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越語 下(월어 하)
01
[大義] 范蠡가 句踐에게 융성함을 유지하고, 기울어진 형세를 안정시키며, 정사를 절도 있게 행하여 하는, 세 가지 나라를 다스리는 방책을 제시하여 월나라를 강성하게 만든 탁월한 정치적 재능을 드러낸 내용. |
范蠡進諫句踐持盈定傾節事
범려진간구천지영정경절사
范蠡가 句踐에게 융성함을 유지하고 기울어진 형세를 안정시키고 정사를 절도 있게 시행하라고 간하다.
越王句踐, 卽位三年, 而欲伐吳, 范蠡進諫曰 : 「夫國家之事, 有持盈, 有定傾, 有節事.」 王曰 : 「爲三者, 奈何?」
월왕구천, 즉위삼년, 이욕벌오, 범려진간왈 : 「부국가지사, 유지영, 유정경, 유절사.」 왕왈 : 「위삼자, 내하?」
[解釋] 越나라 王 句踐이, 즉위한 뒤 3년에, 吳나라를 정벌하려고 하자, 范蠡가 諫言을 올려 말하였다. 「무릇 국가를 다스리는 일은, 國勢가 융성할 때, 이를 잘 지켜야 하고, 國勢가 기울어 질 때 이를 되돌려 안정시켜야 하고, 平時의 政事를 처리하는 데에는 절도가 있어야 합니다.」 越나라 王이 말하였다. 「이 세 가지 일을 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오?」
范蠡對曰 : 「持盈者與天, 定傾者與人, 節事者與地, 王不問, 蠡不敢言. 天道, 盈而不溢, 盛而不驕, 勞而不矜其功.
범려대왈 : 「지영자여천, 정경자여인, 절사자여지, 왕불문, 여불감언. 천도, 영이불일, 성이불교, 로이불긍기공.
[解釋] 范蠡가 대답하였다. 「융성한 國勢를 지키려는 자는 하늘의 법도에 순응하여야 하고, 기울어지는 國勢를 되돌려 안정시키려는 자는 人心에 순응하여야 하고, 政事를 절도 있게 처리하려는 자는 땅의 법도에 순응하여야 하는데, 君王께서 묻지 않으셨으면, 제가 감히 말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天道는 가득 차도 밖으로 넘치지 않고, 元氣가 盛하여도 교만하지 않으며, 수고로워도 자신의 功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夫聖人, 隨時以行, 是謂守時. 天時不作, 弗爲人客, 人事不起, 弗爲之始, 今君王未盈而溢, 未盛而驕, 不勞而矜其功, 天時不作, 而先爲人客, 人事不起, 而創爲之始, 此逆於天, 而不和於人. 王若行之, 將妨於國家, 靡王躬身.」 王弗聽.
부성인, 수시이행, 시위수시. 천시부작, 불위인객, 인사불기, 불위지시, 금군왕미영이일, 미성이교, 불로이긍기공, 천시부작, 이선위인객, 인사불기, 이창위지시, 차역어천, 이불화어인. 왕약행지, 장방어국가, 미왕궁신.」 왕불청.
[解釋] 무릇 聖人은 天時를 따라 행하니, 이것을 守時라고 합니다. 敵國에 天災가 일어나지 않으면, 함부로 남의 나라에 쳐들어가지 않고, 敵國에 人事에 관한 변란이 일어나지 않으면, 먼저 事端을 주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君王께서는 국가의 富强함이 가득 차지 않았는데도 밖으로 넘치고, 國勢가 昌盛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교만하며, 수고롭게 노력하지 않았으면서도 자신의 功을 자랑하시고, 敵國에 天災가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먼저 공격하려 하고, 敵國에 人事에 관한 변란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먼저 事端을 주동하려고 하시니, 이것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고, 사람 사이의 和睦을 잃게 하는 일입니다. 君王께서 만일 이대로 시행하시면, 장차 국가에 危害가 되고, 君王 자신의 몸에도 손상이 될 것입니다.」 越王이 이 말을 따르지 않았다.
