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미아에서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막 산을 달리다가 둑을 달리다가 요트를 타다가 원피스를 훌러덩 벗어던지며 비키니 차림에 바다로 뛰어든다.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동네 아줌마 아저씨 들이 메릴 스트립 아줌마와 둑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하나씩 바다로 뛰어든다. 그게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전혀 부럽지 않다. 그게 뭐 대수인가?
코로니는 유명하지 않은 곳이다. 이 동네에서 동양인은 우리 가족밖에 없다. 이 동네 사람들이 동양인을 본 적이나 있을까 싶은 곳. 이곳은 유명한 해변이 아니다. 그냥 바닷가가 깨끗하고 파도도 거의 없으며 물이 맑고, 해변이라 불릴 곳이 조금 있으니 파라솔 좀 펴놓고 썬베드 좀 깔아놓은 곳이 전부다. 시내에는 요트 정박지가 있는데 스웨덴과 독일 국기를 단 요트가 몇 척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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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한국으로는 펜션 정도라고 해야겠다)에서 몇 걸음 걸으면 바다다.
아이들은 저들끼리 알아서 헤엄치고 배 타고 달리고 고개를 넘으며 까르르르 논다. 어느 부모도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한국 나이로 5-6세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이 남녀 불문하고 숨 쉴 때마다 배가 쪽쪽 갈라지고 견갑골이 활기차게 움직인다.
그 아이들 손에는 아이패드도 없고, 스마트 폰도 없고, 책도 없고, 심지어 장난감도 없다. 장난감이 있거나 부모가 돌보는 아이들은 아기이거나 아직 제대로 의사 표현할 수 없는 3세 정도의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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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내게도 내가 살아가는 몇 가지 방식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환상을 갖지 말자(Reality)”다.
그래,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사람이 사는 곳일 뿐)이다. 살아가는데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 않은가. 그래 그렇긴 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국은 잘못됐다.
월요일부터 뷤 선생님의 <젠틀 러닝> 세미나가 시작됐다.
젠틀 러닝은 선생님의 달리기 방식이자 책 이름이기도 하다. 본 책은 2003년 오스트리아에서 독일어로 발간됐고, 2004년 한국에서 번역되었다. 한국에서는 현재 종이책은 절판되었고 이북으로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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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태어나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오스트리아에서 6년 동안 살았으며 그리스에서 16년째 살고 있는 뷤 선생님. 모국어는 영어이면서도 정작 출판, 세미나는 오스트리아를 기반으로 독일어로 진행하시는 분.
<젠틀 러닝>을 읽고 좋아서 구글로 검색했다. 그랬더니 홈페이지가 나오는데 독일어 홈페이지다. 그래서 구글번역기를 돌려보았다. 이것이 지금 내가 코로니에 있게 된 시작이다.
몇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세미나가 독일어로 진행되는데 괜찮겠는가?” “선생님과 참가자들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참가하고 싶다. 열정은 언어의 벽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오라. 만나고 싶다. 중간중간 영어로 도움을 주겠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독일어로 진행된다는 것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감사합니다. 꼭 뵙겠습니다!”
가기로 결정하고, 좀 달리고 있는 지인들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뷤 선생님을 만나러 갈 건데, 혹시 추천할 만한 달리기 책이 있을지 또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책을 몇 권 추천받고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도움이 되었던 말은, “무엇보다 좀 달려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5월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 10km 달리기에 쏘머들과 함께 달려보기도 하고, 집에서부터 쏨까지 달려보기도 하고, 동네 산을 달려보기도 하고. 달려보니 인간은 달리는 동물이라던(그것도 장거리를 달려도 지치지 않는) 독일 작가의 말이 맞았다.
발에 물집이 잡혔다 터졌다도 반복해보고 비브람 신고 달리는 덕에 발목이 좀 불편해보기도 해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번은 달리려고 해보니 조금씩 달리는 것에 도가 튼다. 그러더니 7월에는 생각지도 않은 상도 받게 된다.
‘어라?! 나 좀 잘 달리나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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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얼굴이다.) ‘앗! 저게 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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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노란 발가락 신발을 신은 깡통 로봇이 달려온다. ㅠㅜ
세미나는 우리의 달리는 모습을 옆에서 앞에서 찍은 다음, 8분의 1배속으로 반복해서 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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