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필자가 얼마 전 페이스북에 '정통가요(뽕짝)는 우리 판소리에서 온 것'이라고 글을 썼더니 이에 대한 페친의 댓글로 반박과 필자의 재반박이 거듭되는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생산적인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하여 우리나라의 정통가요의 역사를 인식하는데 도움이 될까해서 원문 그대로 옮겨 본다.
[페이스북 본문과 댓글, 거듭된 반박과 재반박의 글]
본문,
나 : 일본의 거의 모든 문화가 우리가 전했거나 우리의 것을 훔쳐간 것이다. '뽕짝'도 '엔까'라는 이름으로 도용됐다. 이제는 IT산업까지 훔치려 한다.
이하 거듭된 반박과 재반박의 글.
페친 : 솔직히 뽕짝은 일본거 맞아요. 원래 미국 음악 trot를 가져다가 만든거죠. 그래서 조선일보가 엄청 사랑하죠.
나 : 아닙니다. 대한민국 대중가요사를 연구한 자로서 일본 엔까는 우리 판소리에서 훔쳐 만든 것입니다. 간단히 정리하여 말씀드린다면, 일본으로 끌려간 우리의 백제 도공들이 부모형제와 고향을 그리며 망향가 등을 노래했던 남도창을 듣고 약삭빠른 일본인들이 가부끼를 만들었고 1910년 경 가부끼를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것이 엔까의 유례입니다.
이러한 일본의 자기화 행태는 수도없이 많습니다.
따라서 일본 엔까도 광의적으로 본다면 우리의 판소리에서 파생된 것이고 해방 전 이 엔까는 다시 역수입이 되어 당시 일본 발음 '도롯또'라는 이름으로 민족의 애환을 위로하기도 하였지요. 이 도롯또라는 이름도 일본은 벌써 버리고 '연가' 즉 일본식 발음 엔까로 바꿨는데 유독 엔까의 본고향인 우리나라는 이를 트로트로 부르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합니까.
이제는 리듬의 이름인, 그리고 왜색 냄새가 짙은 도롯또의 뉘앙스가 있는 트로트는 쓰지 말아야 합니다. 차라리 4/4박자 쿵짝쿵짝에서 온 뽕짝이라 불러야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제는 '정통가요'로 정리해 불러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엔까를 좋아하지 뽕짝은 싫어합니다. 우리집 TV는 정신건강을 위하여 TV조선 등 조중동 채널은 아예 막아놔서 '미스트롯'도 몰랐으나 나중 유튜브를 통해 알게된 송가인(남도창 기반 정통가요)과 정서주(경기창 기반 정통가요)는 단언코 우리 정통가요 가수더 군요. 그 외에는 모두 엔까가수들 뿐이었습니다. 가요무대에 나오는 가수들도 거의 그렇습니다.
페친 : 우리 트로트 어디에 국악이 있나요? 그냥 펜타토닉 스케일을 기본으로 한 엔카입니다.
황병기 교수님의 말씀대로 트로트는 엔카입니다. 그걸 트로트라는 말로 국적 세탁을 시도하는 행위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차이가 없는 짓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조용필 이후 그런 시도가 시작되었고, 우리 민족의 정서가 한이라는 억지 논리가 시도되었다고 생각합니다.(사실 조용필의 허공은 당시 엔카의 주류를 그대로 따온 것이여서 찔리는 구석이 있어서 였다고 추측은 됩니다.)
나 : 정말 잘 못 알고 계십니다. 저의 위 이야기는 역사적, 학문적 고찰에서 나온 결론입니다. 그리고 학계의 정설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일본의 ‘엔카 원조’ '고가 마사오'의 고백을 인용하겠습니다.
"음악평론가 겸 작사가인 김지평은 자신의 저서 ‘한국 가요 정신사’에서 ‘엔카의 원조’ '고가 마사오'가 우리나라에서 학교를 다녔고, 그 스스로가 “한국음악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것을 근거로 삼아 트로트 왜색론을 반박하고 있다. 또한 그는 “우리의 농악, 타령 등에서도 트로트리듬이 발견된다. 왜색가요 주장은 일본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 한 몇몇 인사에게만 존재하는 유령”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페친 : 원래 트로트는 미국의 '폭스트롯'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트로트의 원조라고 하면 인정하겠지만, 한국이라는 말은 그냥 국뽕에 찬 허황된 주장이라고 봐야죠. 물론 우리나라 트로트에 우리의 것이 섞여 있을 수 있지만, 그건 힙합이나 블루스도 그러하다고 해서 우리나라 노래라고 하지는 않죠. 3~40년대 일본의 기미기요, 군가가 트로트였고, 당시 친일가수들이 모두 일본 트로트를 열심히 불렀죠.
나 : 현대의 음악리듬을 정립시킨 것은 미국과 영국입니다. 각 나라에서 토속적 원천인 리듬들을 말이죠.
폭스트로트, 4/4 박자로 이루어진 기본 4비트 리듬을 깔고 진행하는 춤이자 춤곡으로, 줄여서 '폭스(Fox)'라고도 부르지요.
1914년 미국 보드빌 쇼에서 유명 연예인이었던 '해리 폭스(Harry Fox)'가 고안,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러나 폭스 자신이 순수하게 처음부터 고안했다기 보다는 당시 보드빌 쇼 주축을 이루던 래그타임의 댄스 스텝을 응용한 것이라고 보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래 링크들은 본문과는 관계없이 이해를 돕기 위해 [나무위키]의 설명을 인용한 것임.
아래 영상은 폭스트로트의 대표적인 노래와 연주, 우리의 정통가요(뽕짝)의 리듬감성과는 매우 이질적이다.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음악의 리듬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소위 트로트라는 쟝르, 즉 일본의 엔까에 우리 민족의 음악의 영향력이 얼마나 미쳤는가에 대한 학문적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정통가요 즉, 소위 트로트라 하는 쟝르에는 수많은 리듬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블루스, 탱고, 차차차, 도돔바, 왈츠, 고고, 디스코 등등...
그렇다면 위에서 열거한 이런 리듬 중 대한민국이 원조인 것은 단 한 개도 없습니다. 주장대로라면 모든 현대음악에서 쓰이는 리듬의 원조는 미국, 영국 등 다수의 나라들이지요.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소위 트로트와 일본의 엔까의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판이 엉뚱한 데로 전이되었습니다. - 페이스북 논쟁 끝 -
논외 나의 주장 : 우리나라 정통가요(뽕짝)을 구성하는 3대 요소가 있다.
1. 리듬은 반드시 Trot리듬이어야 한다.
2. 멜로디는 반드시 단조 즉, 마이너여야 한다.
3. 우리 판소리와 같이 반드시 꺾음목(지방색에 따른 경중은 있지만)이 있어야 정통가요의 진가를 발휘한다. 끝.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