范蠡進諫曰 : 「夫勇者, 逆德也, 兵者, 凶器也, 爭者, 事之末也. 陰謀逆德, 好用凶器, 始於人者, 人之所卒也, 淫佚之事, 上帝之禁也, 先行此者, 不利.」
범려진간왈 : 「부용자, 역덕야, 병자, 흉기야, 쟁자, 사지말야. 음모역덕, 호용흉기, 시어인자, 인지소졸야, 음일지사, 상제지금야, 선행차자, 불리.」
[解釋] 范蠡가 諫言을 올려 말하였다. 「무릇 용맹을 믿고 남의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謙讓하는 德을 거스르는 일이요, 전쟁에 사용하는 무기는 사람을 살해하는 흉기요, 전쟁은 일을 해결하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전쟁하는 謀略을 써서 謙讓의 德을 거스르고, 무기를 써서 사람을 살해하기 좋아하여 남보다 먼저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은 결국 남에게 害를 입게 되고, 거리낌 없이 제멋대로 放縱한 일은 上帝가 금지하는 것이니, 남보다 먼저 이러한 일을 행하는 자는, 이롭지 못합니다.」
王曰 : 「無是貳言也, 吾已斷之矣.」 果興師而伐吳, 戰於五湖, 不勝, 棲於會稽. 王召范蠡而問焉, 曰 : 「吾不用子之言, 以至於此, 爲之奈何?」
왕왈 : 「무시이언야, 오이단지의.」 과흥사이벌오, 전어오호, 불승, 서어회계. 왕소범려이문언, 왈 : 「오불용자지언, 이지어차, 위지내하?」
[解釋] 越나라 王이 말하였다. 「나는 그대가 말한 두 가지가 없으니, 나는 이미 결단을 내렸다.」고 하고는, 정말로 군사를 일으켜 吳나라를 정벌하여 五湖 지역에서 전투를 벌였다가 이기지 못하고 會稽山으로 퇴각하여 잠시 머물렀다. 越나라 王이 范蠡를 불러서 물었다. 「내가 그대의 말을 받아들여 쓰지 않았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떻게 해야 되겠소?」
范蠡對曰 : 「君王其忘之乎? 持盈者與天, 定傾者與人, 節事者與地.」 王曰 : 「與人奈何?」 范蠡對曰 : 「卑辭尊禮, 玩好女樂, 尊之以名, 如此不已, 又身與之市.」
범려대왈 : 「군왕기망지호? 지영자여천, 정경자여인, 절사자여지.」 왕왈 : 「여인내하?」 범려대왈 : 「비사존례, 완호녀악, 존지이명, 여차불이, 우신여지시.」
[解釋] 范蠡가 대답하였다. 「君王께서는 잊으셨습니까? 융성한 國勢를 계속 지키려는 자는 하늘의 법도에 순응하여야 하고, 기울어지는 國勢를 되돌려 안정시키려는 자는 人心에 순응하여야 하고, 政事를 절도 있게 처리하려는 자는 땅의 법도에 순응해야 합니다.」 越王이 말하였다. 「人心에 순응하는 방법은 어떻게 하는 것이오?」 范蠡가 대답하였다. 「말을 겸손히 하고 禮를 융숭히 하여 섬기며, 진기한 보물과 아름다운 女樂을 바치고, 尊貴한 名號로 그를 높여 주어야 하니, 이와 같이 하는데도 吳나라가 和親하는 일을 마무리해 주지 않으면, 또 君王의 몸을 吳나라에 팔아 奴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王曰 : 「諾.」 乃令大夫種, 行成於吳曰 : 「請士女女於士, 大夫女女於大夫, 隨之以國家之重器.」 吳人不許. 大夫種來而復往, 曰 : 「請委管籥, 屬國家, 以身隨之, 君王制之.」 吳人許諾.
왕왈 : 「낙.」 내령대부종, 행성어오왈 : 「청사녀녀어사, 대부녀녀어대부, 수지이국가지중기.」 오인불허. 대부종래이부왕, 왈 : 「청위관약, 속국가, 이신수지, 군왕제지.」 오인허낙.
