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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氾論訓(범론훈)
01
古者有鍪而綣領, 以王天下者矣. 其德生而不辱, 予而不奪. 天下不非其服, 同懷其德. 當此之時, 陰陽和平, 風雨時節, 萬物蕃息, 烏鵲之巢, 可俯而探也, 禽獸可羈而從也. 豈必襃衣博帶, 句襟委章甫哉?
고자유무이권령, 이왕천하자의. 기덕생이불욕, 여이불탈. 천하불비기복, 동회기덕. 당차지시, 음양화평, 풍우시절, 만물번식, 오작지소, 가부이탐야, 금수가기이종야. 기필포의박대, 구금위장보재?
[解釋] 옛날 두건을 쓰고 깃도 없는 의복을 걸친 채로, 천하를 다스리던 왕이 있었다. 그 왕의 덕은 백성을 살리기는 하였어도 죽이지는 않았고, 주기는 하였어도 빼앗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천하는 왕의 정치를 싫어하지 않았고, 모두 왕의 덕을 기리었다. 그 당시에는, 음양은 조화 되었고, 風雨는 시절에 따랐으며, 만물은 번식하고, 까치가 지은 집은, 굽어보고도 찾을 수가 있었으며, 禽獸는 줄에 매어 끌고 다닐 수가 있었다. 어찌 소매 넓은 옷과 굵은 띠와 둥근 깃과, 委貌와 章甫의 冠 등을 필요로 할 것인가?
古者民澤處復穴, 冬日則不勝霜雪霧露, 夏日則不勝暑熱蝱虻. 聖人乃作爲之築土構木, 以爲宮室, 上棟下宇, 以蔽風雨, 以避寒暑. 而百姓安之.
고자민택처부혈, 동일즉불승상설무로, 하일즉불승서열맹맹. 성인내작위지축토구목, 이위궁실, 상동하우, 이폐풍우, 이피한서. 이백성안지.
[解釋] 옛날의 백성들은 濕地에 살고 굴속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겨울에는 霜雪과 霧露를 견뎌내지 못하고, 여름에는 더위와 모기와 등에를 견뎌내지 못하였다. 그래서 성인이 나와 백성을 위해 흙을 쌓고 재목을 엮어, 가옥을 만들고, 도리를 얹고 처마를 낮게 달아, 비와 바람을 막았으며, 추위와 더위를 피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해서 사람들은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되었다.
伯余之初作衣也, 緂麻索縷, 手經指掛, 其成猶網羅. 後世爲之機杼勝複, 以便其用, 而民得以揜形御寒.
백여지초작의야, 담마삭루, 수경지괘, 기성유망라. 후세위지기저승복, 이편기용, 이민득이엄형어한.
[解釋] 伯余가 처음으로 의복을 만들었을 때, 삼을 째고 실을 뽑고, 손가락에 걸어서 천을 짰기 때문에, 그 완성품은 마치 새의 그물과도 같았다. 후세에는 길쌈을 하는 도구가 생겨나서 의복을 만드는 데에도, 편리해 졌으므로, 백성들은 몸에 걸치어 추위를 막을 수가 있게 된 것이다.
古者剡耜而耕, 摩蜄而耨, 木鉤而樵, 抱甀而汲, 民勞而利薄. 後世爲之耒耜耦鋤, 斧柯而樵, 桔皐而汲, 民逸而利多焉.
고자섬사이경, 마진이누, 목구이초, 포추이급, 민노이이박. 후세위지뢰사우서, 부가이초, 길고이급, 민일이이다언.
[解釋] 옛날에는 보습을 깎아 가지고 밭갈이를 하였으며, 대합의 껍질을 갈아 가지고 잡초를 베었으며, 나무로 낫을 만들어 땔나무를 하고, 항아리를 껴안고 불을 길었으므로, 백성들은 수고로웠지만 이익은 얼마되지 못하였다. 후세에는 날이 붙은 보습이 생겨나고 호미를 만들어 김을 매었으며, 도끼에 자루를 만들어 땔나무를 하고, 두레박으로 물을 긷게 되었으므로, 백성들의 생활은 안락해 졌고 일에도 많은 이익을 얻게 되었다.
古者大川名谷, 衝絶道路, 不通往來也. 乃爲窬木方版, 以爲舟航, 故地勢有無, 得相委輸. 乃爲靻蹻而超千里, 肩荷負儋之勤也, 而作爲之揉輪建輿, 駕馬服牛, 民以致遠而不勞.
고자대천명곡, 충절도로, 불통왕래야. 내위유목방판, 이위주항, 고지세유무, 득상위수. 내위조교이초천리, 견하부담지근야, 이작위지유륜건여, 가마복우, 민이치원이불로.
[解釋] 옛날에는 큰 강과 이름 있는 계곡들이, 도로를 차단하여, 왕래를 막고 있었다. 그래서 나무를 파고 널빤지를 깔아서, 뱃길을 만들어 항해를 하였으며, 그래서 지형의 형세와 관계없이, 서로 특산물을 교환하게 되었다. 이에 가죽신을 신고 도보로 천리를 가고, 어깨에는 무거운 짐을 지는 등 고생이 많았는데, 나무를 구부리어 수레바퀴를 만들어, 소나 말로 하여금 끌게 하여, 먼 곳에 나가더라도 힘들이지 않게 되었다.
爲鷙禽猛獸之害傷人, 而無以禁御也, 而作爲之鑄金鍛鐵, 以爲兵刃, 猛獸不能爲害. 故民迫其難, 則求其便, 困其患, 則造其備. 人各以其所知, 去其所害, 就其所利.
위지금맹수지해상인, 이무이금어야, 이작위지주금단철, 이위병인, 맹수불능위해. 고민박기난, 즉구기편, 곤기환, 즉조기비. 인각이기소지, 거기소해, 취기소리.
