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파트너
제 2화
“으악, 미쳤어!”
유정이 눈을 번뜩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호들갑을 떤 이유는 간단했다. 회사에 지각할 예정이었기에 그런 것이었다. 아침 해가 쨍쨍 빛나는 지금 시각은 오전 8시 44분. 아무리 빨리 준비하고 나가도 9시 30분까지 도착하지 못하니 백퍼센트 지각이었다. 유정은 핑 도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신음했다. 어젯밤 간단히 하자던 술은 어느새 2차, 3차가 되어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 처음엔 편의점의 맥주, 아쉬우니 근처 전 집에 가서 막걸리 한잔. 그러다 숨 막히는 현실에 열이 뻗쳐 포장마차의 소주를 들이부었다. 결국 새벽 늦게 술이 떡이 되도록 집에 들어온 것이었다. 유정은 대충 머리를 묶고 양치만 한 뒤에 파우치에 화장품 한 가득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택시를 잡아 부리나케 회사로 향했다. 그녀는 택시 안에서 열심히 화장을 하며 사람다움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포장마차 안에서 분명히 어떤 남자와 합석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남자의 얼굴은 기억나질 않았다. 함께 열 받아서 소리치고, 웃고 떠들고 했었는데. 혜인이도 재미있다며 깔깔거리고 참 잘 놀았었다. 그런데 얼굴은 왜 기억날 듯 말듯 일까. 분명 낯이 익었다. 아는 얼굴이라며 반갑다고 악수한 것도 기억이 나는데. 아아, 뭐지 이 찜찜한 기분은. 유정은 멍 때리다 백미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다시 화장에 몰두했다.
“도착 했어 아가씨.”
어느새 회사 앞에 다다르자 유정은 잽싸게 돈을 지불하고 택시에서 튕겨져 나가듯 빠져나왔다. 그녀는 전속력을 다해 질주했다.
“이로울 리, 즐거울 락! 즐거우면 이롭다. 제 이름이 곧 제 인생의 철칙이죠.”
회사 문턱을 넘어선 그녀는 사무실과 점점 가까워질수록 남자의 목소리와 마주했다. 그 목소리는 어제 유정이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했던 그 공간에서 울려 퍼졌다. 유정은 어제처럼 사람들이 몰려있는 분위기를 보고는 신입이 또 들어왔구나 단박에 알아챘다. 그리고는 그곳을 살금살금 지나쳐 가려고 했다. 취직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지각한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마어마한 눈총과 함께 수군거림도 따라오겠고. 물론 이미 찍혔을 테지만 말이다.
“신유정씨.”
하지만 은진의 부름에 유정의 바람은 좌절되고 말았다. 은진은 어제보다 더 차갑고 부리부리한 눈초리로 유정을 쳐다보았다. 유정은 멋쩍게 웃으며 황급히 인사했지만 수십 개의 바늘이 등을 찌르는 것 같은 느낌에 쉽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지금 몇 시지?”
“죄, 죄송합니다.”
“참 잘하는 짓이네요.”
유정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는 허리가 굽어져라 연거푸 잘못을 빌었다. 그녀는 자신의 옆으로 사람들이 지나쳐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다 나갈 때까지 이러고 있어야겠구나 싶어 고개를 들 타이밍을 엿보고 있는 그때였다.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는 것이었다. 유정이 바싹 긴장한 채로 살그머니 정면을 바라보니 그 남자가 있었다.
“다 갔어요. 순식간에 분위기 엄청 살벌했네. 나도 조심해야겠다.”
“어? 그쪽!”
유정이 그를 알아보고는 소리쳤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손가락질까지 하며 말이다. 어제 드레스 룸에 갑자기 뛰어든 남자. 드레스들 사이에 몸을 숨겼다가 옷 벗는 자신을 도와주고는 유유히 사라졌었던 그 남자였다. 남자는 손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
“반가워요. 나는 이락! 세 번 마주치면 운명이라던데, 우리 운명인가?”
유정은 얼떨결에 악수를 받았지만, 세 번 만났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제와 오늘 아무리 생각해도 두 번인데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또 다른 만남이 있었단 말인가. 이락이 그녀의 표정을 읽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기억 안 나요? 어제! 어쩐지 엄청 마신다 했어.”
“어제?”
유정이 어젯밤 일을 다시 떠올렸다. 이 남자를 어디서 보았던가? 편의점? 막걸리 집? 포장마차? 설마, 에이 설마. 유정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이락을 쳐다보았다. 그의 입가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서려있었다.