[解釋] 越나라 王이 말하였다. 「좋소.」 그리하여 大夫文種에게 吳나라에 가서 화친을 요청하며 말하게 하였다. 「청컨대 越나라 士의 딸은 吳나라 士에게 주어 侍婢를 삼고, 大夫의 딸은 吳나라 대부에게 주어 侍婢를 삼게 하며, 越나라의 진귀한 보물과 器物도 딸려 보내겠습니다.」 吳나라 사람이 화친을 허락하지 않았다. 大夫文種이 越나라로 돌아갔다가 다시 吳나라에 와서 말하였다. 「청컨대 越나라의 창고 열쇠를 넘겨 드리고 越나라를 吳나라에 소속시키며, 越나라 王은 몸소 吳나라로 따라가 섬길 것이니, 君王께서 마음대로 지휘하십시오.」 吳나라 사람이 화친을 허락하였다.
王曰 : 「蠡爲我守於國.」 范蠡對曰 : 「四封之內, 百姓之事, 蠡不如種也, 四封之外, 敵國之制, 立斷之事, 種亦不如蠡也.」
왕왈 : 「여위아수어국.」 범려대왈 : 「사봉지내, 백성지사, 여불여종야, 사봉지외, 적국지제, 입단지사, 종역불여려야.」
[解釋] 越나라 王이 말하였다. 「范蠡는 나를 위하여 남아서 나라를 지키도록 하시오.」 范蠡가 대답하였다. 「사방 국경 안의, 백성을 다스리는 일은, 저 范蠡가 大夫文種만 못하고, 사방 국경 밖의 敵國을 제압하는 일과 일을 당했을 때, 즉시 판단을 내리는 일은 大夫文種이 저 范蠡만 못합니다.」
王曰 : 「諾.」 令大夫種, 守於國, 與范蠡入宦於吳. 三年, 而吳人遣之, 歸反至於國, 王問於范蠡曰 : 「節事奈何?」
왕왈 : 「낙.」 영대부종, 수어국, 여범려입환어오. 삼년, 이오인견지, 귀반지어국, 왕문어범려왈 : 「절사내하?」
[解釋] 越나라 王이 말하였다. 「좋소.」 그리하여 大夫文種은 남아서 나라를 지키게 하고, 자기는 范蠡와 함께 吳나라에 들어가 奴僕으로 일하였다. 그렇게 3년이 지나자 吳나라 사람이 석방하여 보내 주었다. 돌아와 나라에 당도하여, 越나라 王이 范蠡에게 물었다. 「평시의 政事를 절도 있게 처리하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하오?」
范蠡對曰 : 「節事者與地, 唯地能包萬物以爲一, 其事不失. 生萬物, 容畜禽獸, 然後受其名而兼其利, 美惡皆成以養生. 時不至, 不可彊生, 事不究, 不可彊成.
범려대왈 : 「절사자여지, 유지능포만물이위일, 기사불실. 생만물, 용휵금수, 연후수기명이겸기리, 미악개성이양생. 시부지, 불가강생, 사불구, 불가강성.
[解釋] 范蠡가 대답하였다. 「평시의 政事를 절도 있게 처리하려는 자는 땅의 법도에 순응하여야 하니, 오직 땅은 만물을 포용하여 똑같이 하나의 사물을 만들어, 어떤 사물도 이루는 때를 잃지 않게 합니다. 만물을 生成하며, 禽獸를 수용하여 기르고, 그런 뒤에 그 功名을 받고 이익을 아울러 누려,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모두 生長시켜 사람을 봉양해 살게 합니다. 때가 아직 이르지 않으면, 만물을 억지로 生長시킬 수 없고, 일이 극도에 도달하지 않으면 억지로 이룰 수가 없습니다.
