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립기만 한 오늘만은
전창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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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껍데기
신통한 다이어리에서 알립니다
홀로나기
그리운 껍데기
1
애당초, 출판사와 계약을 한 것이 잘못이었는지 모른다. 내가 소설을 쓰겠다고 하면서 나의 생활은 온통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일단, 계약을 하고 나니, 나는 어떻게 소설을 시작해야 할 지 몰랐다. 방안에 하루 종일 틀어박혀 겨우 몇구절 끄적거린 것은 내 아득한 과거 속에 어떤 남자를 떠올린 것뿐이다. 나는 이 소설을 회고록 형식으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회고록이 되어서는 안된다. 처음에 출판사에선 회고록을 써달라고 했었다. 나는 그것만은 안 되겠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랬더니, 출판사에선 그럼 소설을 쓰되 되도록이면 회고록의 형식을 빌어서 써달라고 했다. 나는 사형장에 끌려가는 참담한 심정으로 소설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 그 남자를 만난 것은 내가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때였다. 나는 그 당시, 공부보다는 나이트와 술집, 혹은 당구장을 다니던 이른바 킹카라고 불리우는 잘 나가는 여자였다. 절대로 하룻밤을 허락하진 않았다. 언제나 열두시 이전에 귀가를 했으며, 그것만이 나를 유일하게 지탱해주던 경제력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통금시간이 열한시 반이었지만, 열두시까지만 들어오면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그것은 학교가 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동네는 밤중에도 그리 한산한 동네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가 몹시 내리던 어느 날이었다. 어떤 것이 나를 그곳으로 몰아넣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날은 비가 몹시 내렸지만, 무척 더웠다. 더운 날씨에 소나기가 오면, 모기들은 실내로 들어가 평소보다 더욱 더 날뛰고, 에어컨이 없는 곳에 들어가면, 땀은 삐질삐질 쏟아난다. 나는 친구들에게 그들이 아는 허름한 술집으로 나를 인도해 주기를 바랐고, 그들은 친절하게 나를 그 허름한 술집에 내려다 놓았다. 그 술집엔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 몇 대만이 공중에서 돌아가고 있을 뿐이고, 낡은 탁자 주위로는 나무의자가 공원의 벤치처럼 서너 사람이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길게 뻗어서, 그런 나무의자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겐 약간의 경악마저 일으키게 해주었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언제나, 요즘 유행하는 패션이나, 연예인들 이야기, 아니면, 화장품 이야기 등등 주로 그런 대화들이다. 그런 이야기들엔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내가 지루해 하는 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열한시가 아직 못될 무렵, 나는 친구들에게 먼저 가봐야겠다고 하며, 오늘 즐거웠다고 하며, 일어섰다. 나는 잊었다는 듯이 술값을 치르고, 더 놀다 가라며 몇 만원을 쥐어주었다. 친구들은 친절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하며 나에게 잘가라고 하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는 그 가게를 나왔다.
비는 아직도 많이 오고 있었다. 내가 우산을 펴려고, 가게 문을 서성거릴 때, 어떤 남자가 내게 다가왔다. 앞머리를 길게 늘어뜨려 왼쪽 눈을 가린, 우수에 찬 눈동자를 가진 남자였다. 그 남자가 내게 말했다.
“현실을 믿나요?”
나는 이건 분명 이단종교이겠니 하고,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려는데 그 남자는 다시 나의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
“현실을 믿으세요?”
이제 보니, 그 남자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이렇게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마냥 맞고만 있었다.
“아저씨, 무슨 말 하려는지 모르지만, 전 지금 바빠요.”
그 남자가 굽히지 않고 나의 눈동자를 응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전 아저씨가 아니에요, 전 당신과 같은 학생이죠. 지금은 재적 당했지만.”
그 말이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어머, 어쩌다가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분명 운동권 학생이거나, 아니면 폭력집단의 조직원일 것이다.