[解釋] 맹금과 맹수가 사람들을 해쳐도, 막을 길이 없이 당하기만 하였는데, 금속을 녹이고 쇠붙이를 담금질하여 만들어 내면서, 날카로운 무기를 만들게 되자, 맹수들도 능히 사람들을 해치지 못하게 되었다. 이처럼 백성들은 곤경에 처하면, 보다 나은 수단을 찾아내고, 곤란한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그것에 대한 대비책을 세웠던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지혜를 사용하여, 해로운 것을 제거하고, 이로운 것을 취하게 된 것이다.
02
常故不可循, 器械不可因也. 則先王之法度, 有移易者矣. 古之制, 婚禮不稱主人. 舜不告而聚, 非禮也.
상고불가순, 기계불가인야. 즉선왕지법도, 유이역자의. 고지제, 혼례불칭주인. 순불고이취, 비례야.
[解釋] 예로부터 내려오는 관습이더라도 때에 맞지 않으면 따르기가 어렵고, 기계들도 마찬가지로 언제나 의지할 수가 없는 것이다. 곧 선왕의 법도라고 할지라도, 바꾸어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옛날의 제도에 의하면, 혼례는 자신의 이름으로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舜임금이 아버지에게 고하지 않고 아내를 얻은 것은, 예에 어긋나는 것이 된다.
立子以長, 文王舍伯邑考, 而用武王非制也. 禮'三十而娶', 文王十五, 而生武王非法也. 夏后氏殯於阼階之上, 殷人殯於兩楹之間, 周人殯於西階之上. 此禮之不同者也.
입자이장, 문왕사백읍고, 이용무왕비제야. 예'삼십이취', 문왕십오, 이생무왕비법야. 하후씨빈어조계지상, 은인빈어양영지간, 주인빈어서계지상. 차례지부동자야.
[解釋] 후사로는 장남을 세우도록 되어 있는데, 文王이 伯邑考를 폐하고, 武王을 세운 것은 당시의 제도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禮에는 '남자는 30세로 아내를 취한다.'고 되어 있는 점으로 볼 때, 文王이 15세에, 무왕을 낳은 것은 법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夏后氏는 阼階 위에 시체를 안치하고, 殷나라 사람들은 堂上 두 번째 기둥 사이에 시체를 안치하고, 周나라 사람들은 西階위에 시체를 안치 하였다. 이와 같이 禮는 시대에 따라 모두 같지가 않았다.
有虞氏用瓦棺, 夏后氏堲周, 殷人用槨, 周人牆置翣. 此葬之不同者也. 夏后氏祭於闇, 殷人祭於陽, 周人祭於日出. 以朝, 此祭之不同者也.
유우씨용와관, 하후씨즐주, 은인용곽, 주인장치삽. 차장지부동자야. 하후씨제어암, 은인제어양, 주인제어일출. 이조, 차제지부동자야.
[解釋] 또 有虞氏는 기와로 만든 관을 사용하였으며, 夏后氏는 벽돌을 둘러쌓아 사용하였으며, 殷나라 사람들은 덧널인 槨을 사용하였으며, 周나라 사람들은 관에 운불삽을 장치하였다. 이러한 매장법들은 모두가 시대에 따라서 같지가 않았다. 夏后氏는 황혼 때에 郊祭를 지내었고, 殷나라 사람들은 한낮에 교제를 지냈으며, 周나라 사람들은 아침 해가 뜰 때에 교제를 지냈다. 이와 같은 것은 시대에 따라, 그 祭祀의 방법이 같지가 않았다.
堯大章, 舜九韶, 禹大夏, 湯大濩, 周武象. 此樂之不同者也. 故五帝異道, 而德覆天下, 三王殊事, 而名施後世. 此皆因時變, 而制禮樂者, 譬猶師曠之施琴柱也, 所推移上下者, 無寸尺之度, 而靡不中音.
요대장, 순구소, 우대하, 탕대호, 주무상. 차악지부동자야. 고오제이도, 이덕부천하, 삼왕수사, 이명시후세. 차개인시변, 이제예악자, 비유사광지시금주야, 소추이상하자, 무촌척지도, 이미부중음.
[解釋] 堯임금의 음악은 大章이고, 舜임금의 음악은 九韶이며, 禹임금의 음악은 大夏이고, 湯임금의 음악은 大濩이며, 周나라의 음악은 武象이었다. 이상은 음악이 시대에 따라 같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5帝의 도는 각기 달랐으나, 덕망은 모두 능히 천하를 덮었고, 3王은 각기 事跡을 달리 하였어도, 명성은 똑같이 후세에 미쳤다. 이런 것들은 모두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예악을 제정하였기 때문인데, 비유하자면 師曠이 琴柱를, 상하로 움직이면서 서 있을 때, 그 위치를 자로 재지 않았건만, 음률이 맞지 않는 것이 없었던 것과 같다.
故通於禮樂之情者能作, 音有本主於中, 而以知榘彠之所周者也. 魯昭公有慈母而愛之. 死爲之練冠, 故有慈母之服. 陽侯死蓼侯, 而竊其夫人, 故大饗廢夫人之禮.
고통어예악지정자능작, 음유본주어중, 이이지구확지소주자야. 노소공유자모이애지. 사위지련관, 고유자모지복. 양후사료후, 이절기부인, 고대향폐부인지례.
[解釋] 그런 까닭에 예악의 진수에 통하고 있는 사람이야 말로 예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곧 大本을 속에 간직하고 있으면서, 그것을 시세에 적응시키는 법도로 시행할 수 있는 사람을 이르는 것이다. 魯나라 昭公에게는 慈母 곧 유모가 있었는데, 소공은 그 자모를 사모하였었다. 자모가 죽었을 때, 소공은 服喪을 하였기 때문에, 그래서 그 뒤로는 자모의 상에도 복상을 하게 되었다. 陽侯는 蓼侯를 죽이고, 그 부인을 뺏었으므로, 그 이후로는 주연 자리에 부인이 동석하는 것을 폐지시켰다.
