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困誓(곤서 : 곤액에 처하였을 때, 서로 그 환난을 이겨 내겠다고 격려하며 맹세하는 것을 말한다.)
01, 죽은 다음에나 쉴 수 있는 일들.
子貢問於孔子曰 : 「賜倦於學, 困於道矣. 愿息於事君, 可乎.」 孔子曰 : 「≪詩≫云 溫恭朝夕, 執事有恪. 事君之難也. 焉可息哉?」
자공문어공자왈 : 「사권어학, 곤어도의. 원식어사군, 가호.」 공자왈 : 「≪시≫운 온공조석, 집사유각. 사군지난야. 언가식재?」
[解釋] 자공이 공자께 여쭈었다. 저는 학문에 권태를 느끼며, 도에 대해서도 막힌 듯합니다. 원컨대 이제 임금을 모시는 일도 쉬었으면 합니다.」 공자가 말하였다. 「≪詩≫에 이르기를, "아침저녁으로 마음을 따뜻하고 공손히 하며, 내가 맡은 열심히 다하리다."고 하였다. 임금을 섬기는 일이란 어려운 것이다. 어찌 쉴 수가 있단 말이냐?」
曰 : 「然則賜願息而事親.」 孔子曰 : 「≪詩≫云, "孝子不匱, 永錫爾類." 事親之難也, 焉可以息哉?」
왈 : 「연즉사원식이사친.」 공자왈 : 「≪시≫운, "효자불궤, 영석이류." 사친지난야, 언가이식재?」
[解釋] 자공아 말하였다. 「그렇다면 저는 어버이 섬기는 일을 쉬고 싶습니다.」 공자가 말하였다. 「≪詩≫에 이르기를, "효자라는 일은 끝이 없나니, 영원히 너에게 길함을 내려주리라."고 하였다. 부모를 섬기는 일이란 어려운 것이다. 어찌 쉴 수가 있단 말이냐?」
曰 : 「然賜請願息於妻子.」 孔子曰 : 「≪詩≫云, "刑於寡妻, 至於兄弟, 以御於家邦." 妻子之難也, 焉可以息哉?」
왈 : 「연사청원식어처자.」 공자왈 : 「≪시≫운, "형어과처, 지어형제, 이어어가방." 처자지난야, 언가이식재?」
[解釋] 자공이 말하였다. 「그렇군요, 그러면 저는 처자를 보살피는 일을 쉴까 합니다.」 공자가 말하였다. ≪詩≫에 이르기를, "아내에게 법이 되어, 형제까지 이르도록 하라. 그래야 가정과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리라."고 하였다. 처자를 거느리는 일도 어려운 것이다. 어찌 쉴 수가 있단 말이냐?」
曰 : 「然賜願息於朋友.」 孔子曰 : 「≪詩≫云, "朋友攸攝, 攝以威儀." 朋友之難也, 焉可以息哉?」
왈 : 「연사원식어붕우.」 공자왈 : 「≪시≫운, "붕우유섭, 섭이위의." 붕우지난야, 언가이식재?」
[解釋] 자공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저는 원컨대 친구를 사귀는 일을 쉴까 합니다.」 공자가 말하였다. 「≪詩≫에 이르기를, "친구 간에는 서로 이끌어주는 것이며, 그 이끌어주는 것을 威儀로써 하느니라."고 하였다. 친구를 사귀는 일도 어려운 것이다. 어찌 쉴 수가 있단 말이냐?」
曰 : 「然則賜願息於耕矣.」 孔子曰 : 「≪詩≫云, "晝爾於茅, 宵爾索綯, 亟其乘屋, 其始播百穀." 耕之難也, 焉可以息哉?」
왈 : 「연즉사원식어경의.」 공자왈 : 「≪시≫운, "주이어모, 소이삭도, 극기승옥, 기시파백곡." 경지난야, 언가이식재?」
[解釋] 자공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저는 원컨대 농사를 짓는 일을 쉴까 합니다.」 공자가 말하였다. 「≪詩≫에 이르기를, "낮에는 띠를 베어 모으고, 밤에는 새끼를 꼬아서, 어서어서 지붕을 이으세, 그래야 백곡의 씨를 뿌리지."라고 하였다. 농사를 짓는 일도 어려운 것이다. 어찌 쉴 수가 있단 말이냐?」
