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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별의 경지를 향하여 (隨筆)
影園 / 김인희
책상에 앉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탁상달력을 주시한다. 12월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연상한다. 정사각형 모양으로 칸을 나누고 칸칸마다 공평하게 하루씩 할당받아 앉아있는 모습이 정갈하다. 바둑판 모양의 날짜마다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심호흡한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겪은 우여곡절을 곱씹어 본다. 별의 경지를 향하여 사닥다리를 오르는 여정에서 모두 지나가리라 기대했다. 거대한 문학의 산맥 열여섯 능선과 계곡을 오르내리면서 샅샅이 헤치며 별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별을 찾는 일이 그렇게 고된 여정일 줄이야. 이른 아침부터 새벽 시간까지 나무와 잡목이 울창한 숲을 헤치면서 숨어있는 별을 찾아 헤맸다. 네 번째 능선에 이르렀을 때에 그 별의 좌표를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처음 위치로 되돌아가서 별의 좌표, 수직과 수평이 만나는 지점을 정확하게 기록하면서 별들을 찾았다.
별을 찾아 집중하는 동안에도 쇄도하는 요청을 뿌리칠 수 없었다. 선공후사라 혼잣말을 되뇌면서 동분서주했다. 식사 시간을 할애하고 잠자는 시간을 쪼개면서 별을 찾았다. 별을 찾으면서 열여섯 산맥을 완주했을 때 시간이 훌쩍 지난 후였다. 그 별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엮어야하는지 미지수였다.
수많은 별들을 종류에 따라 분류하여 방을 만들어 들여놓았다. 그 별들을 하나씩 소환하여 산맥의 어느 골짜기에 있었는지 좌표를 밝혔다. 그 별의 빛깔과 향기를 연구한 자료를 묶어 검은색 옷을 입히고 금박으로 글씨를 새겨 넣었다.
인쇄소에서 책을 찾아오던 날부터 몸져누웠다. 인쇄소에 원고를 넘기는 순간까지 팽팽한 긴장을 멈출 수 없었다.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을 때 힘을 잃고 주저앉아 버렸다. 물조차 넘길 수 없었고 끝없이 블랙홀의 늪에 빠져들고 있었다. 불같은 신열에 시달리고 서리 같은 냉기에 떨면서 ‘딴은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라는 시구(詩句)를 고해성사처럼 읊조리고 있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나. 거울 앞에 앉아 자신과 한참을 마주했다. 기세등등했던 모습은 오간데 없다. 손에 쥔 것이 무엇이 있는가. 무엇을 손에서 내려놓았는가. 묻고 또 묻는다. 빈손을 오므렸다 다시 펼친다. 허허실실이란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게다. 이런 고비가 처음은 아니었다. 예까지 오는 동안 몸살처럼 몇 번 겪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그 몸살을 희열처럼 누리는 건지도 모른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었다. 한없이 자신을 골짜기로 몰아넣었다가 끝없이 가파른 능선을 향하여 멍에를 어깨에 얹고 걷게 하는 스스로 후려치는 채찍이었다. 목적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안도했을 때 천 길 낭떠러지 끝에 서있는 자신을 깨닫는다.
이 또한 위대한 이끄심이라 믿는다. 살얼음판을 걷듯 심사숙고하라는 깨달음이다. 나락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빛나는 진리를 가슴에 담는다. 여기까지 인도하신 은혜와 긍휼 앞에 엎드려 감사드린다.
내일을 위하여 간구한다. 따뜻하고 착한 별이 되고 싶다. 아름답고 향기롭게 빛나는 별이 되고 싶다. 작은 별이 안착할 궤도를 정해달라고 애원한다. 거기 그 자리 좌표를 정하고 꽃별처럼 웃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혼신을 다하여 빛을 내리라. 주여! 존시에게 영원히 지지 않는 마지막 잎새처럼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별이 되게 하소서.
2. 아버지! (隨筆)
影園 / 김인희
아버지!
휴대전화 단체 대화방 여기저기에서 꽃소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노란 산수유 꽃을 전해주더니 오늘은 산비탈에 분홍색 웃음을 터뜨린 진달래꽃을 전해줍니다. 저는 어제 퇴근하면서 궁남지를 산책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어서 통로를 모색하던 중 퇴근길에 궁남지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직장에서는 업무 때문에 책상에 붙어있고 가정에서도 강의준비 하느라 컴퓨터 앞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지켜보고 계시다고 믿고 있습니다. 작년에 논문을 쓰는 내내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지천명을 넘긴 여식이 올올이 맺힌 한(恨)을 풀어헤치는 과정을 지켜보셨을까요? 논문 원고를 인쇄소에 넘기고 하늘을 우러러 뜨거운 눈물을 흘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버지, 당신이었습니다. 두 눈에 가득 그리움이 고였습니다.