先王之制, 不宜則廢之, 末世之事, 善則著之. 是故禮樂未始有常也, 故聖人制禮樂, 而不制於禮樂. 治國有常, 而利民爲本.
선왕지제, 불의즉폐지, 말세지사, 선즉저지. 시고예악미시유상야, 고성인제예악, 이부제어예악. 치국유상, 이이민위본.
[解釋] 이와 같이 선왕의 제도라고 하더라도, 좋지 않은 것은 폐지하고, 후세의 일이더라도, 좋은 것은 장려되어야 한다. 이런 까닭에 예악에는 원래 항구불변인 것 따위는 없는 것으로서, 그러므로 聖人은 예악을 제정하지만, 그것에 제약받지 않는 것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常道가 있는데, 그것은 백성의 利를 첫째로 하는 것이다.
政敎有經, 而令行爲上, 苟利於民, 不必法古, 苟周於事, 不必循舊. 夫夏商之衰也, 不變法而亡. 三代之起也, 不相襲而王.
정교유경, 이령행위상, 구리어민, 불필법고, 구주어사, 불필순구. 부하상지쇠야, 불변법이망. 삼대지기야, 불상습이왕.
[解釋] 정치를 가르치고 나라를 운영하는 데에는, 위에서 정령이 행해져야 하며, 그러므로 구차하게 백성들을 이롭게 하고자 하여, 반드시 옛 법을 따라야 할 필요가 없고, 만일 마땅한 일이라면, 반드시 舊法을 따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무릇 夏와 商이 쇠퇴한 것은, 법을 바꾸었기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다. 3代의 興起를 보면, 前代의 법을 계승하지 않았어도 왕위에 올랐다.
故聖人法與時變, 禮與俗化. 衣服器械, 便其用, 法度制令, 各因其宜. 故變古未可非, 而循俗未足多也.
고성인법여시변, 예여속화. 의복기계, 편기용, 법도제령, 각인기의. 고변고미가비, 이순속미족다야.
[解釋] 그래서 성인의 법은 시대와 함께 변하고, 禮는 세속과 함께 변한다. 의복이나 기구는, 각기 실용에 편리하도록 하고, 법도나 제령은, 각기 時宜에 맞도록 하였던 것이다. 곧 옛 법을 바꾸는 것은 잘못이 아니며, 항상 舊俗에 따르는 것이 좋다고는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03
百川異源, 而皆歸於海. 百家殊業, 而皆務於治. 王道缺而≪詩≫作, 周室廢, 禮義壞, 而≪春秋≫作. ≪詩≫≪春秋≫學之美者也, 皆衰世之造也.
백천이원, 이개귀어해. 백가수업, 이개무어치. 왕도결이≪시≫작, 주실폐, 예의괴, 이≪춘추≫작. ≪시≫≪춘추≫학지미자야, 개쇠세지조야.
[解釋] 모든 냇물은 근원을 달리하고 있으면서도, 이윽고는 모두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모든 유세가들은 說을 달리하면서도, 하나같이 모두 세상을 다스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王道가 세상에 행하여 지지 못하자 ≪詩經≫이 생겨났고, 周왕실이 쇠퇴해 져서, 禮義가 붕괴되자, ≪春秋≫가 생겨나게 되었다. ≪詩經≫이나 ≪春秋≫는 학문으로서는 훌륭하지만, 모두 쇠퇴한 세상의 산물에서 만들어진 것뿐이다.
儒者循之, 以敎導於世, 豈若三代之盛哉? 以≪詩≫≪春秋≫, 爲古之道而貴之, 又有未作≪詩≫≪春秋≫之時.
儒者循之, 以敎導於世, 豈若三代之盛哉? 以≪詩≫≪春秋≫, 爲古之道而貴之, 又有未作≪詩≫≪春秋≫之時.
[解釋] 儒者들은 이것을 바탕으로 하여, 세상을 가르치고 이끌고자 하지만, 어찌 三代의 태평한 세상에 미칠 수가 있으랴! ≪詩經≫이나 ≪春秋≫를, 옛날의 道를 전하는 것이라며 소중히 여기지만, 그 이전 ≪詩經≫과 ≪春秋≫가 아직 생겨나기 이전에 왕성하였던 세상도 있었던 것이다.
夫道之缺也, 不若道其全也, 誦先王之詩書, 不若聞得其言, 聞得其言, 不若得其所以言. 得其所以言者, 言不能言也. 故道可道者, 非常道也.
부도지결야, 불약도기전야, 송선왕지시서, 불약문득기언, 문득기언, 불약득기소이언. 득기소이언자, 언불능언야. 고도가도자, 비상도야.
[解釋] 무릇 도가 결여되어 있는 세상은, 도가 온전해진 세상에는 미치지 못하며, 선왕들의 詩書를 읽고 암송하는 것은, 그 말을 듣는 것에 미치지 못하고, 그 말을 듣는 것은, 선왕이 말하고자 하는 本旨를 터득하는 것만 못하다. 그런데 말하고자 하는 본지를 터득한 사람은, 그것을 말로 표현하고자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것이 道라고 말하는 그러한 道는, 사실은 참된 道가 아닌 것이다.
04
周公事文王也, 行無專制, 事無由已, 身若不勝衣, 言若不出口, 有奉持於文王, 洞洞屬屬, 如將不能, 恐失之. 可謂能子矣.
주공사문왕야, 행무전제, 사무유이, 신약불승의, 언약불출구, 유봉지어문왕, 동동속속, 여장불능, 공실지. 가위능자의.