“설마?”
“설마!”
“포장마차?”
“포장마차!”
맞받아치는 그의 모습에서 유정은 망연자실한 태도를 보였다. 웃고 떠들며 합석했던 사람이, 늦게까지 술을 마시던, 그 익숙했던 느낌의 주인공이 바로 댁이었다고?
“속은 괜찮나 몰라.”
“…….”
“아, 안 괜찮아서 지각했구나. 쏘리.”
이락이 배시시 웃으며 연이어 말을 걸었다. 유정의 표정이 아까보다 상당히 불편해져 있었다.
“저기요.”
“이락.”
“그래요 이락 씨.”
찜찜했던 이유가 이거였어. 괜히 찜찜했던 게 아니었다고! 젠장 맞게도 포장마차에서 그와 있었던 일들이 기억이 안 난다.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무슨 얘길 나눴는지조차!
“우리가 어제 무슨 이야기를 했던가요?”
그때 때마침 은진이 안으로 들어왔다. 몇 분이 지나도 따라오지 않는 이락 때문이었다.
“안 따라오고 뭐하지?”
이락은 죄송하다며 얼른 은진을 뒤따라갔다. 유정이 벙 진 얼굴로 쳐다보자 그는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그렇게 넋 놓고 있는데 또다시 은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유정씨도 따라와.”
“예? 예!”
유정이 허겁지겁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유정은 은진의 눈치를 보기 바빴고 이락은 회사를 구경하며 따라가기 바빴다. 그렇게 두 층을 내려가 도착한 곳은 구두가 잔뜩 진열되어 있는 방이었다.
“짝이 안 맞거나 사이즈가 엉뚱한 장소에 가있는 구두들 제 위치로 갖다 놓고, 하자가 있는 상품들은 여기다가 작성하면 돼.”
은진은 어제와 비슷한 서류 파일을 유정에게 건넸다.
“사람이 둘이니 어제보단 빨리 끝나겠지. 점심시간 끝나기 전까지 서류 정리해서 올리도록 해.”
유정이 시계를 보았다. 점심시간까지 대략 2시간 남짓이 남았다. 점심을 반납하고 일을 한다고 치면 3시간. 3시간 안에 이 많은 일을 끝낼 수 있을까. 유정은 덜컥 겁이 났다. 지각도 했는데 밥은 무슨 밥이야. 포기하고 일만 해야겠구나 싶었다.
“네!”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니까 최대한 빨리 끝내도록.”
“알겠습니다.”
이락의 대답에 은진이 만족한 듯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갑자기 몸을 홱 돌려 유정을 향해 불쏘시개 같은 눈으로 쏘아붙였다.
“아 그리고, 오늘은 처음이라 봐주지만 한 번만 더 지각하면 그땐 가차 없이 쫓겨날 줄 알아.”
“정말 죄송합니다.”
“배짱도 커. 하루 만에 지각이라니 원.”
은진은 팔짱을 끼고는 혀를 차며 밖으로 나갔다. 마지막에 혼잣말로 중얼거리긴 했지만 거의 들으라는 듯 얘기했기 때문에 유정은 거의 울상이었다. 유정은 은진이 나간 쪽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그녀의 어깨가 나사 빠진 로봇처럼 축 쳐져 있었다. 그때 이락이 말없이 그녀에게서 파일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쭉 훑어보며 종이를 나누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유정이 이락에게 다가갔다.
“자, 이건 유정 씨 몫.”
이락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유정에게 종이 뭉치를 다시 건넸다. 수월하게 일을 나눠서 하자는 것이었다. 유정은 참으로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하며 맨 왼쪽 끝부터 훑기 시작했다.
“225 사이즈에 오픈 토 힐 5cm. 이건 7cm고…….”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며 사이즈와 종류를 체크하던 유정이 갑자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30분 만에 찾아온 포기는 아니었다. 단지 이게 참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출근 이틀 만에 지각에, 면박에. 이런 밑바닥에서 벅벅 기는 것도 모자라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이라니. 오늘의 지각으로 인해 더 이상의 기회까지 없다고 생각하니 비통함만이 몰려왔다. 유정은 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찔러 넣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때 손에 무언가 바스락하고 잡히는 게 있었다.
“이게 뭐지.”