제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상고 진학을 권했습니다. 당신은 둘째 아들이었으나 큰아버지께서 사고로 일찍 돌아가셨기에 큰아들 역할을 하였습니다. 천수답 몇 마지기와 산비탈 밭이 재산의 전부였으나 자식 육 남매와 큰댁에 계신 할머니와 큰어머니, 그리고 사촌들도 당신께서 돌봐야 했습니다. 그때 당신의 눈에는 공부 잘하는 똘똘한 여식보다 줄줄이 보살펴야 하는 가족들이 우선이었습니다.
중학교 국어선생님께서 주신 ‘수불석권(手不釋卷)’의 당부를 화인(火印)처럼 간직하고 살았습니다. 서울 빌딩숲에서 경리로 근무하던 스무 살 시절에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살았습니다. 결혼하고 두 자녀를 양육할 때는 더욱 간절하게 책을 끌어안고 지냈습니다. 그 세월이 빛나는 나이테를 굵게 형성하였고 하늘을 향하여 사닥다리를 오르고 또 올라 별의 경지에 도착했습니다.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베트남 어학원에서 한국어 교수로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베트남으로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했습니다. 베트남 청년들은 한국으로 오고 있습니다. 베트남이나 한국에서나 한국어 열풍이 뜨겁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베트남 어학원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제 강의에 대해서 수강생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했습니다. 수강생들이 제 강의가 재미있고 친절하게 가르친다고 한답니다.
아버지, 저는 잘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순간도 문학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습니다. 시(詩)를 쓰고, 수필(隨筆)을 쓰고, 칼럼을 쓸 때 마지막 마침표를 찍으면서 희열을 느낍니다. 요즘은 교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교수님께 교재를 집필하라는 하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지금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율하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말을 많이 생각합니다.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꽃과 같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꽃 화(花), 모양 양(樣), 연 년(年), 빛날 화(華)로 구성된 말입니다. 이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우리 삶에서 꽃과 같이 아름다운 청춘을 시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어쩌면 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지금이 아닐까요? 제게 있어서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지금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언제였습니까!
당신의 어깨에 매달리던 1남 5녀의 무게가 가쁜 했던 시절, 대처로 나가자고 조르던 아내의 잔소리가 귓가에 쟁쟁했던 그 시절이었을까요? 허리가 휘도록 일하면서 장학생 아들의 학비 뒷바라지를 할 때가 당신의 화양연화였을까요? 농번기에는 산비탈 밭과 천수답에서 허리 펼 날 없었던 당신. 흰 눈이 대지를 뒤덮은 겨울철에는 사랑방에 가득 볏짚을 쌓아놓고 새끼 꼬고, 삼태기를 짜고 멍석을 만들던 그때가 당신의 화양연화였을까요?
아버지, 제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입니다. 당신은 가뭄이 계속될 때 먼지 날리는 천수답에서 하늘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이웃들의 부탁을 거절치 않았습니다. 법 없이 살 양반! 이웃마을에서 부르던 당신의 수식어였습니다. 마을버스가 들어올 수 있게 평생 일군 문전옥답을 내어주고 버스가 왕래할 수 있도록 길을 넓혔습니다. 논 하나는 통째로 버스정류장으로 내어주었습니다. 그때 속상해하는 저희들에게 “자식들 앞날이 잘 되라고 적덕했느니라. 마을에서 평생 잘 살았으니 아깝지 않느니라.”라고 웃으면서 말했지요.
아버지!
아버지의 유전자가 제게 흐르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살았던 삶의 모든 순간이 교훈이었습니다. 저도 아버지처럼 살겠습니다. 하늘을 향하여 원망하지 않고 순종하겠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따뜻하고 착하게 지내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주고 또 주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버지!
다음 주가 아버지 기일입니다. 아버지께서 생전에 “이다음에 아버지가 떠났을 때 기일에 만나서 울지 마라. 좋았던 시절 추억을 떠올리고 웃다가 가거라.”라고 했던 말씀대로 저희들은 산소에서 만나서 웃다가 옵니다. 다음 주에도 당신의 산소에서 청개구리 같은 저희들의 웃음소리로 떠들썩하겠네요. 아, 아버지!
3. 한국효단체총연합회 제16대 대표회장 충청효교육원 최기복 원장 당선!
문학박사, 효지도사 / 김인희
2024년 3월 15일 금요일 오전 11시 성균관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효단체연합회(이하 한효총이라 함) 제16대 대표회장 선거에서 충청효교육원 최기복 원장이 상대 경쟁자보다 다득표로 당선되었다. 앞으로 3년 임기 동안 한효총을 이끌어 가게 되었다.
최대표는 취임소감으로 “효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지금 우리 사회의 내로남불과 보편적 가치의 실종은 효의 실종이 그 근본 원인이다. 양극화 문제와 저출산 고령화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의 대안은 효교육이다. 남은 생을 효심 속에 살고 효행 속에 죽어야 되겠다.”라고 각오와 의지를 밝혔다.
