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독천존(毒天尊)의 주머니를 턴 소매치기
-낙양(洛陽).
동주(東周)이래 열국(列國)의 도읍이었던 천년고도(千年古都)는 지금 동장군(冬將軍)의 맹위
에 한껏 얼어붙어 있었다.
휘---이이잉!
낙양의 북쪽을 에워싼 탓에 보통 북망산(北邙山)이라 불리는 망산(邙山)을 타고넘어 불어오
는 삭풍이 고도 낙양의 거리거리를 뿔난 고양이발톱처럼 매섭게 할켜대고 있는 것이다.
엄동(嚴冬)의 저녁 무렵,
금방이라도 폭설을 토해낼 듯한 먹장구름이 낙양의 하늘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어 한층 더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혹독한 날씨 탓인지 항상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리던 낙양의 저잣거리는 썰렁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인적도 드물 뿐더러 간간이 지나는 행인들도 잔뜩 움츠린 채 종종걸음을 치며 지나
갔다.
낙양의 서문통(西門通).
늘 붐비던 낙양의 관문인 서문통(西門通)의 거리도 인적이 거의 끊기다시피한 상태였다.
"쳇! 아무래도 오늘은 허탕치는 날인 것 같은데……"
그 썰렁한 낙양 서문통을 바라보며 투덜거리는 인물이 있었다.
소년(少年)! 그는 한 명 허름한 차림의 소년이었는데 객잔(客棧)의 담장에 기대 선 채로 한
산한 낙양성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는 십 오륙세 정도일까?
빛바랜 마의(麻衣)에 수세미같이 헝클어진 장발, 일견하기에도 초라하고 볼품없는 모습이 빈
민가에서 막 자란 소년으로 보였다.
그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의 이 소년에게는 그러나 남다른 두 가지 특이한 점
이 있었다.
그 하나는 소년의 얼굴에 나 있는 길쭉한 자상(刺傷)의 흔적이었다.
소년의 왼쪽 이마에서 왼쪽 볼에 이르는 상흔(傷痕)은 소년의 인상을 추하게 만들기 보다는
야릇한 매력을 더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의 두 눈이었다.
흘러내린 봉두난발의 장발 사이로 한쌍의 눈이 영활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세파에 물들어
교활하고 영악하게 번뜩이면서도 초롱초롱한 동심의 짓궂음을 잃지 않고 있는 눈이었다.
"쳇! 그나마 지나가는 작자들은 하나같이 가난뱅이들 뿐이로군!"
소년은 심드렁하게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그의 두 눈은 산간히 나타났다가 총총히 지나가
버리는 행인들의 주머니를 예리한 눈초리로 살피고 있었다.
그가 행인들의 주머니를 살피는 것은 그의 직업 때문이었다. 그는 다름아닌 소매치기였던
것이다!
소년은 두손을 아주 소중하게 품속에 파묻고 있었다. 그것은 추워서이기도 하지만 직업상의
이유가 보다 강한 자세였다.
소매치기의 재산은 말할 것도 없이 신속하고도 깔끔한 손 기술이 아니겠는가?
만일 손이 얼어붙어 곱기라도 한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재를 뿌리는 수도 있다. 그 결과가
얼마나 참혹할 지는 한 번쯤 남의 물건에 손을 대본 경험자라면 뼈저리게 알고 있을 것이
다.
"슬슬 천애원(天涯院)으로 돌아가야겠다. 더 있어봤자 일거리가 눈에 뜨일 것 같지를 않으
니……!"
소년은 더 이상 손님(?)을 기다려봤자 기대난(期待難)임을 직감하고 담장에 기댔던 몸을 권
태로운 자세로 일으켜 세웠다.
바로 그 때였다.
"……!"
막 몸을 담장에서 떼내던 소년의 동작이 갑자기 멈추어졌다. 동시에 나른하게 보이던 그의
크지 않은 체구로 팽팽한 긴장감이 스쳐갔다.
'봉(鳳)……이다!'
소년의 영악한 두 눈이 번뜩 이채를 발하고, 그의 주사(朱沙)를 칠한 듯한 입술가로 한 가닥
미소가 스쳤다.
먹이를 발견한 삵괭이같은 소년의 눈길은 막 낙양성문을 들어서고 있는 한 인물에게 날아가
꽂히고 있었다.
노인(老人), 혹한의 삭풍에도 전혀 웅크리는 기색도 없이 낙양성문으로 들어서고 있는 그 인
물은 일신에 먹물같이 검은 흑포를 걸친 흑의(黑衣)의 노인이었다.