[解釋] 周公이 文王을 섬기는 태도는, 專斷하는 일이 없었고, 무슨 일이든 왕의 허락을 받고 행하였으며, 태도는 옷의 무게도 견디지 못하는 듯하였으며, 말씨는 입에서 우물거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 같았으며, 문왕을 모심에 있어서는, 신중하고 순종하여, 아들로서의 중책을 견디지 못하듯, 그것을 잃을까 두려워하였다. 그것은 가히 아들로서 훌륭하였다고 이를 만하다.
武王崩, 成王幼少. 周公繼文王之業, 履天子之籍, 聽天下之政, 平夷狄之亂, 誅管蔡之罪, 負扆而朝諸侯, 誅賞制斷, 無所顧問, 威動天地, 聲懾海內. 可謂能武矣.
무왕붕, 성왕유소. 주공계문왕지업, 이천자지적, 청천하지정, 평이적지난, 주관채지죄, 부의이조제후, 주상제단, 무소고문, 위동천지, 성섭해내. 가위능무의.
[解釋] 武王이 세상을 떠나자, 뒤이은 成王은 너무나 어렸다. 周公은 문왕의 유업을 이어, 천자의 자리를 깔고 앉아서, 천하의 정무를 살피고, 夷狄의 반란을 평정하고, 管叔과 蔡叔의 죄를 처단하였으며, 병풍을 등지고 남면하여 제후들을 알현하였으며, 상벌과 裁決은 주위 사람에게 묻지도 않고 홀로 결정하였는데, 이리하여 위세는 천지를 진동시키고, 名聲은 四海를 두렵게 하여 굴복하게 하였다. 가히 유능한 군주였다고 이를 만하다.
成王旣壯, 周公屬籍致政, 北面委質, 而臣事之, 請而後爲, 復而後行. 無擅恣之志, 無矜伐之色. 可謂能臣矣.
성왕기장, 주공속적치정, 북면위질, 이신사지, 청이후위, 부이후행. 무천자지지, 무긍벌지색. 가위능신의.
[解釋] 성왕이 이미 성장하자, 주공은 왕위와 정무를 되돌려 주었으며, 北面하여 그동안 맡았던 것들을 모두 바쳐, 신하의 예를 갖추어 섬겼고, 성왕에게 아뢴 다음에야 행하고, 보고를 한 뒤에야 실행하였다. 마음대로 하려는 뜻도 없었고, 功을 자랑하려는 모습도 없었다. 가히 신하로서 훌륭했다고 이를 만하다.
故一人之身而三變者, 所以應時矣. 何況乎? 君數易世, 國數易君, 人以其位, 達其好憎, 以其威勢, 供嗜欲. 而欲以一行之禮, 一定之法, 應時偶變, 其不能中權亦明矣.
고일인지신이삼변자, 소이응시의. 하황호? 군삭역세, 국삭역군, 인이기위, 달기호증, 이기위세, 공기욕. 이욕이일행지례, 일정지법, 응시우변, 기불능중권역명의.
[解釋] 이때처럼 하나의 몸이면서도 그 태도를 세 번이나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그때그때의 상황에 대응을 잘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의 시대 상황은 어떠하였던가? 군주는 군주대로 법령을 자주 바꾸고, 나라 사람들은 나라 사람들대로 다른 군주를 바꾸며, 개인은 개인대로 지위를 이용해서, 자신의 좋고 싫음을 충족하였으며, 그 위세를 이용하여, 자신의 좋아하는 바를 채웠다. 그러면서도 한쪽으로는 틀에 박힌 예의와, 하나의 일정한 법도에 의해서, 시세의 변화에 대응하려고 하더라도, 그때그때 적절하게 적응되지 않으리란 것은 또한 명확한 일이었다.
故聖人所由曰道, 所爲曰事. 道猶金石一調不更, 事猶琴瑟每絃改調. 故法制禮義者, 治人之具也, 而非所以爲治也. 故仁以爲經, 義以爲紀, 此萬世不更者也.
고성인소유왈도, 소위왈사. 도유금석일조불갱, 사유금슬매현개조. 고법제례의자, 치인지구야, 이비소이위치야. 고인이위경, 의이위기, 차만세불갱자야.
[解釋] 그러므로 聖人이 의거하는 바를 道라고 이르고, 그렇게 행하는 것을 事라고 말한다. 道를 비유하자면 鐘이나 磬이 한 번 音階를 정하면, 그 이후에는 고쳐지는 일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며, 事를 비유하자면 거문고를 탈 때마다 조율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해서 法制와 禮義라고 하는 것은, 정치를 다스리기 위한 수단이기는 하지만, 정치를 다스리는 것의 根本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仁으로 經을 삼고, 義로 벼리[紀]로 삼는 것은, 만세 불변에 바뀌지 않는 불변의 진리이다.
若乃人考其才, 而時省其用, 雖日變可也. 天下豈有常法哉? 當於世事, 得於人理, 順於天地, 祥於鬼神. 則可以正治矣.
약내인고기재, 이시성기용, 수일변가야. 천하기유상법재? 당어세사, 득어인리, 순어천지, 상어귀신. 즉가이정치의.
[解釋] 그러나 재능을 평가해서 사람을 쓰고, 그 쓰임을 잘 살펴서 시대에 맞게 사용하는 것은, 비록 날마다 바꾼다고 할지라도 좋을 것이다. 어찌 천하에 만세불변의 법도 따위가 있을 수 있겠는가? 법이란 당연히 세상에 맞아야 하고, 人道에 바르게 합치되어야 하며, 하늘과 땅을 순종해야 하며, 귀신을 상서롭게 여겨야 한다. 그러면 가히 정치를 바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05
古者人醇工龐, 商樸女重, 是以政敎易化, 風俗易移也. 今世德益衰, 民俗益薄. 欲以樸重之法, 治旣弊之民, 是猶無鏑銜橛策錣, 而御馯馬也.
