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할아버지, 김타관 선생님께 바치는 글
2019102795 러시아어학과 윤혜원
며칠 전 할아버지의 기일에 할머니와 성묘를 하면서, 할아버지의 산소에 막걸리를 부어드렸다. 생전에 붕어빵과 장수 막걸리를 그렇게 좋아하셨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도 그 분의 생애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건강하시던 할아버지가 위독해지셨을 때도, 나는 철없이 내신 시험 걱정에 끝까지 나중에 찾아뵙겠다고 억지를 부렸다. 그렇게 할아버지가 입관되고 발인하는 모습을 뒤늦게 보고 난 후에야 난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실감했고,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이모와 삼촌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생전에 자식과 손주들을 정말 아끼셨던 할아버지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식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가셔야한다는 사실에, 너무 가슴이 아팠고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나‘와 어른들에게 혐오감을 느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할아버지의 삶과 마지막 순간을 돌아보는 글을 써드리고 싶어서 엄마와 할머니께 그 분의 생애를 여쭈어보았다.
전라남도 장성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신 할아버지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는 다른 집안과 재혼을 해서 고아가 되었다. 홀로 배운 것 없이 어렵게 자란 할아버지는 다른 마을 처녀인 할머니와 결혼하셨고,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돈이 되는 일이면 가리지 않고 하셨다고 한다. 워낙 인정이 많으셨고, 베푸는 것을 좋아하셨기 때문에 없는 살림에도 이웃들의 경조사를 잘 챙기셨고, 자식들의 생일이나 어린이날 선물을 무조건 챙겨주셨다. 그러나 광주 유사 사태 등의 거친 현대사와 생활고를 겪으시면서, 술과 노름에 빠지게 되었고, 할머니와 자주 마찰하게 되었다. 두 분께서는 평생 자주 싸우셨지만, 할아버지는 낯선 서울에 와서도 딸의 말을 듣지 않고 할머니만 졸졸 따라 다닐 정도로 할머니를 배우자로, 또 어머니처럼 따르셨다. 할머니께서도 여전히 매일 아침 할아버지의 사진을 깨끗이 닦아줄 정도로 그분을 사랑하고 의지하셨다. 할아버지는 말년에 다시 고향인 장성으로 돌아오셨지만, 얼마 있지 않아 갑작스럽게 운명하셨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개인으로서의 삶보다 아버지로서의 삶에 충실해야 했고, 부모 없이 누구보다 외롭게 컸을 그분의 어린 시절이 너무 안타까웠다. 또‘왜 생전에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 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생겼다. 어렸을 때는 누구보다 할머니 댁에 가면 할아버지만 찾는 손녀였는데, 점점 크면서 할아버지와 거리를 두게 되었다. 돌아가시기 몇 달 전에 같이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움찔하는 할아버지의 시대적인 아픔에 공감하지 못했고, 메기탕을 사주셨을 때도 감사하다는 말 하나 표현 못했던 내 자신을 돌아보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살갑게 굴지 못하고 무뚝뚝한 손녀에게도 항상 과자나 용돈을 쥐어주셨던 분이었는데, 생전에 먼저 손 한번 잡아드린 적 없었던 게 너무 죄송했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할아버지께 내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한 집안의 아버지로서, 할아버지로서, 또 인간 김타관으로서 누구보다 빛나고 존경스러운 인생을 사셨고, 정말 사랑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 할아버지가 가르쳐주신 사랑의 지혜를 항상 가슴에 새기고, 나도 이웃과 자손들에게 베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글 쓰는 과정
주제 선정 과정 및 동기
‘성찰과 표현’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나’라는 사람과 부모님, 친구 같이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기회가 많았지만, 정작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 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나에게 가까운 친척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명절날 형식적으로 찾아뵌 것 말고는, 한 번도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먼저 연락을 드린 적이 없었다. 특히 며칠 전 할아버지 기일에, 산소를 할머니와 함께 정리하면서 한 번도 내가 진심으로 이분들의 생애를 궁금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돌아가시던 날까지 따뜻한 말을 못 건네 드렸던 것이 가슴 아팠고 후회되었다. 그래서 이번 글이 마지막 글쓰기 과제이자, 자유주제인 만큼 나의 할아버지, 김타관 선생님께 손녀이자, 제 3자의 글쓴이 입장에서 그분의 생애와 마지막 순간을 돌아보는 글을 써드리고 싶었다.
*구체적인 글감(일화)
고등학교 2학년 때, 가벼운 심장 지병을 앓았었고, 완쾌되신 줄 알았던 할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그 때가 내신 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시기였고, 수업 하나 놓치면 꼭 필요한 필기를 못할 것이라는 철없는 생각 때문에 나중에 찾아뵙겠다고 부모님께 억지를 부렸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끝내 운명하시고, 입관하시는 모습을 직접 보고나서야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환하게 웃고 계시는 할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보면서, 너무 슬프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싸우시는 삼촌과 이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식들과 손주들을 많이 아끼셨던 그분이 마지막까지 자식들이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실 것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고, 끝까지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나 자신과 어른들에 대한 혐오감이 들었다.
#할아버지의 삶과 죽음의 무관심에 대한 뉘우침이 있었던 계기
#평생 자식에 대한 사랑을 베풀었던 할아버지에 대한 죄송함
*추상적인 개념(주제)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위치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의 김타관 선생님의 삶을 요약하고, 우리에게 주셨던 끝없는 사랑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주제
사랑을 베풀었던 할아버지의 생애와 그분에 대한 사랑과 감사
개요
1. 할아버지의 생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1-1. 할머니와 성묘를 하면서, 할아버지의 삶에 무관심했다는 것을 깨닫게 됨
1-2.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가슴 아팠던 마지막 모습이 연상됨.
1-3. 엄마께 할아버지의 생애에 대해 여쭈어봄.
2. 나의 할아버지, 김타관 선생님의 생애
2-1. 장성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가 다른 곳에 시집을 가 고아가 됨.
2-2. 할머니를 만나 결혼하시고, 구멍가게, 과일행상 등 자식들을 위해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심.
2-3. 술과 노름에 빠지셨을 때도 있었고, 광주 유사사태 등 거친 고난들을 겪으심.
2-4. 말년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셨지만, 지병으로 운명하심.
3. 할아버지가 주셨던 따뜻한 사랑에 대한 감사와 다짐
3-1. 어릴 때와 달리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점점 멀어졌던 관계
3-2. 할아버지와 함께 마지막으로 관람했던 현대사 영화와 사주셨던 메기탕
3-3. 할아버지께서 알려주신 사랑과 배려의 가치를 실천하겠다고 다짐.
성찰과 표현 기말 자유주제 과제- 2019102795 러시아어학과 윤혜원.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