대나무같이 깡마른 체구, 기이하게도 음산한 자색(紫色)으로 번뜩이는 두눈, 한 마디로 강퍅
하고 괴괴하기 이를 데 없는 인상의 노인이었다.
그러나 어린 소매치기 소년의 눈은 흑의노인이 걸친 얇은 흑의 안쪽의 주머니가 아주 불룩
한 것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드디어 일용(日用)할 양식을 줄 오늘의 일감을 발견한 것이다!
"후훗! 투신(偸神)께서 나 무영(無影)을 보우하사 두둑한 봉(鳳)을 보내 주셨군!"
소년은 씨익 웃었다.
-무영(無影)!
이것이 소년의 이름인 듯했다.
그림자가 없다!
이름치고 괴상망측한 이름을 지닌 소년은 휘적휘적 흑의노인을 향해 다가섰다.
"……!"
흑의노인과 소년 무영의 사이가 가까와졌다. 그러나 흑의노인은 소년이 다가서는 것을 별반
주의하지 않았다.
사실 이 흑의노인은 강호무림을 통틀어도 가장 강한 십대고수(十大高手)에 드는 거물중의
거물이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는 감히 자신의 주머니를 노리는 맹랑한 도둑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이놈이 대체 어디로 꺼진 거야?
지금 흑의노인의 마른 나무거죽같은 얼굴은 잔뜩 우그러져 있었다.
그는 한 가지 일로 머리가 몹시 복잡해져 있는 것이다. 그 탓에 그는 맹랑한 소매치기가 자
신을 노리고 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유령제군(幽靈帝君)이라는 놈이 지존마결(至尊魔訣)을 얻어 이곳 낙양 주위까지 쫓겨 온 것
은 확실한데……'
흑의노인은 인상을 쓰며 머리를 굴렸다. 그가 낙양에 온 것은 한명의 인간(人間), 아니 정확
히는 한가지 물건(物件)을 쫓아서였다.
(서둘러야 한다. 겁황(劫皇)이 남긴 지존마결까지 혼세이패(混世二覇)의 잡것들에게 넘겨 주
어서는 안된다.)
흑의노인의 자색을 띤 눈이 초조한 마음과 결의로 음침하게 번뜩였다.
-지존마결(至尊魔訣)!
지금 흑의노인의 관심을 온통 사로잡고 있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지존마결이란 것은 향후 강호무림의 운명을 좌우할 엄청난 내력을 지닌 물건인 것이다. 그
러하기에 강호십대고수에 드는 흑의노인 정도의 거물이 오랜 은둔을 깨고 세상에 나온 것이
기도 하지만....!
한데, 흑의노인이 한창 자신만의 생각에 골몰하여 걸음을 옮길 때였다.
퍽!
"어이쿠……!"
누군가 생각에 잠긴 서래음의 몸에 부딪쳤다가 휘청하며 물러섰다.
그 인물은 봉두난발에다 얼굴에는 한줄기 상흔이 나있는 꾀죄죄한 차림의 소년이었다. 물론
그는 소매치기가 직업인 무영(無影)이란 이름의 소년이었다.
"헤헤! 미안해요, 할아버지!"
무영은 막 험악한 인상을 쓰면서 일갈하려는 흑의노인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리고는 싱글싱글 웃으며 성문쪽으로 사라져 갔다. 추워 못살겠다는 듯 잔뜩 웅크린 자세
로...!
그의 크지 않은 모습은 이내 흑의노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빌어먹을! 정신이 팔려 어린 놈과 부딪히는 것도 모르다니…!'
무영이 성문을 향해 가는 것을 힐끈 본 흑의노인은 인상을 쓰며 돌아섰다.
'하긴, 무공을 익힌 놈이 아니라 경계심이 발동하지 않은 탓이었지. 만일 한홉이라도 내공을
지닌 놈이었다면 일장안에 접근하기도 전에 노부의 호신독강(護身毒剛)이 저절로 발동하여
한줌 독수(毒水)가....!'
히죽 웃으며 스스로를 위로하던 흑의노인은, 그러나 다음순간 한덩어리 목석처럼 그대로 굳
어지고 말았다.
약간 벌어진 자신의 가슴섶 옷자락, 그 사이로 파고드는 썰렁한 겨울바람...!
"아차…!"
흑의노인은 그 때서야 비로소 자신의 안주머니가 허전한 것을 느꼈다. 그는 깨끗이 소매치
기를 당한 것이다! 당금무림의 최강자들중 한 사람인 자신이....!