고자인순공방, 상박여중, 시이정교이화, 풍속이이야. 금세덕익쇠, 민속익박. 욕이박중지법, 치기폐지민, 시유무적함궐책철, 이어간마야.
[解釋] 옛날에는 남자들은 순박하여 꾸미지 않았고, 工人들은 견실하여 날림으로 하지 않았으며, 상인들은 곧고 바라서 속이지를 않았으며, 여자들은 정숙하여 사악한 기질을 지니지 않았으므로, 교화는 하기가 쉬웠고, 풍속도 시대에 따라 바꾸기가 쉬웠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의 德義가 쇠퇴해짐에 따라서, 백성들의 풍속도 점차 輕薄해 졌다. 순박하고 관용적인 법으로는, 이미 악폐에 물든 백성들을 다스리려고 하는 것은, 마치 鐵丸과 재갈과 바늘이 꽂혀있는 채찍을 사용하지 않고, 사나운 야생마를 몰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昔者神農無制令, 而民從. 唐虞有制令, 而無刑罰. 夏后氏不負言, 殷人誓, 周人盟. 逮至當今之世, 忍訽而輕辱, 貪得而寡羞. 欲以神農之道治之, 則其亂必矣.
석자신농무제령, 이민종. 당우유제령, 이무형벌. 하후씨불부언, 은인서, 주인맹. 체지당금지세, 인구이경욕, 탐득이과수. 욕이신농지도치지, 즉기난필의.
[解釋] 옛날 神農氏의 세상에서는 법령이 없었지만, 그러나 백성들은 잘 따랐다. 唐虞의 세상에서는 법령이 있기는 하였지만, 형벌이 행해지는 일은 없었다. 夏后氏의 세상의 말에 거짓이 없었기에 단지 그냥 믿었고, 殷나라 세상에서는 말로써 맹세하였으며, 周나라 세상에서는 희생물로 제사를 지내며 맹약을 하였었다. 오늘날의 세상에 이르게 되자,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당해도 치욕 따위는 가볍게 여기며, 이득을 탐낼 뿐 거의 수치심 같은 것은 지니지 않는다. 그런데도 신농씨의 道로 이들을 다스리고자 하니,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伯成子高, 辭爲諸侯而耕, 天下高之. 今之時, 人辭官而隱處, 爲鄕邑之下, 豈可同哉? 古之兵, 弓劒而已矣, 槽矛無擊, 脩戟無刺. 晩世之兵, 隆衝以攻, 渠幨以守, 連弩以射, 銷車以鬪.
백성자고, 사위제후이경, 천하고지. 금지시, 인사관이은처, 위향읍지하, 기가동재? 고지병, 궁검이이의, 조모무격, 수극무척. 만세지병, 융충이공, 거첨이수, 연노이사, 소거이투.
[解釋] 일찍이 伯成子高는, 제후로 봉해지는 것을 사양하고 농부가 되었는데, 천하의 사람들은 그를 높이 존경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람이, 벼슬을 사양하고 숨어서 산다고 하면, 마을에서 천시를 당할 뿐이니, 어찌 고금이 똑같이 취급할 수 있으랴! 옛날의 군대의 무기는, 활과 칼 뿐으로서, 木制의 창에는 쇠붙이 날이 없었고, 길다란 戟이란 창에는 찌르는 뾰족한 날이 없었다. 후세의 군대의 무기는, 대형의 兵車로 찌르고 공격을 하며, 해자로 장막을 치듯하여 지키며, 연발로 나가는 弩를 이용하여 화살을 쏘고, 쇠를 녹여 만든 수레로 전투를 벌인다.
古之伐國, 不殺黃口, 不獲二毛. 於古爲義, 於今爲笑. 古之所以爲榮者, 今之所以爲辱也, 古之所以爲治者, 今之所以爲亂也.
고지벌국, 불살황구, 불획이모. 어고위의, 어금위소. 고지소이위영자, 금지소이위욕야, 고지소이위치자, 금지소이위난야.
[解釋] 옛날에는 다른 나라를 정벌할 때, 어린 아이는 죽이지 않았으며, 二毛가 된 노인은 사로잡지 않았다. 옛날에는 義로운 일로 여겼지만, 오늘날에는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다만 옛날에는 명예로웠던 것이더라도, 오늘날의 세상에서는 치욕을 당하게 되는 근본이 되는 것이며, 먼 옛날에는 다스리는 것이 근본이 되었던 것들도, 오늘 날에는 문란해지는 근본이 되는 것이다.
06
夫神農伏羲, 不施賞罰, 而民不爲非. 然而立政者, 不能廢法而治民. 舜執干戚, 而服有苗. 然而征伐者, 不能釋甲兵, 而制彊暴也.
부신농복희, 불시상벌, 이민불위비. 연이입정자, 불능폐법이치민. 순집간척, 이복유묘. 연이정벌자, 불능석갑병, 이제강포야.
[解釋] 대저 神農과 伏羲는, 상벌제도를 두지 않았지만, 그러나 백성들은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치를 하는 자가, 법을 폐지해 가지고는 백성들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 舜임금은 干戚을 들고 威容을 나타냈을 뿐인데, 그러나 有苗를 복종시킬 수가 있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정벌하는 자가, 무기를 버린다면, 강포한 적을 제압할 수가 없는 것이다.
由此觀之, 法度者, 所以論民俗, 而節緩急也. 器械者, 因時變而制宜適也. 夫聖人作法, 而萬民制焉, 賢者立禮, 而不肖者拘焉. 制法之民, 不可與遠擧, 拘禮之人, 不可使應變.
유차관지, 법도자, 소이논민속, 이절완급야. 기계자, 인시변이제의적야. 부성인작법, 이만민제언, 현자입례, 이불초자구언. 제법지민, 불가여원거, 구례지인, 불가사응변.
