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故剞劂銷鋸陳, 非良工不能以制木, 鑪橐埵坊設, 非巧冶不能以治金. 屠牛吐一朝解九牛, 而刀以剃毛. 庖丁用刀十九年, 而刀如新剖硎. 何則游乎衆虛之無.
고기궐소거진, 비양공불능이제목, 로탁타방설, 비교야불능이치금. 도우토일조해구우, 이도이체모. 포정용도십구년, 이도여신부형. 하즉유호중허지무.
[解釋] 무릇 剞、劂、銷、鋸가 진열해 있더라도, 뛰어난 목수가 아니면 재목을 자유자재로 가공할 수가 없으며, 鑪、橐、埵、坊이 있더라도, 빼어난 대장장이가 아니면 쇠붙이를 마음대로 가공하지 못한다. 屠牛吐는 하루아침에 아홉 마리의 소를 해체를 하고도, 그 칼로 수염을 깎을 수가 있었다. 庖丁은 칼을 사용하기 19년이 되었으나, 그의 칼은 아직도 갓 갈아놓은 칼과 같았다. 칼을 고기와 고기 그리고 뼈 사이의 좁은 틈에 넣고 사용했었기 때문이다.
若夫規矩鉤繩者, 此巧之具也, 而非所以巧也. 故瑟無絃, 雖師文, 不能以成曲, 徒絃則不能悲. 故絃悲之具也, 而非所以爲悲也.
약부규구구승자, 차교지구야, 이비소이교야. 고슬무현, 수사문, 불능이성곡, 도현즉불능비. 고현비지구야, 이비소이위비야.
[解釋] 마치 規、矩、鉤、繩과 같은 것은, 기교가 필요한 도구인데, 그 자체가 기교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瑟에 絃이 없으면, 비록 師文이라 할지라도, 음악을 연주할 수가 없는데, 단지 絃만 있으면 슬픔을 자아낼 수가 없다. 그래서 絃은 슬픔을 자아내는 도구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슬픔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若夫工匠之爲連饑運開, 陰閉眩錯, 入於冥冥之眇, 神調之極, 游手心乎衆虛之間, 而莫與物爲際者. 父不能以敎子. 瞽師之放意相物寫神, 愈舞而形乎絃者, 兄不能以喩弟. 今夫爲平者準也, 爲直者繩也.
약부공장지위연기운개, 음폐현착, 입어명명지묘, 신조지극, 유수심호중허지간, 이막여물위제자. 부불능이교자. 고사지방의상물사신, 유무이형호현자, 형불능이유제. 금부위평자준야, 위직자승야.
[解釋] 무릇 명공이 連饑를 만들 때 돌이 차례로 발사되고 혹은 저절로 멈추며, 열고 닫힘이 기묘하게 교차되는 것이, 冥冥한 경지와, 神調의 극치에 이르며, 마음과 손이 마음대로 虛靜의 사이에서 놀며, 여러 만물과 일체가 되어 더불어 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러한 기술은 아버지라고 해도 아들에게 가르칠 수가 없는 것이다. 장님인 樂師가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 놓고, 대상을 쫓아서 神髓를 묘사해 내고, 그것을 춤의 곡으로 絃에 나타내는 것은, 형이라고 해서 아우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水平으로 하기 위해서는 準이 있는 것이고, 똑바르게 펴기 위해서는 먹줄이 있는 것이다.
若夫不在於繩準之中, 可以平直者, 此不共之術也. 故叩宮而宮應, 彈角而角動, 此同音之相應也, 其於五音無所比, 而二十五絃皆應, 此不傳之道也. 故蕭條者形之君, 而寂漠者音之主也.
약부부재어승준지중, 가이평직자, 차불공지술야. 고고궁이궁응, 탄각이각동, 차동음지상응야, 기어오음무소비, 이이십오현개응, 차부전지도야. 고소조자형지군, 이적막자음지주야.
[解釋] 만일 먹줄도 수준기도 사용하지 않고서도, 수평으로 하거나 똑바르게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함께 공유할 수 없는 기술인 것이다. 그러므로 두 대의 거문고를 놓고 그 한쪽의 거문고로 宮의 음을 탄다면, 다른 거문고의 宮음이 울리게 되고, 이와 마찬가지로 角의 음을 탄다면 角絃이 울리는 것은, 서로 같은 음이 호응하기 때문인 것인데, 五音 중에서 아무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 음을 탈 수 있다고 한다면, 다른 거문고의 25絃 모두가 호응한다는 기술은, 아무에게도 전해 줄 수 없는 道인 것이다. 그러므로 蕭條야 말로 形이 있는 물체를 주관하며, 寂漠이란 음이야 말로 音을 주관하는 것이다.
