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 NTF
“내 잠깐 눈을 붙일 터이니 건드리지 말거라.”
송나라의 장자는 제자들에게 ‘도道’를 설파하다 말고 피곤해지고야 말았다. 잠깐 낮잠을 즐기던 사이… 장자는 자신의 팔다리는 사라지고 비닐 같은 두 개의 날개만이 등에 붙어있음을 발견했다. 날개를 퍼덕이면 다리를 쓰지 않고도 사방을 돌아다닐 수 있었으며, 몸은 하늘같이 가볍고 온 세상이 커다래 보였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내가 나비가 되었구나!”
날개를 훨훨 휘저으며 장자는 세상 구경을 시작했다. 그런데 세상이 퍽이나 이상했다. 흙길과 초갓집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이상한 돌길과 하늘을 뚫을 듯 높은 집들이 있지를 않나, 4개의 바퀴가 달린 철들이 마차보다 빠르게 달리고 있지를 않나. 게다가 사람들은 요상한 옷을 입은 채 작고 네모난 물건만을 바라보며 거리를 바삐 뛰어다니고 있었다. 장자는 그들을 자세히 보고자 좀 더 낮게 날기 시작했다.
“으악 징그러워! 벌레!”
하지만 이 세계의 사람들은 나비를 싫어했다. 장자는 생각했다. ‘이 세상의 사람들은 어여쁜 나비를 싫어하기도 하는구나. 나아가 풀과 흙과 같은 자연은 하나도 없는 것을 보아하니 송나라보다 훨씬 발전된 세상이다.’ 장자는 그나마 잔디가 있는 정원에 위치한 건물로 몸을 피신하기로 했다. 건물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저것은 송나라의 화백이 그린 ‘청명상하도’가 아닌가?”
건물 안을 빙빙 돌다가 장자는 ‘청명상하도’를 발견하고 사뭇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송나라의 거리를 실감나게 그린 이 그림이 이렇게 발전된 세상에서도 빛바랜 채로 여전하다니! 청명상하도 앞에 붙어 있는 ‘1,500,000,000,000$’라는 숫자가 장자의 눈에 들어왔다. ‘저것이 무엇인고?’ 장자는 그림 앞에 있는 두 명의 인간에게 다가가 그들의 대화를 엿듣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NTF를 통하면 저 그림의 디지털 자산이 오롯이 제 것이 된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 실제 그림은 현실 세계에 있잖아요. 어떻게 저 디지털 저작권이 제 것이 될 수가 있죠?”
“현실과 달리 가상에서도 청명상하도의 가치와 저작권이 똑같이 있는 것이죠. 블록체인상 디지털 자산으로 구현하여, 모든 유형무형의 자산은 디지털 내에서 똑같은 가치를 부여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디지털 내에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무엇이?’ 장자는 놀랐다. ‘NTF라는 것을 통하면 모든 유형무형의 것들이 디지털 내에서 같은 가치를 부여 받는다고? 그리고 그것이 디지털 내에서 연결되어 있다고? 그럼 그 ‘NTF’라는 것이 결국은 도道가 아닌가! 도를 상상으로 내다보는 것을 넘어, 실제로도 볼 수 있는 세상이 결국 도래했단 말인가?’
그들은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그럼 지금 1,500,000,000,000달러를 가상화폐로 송금하면 될까요?”
“네. 그럼 바로 해당 그림의 저작권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장자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미래의 사람들은 도를 사고 파는 것인가? 도는 만물이 존재하는 근거이자 현상계의 상대적인 기준을 모두 초월하여, 모든 사물을 잇고 있는 존재인데. 가장 순수한 것으로 인간이 절대 사고 팔 수 없는 것인데. 그것을 ‘디지털’이란 세상으로 직조하여 그것 또한 사고 팔아버리다니. 인간의 발전과 욕심은 도대체 어디까지란 말인가! 내 그토록 인간의 욕심을 버리고자 도道를 사람들에게 설파해 왔거늘!’ 장자는 문득 슬퍼졌다.
“스승님, 정신이 드십니까? 도에 대해서 가르쳐주실 시간이 되었습니다.”
장자는 눈을 떴다. 일어나보니 나비가 없었다. 막 깨어난 모습의 장자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장자는 알지 못했다.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인지.
“이것이야말로 호접지몽이구나!”
훗날 장자는 이를 호접지몽이라 불렀다.
첫댓글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지난주 글을 피드백할 타이밍을 놓쳤었는데, 민주님 글 정말 잘 쓰시는 거 같아요. 배울게 많을 것 같아서 기대되고 죄송스럽고 그런 생각이 있습니다.
정말 세밀한 부분이긴 하지만, 장자가 '디지털'이란 말을 들었을때 생각보다 더 당황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ㅎㅎ 무슨 말인지 가늠도 못할 정도라고 할까요? 그러다보니까 이 글에선 장자가 느낀 부분이 작문 주제를 관통하는 것임에도 엄청 임팩트가 있기 보다는 NFT에 대한 일부 비판이나 문제 정도의 수준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핍진성이라고 하는 개연적인 부분만 좀 더 조정이 되면 더 나은 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