꺼내서 보니 초콜릿과 사탕 두어 개였다. 이게 언제 여기 들어갔지? 나는 넣은 기억이 없는데. 이런 걸 즐겨 먹지도 않고. 혹시 저 사람이 넣어놨나? 아까 서류 건네주면서 살짝 넣은 건가. 유정이 고개를 들어 이락을 바라보았다. 그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 위층에 나열된 구두들을 정리 중이었다.
“보기보다 센스 있네.”
유정이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중얼거렸다. 그가 임의로 나눠서 준 구역들은 전부 아래층과 중간층이었다. 위에는 손이 닿지 않으니 유정을 배려한 것이었다.
“그래도 계속 위에만 하면 고개 아플 텐데. 팔도 배기고.”
유정은 초콜릿 한 개를 입에 넣었다. 달콤함이 입 안 가득 퍼지며 힘을 내게 했다.
“으쌰! 다시 해볼까.”
유정이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축 처진 채로 시간을 허비하는 건 자신을 배려한 남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렇게 그녀는 나름대로 기분을 업 시키며 다시 일에 열중했다.
“이건 여기네!”
그런 그녀를 흘깃 쳐다보며 이락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 ***
“이것 좀 잡아 줄래요?”
이락이 의자 위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올라가서는 유정을 불렀다. 그의 부름에 유정은 후다닥 이락에게로 다가갔다.
“저기 붙여진 스티커를 좀 떼야겠어요.”
“새로 붙이려고요?”
“아뇨. 너무 커서 잘 안 찾는 사이즈라고 저렇게 꺼내기 힘든 곳에 두면 나중에 나처럼 또 고생해야 하니까.”
유정은 그의 마인드를 보고, 보기보다 참 배려 깊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또한 발 문수가 적힌 스티커를 떼려는 것에서 세심하고 깔끔한 성격도 가지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냥 그대로 놔둬도 됐을 법 했으니 말이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가 흔들리지 않게 잘 잡아주었다. 제법 키가 큰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손이 잘 닿지 않아 답답한지 그는 까치발까지 들고 열심히 손을 뻗었다. 가장 끝 쪽, 그리고 가장 위쪽에 있어서 한계가 있었다. 신발은 물체감이 있기 때문에 끝머리를 톡톡 쳐서 꺼내는데 성공했지만 문제는 잘 떨어지지 않는 스티커였다.
“어, 어, 어!”
유정이 위태롭게 흔들거리는 이락의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금방이라도 몸이 굴러 떨어질 것 같은 형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락은 고개를 높이 쳐들고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유정을 흘끔 보고는 속으로 미소를 터뜨렸다.
“거 참! 좀 잘 잡아 봐요.”
“저는 최선을 다해서 잡고 있거든요?”
이락이 일부러 더 의자를 흔들며 유정에게 핀잔을 주었다. 유정은 볼멘소리로 투덜거리다가 흔들거리는 의자를 더욱 꽉 움켜잡고는 다시 ‘어, 어!’ 하고 소리쳤다.
“어, 어!”
이번 소리는 이락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 유정이 덩달아 외치며 이락의 몸 방향 쪽으로 고개를 왔다갔다 거렸다.
“으악!”
그러다가 결국 유정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이락의 발이 허공을 가르며 밑으로 떨어질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와중에도 의자를 잡은 두 손은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힘이 가득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쿵 소리라든지, 아니면 옅은 신음소리라도 나야 하건만 생각보다 너무 조용한 그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유정이 조심스레 눈을 떴다. 그녀 앞에는 의자 위에서 씩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락의 모습이 있었다.
“뭐예요? 놀랐잖아요!”
“유정 씨가 하도 바들바들 떨고 있기에 귀여워서.”
“아 진짜! 어린애도 아니고 무슨 그런 장난을 쳐요?”
“그러게요.”
“아우! 능글맞아서는! 몰라, 안 잡을래. 그냥 이락 씨 알아서 해요.”
“알았어요. 장난 안 칠 테니까 다시 잡아줘요.”
“싫거든요.”
유정은 의자에서 손을 떼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그녀를 보며 이락이 장난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혹시 삐졌어요?”
“아니요.”
“삐졌네.”
“안 삐졌어요.”
“나보고 어린애냐고 핀잔주더니, 정작 어린 사람은 따로 있었네요.”
“안 삐졌다니까? 왜 자꾸 반복해서 물어요? 아니면 아닌 거지. 하던 일이나 마저 하세요.”