15
天下是非無所定. 世各是其所是, 而非其所非, 所謂是與非各異, 皆自是而非人.
천하시비무소정. 세각시기소시, 이비기소비, 소위시여비각이, 개자시이비인.
[解釋] 天下의 是와 非는 일정하지가 않다. 세상 사람들이 각기 是라고 하는 바를 是라 하고, 세상 사람들이 非라고 하는 것을 非라고 하며, 이른바 是와 非가 각양각색인 것은, 누구나 자기를 是라 하고 남을 非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由此觀之, 事有合於己者, 而未始有是也, 有忤於心者, 而未始有非也. 故求是者, 非求道里也, 求合於己者也.
유차관지, 사유합어기자, 이미시유시야, 유오어심자, 이미시유비야. 고구시자, 비구도리야, 구합어기자야.
[解釋] 이러한 점에서 관찰해 보건대, 만사는 자기의 마음에 맞는다고 해서, 원래 是라고 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심정에 거슬린다고 해서, 원래 非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是를 구하는 것은, 도리를 구해서가 아니고, 자기에게서 적당한 것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去非者, 非批邪施也, 去忤於心者也. 忤於我, 未必不合於人也, 合於我, 未必不非於俗也. 至是之是無非, 至非之非無是. 此眞是非也.
거비자, 비비사시야, 거오어심자야. 오어아, 미필불합어인야, 합어아, 미필불비어속야. 지시지시무비, 지비지비무시. 차진시비야.
[解釋] 非를 물리치는 것은, 邪曲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거슬리는 것을 물리치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거슬리는 것이라 하여, 반드시 남에게 적합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나에게 적합한 것이라 하여, 반드시 세속에 非가 아니라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지극한 是의 是는 非가 아닐 수 없으며, 지극한 非의 非는 是라고 하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진실 된 是와 非인 것이다.
若夫是於此, 而非於彼, 非於此, 而是於彼者, 此之謂一是一非也. 此一是非隅曲也. 夫眞是非宇宙也. 今吾欲擇是而居之, 擇非而去之. 不知世之所謂是非者, 孰是孰非?
약부시어차, 이비어피, 비어차, 이시어피자, 차지위일시일비야. 차일시비우곡야. 부진시비우주야. 금오욕택시이거지, 택비이거지. 불지세지소위시비자, 숙시숙비?
[解釋] 예를 들자면 이쪽에서는 是라고 하는데, 저쪽에서는 非라 하고, 이쪽에서는 非라고 하는데 저쪽에서는 是라 하는 것과 같다면, 이것이야 말로 一是一非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대적인 是와 非는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으로, 앞에서 말한 시비야 말로 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상하사방 우주에 두루 통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내가 是라고 하는 것을 선택하여 이것에 편승하고, 非라고 하는 것을 선택하여 이것을 물리치려고 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말하는 是와 非는, 그 어느 쪽이 진실 된 是이고 그 어느 쪽이 진실 된 非이겠는가?
16
老子曰:「治大國, 若烹小鮮.」 爲寬裕者, 曰勿數撓, 爲刻削者, 曰致其醎酸而已矣.
노자왈:「치대국, 약팽소선.」 위관유자, 왈물수요, 위각삭자, 왈치기함산이이의.
[解釋] 老子는 이렇게 말하였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마치 작은 생선을 굽듯 해야 한다.」 관용의 정치를 행하는 자는, 자주 뒤집지 말라[放任하라]는 의미이라고 하였고, 혹독한 정치를 행하는 자는, 짠맛과 신맛을 가리면 좋다[위정자의 뜻대로 조종한다]는 의미이라고 하였다.
