲公也.」
사사왈:「공행의, 청령공숙필중공.」 주최행지정, 공숙대노. 사사입현왈:「주최고불욕래사, 신절강지. 주최불욕래, 이위공야. 신지강지야, 역이위공야.」
[解釋] 史舍가 말하였다. 「그대는 가십시오. 내가 따라가서 그대를 오히려 공숙에게 중함을 받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주최가 신정에 이르러 공숙을 만나자, 역시 공숙은 크게 화부터 내었다. 史舍가 들어가 공숙을 만났다. 「주최가 정말로 오지 않겠다는 것을 제가 강제로 오게 하였소. 주최가 오기 싫어한 것도, 그대를 위해서이지만, 내가 억지로 오게 한 것, 역시 그대를 위한 것입니다.」
公叔曰:「請聞其說.」 對曰:「齊大夫諸子有犬, 犬猛不可叱, 叱之必噬人. 客有請叱之者, 疾視而徐叱之, 犬不動. 復叱之, 犬遂無噬人之心. 今周最固得事足下, 而以不得已之故來使, 彼將禮陳其辭而緩其言, 鄭王必以齊王爲不急, 必不許也. 今周最不來, 他人必來. 來使者無交於公, 而欲德於韓擾, 其使之必疾, 言之必急, 則鄭王必許之矣.」
공숙왈:「청문기설.」 대왈:「제대부제자유견, 견맹불가질, 질지필서인. 객유청질지자, 질시이서질지, 견부동. 부질지, 견수무서인지심. 금주최고득사족하, 이이부득이지고래사, 피장례진기사이완기언, 정왕필이제왕위불급, 필불허야. 금주최불래, 타인필래. 내사자무교어공, 이욕덕어한요, 기사지필질, 언지필급, 즉정왕필허지의.」
[解釋] 공숙이 말하였다. 「청컨대 그 이야기를 좀 들어봅시다.」 사사가 대답하였다. 「저의 제나라 대부 중 어느 庶子 집에서 개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개가 어찌나 사납던지 감히 꾸짖을 수도 없었는데, 꾸짖으면 달려들어 사람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어떤 客이 개를 꾸짖어 보겠다고 나섰습니다. 눈을 부릅뜨고 개를 노려본 다음 서서히 꾸짖자, 개는 꿈쩍도 못하였으며, 다시 꾸짖자, 개는 드디어 더 이상 사람을 물 마음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지금 주최가 참으로 足下를 모시고자 하였으나, 부득이 사신으로 온 것이며, 그는 예의를 갖추어 천천히 齊나라 王의 말을 진술하려 한 것입니다. 그러면 鄭나라 王(韓나라 王)은 틀림없이 齊나라 王이 그리 급하지 않다고 여기고, 제나라 의견을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주최가 오지 않았으면, 반드시 그 누군가 다른 사람이 왔을 것입니다. 그대와 交分이 없기 때문에 새로 재상이 될 韓擾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쓸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사자는 서두르게 될 것이고, 급하게 말할 것입니다. 그러면 韓나라 王은 결국 제나라의 요구를 허락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公叔曰:「善.」 遂重周最. 王果不許韓擾.
공숙왈:「선.」 수중주최. 왕과불허한요.
[解釋] 공숙이 말하기를, 「좋소.」라 하고는, 마침내 주최를 더욱 융숭히 대접해 주었다. 왕 역시 한요를 재상으로 임명하라는 제나라의 요구를 허락하지 않았다.
10. 韓公叔과 幾瑟이 나라를 다투다.
韓公叔與幾瑟爭國. 鄭强爲楚王使於韓, 矯以新城、陽人合世子, 以與公叔爭國. 楚怒, 將罪之. 鄭强曰:「臣之矯與之, 以爲國也. 臣曰, 世子得新城、陽人, 以與公叔爭國, 而得全, 魏必急韓氏. 韓氏急, 必縣命於楚, 又何新城、陽人敢索? 若戰而不勝, 走(幸)而不死, 今且以至, 又安敢言地?」 楚王曰:「善.」 乃弗罪.
한공숙여기슬쟁국. 정강위초왕사어한, 교이신성、양인합세자, 이여공숙쟁국. 초노, 장죄지. 정강왈:「신지교여지, 이위국야. 신왈, 세자득신성、양인, 이여공숙쟁국, 이득전, 위필급한씨. 한씨급, 필현명어초, 우하신성、양인감색? 약전이불승, 주(행)이불사, 금차이지, 우안감언지?」 초왕왈:「선.」 내불죄.
[解釋] 韓公叔과 幾瑟이 세자 옹립 문제를 두고 다투었다. 이때 鄭强이 楚王의 심부름으로 韓나라에 와 있다가 이를 보고 거짓으로 초나라의 新城、陽人 땅을 태자인 기슬에게 준다고 속여 공숙과 더욱 싸우도록 하였다. 초나라는 정강이 제멋대로 땅을 준다고 하였다 하여 화를 내 처벌하려 하였다. 정강이 말하였다. 「제가 거짓으로 땅을 준다고 한 것은 초나라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제 생각에 태자 기슬이 우리의 신성과 양인 땅을 믿고 공숙과 싸워 온전하게 되면, 공숙 편이었던 魏나라가 한나라를 몰아 칠 것입니다. 한나라가 급해지면 반드시 우리 초나라에게 목을 걸고 도와달라고 할 것입니다. 그때 다시 세자는 어느 겨를에 우리에게 땅을 달라고 하겠습니까? 또 싸우다가 졌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세자가 다행히 죽지 않는다 해도 결국 우리 초나라로 올 것입니다. 그런 처지에 옛날 약속한 땅을 달라고 감히 요구하겠습니까?」 초왕이 말하기를, 「좋소.」라 하고는, 정강을 처벌하지 않았다.
11. 韓公叔과 幾瑟이 國權을 다투자 中庶子가 말하다.
韓公叔與幾瑟爭國. 中庶子强謂太子曰:「不若及齊師未入, 急擊公叔.」 太子曰:「不可. 戰之於國中必分.」 對曰:「事不成, 身必危, 尙何足以圖國之全爲?」 太子弗聽, 齊師果入, 太子出走.
한공숙여기슬쟁국. 중서자강위태자왈:「불약급제사미입, 급격공숙.」 태자왈:「불가. 전지어국중필분.」 대왈:「사불성, 신필위, 상하족이도국지전위?」 태자불청, 제사과입, 태자출주.
[解釋] 韓公叔과 幾瑟이 나랏일로 國權을 다투었다. 中庶子 强이 太子에게 말하였다. 「齊나라 군대가 들어오기 전에 급히 공숙을 치느니만 못합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안 되오. 나라 안에서 싸우면 반드시 분열되오.」 중서자가 말하였다. 「일이 성공되지 않으면 몸을 망치는데, 어찌 나라가 안전하기를 바라겠습니까?」 태자는 듣지 않았다. 과연 제나라 군사가 들어오자, 태자는 도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