흑의노인은 너무 어이가 없어 입을 딱 벌린 채 그 자리에 목석같이 굳어졌다. 천하십대고수
(天下十大高手)에 드는 자신이 한갖 어린 소년에게 소매치기를 당하다니....!
어이가 없을 뿐 아니라 남들이 알면 망신살도 그런 망신살이 없는 창피한 일이었다.
흑의노인은 황급히 돌아서서 무영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의 주머니를 털어낸
영악한 소매치기의 모습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흐흐흐흐! 이거야 지나가던 개가 다 웃을 일이군! 천하의 독천존(毒天尊) 서래음(西來音)이
소매치기에게 주머니를 털리다니……"
흑의노인은 푸들푸들 실소를 흘렸다.
-독천존(毒天尊) 서래음(西來音)!
흑의노인의 이름은 바로 이러했다.
독천존(毒天尊)이라는 거창한 별호의 소유자인 그는 이름 그대로 자타가 공인하는 독(毒)의
제왕(帝王)이었다. 그는 이미 백 년 이전부터 강호의 전설(傳說)이 된 무서운 독종인 것이
다.
독천존 서래음이 마음만 먹는다면 당금 강호무림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양대세력, 즉 혼세이
패(混世二覇) 중 하나 정도는 하루안에 몰살시켜 버릴 수 있다고 무림인들은 말한다.
그 정도로 독천존 서래음의 용독술과 독공재간은 기오막측하고 방비하기 힘든 것이었다.
-환우십강(還宇十强)!
백 년 내 가장 강한 십인의 고수들을 그렇게 부르거니와, 독천존 서래음은 바로 그 환우십
강에 드는 초강자였다. 미쳐 머리가 이상해지지 않은 이상 누구도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츠---- 읏!
이 순간 독천존 서래음의 섬뜩한 검붉은 빛의 두 눈은 더욱 짙은 자색(紫色)으로 물들어 갔
다.
"카카앗! 감히 본좌의 독왕보낭(毒王寶囊)을 훔쳐 갔으렸다!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좀도둑
놈!"
슈악! 서래음은 괴성을 토하며 신형을 맹렬히 허공으로 뽑아올렸다.
본래 무림인들은 일반인들이 보는 곳에서는 경신(輕身)공부를 펼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
다.
하지만 꼭지까지 분기(憤氣)가 치민 독천존은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한 걸음에 낙양
성문을 날아넘었다.
"카캇! 애송이놈! 잡히기만 해 봐라. 독인(毒人)으로 만들어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주겠다."
서래음의 모습과 노기 어린 폭갈은 삽시에 까마득히 멀어졌다. 하지만 그의 분기에 찬 행동
은 한바탕의 소동을 일으키게 되었다.
"어이쿠!"
"신… 신선(神仙)이 나타났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행인들은 기겁을 하며 독천존 서래음이 사라진 곳을 향해 납짝 엎드
렸던 것이다. 그리고는 제각기 소원을 주워 섬기기에 정신이 없었다.
무공의 세계를 이해못하는 양민들의 입장에서야 인간이 육칠장 높이의 성문을 한걸음에 날
아넘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일이 아닌가? 그들의 눈에 독천존 서래음이 신선으
로 보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후 이곳 낙양통의 서문에는 비월선인(飛越仙人)의 현신(現身)을 기리는 비각(碑閣)이 섰다
나 어쨌다나...?
헌데.
"쯧쯧! 무영, 그 녀석이 사신(死神)을 건드렸군."
신선이 나타났다고 난리치는 목격자들 과는 달리 혀를 끌끌 차는 노인이 한명 있었다.
진물이 흐르는 노인의 늙은 눈은 지금까지 노상에서 벌어진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무영은 물론 독천존 서래음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황룡철기점(黃龍鐵器店)>
그같은 간판이 붙은 허름한 철기점이 서문통의 길모퉁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혀를 찬 노인
은 바로 그곳 황룡철기점에 있었다.
구부정한 허리,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주름으로 온통 얼굴이 뒤덮인 별반 특이한 것
도 없는 인물이었다.
혁련노야(赫連老爺)-!
낙양 서문통의 사람들은 노인을 그렇게 불렀다. 노인의 이름은 혁련통(赫連通)이지만 서문통
일대에서 가장 연장자이기에 노야(老爺)라고 불러주는 것이다.