晉平公出言而不當. 師曠擧琴而擡之, 跌衽宮壁. 左右欲塗之, 平公曰:「舍之. 以此爲寡人失.」
진평공출언이부당. 사광거금이대지, 질임궁벽. 좌우욕도지, 평공왈:「사지. 이차위과인실.」
[解釋] 晉나라의 平公은 말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았다. 그래서 師曠이 거문고를 번쩍 들어 평공에게 내던졌던 바, 거문고는 평공의 옷자락을 스쳐 벽에 부딪쳤다. 좌우의 측근자가 벽에 난 구멍을 메우려고 하자, 평공은 이렇게 말하였다. 「내버려 두어라. 그것은 과인이 저지른 과실의 경계로 남겨 두겠노라.」
孔子聞之曰:「平公非不痛其體也, 欲來諫者也.」 韓子聞之曰:「群臣失禮而弗誅, 是縱過也, 有以也. 夫平公之不覇也.」
공자문지왈:「평공비불통기체야, 욕래간자야.」 한자문지왈:「군신실례이불주, 시종과야, 유이야. 부평공지불패야.」
[解釋] 孔子는 이 말을 듣고 말하기를, 「평공이라고 해서 그 몸에 통증을 느끼지 않았던 것은 아니리라. 諫臣이 계속 모여들 것을 바랐기 때문이다.」고 하였다. 韓非子는 이 말을 듣고 말하기를, 「群臣 모두 무례한 행동을 하고도 처벌받지 않았던 것은, 과실을 방임한 것이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다. 대저 평공이 覇者가 되지 못하였던 것도.」라고 하였다.
故客有見人於宓子者. 客出, 宓子曰:「子所見之客, 獨有三過. 望我而笑, 是攓也. 談語而不稱師, 是反也. 交淺而言深, 是亂也.」
고객유견인어복자자. 객출, 복자왈:「자소견지객, 독유삼과. 망아이소, 시건야. 담어이불칭사, 시반야. 교천이언심, 시난야.」
[解釋] 어느 고참객이 신참객을 宓子에게 소개하였다. 신참객이 나가자, 복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가 데려온 객은, 무려 3가지의 과오를 범했소이다. 첫째는 나를 멀리서 바라보며 웃었는데, 이것은 나를 輕視하였기 때문이오. 다음으로 담론할 때 스승의 說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이것은 스승을 배반한 것이오. 그리고 교분이 얕은데도 이야기에 깊이 끼어든 것은, 무례한 것이오.」
客曰:「望君而笑, 是公也, 談語而不稱師, 是通也, 交淺而言深, 是忠也.」 故客之容一體也, 或以爲君子, 或以爲小人, 所自見之異也.
객왈:「망군이소, 시공야, 담어이불칭사, 시통야, 교천이언심, 시충야.」 고객지용일체야, 혹이위군자, 혹이위소인, 소자견지이야.
[解釋] 그러자 고참객은 이렇게 말하였다. 「아닙니다. 군을 멀리서 보고 웃은 것은, 관용의 표현이며, 담론할 때 스승의 설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通說이기 때문이고, 교분이 얕은데도 이야기에 뛰어든 것은, 진심의 표출입니다.」 이처럼 客의 밖으로 비치는 것은 하나인데, 어떤 사람은 군자라 하였고, 어떤 사람은 소인이라 한 것은, 각각 그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故趣舍合, 卽言忠而益親, 身疏卽謀當而見疑. 親母爲其子, 治疙禿, 而血流至耳. 見者以爲其愛之至也, 使在於繼母, 則過者以爲嫉也. 事之情一也, 所從觀者異也.
고취사합, 즉언충이익친, 신소즉모당이견의. 친모위기자, 치흘독, 이혈류지이. 견자이위기애지지야, 사재어계모, 즉과자이위질야. 사지정일야, 소종관자이야.
[解釋] 그래서 뜻을 두고 있는 바가 합치되면, 하는 말에도 자연히 진심이 깃들어 있어서 친밀함이 더해지지만, 소원하게 되면 꾀했던 일이 잘 되어 가더라도 의심을 받게 된다. 친 어머니가 그 자식의, 머리에 난 종기를 고쳐 주려고 하다가, 아이의 귀에까지 피가 흘러 내렸다. 그것을 본 사람은 사랑이 넘치는 것을 보고 감동하겠지만, 만일 계모가 그렇게 했다고 한다면, 지나가던 사람이 그것을 보고 미워서 그랬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것이 사물을 보는 사람의 인정이며, 그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從城上視牛如羊, 視羊如豚, 所居高也. 闚面於盤水則員, 於杯則隨. 面形不變其故, 有所員, 有所隨者, 所自闚之異也.
종성상시우여양, 시양여돈, 소거고야. 규면어반수즉원, 어배즉수. 면형불변기고, 유소원, 유소수자, 소자규지이야.