“전,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느꼈죠. 제 자신이 더없이 비참해지는 것을. 전 아직도 수양을 더 쌓아야 하고, 그리고 나서야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이건 결코 당신의 동정심을 사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저 그 말을 믿어달라는 것뿐입니다. 당신은 더없이 맑고 순수해보여요. 그저, 단 한 달만이라도 당신을 알고 지낸다면, 그것으로 저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부탁입니다. 저에게 허락된 단 한순간의 시간, 이 순간을 저에게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 사람 무슨 완벽주의자인가, 아니면 신앙에 미친 사람인가. 그의 말을 들으면서 차츰 느낀 건, 그의 눈빛 속에 내가 빨려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남자는 참 순수해 보였다. 또, 우울해 보였다. 단지, 그것뿐이었는데도, 나는 그와 만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운명적 느낌에 끌려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우스운, 감상에 젖은 낭만적 환상주의라고 비방할지도 모를 그런 운명의 순간 말이다. -
다행이다. 여기까지라도 소설을 전개해 나갔으니 말이다. 도무지 현실과 소설의 사소하고 미묘한 틈을 찾을 수가 없다. 소설은 사실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허구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허구는 다시 현실이 된다. 도무지 이 현실에서는 소설적인 필연적 구조를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도대체가 현실에서 권선징악의 뚜렷한 성격이 규명되는가? 실체와 허구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이 무엇인가? 그것은 현실은 철저하게 현실이고, 허구는 철저하게 허구이어야 한다는 명백한 흑백논리가 아니면 무엇이 있는가? 라는 질문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이런 질문은 애당초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지금 소설을 쓰고 있고, 이 소설은 나의 회고를 바탕으로 한 소설임이 분명하다. 그것만 분명하다면, 이것은 회고록을 빙자한 소설이 될 것이다. 아니, 소설을 빙자로 한 회고록이 되기도 한다. 그 경계는 분명치 않다. 다만, 나는 지금 소설을 쓰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니까.
- “인간의 모습은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죠. 모두들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데, 그것은 근본을 뿌리치고 하는 말입니다. 인간의 역사를 보고, 인간의 근본을 보세요. 여성해방운동이라고 하는데, 여성해방운동은 언제든지 전개되어 왔습니다. 좀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치면, 여성들은 그 운동을 포기할 수밖에 없죠.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건 여자뿐입니다. 그것은 신이 창조한 역사의 우둔함이죠. 신이 과연 있었을까요? 신이 있다면, 이따위 근본적인 편견 따윈 없었을 것이 아닙니까? 문제는 현실에 있습니다. 지금 현실이 어떤지 아세요? 모든 우둔한 남자들은 댁과 같이 잘빠지고 예쁜 여자를 원하죠. 그것은 여자들도 마찬가지죠. 여자들이나 남자들이나 마찬가지로 그들의 대부분은 일단 상대방의 겉모습을 보고, 자신의 순결을 바치고 싶어 하죠. 순결이란 단어는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동일하게 씌어져야 합니다. 아니, 그렇지 않지 않아요. 예를 들어, 겉이 아주 더러운 사과가 있습니다. 그 사과는 껍질 몇 군데가 벗겨져서 길바닥에 굴러 떨어져 있죠. 이 사과는 금방 떨어뜨린 사과인데도,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 그걸 먹으려 하지 않고, 대부분은 쓰레기통에 쳐 박아 버리죠. 그 겉껍질만 벗기면 먹음직스런 싱싱한 사과의 속이 있는데도 말이죠. 그것은 사물에게 통하는 이치가 인간에게도 통한다는 거죠.
겉은 아주 깨끗한 사과가 있답니다. 사람들은 아무 의심 없이 그걸 베어 먹죠. 그러다가, 속이 썩은 걸 알면 그 사과를 버립니다. 그리고 사과에게 속은 기분이 들어 욕을 하며 쓰레기통에 쳐 박습니다. 제가 말하려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어차피, 모든 열매는 겉과 속이 동일하지 않으면 버려지게 되어 있다는 거죠. 제 말이 틀렸나요?”
