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序詩)
- 문학이란 강물 속에서 나주학(羅州學)을 인양 출토하기를 기도하며-
글: 나천수
옛말에 이르기를
시(詩)는 곧 언지(言志)라 했으니
굳이 풀이하자면 ‘뜻을 말하는 것’이라 했다.
누구의 뜻이겠는가?
곧 글쓴이의 뜻이니
세상에 글 쓰는 이가 나뿐이겠는가?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쏟아내는 그 말의 뜻이
과거에도 영산강으로 흘러가고
지금도 영산강으로 흘러가고
미래에도 영산강으로 흘러가거늘
영산강은 말의 뜻이 홍수처럼 범람하여
한 일천여년도 더 지났거늘……
강변 언덕을 출토해 보면
강 속 밑바닥을 훑어 건져내면
멀리는 황해바다 속을 인양해 내면
옛 시인 묵객(墨客)도 만나고
그들이 지어 놓은 말의 뜻을 다시 보게 되네.
현존하는 44개 정자뿐만 아니라
현존하지 않는 180개 정자에서 쏟아낸 말의 뜻이
영산강 본류와 지천에서 엄청나게 범람하였으니
어찌 그 깊이와 넓이를 다 헤아리겠는가만
복암강 변에서는 김천일을 건져내고
쌍계정 시냇물에서는 정가신과 신숙주도 줍네.
근대를 살았던 오유권과 승지행의 말의 뜻도
어디메쯤 발굴하면 찾을 것 같네.
과거, 현재, 미래의 나주인의 말을 뜻을 모우면
나주인의 정신이 드러나네.
나주인의 충효열의 혼이 발굴되네,
완사천(浣沙泉)에서 왕건은 고려를 잉태하고
소재동(消災洞)에서 정도전은 조선이란 씨알을 뿌렸는데
2021년 오늘날 나주를 되돌아보면
천 년 전 꿈꾸었었던 고려의 꿈도
오백년 전 꿈꾸었던 조선의 꿈도
깨어나고 보니 일장춘몽처럼 느껴지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 죽음마저도 의로움을 견지하였는데
나주가 왜 퇴락해졌을까?
그래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할 일이 생겼네.
옛 선인들이 썼던 나주의 말의 뜻을 모우고
지금 우리들이 나주의 말의 뜻을 쓰면
후세 사람들도 미래에 나주의 말을 쓸 것이거늘
나주의 말의 뜻이 태산처럼 모아지면 하늘을 뚫겠네.
아아, 그날이 있기를 학수고대하며
나주 사람들이여,
나주라는 말의 뜻을 쓰소서.
머리로 쓰지 말고 가슴으로 쓰소서.
가슴으로 쓰라고 예나 지금이나 말의 뜻이 웅변하도다.
2021년 8월 27일
사단법인 나주학회 문학반 출범 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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