自若以處, 以度天下, 待其來者而正之, 因時之所宜而定之. 同男女之功, 除民之害, 以避天殃, 田野開闢, 府倉實, 民衆殷, 無曠其衆, 以爲亂梯. 時將有反, 事將有閒, 必有以知天地之恆制, 乃可以有天下之成利, 事無閒, 時無反, 則撫民保敎以須之.」
자약이처, 이탁천하, 대기래자이정지, 인시지소의이정지. 동남녀지공, 제민지해, 이피천앙, 전야개벽, 부창실, 민중은, 무광기중, 이위란제. 시장유반, 사장유간, 필유이지천지지항제, 내가이유천하지성리, 사무간, 시무반, 즉무민보교이수지.」
[解釋] 자연스럽게 처신하면서, 천하의 형세를 헤아려,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며 잘못된 政事를 바로잡고, 적당한 시기를 이용하여 국면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君王은 남자와 여자가 하는 일을 똑같이 하고, 백성에게 해가 되는 일을 제거하여, 하늘이 내리는 재앙을 피하고, 들의 전답을 개간하며, 창고에 재물과 양식을 채우며, 백성이 많이 불어나고, 생활이 풍족하게 해야 하니, 백성이 本業을 폐하고, 날을 허비하여 禍亂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게 해서는 안 됩니다. 하늘의 天時는 순환하여 반복함이 있고, 사람의 일은 이용할 수 있는 틈이 있게 마련이니, 반드시 天地의 변화하는 일정한 규율을 알아야, 비로소 天下의 성공하는 이익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일이 이용할 수 있는 틈이 없고, 天時가 순환하여 돌아온 운이 없으면, 백성을 잘 보살펴 보호하고 가르치면서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王曰 : 「不穀之國家, 蠡之國家也, 蠡其圖之.」 范蠡對曰 : 「四封之內, 百姓之事, 時節三樂, 不亂民功, 不逆天時, 五穀稑孰, 民乃蕃滋, 君臣上下, 交得其志, 蠡不如種也.
왕왈 : 「불곡지국가, 려지국가야, 여기도지.」 범려대왈 : 「사봉지내, 백성지사, 시절삼락, 불란민공, 불역천시, 오곡륙숙, 민내번자, 군신상하, 교득기지, 여불여종야.
[解釋] 越王이 말하였다. 「나의 국가는, 范蠡 그대의 국가이니, 范蠡 그대가 계획해 보시오.」 范蠡가 대답하였다. 「사방 국경 안의, 백성을 다스리는 일은, 세 계절에 농사일을 즐겁게 하도록 조절하여, 백성들이 하는 일을 간섭하여 어지럽게 하지 않고, 농사에 적합한 天時를 거스르지 않아서, 五穀이 잘 익어 풍년이 들고, 백성의 인구가 불어나, 君臣上下가 서로 마음먹은 것을 얻게 하는 일은 제가 大夫文種만 못합니다.
四封之外, 敵國之制, 立斷之事, 因陰陽之恆, 順天地之常, 柔而不屈, 彊而不剛, 德虐之行, 因以爲常, 死生, 因天地之刑, 天因人, 聖人因天.
사봉지외, 적국지제, 립단지사, 인음양지항, 순천지지상, 유이불굴, 강이불강, 덕학지행, 인이위상, 사생, 인천지지형, 천인인, 성인인천.
[解釋] 사방 국경 밖의 적국을 제압하는 일과 일을 당했을 때, 즉시 판단하는 경우에 陰陽의 일정한 규율을 따르고, 天地의 변화하는 떳떳한 법을 순응하여, 겉은 부드러우나 마음은 비굴하지 않고, 마음은 굳세나 겉은 억세지 않으며, 은덕을 베풀고 형벌을 시행하는 일을, 떳떳한 법에 따라 행하며, 죽이고 살리는 일에, 天地의 일정한 법을 따라야 하니, 하늘은 사람이 하는 일에 따라 禍福을 내리고, 聖人은 하늘이 미리 보이는 것을 법으로 삼습니다.
人自生之, 天地形之, 聖人因而成之. 是故戰勝而不報, 取地而不反, 兵勝於外, 福生於內, 用力甚少而名聲章明, 種亦不如蠡也.」 王曰 : 「諾.」 令大夫種爲之.
인자생지, 천지형지, 성인인이성지. 시고전승이불보, 취지이불반, 병승어외, 복생어내, 용력심소이명성장명, 종역불여려야.」 왕왈 : 「낙.」 영대부종위지.