최대표의 한효총 대표회장 당선은 의미심장하다. 최대표가 살고 있는 천안은 유관순 열사, 이동녕 선생 등 우리나라 독립을 위하여 희생한 애국의 선혈이 뜨거운 곳이다. 예로부터 효자가문에서 충신 난다고 했다. 효와 충의 DNA와 거대한 독립기념관의 기운이 최대표의 혈맥 속에 흐르고 있다. 효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효자 집안에서 충신 난다고 역설하는 최대표의 목소리가 한층 더 크게 되었다.
21세기 AI가 사람의 고유영역을 점령하고 있는 사물인터넷시대에 접어들었다. 최대표가 쏘아 올린 효와 인성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새롭게 재해석되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속에 인류문명의 살아있는 정신적 멘토가 되길 기대해 본다. 작금 한류 열풍으로 지구촌이 들썩이고 있다. 그 뜨거운 기류를 타고 우리의 효와 인성이 한류 열풍의 핵심이 되기를 바란다.
최대표는 2년 전에 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었다. 최대표는 입후보한 경쟁자의 캐스팅보트(castion vote)로서 비장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서 효와 인성을 잡은 후보자의 손을 잡았다. 그때 최대표는 자신의 안위보다 효가 사라진 붕괴되는 가정, 인성교육의 부재로 흔들리는 교육을 바로 세우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였다.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었던 등소평의 ‘흑묘론, 백묘론(黑猫論, 白描論)’ 주장과 다를 바 없었다. 최대표는 가정과 학교가 붕괴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체감했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여 거룩하게 자진했다.
최대표는 수도권 중앙지 논설위원으로 글을 쓰면서 사람이 사람이기를 거절한 참담한 현실에 정문일침을 놓고 있다. 최대표의 글은 촌철살인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 날마다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는 아연할 사건들은 최대표가 주창하는 ‘효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백신이 긴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대표가 한효총 수장이 되었으니 나라가 살 수 있다고 안도한다.
최대표는 충청효교육원 원장으로서 지속적으로 효지도사를 배출하고 있다. 지자체나 기관에서 지원받는 것 없이 효와 인성 교육을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최대표는 효와 인성교육을 위하여 태어나고 사는 운명을 가진 사람이다. 최대표는 효와 인성을 위해서라면 얽히고설킨 매듭을 단칼에 잘라버릴 수 있는 강한 결단력의 소유자다.
최대표는 충청효교육원 원장으로서 효와 인성의 깃발을 높이 들고 있다. 순수문예 덕향문학의 발행인이며 새시대한국노인회충청총회장을 겸하고 있다. 덕향문학회 강의실에서 매주 삶과 문학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수시로 강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팔십에 가까운 나이가 무색하게 열정적인 최대표에게 존경과 갈채를 보낸다. 필자는 최대표가 생태학자, 언어학자, 역사학자, 지리학자인 이국의 팔십 대 석학과 다르지 않다고 역설한다.
최대표는 강의 때마다 “여러분은 나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나를 밟고 올라서야 합니다. 제발 우물 안에 안주하지 말고 박차고 뛰어올라서 나를 능가하기 바랍니다.”라고 역설한다. ‘대한민국의 국체는 무엇인가. 정체는 무엇인가. 문화란 무엇인가’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고 강하게 말한다. 대한민국의 국체는 공화국이고 정체는 민주주의다. 문화란 자연에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더한 것으로써 후대에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최대표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매시간 강의실을 흔들었다.
최대표는 전통적 개념의 효만을 강조하지 말고 “Harmony of young & old”라는 현대적 의미의 효를 통해 젊은이와 늙은이, 건강한 사람과 병약한 사람, 유식한 사람과 무식한 사람,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Harmony를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효가 살면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이 화목하고, 학교 교육이 바로 서고, 사회가 안정되어 나라가 부강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다. 나아가 인류의 평화가 이루어져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혼신을 다하여 역설한다.
최대표는 지금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주고 있는 거액의 출산장려금이 출산부부에게 도움은 되겠지만 지원금을 주었다는 이유로 양육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인지 우려한다. 출산장려책으로서 바람직한 것인가? 고민 없는 포퓰리즘적 발상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효문화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인성교육진흥법이 지자체마다 조례가 제정되어 있으나 유명무실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필자는 최대표가 효와 인성으로 금상첨화의 신화를 창조하리라 믿는다.
한효총 제16대 최기복 대표회장!
최대표가 막중한 임무를 떠안았다. 모든 대안이 최대표의 소프트웨어에 저장되어 있다. 문과 무를 겸비하고 모든 학문의 경지를 종횡무진하는 신언서판이 훌륭한 21세기 리더로서 추앙받고 있다. 최대표는 멍에를 메고 우직하게 걷는 소처럼 효와 인성을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고 선언했다. 최대표가 없으면 효와 인성도 없다. 최대표에게 건강과 안위를 우선시하기를 충언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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