曰 : 「然則賜將無所息者也.」 孔子曰 : 「有焉, 自望其廣, 則睪如也, 視其高, 則塡如也, 察其從, 則隔如也, 此其所以息也矣.」
왈 : 「연즉사장무소식자야.」 공자왈 : 「유언, 자망기광, 즉역여야, 시기고, 즉전여야, 찰기종, 즉격여야, 차기소이식야의.」
[解釋] 자공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저는 장차 쉴 것이 없겠군요.」 공자가 말하였다. 「있단다. 넓은 것을 바라보면, 우뚝한 듯도 하며, 그 높은 곳을 쳐다보면, 꽉 채워진 듯도 하며, 그것을 세로로 살펴보면, 솥처럼 자리를 잡은 듯하니, 바로 이런 곳이 네가 쉴 수 있는 곳이란다.」
子貢曰 : 「大哉乎! 死也! 君子息焉, 小人休焉, 大哉乎! 死也!」
자공왈 : 「대재호! 사야! 군자식언, 소인휴언, 대재호! 사야!」
[解釋] 자공이 말하였다. 「크기도 하군요! 죽음이라는 것이여! 군자도 쉬게 되고, 소인도 쉬게 되는 곳이니, 참으로 크기도 합니다! 그 죽음이여!」
02, 이 물을 건너지 못하는 것은 나의 운명이다.
孔子自衛將入晉, 至河, 聞趙簡子殺竇犨鳴犢及舜華, 乃臨河而歎曰 : 「美哉! 水洋洋乎! 丘之不濟, 此命也夫!」 子貢趍而進曰 : 「敢問何謂也?」
공자자위장입진, 지하, 문조간자살두주명독급순화, 내림하이탄왈 : 「미재! 수양양호! 구지부제, 차명야부!」 자공추이진왈 : 「감문하위야?」
[解釋] 공자가 衛나라에서 晉나라로 들어가면서, 河水가에 이르렀다가, 趙簡子가 竇犨鳴犢과 舜華를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 물가에 이르러 이렇게 탄식하며 말하였다. 「아름답구나! 넓고도 출렁이는 물이여! 매가 이 물을 건너지 못하는 것은, 나의 운명인 것을!」 자공이 급히 다가오면서 여쭈었다. 「감히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들려주실 수 있습니까?」
孔子曰 : 「竇犨鳴犢, 舜華, 晉之賢大夫也. 趙簡子未得志之時, 須此二人而後從政. 及其已得志也而殺之! 丘聞之, "刳胎殺夭, 則麒麟不至其郊, 竭澤而漁, 則蛟龍不處其淵, 覆巢破卵, 則凰凰不翔其邑," 何則? 君子違傷其類者也. 鳥獸之於不義, 尙知避之, 況於人乎?」 遂還息於鄒, 作槃琴以哀之?
공자왈 : 「두주명독, 순화, 진지현대부야. 조간자미득지지시, 수차이인이후종정. 급기이득지야이살지! 구문지, "고태살요, 즉기린부지기교, 竭澤而漁, 즉교룡불처기연, 복소파란, 즉황황불상기읍," 하즉? 군자위상기류자야. 조수지어불의, 상지피지, 황어인호?」 수환식어추, 작반금이애지?
[解釋] 공자가 말하였다. 「竇犨鳴犢과 舜華는, 晉나라의 어진 대부이다. 조간자가 아직 뜻을 얻지 못하였을 때는, 반드시 이 두 사람의 말을 들은 뒤에라야 정치를 하였었다. 그런데 자신의 뜻을 얻게 되자 그들을 죽여버렸구나! 내가 듣기로, "새끼를 밴 짐승의 태를 가르고 어린 것을 죽이는 곳이라면, 기린이 그런 나라의 교외에도 다가가지 않는 법이며, 못물을 다 말리고 물고기를 잡는다면, 교룡이 그런 못에는 살지 않으며, 둥지를 엎어버리고 알을 깨뜨리는 곳이라면, 봉황새는 그러한 읍에는 날아들지 않는다고 하더라." 어찌 알겠느냐? 군자가 그와 같은 종류의 상해를 입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새나 짐승들도 불의한 것은, 오히려 그런 것을 피할 줄 알거늘, 하물며 사람임 에랴?」 그리고는 마침내 발길을 돌려, 鄒나라로 돌아가서 쉬면서, 槃琴操의 악곡을 지어서 그들을 애도하였다.