[解釋] 사람이 자연스럽게 生長할 적에 天地가 吉凶의 조짐을 나타내 보이고 聖人은 그 吉凶을 따라 賞罰을 시행하여 큰일을 이루는 것입니다. 이러므로 전쟁에 敵國을 이기더라도 敵國이 보복하지 못하게 하고, 敵國의 영토를 탈취하더라도 배반하지 못하게 하며, 군대가 나라 밖에서 이기고 나라 안에서 福을 만들어 내어 사용한 힘은 적어도 名聲이 밝게 드러나게 하는 일은 大夫文種이 저만 못합니다.」 越王이 말하였다. 「좋소.」 하고는, 大夫文種에게 越나라의 內政을 다스리도록 하였다.
02
[大義] 吳나라에 대한 복수를 빨리 갚으려고 하는 句踐에게 하늘이 주는 기회가 오기도 전에 너무 빨리 서두르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권고한 범려의 뛰어난 식견. |
范蠡勸句踐無蚤圖吳
범려권구천무조도오
范蠡가 句踐에게 오나라를 빨리 도모하지 말라고 권하다.
四年, 王召范蠡而問焉, 曰 : 「先人就世, 不穀卽位, 吾年旣少. 未有恆常, 出則禽荒, 入則酒荒, 吾百姓之不圖, 唯舟與車. 上天降禍於越, 委制於吳, 吳人之那不穀, 亦又甚焉. 吾欲與子謀之, 其可乎?」
사년, 왕소범려이문언, 왈 : 「선인취세, 불곡즉위, 오년기소. 미유항상, 출즉금황, 입즉주황, 오백성지부도, 유주여거. 상천강화어월, 위제어오, 오인지나불곡, 역우심언. 오욕여자모지, 기가호?」
[解釋] 越나라 王이 吳나라에서 돌아온 지 4년에 范蠡를 불러서 물었다. 「先人께서 세상을 뜨시고 내가 卽位하였으나, 나의 나이가 아직 어렸소. 늘 지니는 착하고 변하지 않는 마음을 두지 못하여 밖에 나가서는 사냥에 빠지고, 宮에 들어와서는 술에 빠져서 우리 백성을 잘 다스리는 일은 고려하지 않고, 배와 수레를 타고 놀며 구경하는 일만 하여 왔소. 하늘이 越나라에 재앙을 내려, 吳나라에 귀순하여 다스림을 받았는데, 吳나라 사람이 나에 대하여 너무나도 심하게 굴었소. 나는 그대와 吳나라를 도모하고자 하니, 될 수 있겠소?」
范蠡對曰 : 「未可也. 蠡聞之, 上帝不考, 時反是守, 彊索者不祥. 得時不成, 反受其殃, 失德滅名, 㳅走死亡. 有奪有予有不予, 王無蚤圖. 夫吳, 君王之吳也, 王若蚤圖之, 其事又將未可知也. 王曰 : 「諾.」
범려대왈 : 「미가야. 여문지, 상제불고, 시반시수, 강색자불상. 득시불성, 반수기앙, 실덕멸명, 유주사망. 유탈유여유불여, 왕무조도. 부오, 군왕지오야, 왕약조도지, 기사우장미가지야. 왕왈 : 「낙.」
[解釋] 范蠡가 대답하였다. 「아직 되지 않습니다. 저는 들으니, 하늘이 이루어 주지 않으면 때가 돌아오기를 지켜서 기다려야 하니, 때를 어기고 억지로 이루기를 구하면 상서롭지 않다고 합니다. 때를 얻고도 힘써서 일을 이루지 못하면 도리어 재앙을 받게 되어 德과 명예를 잃고 망하여 달아나거나 사망하게 됩니다.
하늘은 주었다가 빼앗는 때도 있고, 줄 때도 있으며 주지 않는 때도 있으니 君王께서는 너무 일찍 吳나라를 도모하지 마십시오. 저 吳나라는 君王이 차지할 나라입니다. 君王께서 만일 너무 일찍 빼앗기를 도모하시면 일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越나라 王이 말하였다. 「좋소.」
03
[大義] 吳나라 王의 失德은 드러났으나 하늘의 뜻은 아직 호응하지 않았으니 정벌할 수 없다고 만류한 范蠡의 遠慮. |
范蠡謂人事至而天應未至
범려위인사지이천응미지
范蠡가 인사는 이르렀으나 하늘의 호응은 아직 이르지 않았다고 말하다.