혁련노야는 벌써 사십 년 넘게 이곳에서 철기점을 운영하고 있는 서문통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일대에서 최연장자일 뿐 아니라 무쇠를 진흙 다루듯이 하는 신기(神技)를 지니고 있는
명인이었다. 게다가 마음씨도 좋고 인자하여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한데 그 보잘것 없는 장인(匠人)에 불과한 그가 당금 무린의 십대고수중 한명인 독천존 서
래음같은 초고수를 알고 있는 듯하지 않는가?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서씨 노독물(老毒物)이 무영에게 지나치게 손을 쓰지나 말아야 할 텐데……"
혁련노야는 중얼거리며 벌겋게 달아오른 쇳덩이를 두들겼다.
땅! 따당!
쇳덩이는 혁련노야의 망치질에 따라 한자루 낫의 형태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한데 혁련노야가 한창 담금질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늙은이가 혁련태사(赫連太師), 맞는가?"
문득 한 가닥 스산한 음성이 혁련노야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
혁련노야의 구부정한 노구가 일순 흠칫했다. 그의 남다른 이목으로도 목소리의 주인이 지척
에까지 다가온 사실을 감지하지 못한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도 알아차릴 수 없는 지극히 짧은 찰나지간의 현상이었다.
"뉘시오?"
혁련노야는 진물이 흐르는 노안을 가늘게 뜨며 느릿하게 몸을 돌렸다. 돌아선 그의 노안으
로 황룡철기점의 입구에 한 명 당당한 체구의 청년이 우뚝 서 있었는 것이 들어왔다.
나이는 이십이삼세 정도, 건장하고 탄탄해 보이는 몸에는 자색(紫色)의 무복을 날렵하게 차
려입은 청년무사였다.
자삼(紫杉)의 청년은 아주 단아하고도 영준한 용모를 지녀 아녀자들의 방심을 한눈에 홀릴
만한 미남자였다.
하지만 가늘게 치떠진 두 눈에서 흐르는 눈빛이 냉혹하면서도 오만해 보이는 것이 옥의 티
였다.
'이 놈은?'
임풍옥수처럼 잘생긴 청년을 일별한 혁련노야의 눈가로 가늘게 경련이 스쳐 지나갔다.
'팔황마전(八荒魔殿)의 소살성(少殺星), 옥면수라(玉面修羅) 기세옥(奇世玉)?'
싸늘한 냉기가 혁련노야의 등어림으로 스쳐 갔다. 비록 젊으나 이 자삼청년은 대단한 배경
과 함께 무시못할 실력의 소유자인 것이다.
<팔황마전(八荒魔殿)>
당금 강호무림을 좌지 우지하고 있는 가장 강대한 두 세력인 혼세이패(混世二覇)중 하나다!
강북육성(江北六省)을, 아니 정확히는 전 마도(魔道)를 호령하고 있는 최강의 마세 팔황마전
이 바로 이 자삼청년의 배경이었다.
옥면수라(玉面修羅) 기세옥(奇世玉)이란 이름을 지닌 이 청년은 바로 팔황마전의 지존인 팔
황신마(八荒神魔)의 둘째 제자인 것이다.
'이놈이 정말 노부의 정체를 알아차렸는가? 아니면 일부러 떠보는 것인가?'
내심의 큰 격동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여전히 무력한 노인의 모습을 견지하고 있는 혁련노
야의 귓전으로 옥면수라 기세옥이란 자삼청년의 음산한 음성이 들려왔다.
"후훗! 천수화왕(千手火王) 혁련태사! 그래도 명색이 환우십강(還宇十强)의 일인인 당신이
잘도 이런 궁벽한 곳에 숨어 있었군."
기세옥은 음침하게 웃으며 황룡철기점으로 한 걸음 걸어 들어왔다.
헌데 그가 입에 올린 이름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천수화왕(千手火王) 혁련태사(赫連太師)!
진정 이것이 보잘것없는 늙은 장인 혁련노야의 본래 신분이란 말인가?
천수화왕이라면 달리 천병지존(千兵至尊)이라고 불리는 일세기인인 것이다.
그는 만 가지 병기를 다를 줄 알고 그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병기는 신병(神兵)이 아닌 것이
없다고 알려졌다.
또한, 천수화왕이 천병화왕단(千兵火王團)이란 장인(匠人)들로 이루어진 비밀결사의 수뇌라
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했다.
천수화왕은 백년무림을 통틀어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십인(十人)중 일인이기도 했다. 천수화
왕은 바로 독천존 서래음과 함께 저 환우십강( 宇十强)에 드는 초고수인 것이다.
"무슨 말인가 젊은이? 노부 혁련통(赫連通)은 한갖 대장장이에 불과한데 천수(千手)는 뭐고
또 화왕(火王)은 뭔가?"
