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옹호론자들은 원자력 발전소가 수십~수백만 년에 한 번씩 사고발생 확률을 갖도록 설계된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상업 발전을 시작한 지 겨우 60여 년 만에 스리마일 섬,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에서 심각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계적인 안전장치를 2중, 3중으로 마련한다 해도 이를 운용하는 인간의 불안전한 행동과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는 언제든 원전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
체르노빌(Chernobyl) 원자력 발전소 사고 (1986년 구소련, 7등급)
1986년 4월 26일 구소련(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폭발이 일어나 방사능이 대량으로 누출되었다.
초기 대응 과정에서 소방관 등 56명이 사망하고, 20만 명이 방사선에 피폭되어 25,000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누출된 방사성 물질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등에 떨어져 심각한 방사능 오염을 초래하였다. 낙진의 80%가 떨어진 벨라루스는 전 국토의 1/4이 출입금지 구역이 되었다.
사고 직후 인근 주민에 대한 소개령이 내려져 5개월에 걸쳐 11만 6천여 명이 가축 6만 마리와 함께 187개 마을에 나뉘어 이주되었다. 사고 수습을 위해 소련이 투입한 비용도 국가예산 전체에 해당하는 액수여서 소련 붕괴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한편 체르노빌 사고로 주민대피령이 내려져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도시가 있다. 약 5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중소도시 프리피야트는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 텅 빈 아파트와 빌딩들 사이로 수목과 잡초가 무성하다. 접근은 가능하지만 방사선 수치가 높아 장기 체류 시 매우 위험하다. 이 지역의 방사성 원소가 충분히 감소하려면 앞으로 90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2011년 일본, 7등급)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 높이 15미터의 지진해일이 덮쳤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함께 7등급을 기록한 이 사고는 원자로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전력조차 없는 블랙아웃 상태에 빠졌다. 원자로 냉각을 위한 냉각수 펌프가 기능을 상실하자 냉각수는 급속히 증발하여 원자로 내부의 온도와 압력이 높아져 노심 온도가 1200도까지 상승하였다.
결국 1호기와 3호기는 수소폭발을 일으켰고 격납용기를 손상시켜 방사능의 대기 유출이 시작됐다.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원자로에서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고 있다. 빗물과 지하수에 의해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나오고 있고 누출된 방사능 물질로 인해 일본 동북부 전체의 방사능 오염도 심각한 상황이다.
원전사고 이후 전 세계에서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자 일본의 농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농산물에서 방사능만 검출되지 않으면 후쿠시마 현의 생산품도 들어올 수 있었는데 이 상황은 2013년 9월까지 계속되었다. 뒤늦게 방사능 검출과 관계없이 8개 지역 전체 농수산물 수입을 금지하지만, 후쿠시마 현 수산물도 홋카이도에서 가공하면 홋카이도 수산물로 취급되므로 사실상 일본산 농수산물의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
키시팀(Кышты́м) 사고 (1957년 구소련원자, 6등급)
1957년 9월 29일 구소련의 마야크 핵연료 재처리 공장에서 일어난 사고이다.
키시팀 사고로 불리는 이 사고는 70~80톤의 방사성 폐기물 저장탱크가 냉각장치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 폭발하면서 발생했다. 그러나 이 공장은 비밀시설이어서 사고를 은폐하다가 사고발생 1주일 후에야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주민 1만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이 사고로 47만 명이 방사능에 피폭되어 최소한 200명 이상이 피부가 벗겨지고 암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카라차이 호수에 버려진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들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워싱턴D.C.의 보고서에 따르면 카라차이 호수는 전 지구상에서 가장 오염된 곳이다. 호숫가 근처에 5분만 서있어도 치사량 수준의 방사능을 맞으며 1시간이면 그날 바로 죽는다고 전해진다. 방사성 물질은 바람을 타고 800㎢에 달하는 넒은 지역을 오염시켰는데 소련은 오염된 지역을 자연보호구역으로 위장하고 주민들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키시팀 사고는 조레스 메드베데프가 <네이처>지에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스리마일 섬(three mile island) 원자력 발전소 사고 (1979년 미국, 5등급)
1979년 3월 28일 미국 스리마일 섬 원자력발전소에서 노심 용해사고가 일어났다. 물을 끊임없이 순환시켜 끓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 급수시스템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했다. 관리자들이 원인을 찾지 못하는 동안 노심의 절반 이상이 녹아내리는 대형사고로 발전했다. 주민 대피령이 내려져 탈출 행렬이 이어졌지만, 사고 발생 16시간 만에 원인을 파악하여 원자로가 폭발하는 사태는 모면하였다.