又一年, 王召范蠡而問焉, 曰 : 「吾與子謀吳. 子曰, 未可也, 今吳王淫於樂而忘其百姓, 亂民功, 逆天時, 信讒喜優, 憎輔遠弼, 聖人不出, 忠臣解骨, 皆曲相御, 莫適相非, 上下相偸, 其可乎?」 范蠡對曰 : 「人事至矣, 天應未也, 王姑待之.」 王曰 : 「諾.」
우일년, 왕소범려이문언, 왈 : 「오여자모오. 자왈, 미가야, 금오왕음어악이망기백성, 란민공, 역천시, 신참희우, 증보원필, 성인불출, 충신해골, 개곡상어, 막적상비, 상하상투, 기가호?」 범려대왈 : 「인사지의, 천응미야, 왕고대지.」 왕왈 : 「낙.」
[解釋] 또 1년이 지나자, 越王이 范蠡를 불러서 물었다. 「내가 그대와 吳나라를 도모할 일을 의논할 적에 그대는 되지 않는다고 말하였소. 지금 吳王은 聲色의 逸樂에 빠진 채 백성을 돌보는 일을 잊어 백성의 농사일을 어지럽히며 天時를 거스르고, 참소를 믿고 배우들을 좋아하며, 바른 말하여 輔弼하는 신하를 싫어하고 멀리하여 통달한 어진 사람은 숨어서 나오지 않고 忠臣은 心身이 풀려서 모두 뜻을 굽히고 서로 영합하여 자신의 뜻을 주장하며 是非를 가리는 일이 없이 上下가 구차스럽게 安樂함 만을 취하고 있으니, 吳나라를 정벌할 수가 있겠소?」 范蠡가 대답하였다. 「人事的인 기회는 왔으나 하늘의 호응하는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君王은 아직 기다리십시오.」 越王이 말하였다. 「좋소.」
04
[大義] 하늘이 吳나라를 멸망시킬 조짐을 보이지 않으므로 정벌하면 안 된다고 諫한 范蠡의 통찰력을 보임. |
范蠡謂先爲之征其事不成
범려위선위지정기사불성
范蠡가 천지의 조짐이 미처 나타나기 전에 먼저 정벌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다.
又一年, 王召范蠡而問焉, 曰 : 「吾與子謀吳, 子曰, 未可也, 今申胥驟諫其王, 王怒而殺之, 其可乎?」 范蠡對曰 : 「逆節萌生, 天地未形, 而先爲之征, 其事是以不成. 雜受其刑, 王姑待之.」 王曰 : 「諾.」
우일년, 왕소범려이문언, 왈 : 「오여자모오, 자왈, 미가야, 금신서취간기왕, 왕노이살지, 기가호?」 범려대왈 : 「역절맹생, 천지미형, 이선위지정, 기사시이불성. 잡수기형, 왕고대지.」 왕왈 : 「낙.」
[解釋] 또 1년이 지나자, 越王이 范蠡를 불러서 물었다. 「내가 그대와 吳나라를 도모할 일을 의논할 적에 그대는 되지 않는다고 말하였소. 지금 申胥가 吳王에게 여러 차례 諫하자 吳王이 怒하여 그를 죽였으니, 吳나라를 정벌할 수 있겠소?」 范蠡가 대답하였다. 「吳나라 王에게 逆節의 싹이 움트기는 하였습니다만 天地가 아직 분명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우리가 먼저 吳나라를 정벌하면 이 때문에 吳나라를 토벌하여 멸망시키는 일을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吳나라와 함께 그에 따른 害를 받을 것이니 君王께서는 아직 기다리십시오.」 越王이 말하였다. 「좋소.」
05
[大義] 정벌에서 완전한 승리를 얻으려면 그 나라에 人事上의 변란이 있고 天時가 호응하는 기회를 이용해야 실패가 없음. |
范蠡謂人事與天地相參乃可以成功
범려위인사여천지상참내가이성공
范蠡가 사람의 일과 천지의 뜻이 서로 어울려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다.