[解釋] 또한 城 위에서 소를 내려다보면 羊과 같을 것이며, 양을 내려다보면 돼지처럼 보이는 것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기 때문이다. 또 얼굴을 대야의 물에 비춰보면 둥글게 보이는데, 술잔의 물에 비춰보면 타원형으로 보인다. 얼굴의 모양은 이전과 변한 것이 없는데도, 둥글게 보이고, 타원형으로 보이는 것은, 비춰주는 것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今吾雖欲正身而待物, 庸遽知世之所自窺我者乎? 若轉化而與世競走, 譬猶逃雨也, 无之而不濡. 常欲在於虛, 則有不能爲虛矣. 若夫不爲虛, 而自虛者, 此小慕而不能致也.
금오수욕정신이대물, 용거지세지소자규아자호? 약전화이여세경주, 비유도우야, 무지이불유. 상욕재어허, 즉유불능위허의. 약부불위허, 이자허자, 차소모이불능치야.
[解釋] 이제 내가 비록 몸을 바르게 하여 外物에 대비하고자 하여도, 어찌 갑자기 세상에서 스스로 나를 엿보는 사람들이 이것을 알겠는가? 만일 몸을 轉化시키어 세상의 사람과 경합을 벌인다면, 비유컨대 비를 피하고자 하는 것과 같아서, 어디에 가든지 간에 흠뻑 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항상 마음을 虛靜하게 가지고자 하면, 허정에 들어가기가 어려워진다. 만일 그렇다고 해서 虛靜을 얻고자 하지 않으면, 스스로 허정해 지려고 하여도, 그것은 작은 사모함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故通於道者, 如車軸不運於己, 而與轂致千里, 轉無窮之原也. 不通於道者, 若迷惑, 告以東西南北, 所居聆聆, 一曲而辟, 然忽不得, 復迷惑也. 故終身隸於人.
고통어도자, 여거축불운어기, 이여곡치천리, 전무궁지원야. 불통어도자, 약미혹, 고이동서남북, 소거령령, 일곡이벽, 연홀부득, 부미혹야. 고종신예어인.
[解釋] 그러므로 道에 통달한 자는, 마치 수레바퀴의 軸이 그 자체는 움직이지 않지만, 轂과 함께 천리의 저쪽에 이르며, 끝없는 벌판을 운전하는 것과 같다. 한편 道에 통달하지 못한 자는, 미혹에 빠져 길을 잃은 자와 같아서, 동서남북을 알려주면, 그 居所를 알 수는 있지만, 한 번 돌아 곁길로 빠지게 되면, 금방 알 수가 없게 되어, 다시 헤매게 된다. 그러므로 몸을 마칠 때까지 천한 노예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辟若俔之見風也. 無須臾之間定矣. 故聖人體道反性, 不化以待化. 則幾於免矣.
피약현지견풍야. 무수유지간정의. 고성인체도반성, 불화이대화. 즉기어면의.
[解釋] 만일 그것을 피하고자 엿보게 된다면 그것은 바람을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잠시간에도 안정되어 있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道에 편승하고 본성으로 돌아와서, 변화하는 일이 없이 外物의 변화에 몸을 내맡긴다. 이렇게 하면 세속의 재난에서 크게 벗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17
治世之職易守也, 其事易爲也, 其禮易行也, 其責易償也. 是以人不兼官, 官不兼事, 士農工商, 鄕別州異.
치세지직이수야, 기사이위야, 기례이행야, 기책이상야. 시이인불겸관, 관불겸사, 사농공상, 향별주이.
[解釋] 治世 때의 직무는 지키기가 쉽고, 일은 하기 쉬우며, 禮는 행하기 쉽고, 채무도 갚기가 쉽다. 이렇게 해서 한 사람의 관리가, 두 가지 이상의 관직을 겸하지 아니하고, 士、農、工、商의 구별이 있었고, 향리의 고을도 저마다 달랐다.
是故農與農言力, 士與士言行, 工與工言巧, 商與商言數. 是以士無遺行, 農無廢功, 工無苦事, 商無折貨, 各安其性, 不得相干.
시고농여농언력, 사여사언행, 공여공언교, 상여상언수. 시이사무유행, 농무폐공, 공무고사, 상무절화, 각안기성, 부득상간.
[解釋] 그 때문에 농민은 농민들끼리 서로 경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士人은 사인들끼리 서로 治務에 대해 이야기하였으며, 工人은 공인들끼리 서로 교묘한 기술을 이야기 하였고, 商人은 상인들끼리 서로 이익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다. 이렇게 해서 士人에게는 治務의 遺漏가 없었고, 농민에게는 쓸데없는 과로가 없었고, 공인에게는 어려운 작업이 없었고, 상인에게는 손실이 없어서, 각 사람이 자기의 몫에 따랐으며, 서로 침범하는 일이 없었다.