[解釋] 그러한 점에서 살펴 보건대, 法度라고 하는 것은, 民情을 두루 살피어,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엄하게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器械라고 하는 것은, 시세의 변화에 따라 만들어져야 마땅히 적을 감당할 수가 있다. 대저 聖人이 법을 정하게 되자, 만민은 이것에 제어를 당하고, 賢人이 禮를 세우자, 불초한 사람은 이것에 구속되어 왔다. 법에 제어 당하고 있는 백성들은, 함께 앞 세대의 먼일을 거론할 수 없고, 예에 구속당하고 있는 사람은, 변화의 적응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耳不知淸濁之分者, 不可令調音, 心不知治亂之源者, 不可令制法. 必有獨聞之聽, 獨見之明, 然後能擅道而行矣.
이부지청탁지분자, 불가령조음, 심부지치난지원자, 불가령제법. 필유독문지청, 독견지명, 연후능천도이행의.
[解釋] 귀로 맑고 흐린 淸濁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그 音律을 조절시킬 수가 없는 것이고, 마음으로 治亂의 근원을 분별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법을 제정하도록 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반드시 홀로 보고 홀로 듣는, 총명함을 갖추고 있는 사람만이, 그러한 뒤에야 능히 자신의 마음대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07
夫殷變夏, 周變殷, ≪春秋≫變周. 三代之禮不同, 何古之從? 大人作, 而弟子循? 知法治所由生, 則應時而變. 不知法治之源, 雖循古, 終亂.
부은변하, 주변은, ≪춘추≫변주. 삼대지예부동, 하고지종? 대인작, 이제자순? 지법치소유생, 즉응시이변. 부지법치지원, 수순고, 종난.
[解釋] 대저 殷나라는 夏나라를 고쳤고, 周나라는 殷나라를 고쳤으며, ≪春秋≫는 周나라를 고쳤다. 이처럼 三代의 禮가 같지가 않다면, 어찌하여 옛 제도만을 본보기로 삼을 것인가? 先生은 만들고, 弟子는 이를 따라야만 하는 것인가? 法治의 유래를 변별하고 있기에, 시세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요, 법치의 근본을 변별하지 못하면, 비록 옛 제도를 따른다 할지라도, 끝내는 세상을 어지럽히고 만다.
今世之法籍與時變, 禮義與俗易. 爲學者循先襲業, 據籍守舊敎, 以爲非此不治. 是猶持方柄而周員鑿也, 欲得宜適致固焉則難矣.
금세지법적여시변, 예의여속역. 위학자순선습업, 거적수구교, 이위비차불치. 시유지방병이주원착야, 욕득의적치고언즉난의.
[解釋] 지금의 法度와 典籍은 때와 함께 더불어 고치고, 禮義는 世俗과 함께 바뀌어 온 것이다. 學者들은 先人의 업을 답습하며, 典籍에 의거하며 옛 가르침을 준수하고, 이것이 아니면 세상은 다스려 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를 비유하면 마치 네모난 자루를 둥근 구멍에 맞추는 것과 같아서, 잘 맞추어 고정시키고 싶더라도 무리한 짓일 뿐이다.
今儒墨者, 稱三代文武, 而弗行. 是言其所不行也, 非今時之世而弗改, 是行其所非也. 稱其所是, 行其所非, 是以盡日極慮, 而無益於治, 勞形竭精, 而無補於主也.
금유묵자, 칭삼대문무, 이불행. 시언기소불행야, 비금시지세이불개, 시행기소비야. 칭기소시, 행기소비, 시이진일극려, 이무익어치, 노형갈정, 이무보어주야.
[解釋] 오늘날의 유자나 묵자들은, 三代의 文武를 찬양하고 있는데, 그러나 그것을 실천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런즉 실천하지도 않을 것을, 그러나 지금의 세상에 맞추어 고치려 들지도 않으며, 옳은 것을 실천하려 들지도 않는다. 옳은 것을 찬양하면서도, 옳지 않은 것을 실천하고 있으니, 하루 종일 생각한다고 하여도, 다스림에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수고롭게 지혜를 짜내어도, 군주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今夫圖工好畵鬼魅, 而憎圖狗馬者何也? 鬼魅不世出, 而狗馬可日見也. 夫存危治亂, 非智不能. 而道先稱古, 雖愚有餘. 故不用之法, 聖王弗行, 不驗之言, 聖王弗聽.
금부도공호화귀매, 이증도구마자하야? 귀매불세출, 이구마가일견야. 부존위치난, 비지불능. 이도선칭고, 수우유여. 고불용지법, 성왕불행, 불험지언, 성왕불청.
[解釋] 지금 무릇 畵工이 즐겨 妖怪를 그리고, 개와 말 따위는 그리기 싫어하는데 그것은 왜일까? 그것은 요괴는 세상에 나타나지를 않는데, 그러나 개나 말은 매일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대저 위기를 구하고 난세를 다스리는 것은, 지혜로운 자가 아니면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선왕에 대하여 언급하고 옛날 일을 찬양하는 것 정도는, 비록 어리석은 사람일지라도 행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므로 쓸모가 없는 법은, 聖王도 이를 행하지 않았고, 실효가 없는 말은, 성왕도 이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08
天地之氣, 莫大於和. 和者陰陽調, 日夜分而生物. 春分而生, 秋分而成, 生之與成, 必得和之精. 故聖人之道, 寬而栗, 嚴而溫, 柔而直, 猛而仁. 太剛則折, 太柔則卷.
천지지기, 막대어화. 화자음양조, 일야분이생물. 춘분이생, 추분이성, 생지여성, 필득화지정. 고성인지도, 관이율, 엄이온, 유이직, 맹이인. 태강즉절, 태유즉권.