혁련노야는 진무른 눈을 껌뻑이며 되물었다.
하지만 어눌한 말투와는 달리 혁련노야의 마음은 납덩이같이 무겁게 갈아앉고 있었다. 옥면
수라 기세옥의 자신에 찬 어조에서 오랜 세월 세상을 속여온 자신의 위장이 발각되었음을
감지한 때문이었다.
"흐흣! 시치미 떼어도 소용없소 혁련태사! 당신이 저자거리에 숨어 천년마병(千年魔兵)의 비
밀을 풀고 있음을 다 알고 왔으니까."
옥면수라 기세옥이 독사 같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순간 혁련노야의 축 쳐진 눈꺼풀 사이로 전광같은 빛이 스쳐지나갔다.
천년마병(千年魔兵)-!
기세옥이 입에 올린 그 한마디가 그로 하여금 자신의 모든 위장과 노력이 적에 의해 간파되
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해준 때문이다.
"헛허! 좋아. 제대로 봤다 노부가 바로 천수화왕(千手火王) 혁련태사다!"
혁련노야는 지금까지의 태도에서 일변하여 돌연 사납게 웃으며 허리를 쭈욱 폈다.
"한데… 겁이 없군. 감히 단신으로 노부 앞에 나타나다니…!"
우드득!
혁련노야의 눈에서 벼락같은 안광이 토해지고 그와함께 뼈마디가 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늘 꾸부정하던 혁련노야의 허리가 천천히 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구름이 뭉클뭉클 일어난다고나 할까? 왜소하고 옹색하게 오그라들어있던 혁련노야의
몸은 허리가 펴지면서 믿어지지 않게 변모했던 것이다.
떡 벌어진 어깨, 불끈불끈 튀어나온 강인한 근육, 구리빛의 피부, 마주 보면 눈알이 깨질 듯
한 강렬한 눈빛,
노약(老弱)하게만 보이던 서문통의 터줏대감 혁련노야의 모습은 간데 없고 무서운 기도를
지닌 창노한 무사(武士)가 새롭게 나타난 것이다.
숨막힐 듯한 기도를 흘리는 일세의 초고수!
그것이 바로 신병지존(神兵至尊)이고 천병화왕단(千兵火王團)의 단주인 천수화왕(千手火王)
의 본래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기도를 들어내는 혁련노야, 아니 천수화왕 혁련태사의 모습을 보고도 옥
면수라 기세옥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아마도 무언가 단단히 믿는 구석이 있는 듯했다.
"후훗! 환우십강에 드는 귀하를 찾아 오는데 어찌 준비를 소홀히 하겠소?"
기세옥은 오만한 태도를 풀지 않으며 히죽 웃었다.
스스슥……!
그와함께 황룡철기점 주위로 수십 명의 흑의인들이 나타났다.
담모퉁이, 지붕, 골목골목 등에서 은연중에 강고한 진세(陣勢)를 이루며 나타나는 인물들,
그들은 하나같이 목석 같은 무표정한 얼굴에 눈빛이 전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들이었
다. 그것은 그들이 고도의 수련을 걸친 절정고수자들임을 나타내 주는 것이었다.
'오늘은… 길(吉)보다 흉(兇)이 더 많겠군.'
자신이 이미 강력한 포위망에 걸려든 것을 깨달은 천수화왕의 노안이 침중하게 굳어졌다.
철컹!
정체가 들어나고 강적이 이미 목전에 들이닥친 것을 깨달으며 천수화왕은 옆에 쌓인 고철더
미에서 하나의 물건을 집어들었다.
그것은 한 자루 도(刀)라고 말하기도 힘든 하나의 뭉툭한 쇳덩이였다.
검붉은 도신(刀身)에 흐릿한 뇌전(雷電)의 형상이 떠오르는 한자루 투박한 묵도(墨刀)!
하지만 그 볼품없는 쇳덩이를 본 순간 옥면수라 기세옥의 두 눈은 무섭게 번뜩였다.
그는 탐욕스런 눈초리로 묵도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것이 바로… 천년마병(千年魔兵) 뇌정마도(雷霆魔刀)인가?"
* * *
-유혼림(流魂林).
낙양(洛陽)의 북쪽을 에워싸고 있어 보통 북망산(北邙山)이라 불리는 망산(邙山)의 남서(南
西)쪽 산록을 에워싸고 있는 숲을 유혼림이라 부른다.