03, 자신부터 공경하라.
子路問於孔子曰 : 「有人於此. 夙興夜寐, 耕芸樹藝, 手足胼胝, 以養其親. 然而名不稱孝, 何也?」
자로문어공자왈 : 「유인어차. 숙흥야매, 경운수예, 수족변지, 이양기친. 연이명불칭효, 하야?」
[解釋] 자로가 공자께 여쭈었다.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일찍 일어나고 밤이 늦어 잠자리에 들면서, 열심히 농사짓고, 일에 묻혀, 손과 발에 굳은 살이 박히도록 고생하면서, 부모님을 봉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효자라는 명칭을 듣지 못하고 있다면, 어찌하여 그런 것입니까?」
孔子曰 : 「意者"身不敬與? 辭不順與? 色不悅與?" 古之人有言曰. "人與己與不汝欺." 今盡力養親而無三者之闕, 何謂無孝之名乎?」
공자왈 : 「의자"신불경여? 사불순여? 색불열여?" 고지인유언왈. "인여기여불여기." 금진력양친이무삼자지궐, 하위무효지명호?」
[解釋] 공자가 말하였다. 「생각해 보건대, "그 사람은 자신을 공경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겠느냐? 아니면 순하게 따를 줄 모르는 것이 아닐까? 혹은 얼굴빛을 즐겁게 가질 줄 모르는 것이 아닐까?" 옛날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단다. "남이나 나나 모두 다 같은 것이니 속이지 말라."고 하였다. 지금 힘을 다하여 부모를 봉양하면서, 이 세 가지가 하나도 빠짐이 없다면, 어찌 효자라는 이름을 얻지 못하겠느냐?」
孔子曰 : 「由! 汝志之! 吾語汝. 雖有國士之力, 而不能自舉其身. 非力之少, 勢不可矣. 夫內行不修, 身之罪也. 行修而名不彰, 友之罪也. 行修而名自立. 故君子入則篤行, 出則交賢, 何謂無孝名乎?」
공자왈 : 「유! 여지지! 오어여. 수유국사지력, 이불능자거기신. 비력지소, 세불가의. 부내행불수, 신지죄야. 행수이명불창, 우지죄야. 행수이명자립. 고군자입즉독행, 출즉교현, 하위무효명호?」
[解釋] 공자가 말하였다. 「由야! 너는 내 말을 기록해 두어라! 내가 너에게 일러주마. 비록 나라의 장사라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러나 자신의 몸을 스스로 들어 올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 힘이 적어서가 아니라, 형세로 보아서 그 힘을 씋 수가 없는 것이다. 무릇 안으로 자신의 행실을 닦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죄인 것이다. 그러나 행실을 잘 닦았는데도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이것은 친구들의 잘못이다. 행실이 닦아진다면 이름이 이에 따라서 저절로 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로서 집에 들어와서는 행실을 독실하게 하고, 문 밖으로 나가서는 어진 사람을 사귄다면, 어찌 효자라는 이름을 듣지 못하겠느냐?」
04, 군자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孔子遭厄於陳蔡之間, 絕糧七日, 弟子餒病, 孔子絃歌. 子路入見曰 : 「夫子之歌禮乎?」
공자조액어진채지간, 절량칠일, 제자뇌병, 공자현가. 자로입현왈 : 「부자지가례호?」
[解釋] 공자가 陳나라와 蔡나라에서 곤액을 당하여, 이레 동안이나 먹을 것이 떨어져, 제자들은 굶주림으로 병이 났으나, 공자는 거문고만 타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자로가 들어와서 뵙고 이렇게 따지듯 말하였다. 「이런 상황인데도 선생님께서는 노래를 하시는 것이 예입니까?」