“근데 왜 안 잡아줘요. 삐졌으니까 안 잡아주지. 안 삐졌으면 잡아줘야죠.”
유정은 입술을 쌜룩거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이내 홱 돌아서서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푹 주저앉아 의자를 바투 잡았다. 그녀의 행동 하나 하나에는 아까와는 다른 딱딱함이 얹어져 있었다. 이락은 그녀의 툴툴거림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진득하니 쳐다보는 그의 시선에 민망한지 유정이 허공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게 보지 말고 빨리 마무리나 지으세요.”
“보면 닳나?”
“네 닳아요. 그러니까…….”
“귀여워서 그런 건데.”
“말장난치지 말고요!”
“장난 아니고 진짠데.”
“…….”
“정말 진심으로.”
“아우, 진짜!”
유정은 전혀 진심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락의 말에 급기야는 화가 났는지 의자를 팍 밀쳐버렸다. 홧김에 저지른 일이었다. 이락은 예상치 못한 그녀의 행동에 몸이 휘청거렸고 미처 중심을 잡기도 전에 앞으로 고꾸라졌다. 유정은 자신을 덮쳐오는 이락의 몸뚱이를 보고 그제야 아차 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그를 피하기도 전에 서로의 몸이 부둥켜 앉는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으, 아파.”
유정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 친 덕에 신음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락과 어깨까지 제대로 부딪혔으니 통증은 두 배였다. 그녀가 그의 온기를 느낀 것은 그 후였다. 묵직한 무언가가 자신을 누르고 있는 압력, 그리고 따뜻한 체온.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자신의 위에 애매한 자세로 누워있는 이락의 모습이 보였다. 누워있기 보다는 거의 위에서 아래로 내려 보고 있는 것이 옳은 표현이었다. 그의 눈빛은 매우 우수에 차 있었다. 지그시 자신을 내려다보니 유정은 시선처리를 어디다가 해야 할지 몰라 눈알을 요리조리 굴렸다. 점점 더 묘한 분위기로 흘러가자 유정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만약 이게 영화 속 한 장면이었다면 다음 행동은 키스. 딱 그 타이밍이었다. 유정이 긴장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그때 이락이 서서히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얼굴이, 오뚝한 콧날이, 그의 입술이 자신에게로 아주 가까이 말이다. 손으로 그를 밀쳐야 하는데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유정은 머릿속으로 계속 ‘어떡하지? 밀쳐야해!’라고 주문을 걸었지만 그녀의 팔은 요지부동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결국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될 대로 되라지 하는 심정이었다. 주먹만 계속 접었다 폈다 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그녀에게 이락의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왜 그렇게 긴장해요.”
유정에게 순식간에 짜릿한 전율이 온 몸을 타고 흘렀다. 그리고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꼬르르륵.
유정의 배꼽에서 울린 시계였다. 그 소리는 꽤 크고 웅장했다. 가까이 붙어있던 이락에게는 더없이 잘 들렸고.
“비, 비켜요!”
유정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이락을 팍 밀쳤다. 민망함과 함께 찾아온 이성이었다. 이락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사정없이 꽂혔다. 얼굴이 타오를 듯 빨개진 유정은 씩씩거리며 이락에게 등을 보였고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귀엽네, 귀여워 진짜.”
“시끄러워요!”
유정은 그가 계속 귀엽다고 말하는 것이 자신을 조롱하거나 놀리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기분이 언짢아졌고 신경질적인 말투가 나왔다. 그 때 또 한 번의 꼬르륵 소리가 그들에게 들렸다. 이번에도 역시 유정의 뱃속에서 나는 소리였다.
“배 많이 고파요? 하긴, 점심시간 훨씬 지났으니까.”
그러고 보니 벌써 2시였다.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시까지였으니, 점심시간을 반납하고도 1시간이 더 지난 셈이었다. 지각으로 인해 아침도 먹지 못한 유정이었으니 배고픈 것이 당연했다. 물론 그 결과 일은 거의 다 마무리 되었지만, 이게 오늘 일의 끝이 아니라는 얘기가 있었으니 어떻게 버틸지 암담했다.
“잠깐 기다려요.”
이락은 그 말만을 남겨놓고서는 밖으로 나갔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그가 다시 등장했는데, 나갈 때와는 다르게 손에는 꿀물과 삼각 김밥이 들려있었다. 뛰어갔다 왔는지 호흡은 매우 불안정하며 헉헉거리는 가쁜 숨을 토해냈다.