망산은 고래로 수많은 망자(亡子)가 묻힌 귀역(鬼域)이다.
낙양이 동주(東周)이래 숱한 왕조의 도읍이었던 탓에 망산에는 왕후장상(王侯將相), 고관대
작(高官大爵)들뿐만 아니라 숱한 낙양성민들의 음택(陰宅)으로 쓰여진 것이다.
저 이태백과 쌍벽을 이루는 시성(詩聖) 두보(杜甫)의 무덤도 망산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음은 시사(詩詞)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자라면 누구든 알 것이다.
유혼림은 바로 이승의 성시(盛市)인 낙양에서 망자의 귀역인 북망산으로 들어가는 경계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미련을 남기지 않고 죽는 혼령이 어디 있으랴? 혼백이 못내 아쉬워 저승과 이승의
언저리에 떠돌터이니 유혼(流魂)이란 지명이 생길만도 한 것이다.
하지만 때는 한겨울,
한 여름에는 녹음으로 울창하던 유혼림에도 지금은 앙상한 가지만 남은 고목들이 망자처럼
늘어서 음침한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황혼(黃昏)무렵,
"히히…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로다."
문득 웃음소리와 함께 한 명 십오륙세쯤 되어보이는 소년이 경쾌한 걸음으로 유혼림으로 들
어왔다.
일신에 걸친 옷은 허름한 마의(麻衣), 치렁한 흑발을 아무렇게나 질끈 뒤로 묶어 넘긴 소년
이었다.
무영(無影)!
소년은 바로 낙양 서문통을 무대로 화려한 손기술을 자랑하는 소매치기 소년 무영이었다.
무영은 무엇이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유혼림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습관적
으로 뒤를 할끔거려 뒤를 밟는 인간이 없는지를 확인하면서!
얼마나 걸어들어갔을까?
털---- 썩!
무영은 눈에 잘 띄지 않는 한 그루 커다란 나무그늘 아래에 주저앉았다.
"제법 묵직한 것을 보니 몇 달 놀고 먹어도 되겠는 걸?"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발치에는 독천존(毒天尊) 서래음(西來音)에게서
슬쩍한 전리품이 놓여 있었다.
무영이 귀신같은 솜씨로 독천존의 품에서 빼낸 것은 하나의 묵직한 가죽 주머니였다.
독천존의 피낭(皮囊)은 아주 오랫 동안 쓴 것인 듯 윤이 반질반질하게 나 있었다.
그 피낭의 한쪽에는 거의 형체를 분간키 힘들게 문드러진 몇자의 글이 찍혀 있었다. 고전체
(古篆體)로 쓰여진 고풍스런 글귀는 이러했다.
<독왕보낭(毒王寶囊).>
"보낭(寶囊)? 보물주머니? 히히! 이름도 마음에 드는걸!"
무영은 키득대며 피낭의 아가리를 열었다. 이어 금은보화가 마구 쏟아질 것을 기대하며 가
죽주머니 안에 든 내용물을 거꾸로 쏟아내었다.
투둑……!
그러자 거꾸로 들려진 피낭 안에서는 모두 세 가지의 물건이 나왔다.
한 권의 낡디낡은 양피지의 고서(古書), 검붉은 액체가 반쯤 든 옥병, 그리고 뱀비늘 같은
비늘(鱗)로 가득 덮인 한 개의 장갑(掌甲)이 그것이었다.
세 가지의 물건을 확인하는 순간 무영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에게! 이것들이 다 무어야? 은자 한 조각 없잖아!"
그는 오늘 자신이 손님에게서 털어낸 세 가지의 물건을 내려다보며 기가 막힌다는 얼굴이
되었다.
보낭(寶囊)이란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독왕보낭에서 나온 물건은 어느것 하나 영양가 있어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최소한 시장골목 소매치기 수준의 안목으로 봐서는!
전혀 쓸모없어 보이는 세가지 잡동사니들을 바라보는 무영의 두 눈에 실망과 허탈, 그리고
분노의 빛이 마구 뒤섞여 떠올랐다.
"빌어먹을! 겉으로는 제법 부티가 나보였는데 알고 보니 은자 한 조각도 지니지 않은 비렁
뱅이였잖아!"
그는 분노의 표정으로 독천존(毒天尊) 서래음의 괴팍한 얼굴을 떠올렸다.
"에잇, 헛수고만 했구나! 역시 오늘 같은 날은 장사하러 나오는게 아니었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분노가 허탈감으로 변한 무영은 뒤의 나무에 벌렁 기대 드러누우며
입술을 씰룩거렸다.