孔子弗應, 曲終而曰 : 「由來! 吾語汝. 君子好樂, 爲無驕也, 小人好樂, 爲無懾也. 其誰之子, 不我知而從我者乎?」
공자불응, 곡종이왈 : 「유래! 오어여. 군자호악, 위무교야, 소인호악, 위무섭야. 기수지자, 불아지이종아자호?」
[解釋] 그러나 공자는 대답하지 않고, 곡조를 다 마친 뒤에야 이렇게 말하였다. 「由야! 이리 오너라! 내가 너에게 일러주마. 군자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교만한 마음을 없애기 위한 것이며, 소인이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두려운 마음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네가 어느 집에 아들이기에, 내가 누구인 줄도 모르고 쫓아다니고 있겠느냐?」
子路悅, 援戚而舞, 三終而出. 明日免於厄, 子貢執轡曰 : 「二三子從夫子而遭此難也, 其弗忘矣.」
자로열, 원척이무, 삼종이출. 명일면어액, 자공집비왈 : 「이삼자종부자이조차난야, 기불망의.」
[解釋] 자로는 즐겁게 생각하고, 이에 도끼를 잡고서 춤을 추면서, 3곡을 마치자 밖으로 나갔다. 그 이튿날 공자가 곤액에서 벗어나게 되자, 자공이 말고삐를 잡은 채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 제자들이 선생님을 따라 왔다가 이런 곤액을 만난 일은, 잊지 못할 것입니다.」
孔子曰 : 「善! 惡何也?」 夫陳蔡之間, 丘之幸也, 二三子從丘者, 皆幸也. 吾聞之, "君不困不成王, 烈士不困行不彰." 庸知其非激憤厲志之始, 於是乎在?」
공자왈 : 「선! 오하야?」 부진채지간, 구지행야, 이삼자종구자, 개행야. 오문지, "군불곤불성왕, 열사불곤행불창." 용지기비격분려지지시, 어시호재?」
[解釋] 공자가 말하였다.「훌륭하구나! 어찌 할 수 있었겠느냐?」 그러나 무릇 진과 채에서 당한 곤액은, 나에게 있어서는 다행한 일이고, 너희들이 나를 따라온 일도, 도두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가 듣기로, "임금도 곤경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왕도를 이을 수 없고, 열사도 공경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 행동을 드러낼 수가 없다."고 하였다. 어찌 격분시키고 뜻을 독려하는 시작이, 이러한 곤액에서 시작하는 것이 여기에 있다고 하지 않겠느냐?」
05, 공자 일행이 匡 땅에서 포위를 당하다.
孔子之宋, 匡人簡子以甲士圍之. 子路怒, 奮戟將與戰. 孔子止之曰 : 「惡有修仁義而不免世俗之惡者乎?
공자지송, 광인간자이갑사위지. 자로노, 분극장여전. 공자지지왈 : 「오유수인의이불면세속지악자호?
[解釋] 공자가 宋나라에 들어가자, 匡 땅의 읍재인 簡子가 무장한 병사들로 공자를 포위하였다. 이에 자로가 노여워하면서, 창을 휘두르며 그들과 맞서 싸우려 하였다. 그러자 공자가 만류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仁과 義를 닦는다고 하면서, 어찌 세속의 못된 짓을 면하지 못하고 있느냐?
夫詩書之不講, 禮樂之不習, 是丘之過也, 若以述先王, 好古法而爲咎者, 則非丘之罪也. 命之夫. 歌, 予和汝.」 子路彈琴而歌, 孔子和之, 曲三終. 匡人解甲而罷.
부시서지불강, 례악지불습, 시구지과야, 약이술선왕, 호고법이위구자, 즉비구지죄야. 명지부. 가, 여화여.」 자로탄금이가, 공자화지, 곡삼종. 광인해갑이파.