“남은 게 이거밖에 없더라고요. 우선은 이걸로 대충 때우고 이따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꿀물은 따뜻했다. 유정은 어젯밤 과음으로 온전치 못한 속을 달래라는 이락의 깊은 뜻을 금세 이해했다.
“……고마워요.”
유정은 방금 전 자신을 불쾌하게 만들었던 이락의 모습은 잊었는지 살며시 그것을 건네받았고 그 자리에서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그쪽은? 먹었어요?”
“이락이라니까.”
“네, 이락 씨는 먹었어요?”
이락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는 옆에 놓인 꿀물을 따서 유정에게 주었다.
“천천히 먹어요. 체하겠네.”
유정은 오늘 하루 동안 몇 번은 자신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도대체 이 남자 뭐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복잡한 생각은 던져버리고 배고픔을 달래는데 몰두했다. 이락은 현재의 욕구에 충실한 유정의 내숭 없는 소탈한 모습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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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를 이렇게 빨리 가져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는...ㅋㅋㅋㅋㅋ
여러분들의 생각처럼 유정이와 이락이 주인공이구요, 둘 다 귀여운 녀석들이니 많이 예뻐해 주세요 하하.
*1.2화에 넣은 인물표는 다 윤서님께서 만들어주셨어요. 글도 잘쓰고 포토샵도 잘하고. 최윤서님 그냥 짱입니다용 아주!ㅋㅋ
첫댓글 이로울 리, 즐거울 락! 이로우면 즐겁다! 락이 너 때문에 내가 즐거워지네!
락이 좋아요♥.♥
느항 이락이 너무 좋아요ㅋㅋㅋㅋㅋ일단 그 배려ㅠㅠ설렙니다..♥ 작가님 말처럼 둘 다 너무 귀여운 커플이 될 거 같아요ㅋㅋㅋ대부분 남자주인공이 거의 무뚝뚝한 소설만 봐서 그런지 앞으로 어떻게 로맨스가 생길지 더 더 궁금해져요!! 이락이는 성격 진짜 좋은거 같네요!!! 유정이랑 꽁냥꽁냥ㅋㅋ귀엽다고 하는것도 심쿵ㅠㅠ노래 듣고싶은데 왜 모바일은 안될까요 흡..
이락...! 두주인공 이름 너무 이뻐요~ 이락이라는 뜻도 참 좋네요 여주 투덜투덜하니 귀여워요 ㅎㅎ재밌게 보고가용~~^___^
유정이와 이락이 너무 귀여워요♥
으하......이락이 너무 귀엽네요 ㅎㅎㅎㅎ배려도 넘치고!!
아이고 달달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락이 매력적인데요??ㅎㅎ 둘이 더 달달해지면 좋겠어요~~ㅎㅎㅎ
아ㅋㅋㅋㅋㅋㅋㅋㅋ둘다 엄청 귀여워요ㅋㅋㅋㅋ
진짜 발랄한 캐릭터들이네요ㅋㅋㅋㅋㅋㅋ 정신없는 커플이 될 것 같아요!
투닥대며 다투는게 사랑싸움같아보여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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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얔ㅋㅋㅋ 귀여워라ㅋㅋㅋㅋ 어제 만난 녀석들이 벌써부터 커플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니!! 부러운 자식들!!ㅠ 나도 어제만나서 커플 분위기 풍겨보고 싶...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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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물처럼 달달하네요ㅎㅎㅎ
ㅋㅋㅋㅋ이락이 귀엽네요!!!!
ㅋㅋ이락이 매력있어요!!
이락이 매력남 ㅋㅋㅋ 어떻게ㅋㅋㅋㅋㅋ 어떻게될지 궁금해요 ㅋㅋ
둘이 같이있음 유쾌하네요~~~
으아 미치겠다 너무 귀여워요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 좋아요 진심으로ㅋㅋㅋㅋㅋㅋ역시 은솜님♥잘보고가요!!!
이락 정말귀여움ㅎㅎ
이락 남주가 매력터지네용ㅎㅎ앞으로 전개가 기대대여ㅡ!!
둘이 귀엽네요ㅋ 아직 2화까지밖에 못 봤는데 너무 재미있어요ㅎ
우엉ㅜㅜ둘이케미가장난없는!!!3화도보러갑니다~~룰루
다들귀엽ㅎㅎ
이락이 왜이렇게 귀여운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