又一年, 王召范蠡而問焉, 曰 : 「吾與子謀吳, 子曰, 未可也, 今其稻蟹不遺種, 其可乎?」
우일년, 왕소범려이문언, 왈 : 「오여자모오, 자왈, 미가야, 금기도해불유종, 기가호?」
[解釋] 또 1년이 지나자, 越王이 范蠡를 불러 물었다. 「내가 그대와 吳나라를 도모할 일을 의논할 적에 그대는 되지 않는다고 말하였소. 지금 吳나라에 게가 벼를 갉아먹는 재앙이 있어서 곡식 종자가 남지 않았으니, 吳나라를 정벌할 수 있겠는가?」
范蠡對曰 : 「天應至矣, 人事未盡也, 王姑待之.」 王怒曰 : 「道固然乎? 妄其欺不穀耶? 吾與子言人事, 子應我以天時, 今天應至矣, 子應我以人事, 何也?」
범려대왈 : 「천응지의, 인사미진야, 왕고대지.」 왕노왈 : 「도고연호? 망기기불곡야? 오여자언인사, 자응아이천시, 금천응지의, 자응아이인사, 하야?」
[解釋] 范蠡가 대답하였다. 「하늘이 호응하는 조짐은 吳나라에 나타났으나 人事에 관한 변란 등은 아직 극도에 이르지 않았으니, 君王께서는 아직 기다리십시오.」 越나라 王이 怒하여 말하였다. 「道理가 본디 여러 차례 기다려야 되는 것인가? 망령된 말로 나를 속이는 것인가? 나는 그대에게 吳나라의 人事에 관한 변란을 말했을 때, 그대는 하늘이 호응하는 때가 아니라고 응답하더니, 지금 하늘이 호응하는 재앙이 나타났는데 그대는 人事에 관한 변란이 아직 극도에 이르지 않았다는 것으로 응답하니, 무슨 道理로 그러는 것인가?」
范蠡對曰 : 「王姑勿怪. 夫人事, 必將與天地相參, 然後乃可以成功. 今其禍新民恐, 其君臣上下, 皆知其資財之不足以支長久也, 彼將同其力, 致其死, 猶尙殆.
범려대왈 : 「왕고물괴. 부인사, 필장여천지상참, 연후내가이성공. 금기화신민공, 기군신상하, 개지기자재지부족이지장구야, 피장동기력, 치기사, 유상태.
[解釋] 范蠡가 대답하였다. 「君王께서는 잠시 괴이하게 여기지 마십시오. 人事에 관한 변란은, 반드시 天災地變과 서로 어우러진 뒤에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금 吳나라는 게가 벼를 갉아먹는 재앙이 새로 나타나자 백성들이 두려워하여 그들의 임금과 신하 등 上下 모두가 그들 국가의 자원과 재물이 오랫동안 지탱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들이 앞으로 힘을 하나로 합하여 목숨을 바쳐 우리를 대항하려고 하면 우리가 공격을 감행할 경우에 도리어 위태롭게 될 수가 있습니다.
王其且馳騁弋獵, 無至禽荒, 宮中之樂, 無至酒荒, 肆與大夫觴飮, 無忘國常. 彼其上將薄其德, 民將盡其力, 又使之望而不得食, 乃可以致天地之殛, 王姑待之.」
왕기차치빙익렵, 무지금황, 궁중지악, 무지주황, 사여대부상음, 무망국상. 피기상장박기덕, 민장진기력, 우사지망이부득식, 내가이치천지지극, 왕고대지.」
[解釋] 君王께서는 우선 일부러 말을 달리며 사냥을 하시되 짐승을 잡는 일에 온통 빠지지 마시고, 궁중에서 음악과 女色을 즐기시되 온통 술에 빠지지 마시고, 大夫들과 술자리를 벌여 마음껏 痛飮하시되 국가의 정상적인 법도를 잊지 마십시오. 그러면 저 吳나라의 통치자는 越나라에 마음을 쓰지 않아 德을 닦지 않고 失政하여 백성들의 財力을 모두 탕진할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이 통치자를 원망하고 밥을 먹을 수 없게 하여야 우리들이 天地가 내리는 誅罰을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니, 君王께서는 잠시 기다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