자신이 봉(鳳)이라고 생각하고 찍었던 독천존 서래음이 독왕보낭에 은자 한 조각도 넣어두
지 않았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미처 알지 못했다. 독왕보낭 안에서 나온 세 가지의 물건들이야말로 가격을 매
길 수 없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무가지보(無價之寶)임을!
<독왕삼보(毒王三寶)!>
한권의 고서, 한병의 약, 한 개의 장갑은 세칭 독왕삼보(毒王三寶)라 불리는 것들이었다.
그 물건들은 고금제일독(古今第一毒)이라 불리던 전설적인 독공고수 만독조종(萬毒祖宗)의
유물 중 세 가지였던 것이다.
독천존 서래음은 백 년 전 그것들을 천산(天山)의 어느 빙굴(氷窟)에서 얻었다.
그 결과 이름없던 일개 채약사(採藥師)였던 서래음은 일거에 환우(還宇)에서 가장 무서운
인물로 변신할 수 있었다.
-멸신독마경(滅神毒魔經)!
-독왕혈정(毒王血精)!
-은형마갑(隱形魔甲)!
그것들이 바로 독왕삼보(毒王三寶)였다. 보(寶)라는 이름으로 불려 조금도 손색이 없는....!
멸신독마경(滅神毒魔經)-!
이는 고금에 적수가 없는 독의 제왕 만독조종(萬毒祖宗)이 남긴 세 권의 저술 중 두 번째
독경(毒經)이다.
독천존 서래음은 그 중의 내용을 단지 육할을 연성했을 뿐임에도 무적독왕(無敵毒王)이라
불리웠다. 그만큼 가공할 위력의 독공과 용독술을 수록하고 있는 비급이 멸신독마경(滅神毒
魔經)이었다.
멸신독마경의 독공들은 만독조종의 마지막 저술로 알려진 제왕독경(帝王毒經)상의 독공이
나타나지 않는 한 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서운 것들이었다.
특히 멸신독마경의 마지막에 실린 한 가지 독공은 제왕독경의 그 어떤 독공보다도 무서웠
다. 그것은 만독조종이 죽기 직전 만든 미완성의 독공이라고 알려졌다. 미완성이기에 만독조
종은 그것을 자신의 독공의 정수인 만독제왕경에 실지 않았다고 한다.
-패천독강결(覇天毒剛訣).
이것이 그 미완성의 독공(毒功)의 이름이었다.
패천독강이야말로 만독조종조차 어떤 위력을 지녔는지 알지 못한 최후최강의 독공인 것이
다.
독왕혈정(毒王血精)----!
옥병에 든 검붉은 액체는 이런 이름을 지녔다.
팔백 년 전, 만독조종이 남만을 여행하던 중 한 곳의 절지(絶地)에서 얻은 만독(萬毒)의 정
수가 바로 그것이었다.
수만 년 간 일만 가지이상의 독기(毒氣)가 쌓여 이루어진 것으로 천지간에서 가장 무서운
극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독왕혈정은 한 방울만 물에 떨어뜨려도 십리 내의 모든 생명을 멸절시킬 수 있는 독장을
일으킨다고 한다.
은형마갑(隱形魔甲)-!
만독조종이 생시에 애용하던 삼대독병(三大毒兵) 중 으뜸되는 병기로써 불사독망(不死毒網)
이라는 뱀의 껍질을 백 가지 극독에 담궈 만든 장갑이 그것이다.
은형마갑을 끼고 독공을 발출하면 독공이 두 배 강해지며, 그 표면에 달린 날카로운 비늘에
스치기만 하면 금강불괴지체(金剛不壞之體)라도 한 순간에 녹아 버린다고 한다.
"쳇! 재수 옴붙은 날이군. 기껏 훔친 게 이런 영양가 없는 잡동사니들뿐이라니....!"
무영은 못내 아쉬워 독왕보낭을 거꾸로 들고 들여다보았지만 은자는 고사하고 구리 부수러
기 한조각 나오지 않았다.
"애고 애고 한 일도 없는데 배만 고프구나! 이런 날씨에 돈좀 벌어보겠다고 나온 것 자체가
무리였지!"
무영은 투덜대며 배고프고 지친 몸을 일으켰다.
"미련갖지 말고 그만 천애원(天涯院)으로 돌아가 봐야지! 잔노(殘老) 할아버지께서 눈이 빠
져라 기다리시겠다."
어느덧 날은 저물어 유혼림의 앙상한 고목들 사이로 붉은 노을이 번지고 있었다.