외부에 누출된 방사선량도 자연방사선량에 못 미쳐 민간인들의 피폭 피해는 없었다. 비록 이 사고가 주민들의 건강에 특별한 해를 끼치지는 않았지만, 미국 내에서 반핵여론을 불러일으켜 카터 대통령은 더 이상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70여 개 원전 건설계획은 백지화되었고 이후 30년 동안 미국은 원전 건설을 중단하였다.
국제 원자력 기구의 사고 등급은?
원자력은 전 세계 전력의 15%를 차지하고 있고, 항공모함과 잠수함 등 150척 이상의 선박에서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원자력 사고는 폭발에 의한 피해뿐 아니라 인간의 오감으로는 느낄 수 없는 방사능에 의한 피해가 수반되기 때문에 매우 경계해야 한다. 원자력 사고는 시설 내부로 국한되는 내부 사고에서부터 외부로 방사능이 누출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방사능에 피폭되는 대형사고까지 다양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992년부터 원자력 사고에 대해 일관성 있고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사건등급을 도입하여 평가하고 있다. 이것이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International Nuclear Event Scale)이며 0~7등급으로 구분된다.
총 8가지 상태로 구분하며 0등급은 경미한 고장으로 등급이하, 1~3등급은 이상(Incident), 4~7등급은 사고(Accident)로 분류한다. 이상은 위험이 시설 내부로 국한된 경우이고, 사고는 위험이 외부로 확대된 경우를 말한다. 가장 큰 사고로는 1986년 구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촉발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다.
방사능의 이해
전구가 방사능 물질이라면 이 전구에서 나오는 빛은 방사선에 비유할 수 있다.
즉 방사능은 방사선을 발생시키는 능력을 말한다. 60W 전구보다 100W 전구가 더 밝은 빛을 내는 것처럼 와트(W)의 수가 방사능의 세기라고 할 수 있다. 방사선은 자연방사선과 인공방사선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자연방사선은 지구상의 모든 물질로부터 자연적으로 나오는 것이고 태양에서 나오는 빛 에너지도 이에 해당된다.
인공방사선은 TV나 전자렌지 같은 가전제품, 건강검진에 쓰이는 엑스선장치, 암치료장치 그리고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발생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정규환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주나 땅에서도 방사선이 나오고 식품을 통해 섭취한 칼륨 중 1%가 방사능물질이지만 우리는 아무런 영향 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인체에서도 극히 적은 양이지만 0.01mSv의 방사선이 나옵니다.”
방사선 피폭시 나타나는 증상
일반인의 방사선 허용량은 연간 1밀리시버트(mSv)이다. 100mSv 이하는 인체에 영향이 없고 150mSv를 쪼이면 헛구역질을 한다. 500mSv 이상이면 세포손상이 시작되어 백혈병을 비롯한 각종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 4,000mSv 이상이면 30일 안에 50%가 사망하고, 6,000mSv 이상이면 14일 안에 90%가 사망한다. 7,000mSv 이상 쪼이면 100% 사망한다.
인체의 방사선 민감도는 장기에 따라 다른데 가장 민감한 부위가 생식기관이고 노출 위험이 적은 뼈의 표면이 덜 민감하다.
아파트에서 방사능이 검출된다?
지난 2011년 서울의 한 골목길 아스팔트에서 방사능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아스팔트에서 검출된 방사능 수치는 2011년 원전사고가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주변 마을과 비슷한 것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47.1%가 거주하는 아파트 시멘트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된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채 유입된 시멘트와 철근을 그 원인으로 지적한다.
국내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고철의 상당량은 일본에서 수입하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그 양이 2배로 늘었다.
이후 일본 고철 수출량의 56%인 연간 480만 톤을 한국이 수입하고 있다.
주택 건설에 사용하는 시멘트는 석회석과 각종 산업 폐기물, 고철을 섞어 제조한다.
따라서 오염된 시멘트로 지은 집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될 수밖에 없다.
방사능 검출 주택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어 그 위험은 계속되고 있다.