그의 이야기는 신선했다. 다른 친구들에게선 전혀 듣지 못하던 이야기였다. 하기야, 공부엔 문외한이던 내가 그 남자의 영향을 받으면서 얼마나 공부에 몰두했던가. 나는 그때 아무런 반박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고, 그런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그 남자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장본인이었다. -
나는 여기까지 쓰고,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무엇보다 논문준비로 바빴을 뿐만 아니라, 그가 처음에 내게 한 말이 나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현실을 믿으세요? 거기엔 모방과 역설의 미학이 숨어있었다. 대개의 경우는 운명을 믿으세요? 라고 믿는데 반해 그는 현실을 믿냐고 물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내게 말한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그에 의해 나는 이렇게 내 운명이 바뀌게 되었는데, 그는 처음에 현실을 믿냐고 물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소설에 어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너무나 갑작스럽게 그에게 매혹되었고, 그를 만나면서 내 운명이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게 우연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떡하랴? 이것은 내가 처한 나의 현실이다.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고, 현실적인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더 큰 문제는, 내가 그에게 매혹되기는 했지만, 나는 결코 그를 사랑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내가 애시당초 소설을 쓰겠다고 나선 것이 크게 잘못한 것이다. 나는 단지 내 인생의 회고록을 쓰고 있을 뿐이다. 그 남자의 말도 마찬가지다. 기억나는 대로 적다 보니, 말의 앞뒤가 맞지 않고, 뭔가가 텅 빈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소설을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내가 여기까지 쓰고 나서 다시 처음부터 쓰라고 한다면…… 나는 도저히 엄두도 못낼 상황이다. 나는 다시 내가 쓴 소설을 차근차근 훑어나가기 시작했다.
- 무엇보다 그 남자에겐 신비로운 곳이 있었다. 지금에 와서야 안 사실이지만 그 신비란,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허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 남자는 자신의 이름도 연락처도 남기지 않았다. 우리의 약속은 항상 전날에 이루어졌고, 그날 둘 중 하나가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영 헤어지게 되는 것이다. 서로의 연락처나 이름 따위는 묻지 않기로 되어 있었다. 서로의 사적인 대화는 절대 묻지 않기로 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왜 재적되었는지 그것만은 알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 필연성에 대해서 나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단지 당신이 왜 재적되었는지 그것이 궁금해서 만났을 뿐이라고 말했으며,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그때 그렇게 말했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하는 날이 우리의 마지막임을 언급했다.
그렇다. 무미건조했다. 그러나 색다르다. 그와 나의 대화는 언제나 일방적으로 내가 듣는 쪽이었으며, 그는 경제나 정치, 혹은 그날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나 본 영화 등에 대한 평을 늘어놓았으며, 나는 그의 유창한 말놀이에 진력을 하면서도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매일매일 그런 만남이 계속되었을 뿐, 그는 내게 키스조차 요구하지 않았다. 아니, 내 몸과의 접촉을 오히려 두려워했다는 것이 더 옳은 말일런지도 모른다. -
그래,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내가 내 소설을 검토하는 일도 진력이 난다. 이 소설을 쓰게 되면서 나는 그 남자와 다시 만나 대화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소설의 속도도 그 남자를 만나는 날마다 일기를 쓰듯 그런 진전속도가 유지된다. 놀라운 조화다.
출판사에선 자주 전화가 걸려온다. 계약상 초고를 갖다 주어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난 아직도 이렇게 낑낑대고 있으니, 아무래도, 난 소설에는 자질이 없나보다. 계약금을 다시 돌려주고 안 쓴다고 할까? 그럼,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지? 글쎄, 그건 잘 모르겠지만, 이미 계약한 건 다시 되돌릴 수가 없는 거다. 난 어쩌자구 이런 계약을 승낙했을까? 차라리, 그냥 회고록이나 쓰겠다고 그럴걸. 왜 내가 소설을 쓰겠다고 빡빡 우겼을까? 그때는 왜 그랬을까? 그저 내 수치스런 과거를 밝히고 싶지 않았을 뿐인가? 그렇다. 인간은 누구나 한번쯤은 수치스러운 기억들을 갖고 있고, 그것들을 지워버리고 싶어 한다. 그 수치스러운 과거는 지우려 하면 할수록 더욱더 머릿속을 부여잡고 떠나지 않는다. 그것이 심해질수록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쌓여가고 간혹, 정신분열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 수치스러운 과거는 누군가가 안아주지 않으면 영영 지울 수 없기 마련이다. 그렇다. 나는 지금 이 수치스러운 과거를 지우려 하고 있다. 지우기 위해 영영 기억될 소설을 쓰고 싶은 것이다. 지우려 하면 할수록 자꾸만 떠오르는 기억들을 아예 소설이란 허구를 통해 완전히 날려버리고 싶은 것이다.