[解釋] 무릇 詩書를 공부하지 않고, 예악을 익히지 않는 것은, 이것은 나의 허물이라 하겠지만, 만일 선왕의 일을 따라 하고, 옛 법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을 허물로 삼는다면, 이것은 나의 죄가 아닌 것이다. 운명일 것인데! 너는 노래를 불러라, 내가 너에게 화답하리라.」 자로가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부르자, 공자가 이에 화답하면서, 세 곡조를 마쳤다. 그러자 匡人들은 무기를 풀고 해산해 버렸다.
06, 삼가 해야 할 세 가지.
孔子曰 : 「不觀高崖, 何以知顚墜之患, 不臨深泉, 何以知沒溺之患, 不觀巨海, 何以知風波之患, 失之者其在此乎? 士愼此三者, 則無累於身矣.」
공자왈 : 「불관고애, 하이지전추지환, 불림심천, 하이지몰닉지환, 불관거해, 하이지풍파지환, 실지자기재차호? 사신차삼자, 즉무루어신의.」
[解釋] 공자가 말하였다. 「높은 언덕에 올라서 보지 않고서야, 어찌 엎어지고 떨어질 걱정이 있음을 알 것이며, 깊은 물에 임해 보지 않고서야, 어찌 물에 빠질 위험을 알 것이며, 크나 큰 바다를 보지 않고서야, 어찌 풍파에 대한 걱정을 알 것이며, 실수하는 자는 이 세 가지 경우가 아니겠는가? 선비로서 이 세 가지를 삼가 한다면, 자신에게 누를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07, 아랫사람의 도리.
子貢問於孔子曰 : 「賜既爲人下矣, 而未知爲人下之道, 敢問之.」 子曰 : 「爲人下者, 其猶土乎?」
자공문어공자왈 : 「사기위인하의, 이미지위인하지도, 감문지.」 자왈 : 「위인하자, 기유토호?
[解釋] 자공이 공자에게 물어 말하였다. 「저[賜]는 이미 남의 아랫사람이 되었는데, 그러니 아랫사람의 도리를 알지 못하고 있으니, 감히 여쭈어 봅니다.」 공자가 말하였다. 「남의 아랫사람으로서의 도리는, 그것은 땅과 같은 것이 아니겠느냐?
汨之之深, 則出泉, 樹其壤, 則百穀滋焉, 草木植焉, 禽獸育焉. 生則出焉, 死則入焉. 多其功而不意, 其志而無不容. 爲人下者以此也.」
골지지심, 즉출천, 수기양, 즉백곡자언, 초목식언, 금수육언. 생즉출언, 사즉입언. 다기공이불의, 기지이무불용. 위인하자이차야.」
[解釋] 땅을 깊이 파보면, 곧 샘물이 솟아나고, 그 땅에 곡식을 심으면, 온 곡식이 잘 자라며, 초목도 무성하게 되고, 새와 짐승도 자라게 된다. 살아 있는 것은 나오게 되고, 죽은 것은 땅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 많은 공로가 있음에도 자신의 덕으로 여기지 않으며, 그 뜻은 넓어서 용납하지 않는 것이 없다. 남의 아랫자리 된 자는, 이와 같아야 하는 것이다.」
08, 상갓집 개[喪家之狗]
孔子適鄭, 與弟子相失, 獨立東郭門外. 或人謂子貢曰 : 「東門外有一人焉, 其長九尺有六寸, 河目隆顙, 其頭似堯, 其頸似皋繇, 其肩似子產, 然自腰已下, 不及禹者三寸, 纍然如喪家之狗.」
공자적정, 여제자상실, 독립동곽문외. 혹인위자공왈 : 「동문외유일인언, 기장구척유륙촌, 하목륭상, 기두사요, 기경사고요, 기견사자산, 연자요이하, 불급우자삼촌, 유연여상가지구.」
[解釋] 공자가 정나라에 가면서, 제자들과 서로 길을 잃고서, 공자 홀로 동쪽 성문 밖에 있었다. 어떤 사람이 자공에게 일러 주면서 말하였다. 동문 밖에 어떤 사람이 서 있는데, 키는 9자 6치나 되고, 하수와 같이 길에 찢어진 눈에 높고 넓은 이마였으며, 그 머리는 堯임금과 흡사하고, 그 목은 皐繇과 같았으며, 그 어깨는 子産과 닮았으나, 그러나 허리 아래로는, 禹임금에 비하여 그만 못한데 겨우 3치 정도 적더이다. 이 사람은 어리둥절하여 마치 상갓집 개와 같았습니다.」
子貢以告, 孔子欣然而歎曰 : 「形狀永也, 如喪家之狗, 然乎哉! 然乎哉!」
자공이고, 공자흔연이탄왈 : 「형상영야, 여상가지구, 연호재! 연호재!」
[解釋] 자공이 공자에게 알리자, 공자는 홀연히 감탄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평상은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갓집 개와 같다고 하였으니, 정말 그렇도다! 정말 그렇도다!」
09, 여기서 이런 困厄을 만나다니.