방사능 누출 시 행동요령
한국은 24개의 원전을 보유한 세계 6위의 원전 보유국으로 항상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방사능 연구소, 산업체, 병원 등에서 방사성 물질이 사용되고 있으며 산업용 및 의료용 핵종核種이 200여 종이 넘는 실정이다. 따라서 방사성 물질의 누출과 피폭사고 가능성을 인지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국민보호조치 발표가 있을 경우
●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건물 내에서 생활한다.
●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우산, 비옷 등을 휴대하여 비를 맞지 않도록 한다.
● 옥외에서 음식물 섭취를 금지한다.
● 외출 후에는 샤워 등 몸을 깨끗이 한다.
● 채소, 과일 등은 충분히 씻어서 섭취한다.
방사능구름 통과 시
● 가급적 가옥이나 건물 내에서 생활한다.
● 외출 시 우산, 비옷 등을 휴대하여 비를 맞지 않도록 주의한다.
● 밀폐된 건물 밖에 있던 물은 폐기 또는 오염검사 후 사용한다.
● 음식물은 실내로 옮겨 놓고 옥외에서는 음식물 섭취를 금지한다.
● 대용으로 공급된 음식물 또는 오염검사 후 허용된 음식물 외 섭취를 금지한다.
● 가축은 축사로 이동하고, 사료는 비닐 등으로 덮는다.
● 채소, 과일 등은 충분히 씻어서 먹는다.
● 집이나 사무실의 창문, 환기구 등을 닫아 외부공기 유입을 최소화한다.
옥내대피 및 소개 시
● 전기 및 가스, 환기설비 등을 끄고 수도꼭지를 잠근다.
● 담요, 의복, 구급약품 및 유아용품 등을 지참하고 소개한다.
● 음식물을 절대로 지참하여서는 안되며 애완동물 동반은 금지한다.
● 가축은 가급적 밀폐된 장소에 수용한다.
● 가축사료는 밀폐된 장소에 수용 및 저장한다.
● 상황이 종료되어도 오염 확대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정지역 외 접근을 금지한다.
● 환경감시 등 조사활동이 끝날 때까지 정부 및 방재유도 요원의 지시에 따라 행동한다.
이것만은 꼭 알아두자
대피표시는?
● 건물 안에 대피 중이라면 노란 천을 걸어두고 2~3일을 넘지 않도록 한다. 건물을 비우고 탈출한다면 출입문을 잠그고 흰 천을 눈에 띄는 곳에 걸어둔다.
농수산물 방사능 오염이 우려된다면?
● 현재 우리나라 농산물은 씻어내고 먹으면 안전한 수치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유출된 방사능은 세슘, 요오드 등인데 수산물의 경우 일본 열도가 해류의 방파제 역할을 하여 우리나라 바다의 직접적인 방사능 오염은 미미하다. 조기, 갈치 등 광주지역 농수산물 172건에 대해 방사능 오염여부를 검사한 결과 모두 ‘불검출’로 확인된 최근 사례도 있다.(2015.7.16) 식품 허용 방사능 기준치는 한국이 미국, 일본보다 엄격한 편이나, 일본 현지에서 수입되는 농수산물은 방사능 검사를 거친 경우라야 안전하다.
내가 사는 곳의 방사선 수치가 궁금하다면?
● 국가환경 방사선 자동감시망(iernet.kins.re.kr)을 방문하면 국내 방사선량 수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녀가 학교에 있는 동안 사고가 발생했다면?
● 방사능물질 유출시 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대피 조치를 취한다. 따라서 무리하게 학교에 찾아가지 말고 부모 자신부터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여 피폭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방사능에 노출된 옷 등을 소각할 경우 방사성 물질이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으므로 소각하지 말고 물로 씻거나 봉투에 담아 버린다.
방사능에 피폭되었다면?
●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인체의 피해 증상은 급성(수주 이내에 발병)과 만성(수개월에서 수년 후 발병)이 있다. 구토, 위장 장애, 혈소판과 백혈구 감소, 면역기능 문제, 백혈병이나 암 발병 등의 위험이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다.
● 미역, 다시마 등 요오드가 풍부한 해조류, 천일염이나 죽염, 전통발효 음식, 통곡물, 신선한 채소 등이 인체에 도움이 된다.
상황종료 후 복귀 시에는?
상황이 종료되었다 하더라도 오염 확대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정 지역 외 접근을 금지한다. 대용으로 공급된 음식물 또는 오염검사 후 허용된 음식물 외에는 섭취하지 말고 밀폐된 건물 밖에 있던 물은 폐기 또는 오염검사 후 사용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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