헌데 무영이 막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우우!"
돌연 낙양 쪽에서 한 줄기 날카로운 장소성이 일어 유혼림을 향해 다가왔다.
"이크!"
그 장소성을 듣는 순간 무영은 죄진 게 있는 몸이라 자신도 모르게 찔끔했다.
"그.... 그 괴물 같은 늙은이가 쫓아온 게 분명해!"
살벌무쌍한 독천존 서래음의 얼굴을 떠올린 무영의 안색이 일변했다. 두억시니같이 생긴 그
늙은이에게 잡히면 단순히 치도곤을 당하는 정도로 끝날 것같지 않은 불길한 예감이 그의
뇌리를 엄습(했다.
'숨자! 잡히면 어디 한군데 병신이 될 게 뻔해!'
그는 몸서리를 치며 황급히 독왕삼보를 독왕보낭에 다시 집어 넣었다.
이어 그는 기민한 동작으로 자신이 주위에 남긴 흔적들을 깨끗이 제거했다. 토낄 때 토끼더
라도 흔적은 가능한 없애 버려야 조금이라도 더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짧지 않은 직
업 경험상 터득한 이치였다.
삽시에 무영이 퍼질러 앉았던 나무그늘 아래의 모든 흔적이 사라졌다.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봐서 모든 흔적이 제거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무영은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한 그루의 거대한 고목의 뿌리 부분으로 뛰어들었다.
그곳에는 아주 은밀한 하나의 토굴(土窟)이 숨겨져 있었다. 그물처럼 얽힌 나무뿌리 위로 흙
과 나뭇잎들이 겹겹이 쌓여이루어진 토굴이었다.
토굴은 제법 깊어 삼장 정도나 되었고 한때 짐승이 살았던 듯 바닥에는 마른 나뭇잎과 가는
나뭇가지들이 빼곡히 깔려 있어 아늑했다.
이 토굴은 무영이 이년전에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다. 조용히 쉬고 싶거나 급히 피신할 일이
생겼을 때 무영은 이곳의 토굴을 은신처로 이용하곤 했다.
무영이 막 토굴로 몸을 숨긴 직후,
쐐---- 액!
하나의 인영이 거대한 새(鳥)같이 유혼림의 나무 위를 스쳐 지나갔다. 얼기설기 얽힌 나무
뿌리 사이로 밖을 내다보던 무영은 그 인물이 바로 자신에게 독왕보낭을 털린 독천존 서래
음임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사....사람이 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닌다!'
토굴에 몸을 숨긴 무영은 까마득한 허공을 거대한 새처럼 날아지나가는 독천존 서래음의 모
습을 보며 눈이 휘둥그래졌다.
시정에 뒹굴며 자란 무영인지라 어렴풋이 무림의 이야기는 줏어들었고 또 제법 경신술을 펼
치는 인물도 보았었다.
하지만 무영이 본 경신술이란 것은 고작해야 담장을 뛰어넘거나 지붕으로 날아오르는 정도
가 고작이었다. 독천존 서래음처럼 거의 도움닫기를 하지 않고 하늘을 나는 상승의 경신공
부를 본적이 있을 리 없었다.
하긴 환우십강에 드는 절정고수가 경신술을 펼치는 것을 본 인간이 무림을 통틀어 몇이나
되겠는가?
흡사 새처럼 날아지나가는 독천존 서래음이 무영에게는 인간 세상의 존재로 보이지 않았다.
"크큿! 애송이 놈, 잡히기만 해 봐라. 주리를 틀어 주마!"
휘이잉!
독천존은 음산한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독수리같이 유혼림을 날아 넘어 멀리 사라져 버렸다.
"아휴! 아무래도 내가 고객을 잘못 선정한 것같구나!"
토굴 입구에 기대 앉은 무영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늙은이는 신선이나 귀신임에 틀림없어! 사람이라면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닐 리가 없
잖아! 하지만 생긴 몰골로 봐서는 신선 보다는 귀신에 가까운데....!"
무영은 으스스 몸을 떨며 수중에 들린 독왕보낭을 들어보았다.
"괜...괜한 짓을 한 거 아닌지 몰라. 귀신을 건드려서 좋을 일 하나 없는데....!"
그는 괜히 찜찜해졌다. 하지만 이미 저지른 일이니 후회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뭐 정 안 되면 관제묘에 가서 관운장님께 귀신 좀 쫓아달라고 애걸하지 뭐!"
무영은 스스로 위안하며 몸을 일으켜 은신처에서 나가려 했다.
헌데 바로 그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