孔子適衛, 路出於蒲. 會公叔氏以蒲叛衛而止之. 孔子弟子有公良儒者, 爲人賢長有勇力. 以私車五乘從夫子行.
공자적위, 노출어포. 회공숙씨이포반위이지지. 공자제자유공량유자, 위인현장유용력. 이사거오승종부자행.
[解釋] 공자가 衛나라에 가는 길에, 蒲 땅을 나서게 되었다. 이때 마침 公叔氏가 蒲 땅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있던 때여서 공자의 일행을 저지하고 나섰다. 공자 제자 중에서 公良儒 사람이 있어서, 사람됨이 어질고 키가 크며 용맹스럽고 힘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소유인 수레 5대를 가지고 공자를 따르고 있었다.
喟然曰 : 「昔吾從夫子遇難於匡, 又伐樹於宋, 今遇困於此, 命也夫. 與其見夫子仍遇於難, 寧我鬥死!」 挺劍而合衆, 將與之戰.
위연왈 : 「석오종부자우난어광, 우벌수어송, 금우곤어차, 명야부. 여기견부자잉우어난, 영아두사!」 정검이합중, 장여지전.
[解釋] 그가 이런 상황을 보고서 탄식을 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지난 날 내가 선생님을 따라 다닐 때에 匡 땅의 사람들에게 공액을 당하였고, 또 송나라에서 우리가 쉬고 있던 나무까지 베어서 우리를 해치려는 일이 있었으며, 지금 또 이런 곤액을 만나다니, 이것은 운명이로다! 선생님이 환난을 당하는 꼴을 보고 있으니, 차라리 내가 싸우다가 죽으리라!」 그리고 칼을 뽑아 들고 여러 사람과 합세하여, 곧 전투를 벌일 참이었다.
蒲人懼, 曰 : 「苟無適衛, 吾則出子.」 以盟孔子而出之東門. 孔子遂適衛. 子貢曰 : 「盟可負乎?」 孔子曰 : 「要我以盟, 非義也. 衛侯聞孔子之來, 喜而於郊迎之. 問伐蒲, 對曰 : 「可哉!」
포인구, 왈 : 「구무적위, 오즉출자.」 이맹공자이출지동문. 공자수적위. 자공왈 : 「맹가부호?」 공자왈 : 「요아이맹, 비의야.」 위후문공자지래, 희이어교영지. 문벌포, 대왈 : 「가재!」
[解釋] 그러자 蒲 땅의 사람들을 겁을 먹고서 이렇게 말하였다. 「진실로 당신들의 衛나라로 가지 않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당신들을 보내 줄 것이오.」 공자가 동문으로 나간다고 맹약해 주시오. 공자가 마침내 위나라에 도착하자, 자공이 여쭈었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맹약을 어기셔도 되겠습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나에게 의리가 맹약을 협박한 것이니, 이것은 義가 아니었다.」 위나라 임금은 공자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즐거워하며 교외까지 나가서 맞으면서, 蒲 땅을 정벌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쳐도 됩니다.」
公曰 : 「吾大夫以爲蒲者, 衛之所以恃晉楚也. 伐之, 無乃不可乎?」 孔子曰 : 「其男子有死之志. 吾之所伐者, 不過四五人矣.」
공왈 : 「오대부이위포자, 위지소이시진초야. 벌지, 무내불가호?」 공자왈 : 「기남자유사지지. 오지소벌자, 불과사오인의.」
[解釋] 위나라 임금이 말하였다. 우리 대부들은 모두 蒲 땅은, 우리나라가 晉나라와 楚나라를 믿게 하는데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를 토벌한다는 것은, 불가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그곳 남자들은 모두 이 위나라를 위하여 죽을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쳐야 할 사람은, 너 댓 명에 불과합니다.」
公曰 : 「善!」 卒不果伐. 他日, 靈公又與夫子語, 見飛鴈過而仰視之, 色不悅. 孔子乃逝.