[解釋] 天地 사이의 氣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은 和만한 것이 없다. 和는 陰陽이 조화되고, 晝夜가 하루를 平分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만물이 春分에 태어나고, 秋分에 성숙하는 데, 그 탄생과 성숙에는, 반드시 和의 精氣를 얻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聖人의 道는, 관용하면서도 嚴栗하며, 엄격하면서도 온화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강직하고, 용맹하면서도 인자하다. 지나치게 강하면 부러지고, 지나치게 부드러우면 휘말린다.
聖人正在剛柔之間, 乃得道之本. 積陰則沈, 積陽則飛. 陰陽相接, 乃能成和.
성인정재강유지간, 내득도지본. 적음즉침, 적양즉비. 음양상접, 내능성화.
[解釋] 성인은 剛과 柔의 중간에 있으면서, 이에 그 道의 본질을 터득하고 있다. 陰氣만을 모으면 침체되고, 양기만을 쌓으면 飛陽되고 만다. 음기와 양기가 서로 접하여, 적당히 섞여 있어야만 조화되는 것이다.
夫繩之爲度也, 可卷而懷也, 引而伸之, 可直而睎. 故聖人以身體之. 夫脩而不橫, 短而不窮, 直而不剛, 久而不忘者, 其唯繩乎. 故恩推則懦, 懦則不威. 嚴推則猛, 猛則不和. 愛推則縱, 縱則不令. 刑推則虐, 虐則無親.
부승지위도야, 가권이회야, 인이신지, 가직이희. 고성인이신체지. 부수이불횡, 단이불궁, 직이불강, 구이불망자, 기유승호. 고은추즉나, 나즉불위. 엄추즉맹, 맹즉불화. 애추즉종, 종즉불령. 형추즉학, 학즉무친.
[解釋] 대저 繩이라고 하는 법도는, 가히 똘똘 말아서 주머니에 넣을 수가 있고, 이것을 쭉 펴게 되면, 곧아서 멀리 바라볼 수가 있다. 그러므로 성인은 몸에 익히어 실천하는 것이다. 대저 길게 뻗더라도 방자한 행동을 하지 않고, 짧게 오므려도 굽히지 않으며, 곧게 펴도 굳세지 않으며, 때가 오래 지나도 잊지 않는 것은, 오직 繩의 법도이다. 그러므로 은혜를 베풀기만 하고 나약해 지고, 나약해지면 위엄이 서지 않는다. 엄격하게 일을 처리하기만 하면 맹렬에 빠지게 되고, 맹렬에 빠지게 되면 君臣간의 調和를 잃게 된다. 仁愛만 베풀게 되면 반종에 빠지게 되고, 방종에 빠지게 되면 명령이 시행되지 못한다. 형벌을 엄하게 하면 잔학에 빠지게 되고, 군주가 잔학에 빠지게 되면 군신 사이가 親和되지 못한다.
昔者齊簡公, 釋其國家之柄, 而專任其大臣, 將相攝威擅勢, 私門成黨, 而公道不行. 故使陳成田常鴟夷子皮, 得成其難, 使呂氏絶祀. 而陳氏有國者, 此柔懦所生也.
석자제간공, 석기국가지병, 이전임기대신, 장상섭위천세, 사문성당, 이공도불행. 고사진성전상치이자피, 득성기난, 사여씨절사. 이진씨유국자, 차유나소생야.
[解釋] 옛날 齊나라 簡公은, 스스로 나라의 권세를 포기하고, 대신들에게 전권을 맡겼던 바, 將相들은 권위를 끌어 잡고 위세를 멋대로 부리며, 사사로이 문벌을 만들고 도당을 만들어, 간공이 생각하던 道는 실행되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田常과 鴟夷子皮등이 간공을 시해하여, 간공의 成業을 이룰 수가 없었으며, 여씨는 어이없게 멸망당하였다. 이 때문에 陳氏[田氏]가 齊나라를 차지하게 된 것은, 이것은 簡公이 나약하였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09
鄭子陽剛毅而好罰, 其於罰也, 執而無赦. 舍人有折弓者, 畏罪而恐誅, 則因猘狗之驚, 以殺子陽. 此剛猛之所致也.
정자양강의이호벌, 기어벌야, 집이무사. 사인유절궁자, 외죄이공주, 즉인제구지경, 이살자양. 차강맹지소치야.
[解釋] 鄭나라의 子陽은 성질이 지나치게 굳세고 곧아서 형벌하기를 좋아하였는데, 그가 행하는 형벌은, 붙잡히면 결코 용서하는 법이 없었다. 그의 측근자 중에 실수로 활을 부러뜨린 자가 있었는데, 죽을 죄에 처해질 것이 두려워하던 나머지, 미친개가 소동을 치는 틈을 타서, 子陽을 죽이고 말았다. 이것은 너무 지나치게 강직하고 사나웠기에 초래한 결과이다.
今不知道者, 見柔懦者侵, 則務爲剛毅, 見剛毅者亡, 則務爲柔懦. 此本無主於中, 而見聞舛馳於外者也.
금부지도자, 견유나자침, 즉무위강의, 견강의자망, 즉무위유나. 차본무주어중, 이견문천치어외자야.
[解釋] 지금 道를 알지 못하는 자는, 유약하고 나약한 자가 침범을 당하는 것을 보면, 엄숙하고 강직해 굴하지 않으려고 한다. 강직해 굴하지 않는 자가 망하는 것을 보면, 엄숙하고도 유약하고 나약해지려고 한다. 이러한 것은 본래 알맞은 것에 주관이 없고 보고 듣는 것이 어그러져 밖으로 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故終身而無所定趨, 譬猶不知音者之歌也, 濁之則鬱而無轉, 淸之則燋而不謳①.
고종신이무소정추, 비유부지음자지가야, 탁지즉울이무전, 청지즉초이불구①.
[解釋] 그렇게 되면 한평생을 끝낼 때까지 침착해질 수가 없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마치 음률을 모르는 자가 노래 부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탁하게 하면 막힌 듯해서 구르는 맛이 없고 맑게 하면 괴로운 듯해서 조화되는 맛이 없는 것과 같다.