故伊尹之興土功也, 修脛者使之跖钁, 强脊者使之負土, 眇者使之准, 傴者使之塗. 各有所宜, 而人性齊矣.
고이윤지흥토공야, 수경자사지척곽, 강척자사지부토, 묘자사지준, 구자사지도. 각유소의, 이인성제의.
[解釋] 예를 들면 伊尹이 토목사업을 일으켰을 때, 다리가 긴 자에게는 삽질을 하게하고, 몸이 튼튼한 자에게는 흙짐을 지게 하였으며, 애꾸눈에게는 수평을 잡게 하고, 꼽추에게는 벽을 바르게 하였다. 이처럼 사람에게는 각기 장점이 있는데, 사람의 性에는 우열이 없어 가지런한 것이다.
胡人便於馬, 越人便於舟. 異形殊類, 易事而悖, 失處而賤, 得勢而貴. 聖人總而用之. 其數一也.
호인편어마, 월인편어주. 이형수류, 역사이패, 실처이천, 득세이귀. 성인총이용지. 기수일야.
[解釋] 胡人은 말을 잘 타고, 越人은 배를 잘 탄다. 모양과 인종이 다른 자가, 일을 바꿔서 하면 실패를 하게 되고, 적당한 처소를 잃으면 천해지며, 그 형세를 얻으면 존중되는 것이다. 성인은 이것을 통괄하여 등용을 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이 한 가지뿐이다.
18
夫先知遠見, 達視千里, 人才之隆也. 而治世不以責於民. 博聞强志, 口辯辭給, 人智之美也. 而明主不以求於下.
부선지원견, 달시천리, 인재지륭야. 이치세불이책어민. 박문강지, 구변사급, 인지지미야. 이명주불이구어하.
[解釋] 대저 먼저 알고 먼 데를 고려하여, 천리의 저쪽도 꿰뚫어 보는 것은, 사람의 훌륭한 재능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治世에는 이를 백성들에게 구하지 않는다. 널리 두루 알고 기억력이 좋은데다가, 변설이 뛰어난 것은, 사람으로서 멋진 지능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현명한 군주는 이것을 아랫사람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敖世輕物, 不汚於俗, 士之伉行也. 而治世不以爲民化. 神機陰閉, 剞劂無迹, 人巧之妙也. 而治世不以爲民業.
오세경물, 불오어속, 사지항행야. 이치세불이위민화. 신기음폐, 기궐무적, 인교지묘야. 이치세불이위민업.
[解釋] 세상을 깔보고 물질을 경시하며, 세속에 물들지 않는 것은, 사람으로서 고결한 人士의 행위이다. 그러나 치세에는 이를 백성을 교화시키는 자질로 보지 않는다. 신과 같은 재주를 속에 숨기고, 조각을 하면서도 칼의 흔적이 없는 것은, 사람으로서 가진 기술의 묘기이다. 그러나 치세에는 이것을 백성들이 業으로 삼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故萇弘師矌, 先知禍福, 言無遺策, 而不可與衆同職也. 公孫龍折辯抗辭, 別同異離堅白, 不可與衆同道也. 北人無擇非舜, 而自投淸冷之淵, 不可以爲世儀.
고장홍사광, 선지화복, 언무유책, 이불가여중동직야. 공손룡절변항사, 별동이리견백, 불가여중동도야. 북인무택비순, 이자투청랭지연, 불가이위세의.
[解釋] 예를 들면 萇弘이나 師矌은, 남보다 앞서 禍福을 알고, 그 언설은 주도면밀하였지만, 그러나 여러 사람들에게 그와 똑같은 일을 시킬 수는 없었다. 公孫龍은 변설이 교묘하였고, 堅白同異之說을 설파하였지만, 뭇사람들에게 그와 똑같은 일을 시킬 수는 없었다. 北人無擇은 舜을 비난하고, 자신은 淸流에 몸을 던졌지만, 이것을 세상의 본보기로 삼을 수는 없었다.
魯般墨子, 以木爲鳶而飛之, 三日不集, 而不可使爲工也. 故高不可及者, 不可以爲人量, 行不可逮者, 不可以爲國俗.
노반묵자, 이목위연이비지, 삼일부집, 이불가사위공야. 고고불가급자, 불가이위인량, 행불가체자, 불가이위국속.