- 그 남자와의 마지막 날은 그와 만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날도 비가 많이 오던 날이었다. 그의 얼굴은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수척해 보였다. 그런 얼굴은 그 이후 처음으로 보인 얼굴이었기에, 나는 그의 표정을 보는 순간 그걸 알았다. 그는 그때 아무 말도 안하더니, 나를 여관으로 끌고 갔다.
“미안해요. 죽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과 한번 해보는 것이 소원이었어요.”
여관방에 들어서며 그는 그렇게 말했다. 이제 죽음이 가까워졌나보다.
그리고 난, 나의 몸을 그에게 맡겼다.
빗소리가 거세게 들려왔다.
한참 후, 침대 위에 피가 묻어있는 것을 발견한 그는 다소 당황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으나,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미안해요. 난 당신이……”
난 그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가끔 남자들은 여자들의 고통을 모르곤 하죠. 그렇게 억지로 하면 이렇게 돼요. 그보다 오늘이 마지막 날 아닌가요?”
“그렇죠. 그 이야기를 해 드리죠.”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려왔다. -
나는 또 소설쓰기를 한동안 멈췄다. 이번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부분을 어떻게 극적으로 요리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출판사에서는 원고독촉이 심해졌다. 나는 정신이 사나워졌다. 내 인생의 가장 수치스러운 부분, 이 부분을 어떻게 극적으로 말할 것인가. 그때, 그 남자는 사람을 죽였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다행히도 과실치사로 판명되어 몇 년 만에 퇴소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그것은 과실치사는 아니었다고 한다. 누구를 죽였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주 태연하고 뻔뻔스럽게 말했다. 처음으로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난 잠시 머리가 멍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왜 죽였냐고 물었다. 두 번째 물음 역시 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여관으로 들어가려 하자, 그녀가 거부하길래 몇대 패줬다고 한다. 우습지만, 진짜 같다. 그 남자가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다. 멍해져 있는 나를, 그 우수에 찬 눈빛으로 잠시 바라보더니 여관방을 슬그머니 나가버린 것이다. 그 후로 그는 다시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소설을 이렇게 우습게 끝낼 순 없었다. 좀 더 극적인 장면과 그럴싸한 연극이 필요하다. 그에게 있어 난 결국 무슨 존재였을까? 우습다. 소설을 이렇게 허망하게 끝맺을 순 없었다. 나는 더 이상 나아지지도 않을 소설을 붙잡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집어치고 싶다. 빨리 끝내야 한다. 나를 압박하는 순간순간들이 섬찟하게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그 남자의 환영이 떠오른다. 그가 나를 본다.
- 당신은 오로지 동정심으로만 날 대했지? 내가 그걸 모를 줄 알았나? 사람을 진정 사랑하는 여자라면 그렇게 쉽게 자신의 몸을 내주지 않지.
아아, 그렇다. 난 그를 사랑한 적이 없다. 단 한번도. 아니, 그뿐만이 아니고, 난 아직까지 누구도 사랑해 본적은 없다. 우연히 그를 만나 처음으로 한 것이었고, 그것 역시 사랑과는 무관하다. 모든 것이 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쓰는 이 소설을 나는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뚜렷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소설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꿈에서 깨었다. 소설을 쓰던 꿈에서 깨어났다. 그러자 또 한편의 소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소설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또 다른 꿈이었다. 그 꿈은 그가 꾼 꿈이었고, 거기에 애당초 “나”의 존재는 속해 있지 않았다. 거기엔 한 “여자”만이 있었다. 그 사실이 나를 못 견디게 했다.
