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NZtYM6F7RCI
黎明不要來 / 새벽이여 오지 마시게.
영화.. 천녀유혼 OST. (왕조현/장국영 출연)
주변머리가 없다보니 마땅하고 뾰쪽한 취미생활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없었다.
예전에 펜팔난이나 소개팅에 취미가 뭐냐 물으면 자신있게 내세울 것이 없어서 대충대충 " 독서요 " 아니면 " 음악 감상이요 " 하던 때가 있었다
참 한심스러운 놈이었다 .
책 읽는거나 음악 듣는거야 생활의 일부이니 그것을 취미라 하기에 낯 부끄럽기만 짓인데 그래서 한심하다 한 것이다
꼭 찝어내서 취미라고 둘러댈 만한 것이 있다면 등산이 있었으니 그저 휴일 아침 '쌕' 이라고 하던 작은 배낭에 캔맥주 한 깡. 그리고 도봉산이나 우이동 백운대 초입에서 튀김새우 세 마리 담고 도봉과 삼각산을 뛰어오르곤 하였다.
첫 원정등산은 덕유산이었다.
대전까지 기차를 타고 무주까지 버스를 타고 올랐던 무박 이일의 강행군이었으나 젊음은 피로를 이겨낼 수 있었다 .
그후 혼자 다닌 산만해도 당시 명함을 내밀만한 산이란 산은 거의 섭렵하였다
그 조차도 자랑꺼리가 아니니 , 취미생활과 나와는 거리가 멀기만 했었다 .
그러다 친구따라 배운 낚시에 맛을 드리기는 했으나 , 어부수준의 낚싯대를 펼쳐놓는 태공아닌 낚싯꾼의 모습을 보고 산은 화려한 등산복. 등산화 전시장에, 물은 몇 백만원짜리 낚싯대는 물론 아예 고무 보트로 물 한가운데까지 진출해서 낚싯대를 펼쳐 놓는 그야말로 어부의 변신한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 젠장 고기 못잡은 조상귀신이 붙었나 ! "
두 대 정도의 낚싯대 던져놓고 물고기가 입질을 하면 찌가 올라가는 신기하고 가슴 설레는 순간을 즐기고 , 가져온 소주 한 모금 살살 핧아 마시는 즐거움에 밤이슬의 축축함도 잊게 된다 .
몇 해 전의 이야기다
코로나라는 지구를 휩쓸던 시대에 그놈 때문에 임시로 회사 문을 닫게 되었다
미안하고 고맙게도 새경의 60% 씩이나 살아 가도록 지급해주니 그 얼마나 고마운 노릇인지 ~ 하지만 그 돈으로는 여유를 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낚시터에 쳐박혀 있으면 소비가 줄까 싶어 아예 낚시가방과 보따리를 차에다 싣고 며칠씩 바람따라 붕어따라 낚시터로 도피하다시피 떠났다 .
유료터의 경제적 압박을 벗어나 남쪽 이천 어디쯤의 자주 가던 개천으로 향했다 .
사실 며칠밤 개기려면 유료터 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노지가 갑인것 쯤은 태공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
3.0 칸 3.5 칸 두 대를 던져놓고 어둠이 오기를 기다렸다
라면 한 개를 끓여서 술안주 겸 저녁참으로 준비하고, 여름밤이 주는 선선한 바람과 잊고 지냈던 베짱이 . 여치 등의 합주도 들으며 , 슬슬 어둠 속에서 불쑥불쑥 올라오거나 ,
수줍은 색시 미소처럼 얌전히 올리는 케미라이트 불빛을 기다리는 그야말로 세월도 낚으며 , 세상 시름에서 잠시 쉬어가는 나만의 황홀한 취미생활의 참맛을 보게 되는 것이다 .
밤 10 시가 넘어설 때쯤 , 세칸대에서 신호가 왔다 .
몇 번씩이나 흔들림이 이었으나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가 이번엔 채지 않으면 안될만큼 활력 넘치게 입질을 펼치고 있었다
태공들이야 다 아는 것이겠지만 경박스러운 입질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벌써 다 알겠지만
스스르 올리는 묵직한 찌놀림이 " 앗 !! 대물이겠다 " 싶은 예감이 들었다 .
찌가 어둠을 뚫고 솟구치고, 그 정점이라 파악되었을 때 순간적으로 챔질을 시전하였다.
사람들은 자기가 예측한 것이 맞아 떨어질 때 그 쾌감은 어떤 기쁨과 비교할 수 없다.
낚시도 역시 그런 기쁨중에 하나라 생각한다
낚싯대가 부러질정도의 묵직한 느낌이 온몸에 전달되었다
팽팽하게 긴장된 피아노줄 소리가 날카롭게 어둠을 가른다
그 주인공은 쉽게 얼굴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수면 가까이 뛰워서 삼십분 정도 밀당을 즐겼다 ( 실제는 십오분 정도 ㅋㅋㅋ)
생각외로 커다란 붕어였다
붕어는" 내가 졌오 " 하며 큰 눈을 껌뻑거린다 .
누런 빛이 아름다운 토종이었다
두 손으로 받쳐 들어도 넘칠만큼 빵도 좋고 , 힘도 좋고 이쁜 친구였다 .