[解釋] 魯나라의 公輸般과 墨子는, 나무로 鳶을 만들어 이를 띄웠던 바, 3일 동안 지상에 떨어지는 일이 없었는데, 그러나 이것을 工人으로 삼을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보통 사람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을 높이는 사람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가 없고, 보통 사람이 미치지 못하는 행위는, 나라의 풍속이라고 할 수가 없다.
夫挈輕重不失銖兩, 聖人弗用, 而縣之乎銓衡, 視高下不差尺寸, 明主弗任, 而求之乎浣準. 何則? 人才不可專用, 而度量可世傳也. 故國治可與愚守也, 而軍制可與權用也.
부설경중불실수량, 성인불용, 이현지호전형, 시고하불차척촌, 명주불임, 이구지호완준. 하즉? 인재불가전용, 이도량가세전야. 고국치가여우수야, 이군제가여권용야.
[解釋] 무릇 손에 닿기만 하여도 그 輕重을 알 수가 있고, 一鑄一兩도 오차가 없는 자가 있다고 한다면, 성인은 이 사람을 등용하는 일이 없으며, 고을에서 전형을 한다고 해도, 그 고하를 알고 一尺一寸의 오차가 없는 자가 있다고 하여도, 밝은 군주는 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浣準으로 재는 것이다. 무엇 때문인가? 사람의 재능은 그 사람에게만 믿고 의지해야 하지만, 자[尺]나 되[升]은 대대로 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라의 정치는 愚者와 지키는 편이 좋은 것이며, 軍事는 權勢를 사용하는 편이 좋은 것이다.
夫待騕褭飛兔而駕之, 則世莫乘車, 待西施毛穡而爲配, 則終身不家矣. 然非待古之英俊, 而人自足者, 因所有, 而並用之.
부대요뇨비토이가지, 즉세막승거, 대서시모색이위배, 즉종신불가의. 연비대고지영준, 이인자족자, 인소유, 이병용지.
[解釋] 무릇 騕褭와 飛兔를 구하여 수레를 끌게 한다면, 이 세상에서 수레를 탈 수가 없게 될 것이며, 西施와 毛穡을 찾아서 아내로 삼는다면, 평생 동안 독신이 되어 집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먼 옛날의 英俊이 출현하지 않더라도, 인재는 나름대로 충족이 되고 있는 것은, 각기 능력에 맞추어, 이들을 함께 등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夫騏驥千里一日而通, 駑馬十舍旬, 亦至之. 由是觀之, 人材不足專恃, 而道術可公行也. 부기기천리일일이통, 노마십사순, 역지지. 유시관지, 인재부족전시, 이도술가공행야. [解釋] 무릇 준마인 騏驥는 천리 길을 하루에 가는데, 노둔한 말은 30리 길을 10일이 걸려서 가더라도, 또한 천리의 저쪽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사람의 재능을 믿어서는 오로지 만족스럽지 못하며, 정통적인 수단을 公的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亂世之法, 高爲量而罪不及, 重爲任而罰不勝, 危爲難而誅不敢. 民困於三責, 則飾智而詐上, 犯邪而干免.
난세지법, 고위량이죄불급, 중위임이벌불승, 위위난이주불감. 민곤어삼책, 즉식지이사상, 범사이간면.
[解釋] 어지러운 시대의 법은, 표준을 높이 설정하고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자를 처벌하며, 무거운 임무를 부과하여 그것에 견디어 내지 못하는 자를 처벌하며, 힘든 일을 무리하게 강요하고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는 誅殺한다. 이렇게 해서 백성들은 세 가지 책임에 고통을 받다가, 하는 수 없이 지혜를 짜 내어 윗사람을 속이고, 사악한 짓을 해서라도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故雖峭法嚴刑, 不能禁其姦. 何者力不足也? 故諺曰:「鳥窮則噣, 獸窮則觕, 人窮則詐.」 此之謂也.
고수초법엄형, 불능금기간. 하자력부족야? 고언왈:「조궁즉주, 수궁즉추, 인궁즉사.」 차지위야.
[解釋] 그러므로 아무리 법률과 형벌을 엄하게 하더라도, 그 간교함을 금할 수가 없는 것이다. 힘 있는 자가 어찌하여 그것을 막는데 부족한 것인가? 속담에 말하기를, 「새도 궁하면 쪼고, 짐승도 궁하면 뿔로 받고, 사람도 궁하면 속이게 된다.」고 한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