[註解] ①燋而不謳 : 애타게 괴로운 듯이 하고 화락하지 않는 것.
及至韓娥秦靑薛談之謳, 侯同曼聲之歌, 憤於志, 積於內, 盈而發音, 則莫不比於律, 而和於人心. 何則? 中有本主, 以定淸濁, 不受於外, 而自爲儀表也.
급지한아진청설담지구, 후동만성지가, 분어지, 적어내, 영이발음, 즉막불비어율, 이화어인심. 하즉? 중유본주, 이정청탁, 불수어외, 이자위의표야.
[解釋] 급기야 韓娥나 秦靑이나 薛談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고, 侯同과 曼聲의 노래는, 마음의 뜻이 느껴지는 바가 있으며, 그것이 내부에 축적이 되어, 넘쳐 나올 때에는 음성이 되어 나오는 것이므로, 반드시 음률의 높낮이를 막론하고, 사람의 마음에 화합이 되지 않는 것이 없다. 그것은 왜냐하면? 마음속에 중신인 근본이 있기 때문이고, 이로써 맑고 탁한 정도에 따라서 정하게 되고, 외부로부터 지시받는 일이 없이, 자기 자신이 표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今夫盲者行於道, 人謂之左則左, 謂之右則右. 遇君子則易道, 遇小人則陷溝壑. 何則? 目無以接物也. 故魏兩用樓翟吳起, 而亡西何, 湣王專用淖齒, 而死于東廟. 無術以御之也.
금부맹자행어도, 인위지좌즉좌, 위지우즉우. 우군자즉이도, 우소인즉함구학. 하즉? 목무이접물야. 고위양용누적오기, 이망서하, 혼왕전용뇨치, 이사우동묘. 무술이어지야.
[解釋] 이제 장님이 길을 갈 때, 어떤 사람이 왼쪽으로 가라고 하면 왼쪽으로 가고, 또 이르기를 오른쪽으로 가라고 하면 오른쪽으로 갈 것이다. 군자를 만나게 되면 쉽고 평탄한 길을 갈 수가 있겠지만, 소인을 만나게 되면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의 눈으로는 외물을 전혀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魏나라는 樓翟과 吳起 두 사람을 썼기 때문에, 西何의 땅을 잃게 되었고, 齊나라의 湣王은 淖齒만을 전임으로 썼기 때문에, 東廟에서 죽음을 당하였다. 이것은 신하를 제어하는 術을 몰랐기 때문이다.
文王兩用呂望召公奭而王, 楚莊王專任孫叔敖而覇. 有術以御之也.
문왕양용려망소공석이왕, 초장왕전임손숙오이패. 유술이어지야.
[解釋] 文王은 呂望과 召公奭 두 사람을 써서 왕이 되었고, 楚나라 莊王은 孫叔敖에게 전임하여 覇者가 되었다. 이들은 신하를 다루는 術을 터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0
夫弦歌鼓舞, 以爲樂, 盤旋揖讓以修禮, 厚葬久喪以送死, 孔子之所立也. 而墨子非之. 兼愛上賢, 右鬼非命, 墨子之所立也. 而陽子非之.
부현가고무, 이위악, 반선읍양이수례, 후장구상이송사, 공자지소립야. 이묵자비지. 겸애상현, 우귀비명, 묵자지소립야. 이양자비지.
[解釋] 본디 현을 뜯고 노래를 부르며 북을 치며 춤을 추며, 음악을 익히며, 나아가고 물어 남을 틀대로 행하여 禮를 닦으며, 후하게 장사를 지내고 服喪을 오래하여 죽은 자를 조상하는 것은, 孔子가 세운 學說이다. 그러나 墨子는 이것을 옳지 않다고 하였다. 겸애하고 현인을 존중하며, 귀신을 숭상하고 운명을 부정하는 것은, 墨子가 세운 學說이다. 그러나 陽子는 이 또한 옳은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全性保眞, 不以物累形, 楊子之所立也. 而孟子非之. 趨捨人異, 各有曉心. 故是非有處, 得其處則無非, 失其處則無是.
전성보진, 불이물누형, 양자지소립야. 이맹자비지. 추사인이, 각유효심. 고시비유처, 득기처즉무비, 실기처즉무시.
[解釋] 자신의 본성을 온전케 하고 속에 참된 것을 보존하며, 外物에 따라 형체를 번거롭게 하지 말라는 것은, 陽子가 세운 學說이다. 그러나 孟子는 이 또한 옳은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취하고 버리는 바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만, 각각 그 마음에 수긍되는 바가 있기에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是非에는 근거가 있는 것이며, 그 근거를 얻으면 옳지 않다고 하는 일이 없고, 그 근거를 잃으면 옳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丹穴大蒙反踵空同大夏, 北戶奇肱脩股之民, 是非各異, 習俗相反. 君臣上下夫婦父子, 有以相使也. 此之是, 非彼之非也. 譬若斤斧椎鑿之, 各有所施也.
단혈대몽반종공동대하, 북호기굉수고지민, 시비각이, 습속상반. 군신상하부부부자, 유이상사야. 차지시, 비피지비야. 비약근부추착지, 각유소시야.
[解釋] 丹穴、大蒙、反踵、空同、大夏와, 北戶、奇肱·脩股의 백성들은, 시비의 판단을 각기 달리하며, 풍습의 습관도 각기 상반된다. 또한 君臣、上下、夫婦、父子 사이에도, 각각 맡은 다른 임무가 있는 것이다. 이쪽의 是는 저 쪽의 是가 아닌 것이며, 저쪽의 非는 저 쪽의 非가 아니다. 예를 들자면 도끼와 큰 도끼 그리고 송곳과 끌은, 각각 어울리는 사용법이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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