( 4 짜 쯤 될 것 같았다. 진실입니다 )
즐길만큼 즐겼으니 붕어를 고이 풀어 주었다
그후 몇 번의 입질이 있었으나 올리는 즉시 방생모드로 일관하였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째였다
차에서 아침까지 ( 아침에 입질이 좋은줄은 알지만 나는 어부가 아니다 . ㅋ 천성이 게으름뱅이다ㅋㅋ) 자다 눈을 떴다
이슬 촉촉하게 내린 개천가를 산책하듯 즐겼다
성질 급한 몇 송이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는 조용한 개천가 .
비록 세상을 휩쓰는 질병 때문에 모든이들이 아파하고 힘겨워 하지만 자연은 변함없이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사건은 삼 일째 되는 날이었다
가져온 식량도 술도 바닥을 드러냈다
낚싯줄를 걷워놓은 채, 차를 몰아 읍내로 들어 갔다 .미끼로 쓸 지렁이를 비롯해 일용할 양식을 구입하였다 .
라면과 햇반으로 질린 뱃속도 달랠겸 달달한
그 무언가를 갈구하는 혓바닥도 달래줄 겸 .
식당에서 얼큰한 육개장으로 이른 저녁을 때웠다
그리고 낚시터로 돌아오는 하늘엔 구름이 짙게 내려 앉았다 .
비가 올 것 같아서 부랴부랴 정리를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랫 쪽에 며칠 개기던 뺀질이영감도 철수를 하고 조용했다
그런데 3~40 미터 상류쪽에 파라솔이 새로 펼쳐져 있었다.
몇 대의 낚싯대가 펼쳐져있고 사람의 움직임은 없었다 .
낚시터의 특징은 산과 달라서 이웃과의 소통이 별로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
오죽하면 옆의 낚시꾼이 대물을 잡아 건져 올릴 때 " 떨어져라, 떨어져라 , 떨어져라 " 하면 염불아니 염불을 외운다는 믿지 못할 소문도 떠 다닌다.
어둠과 함께 빗방울이 떨어진다
굵은 비는 아니나 파라솔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비닐을 덮어 놓아서 그런지 더 크게 들렸다
담배 한 개피를 물고 어둠 저 편의 찌를 응시했다.
이 녀석들이 잔치를 벌였는지 ( 이틀동안 뿌려놓은 집어제의 효과라 할까 ) 넣으면 입질을 해댄다
20~25 센치 정도의 찍어낸 듯한 크기였다.
사실 그렇게 쉽게 잡히는 낚시는 재미가 없다.
내가 어부도 아닌데 말이다.
낚시는 적당한 긴장과 지루하지 않을만큼의 기다림이 최고의 환경이다
물론 손맛이 수반 되어야할 크기의 붕어나 잉어. 또는 메기 정도가 걸려주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
밤이 깊어가면서 빗줄기는 간헐적으로 멈추고 다시 내렸다를 반복했다.
강변은 안개가 낮게 깔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까부터 등뒤가 자꾸 섬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만 챔질을 하고 미끼를 달고 하는 반복된 동작을 하는 탓에 , 낚시에 몰두한 탓에 그런 느낌을 확실히 감지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
내일을 위해 이제 슬슬 차로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
" 저 ~ 선생님 , 혹시 술 남은 것 있는지요 ?"
어둠 속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헉 ! 순간 숨이 막힐만큼 놀랐다
( C~$ 놀래라 . 애 떨어질뻔 했잖아 )속으로....
랜턴 불빛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밝지 않은 탓에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없었으나 그 목소리로 짐작컨데 30대 후반 내지는 40 대 초반쯤이 아닐까 싶었다 .
하얀색 우의를 입고 우산까지 쓰고 있었다.
" 바로 위에서 낚시를 하는데 춥기도 하고 ...."
" 혼자 오셨어요 ?"
" 네 . 취미가 낚시인데 날씨가 받혀주지를 않네요 "
그말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요즘 낚시를 즐기는 여성들이 많이 늘었다지만 혼자 밤낚까지 오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 그러면 여기서 한 잔 하시지요 . 아니면 그냥 술을 한 병 드리는게 나을까요 ?"
나야 워낙 페미니스트 기질이 있으니 그냥 보내기도 안스럽고 또 한편 짧은 밤이지만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바랬다.
" 그럼 실례해도 될까요 ?"
( 아암요 ~ 히히히: 속으로 )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낚시의자를 펴서 그녀에게 앉기를 권했다.
" 소주는 있는데 안주꺼리가 변변치 않아요.
으시시할 땐 라면이 제격이지요 ."
가스버너에 물을 끓이면서 낮에 사다 둔 육포를 찢어 건넸다
그리고 종이컵에 소주를 따라 주었다
그녀 역시 내 잔에 술을 따랐다
" 아 ~ 따듯해요 "
가스 버너의 열기는, 파라솔 위로 비닐을 덮은 탓으로 그 안은 금방 훈훈한 기운이 돌았다
" 미안해요 . 낚시중인데 ...."
" 괜찮아요 . 그렇지 않아도 쉬려던 참이었어요 "
은은한 불빛 속에 드러난 그녀의 창백한 얼굴. 깊어서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커다란 눈망울. 나이에 안 어울리게 긴머릿카락이 하얀 목을 감싸고 있었다.
" 한 잔 더 주세요 . 몸이 더워지는 것 같아요 "
새상에 이것이 무슨 일이고 ? !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전하는 말씀 듣고 오실께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