공왈 : 「선!」 졸불과벌. 타일, 영공우여부자어, 견비안과이앙시지, 색불열. 공자내서.
[解釋] 위나라 임금이 말하였다. 「좋습니다!」 그러나 끝내 토벌하지 않았다. 어느 날엔가, 위나라 영공은 공자와 다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마침 날아가는 그러기를 쳐다보더니, 얼굴에 불쾌하게 여기는 빛을 띠는 것이었다. 공자는 이에 위나라를 떠나 버렸다.
10, 여기서 이런 困厄을 만나다니.
衛蘧伯玉賢而靈公不用, 彌子瑕不肖反任之, 史魚驟諫而不從. 史魚病將卒, 命其子曰 : 「吾在衛朝, 不能進蘧伯玉退彌子瑕, 是吾爲臣不能正君也. 生而不能正君, 則死無以成禮. 我死, 汝置屍牖下, 於我畢矣. 其子從之.
위거백옥현이령공불용, 미자하불초반임지, 사어취간이부종. 사어병장졸, 명기자왈 : 「오재위조, 불능진거백옥퇴미자하, 시오위신불능정군야. 생이불능정군, 즉사무이성례. 아사, 여치시유하, 어아필의. 기자종지.
[解釋] 衛나라 蘧伯玉은 어진 사람인데도 靈公은 그를 등용하지 않았고, 彌子瑕는 불초한 사람이었음에도 도리어 신임하고 있었으며, 史魚는 옳은 말로 간하는데도 그 말을 쫓지 않았다. 사어는 병으로 장차 죽게 되자, 그 아들에게 이렇게 명하였다. 내가 조정에 있으면서, 거백옥을 들어 쓰지도 못하고 미자하를 물리치지 못하였으니, 이것은 내가 남의 신하가 되어서 그 임금을 바로 잡지 못한 셈이다. 살아서 그 임금을 바로잡지 못하였다면, 죽어서도 예법대로 장례를 받을 수 없다. 내가 죽거든, 너는 시신을 창문 밑에 두고, 그것으로 나에 대한 장례는 끝내도록 하여라. 그 아들은 유언대로 하였다.
靈公弔焉, 怪而問焉. 其子以其父言告公. 公愕然失容曰 : 「是寡人之過也.」 於是命之殯於客位, 進蘧伯玉而用之, 退彌子瑕而遠之.
영공조언, 괴이문언. 기자이기부언고공. 공악연실용왈 : 「시과인지과야.」 어시명지빈어객위, 진거백옥이용지, 퇴미자하이원지.
[解釋] 영공이 조문을 와서 보고, 괴이하게 여기며 물었다. 이에 그, 아들은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을 영공에게 고하였다. 영공은 놀라서 어쩔 줄 모르며 얼굴빛을 잃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것이 과인의 허물이로다.」 이에 빈소를 객의 위치에 설치하도록 명령하고는, 거백옥을 불러서 등용하고, 미자하는 물리쳐 멀리 보내어 버렸다.
孔子聞之曰 : 「古之列諫之者, 死則已矣. 未有若史魚死而屍諫, 忠感其君者也.不可謂直乎?」
공자문지왈 : 「고지렬간지자, 사즉이의. 미유약사어사이시간, 충감기군자야.불가위직호?」
[解釋] 공자가 이를 듣고 말하였다. 「옛날부터 임금에게 간한 자 여럿이 있었지만, 죽고 나면 그뿐이었다. 그런데 사어처럼 죽어 시신이 되어서까지도 간언을 하여, 그 임금을 충성으로 감동하게 한 자는 없었다. 이를 곧다고 아니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