- 그 여자를 만난 것은 비가 몹시도 많이 내리던 어느 날 허름한 술집 앞에서였다. 나는 여느 때처럼 그 여자에게 말을 건다. 특별한 감정이 실린 것은 아니다. 무미건조한 말이었지만, 한번 시도라도 해보고 싶었다. 수십 번 같은 말을 반복하다 보면, 그 중 한 여자는 나의 이 어설픈 작전에 먹혀 들어간다. 그리고 이 여자도 그 중 하나 걸린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 만났다.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는 달랐다. 아니, 그보다는 내가 만난 다른 여자하고는 달랐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 여자는 내가 하는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나는 이 여자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알지 않아도 좋다. 어쨌든, 나는 이 여자의 몸을 갖고 싶다. 그 외에 다른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한 달 째 되는 날, 나는 마음먹고 그 여자를 따먹으리라 생각했고, 그 여자는 의외로 쉽게 응해주었다. 운 좋게도 숫처녀다. 나는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이 여자는 아무 감정도 없이 나를 만났고, 아무 감정도 없이 일을 치루어 낸 것이다. 그 여자는 내게 처음으로 두려움을 준 존재다. 여자는 내게 매달리지도 않았고, 나를 차버린 것도 아니다. 그 여자는 감정 그 자체가 없는 사람이다. 나는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재빨리 그 여관방을 빠져나왔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그것이 내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그녀에게로 향하게 했다. 나는 돌아갈 수 없었다. 이미 내 감정을 되돌리기엔 그녀에게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해 버렸고, 그녀는 너무 메말라 있었다. 그것은 동정심도 아니었다. 차라리, 동정심이라도 있는 여자라면 낳았을지 모른다. 그녀는 그저 호기심으로 나를 대했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오히려 내가 당한 기분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란 말인가? -
대체 누구의 소설에 이따위 말이 전개되는가? 이건 내 소설이다. 내 소설에서 나오는 그의 독백이다. 가능할까? 나는 그에 대한 내 상상력을 동원해, 그의 일기장을 들춰본다. 그렇다면, 나는 그렇게 메말라 있는 여자였을까? 둘 중에 누가 누구를 속였고, 누가 당한 것인가? 나인가, 그 남자인가? 나는 다시 머릿속이 혼란해짐을 느꼈다. 일단, 둘 다 속였고, 둘 다 속은 것은 틀림없다. 나는 그 남자의 말이 모두 거짓말임을 알았었고, 단 한 가지, 여자를 죽인 것만이 진실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 남자는 아직도 죽지 않고, 어딘가에서 다른 여자에게 또 다른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겠지? 문득, 나의 껍데기가 궁금해진다. 인간의 복제기술은 이미 옛날에 발표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기의 복제까지도 가능하다. 복제가 아닌 것은 없다. 나란 인간도 복제인간이다. 다만, 나는 복제할 때 유전인자의 결핍으로 탄생한 기형아인 것이 조금 다를 뿐이다. 그 남자가 죽인 것이 또 다른 나였다는 것을 그는 알까? 만약, 이것이 소설이라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현실은 그렇다. 그와 내가 만난 필연적이고 유기적인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내가 그를 그렇게 만났다는 사실조차 말도 안 되거니와, 그로 인해 내가 이토록 성공할 기반이 다져졌다는 것은 더욱 더 어설프고 억지스런 구성이리라. 그래서 나는 회고록을 쓰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의심이 많은 사람들은 분명, 그것이 사실이냐며,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을 것이고, 나는 그것이 정말이며, 일체의 허구도 허용되지 않았다며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느라 바쁠 것이다. 그렇게 시달릴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한 것이다. 소설의 형식을 빌면, 그런 사실을 떠벌리지 않아도 좋을 터였다. 꼭 사실을 그대로 쓸 필요는 없다. 필연적 구조로 따져서 적당히 조합하면 아무도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 형식엔 사실도 있지만, 유기적인 구조를 필요로 하는 필연적인 사건을 집어넣어야 한다. 그것이 소설의 장점이다.
소설을 쓰다 보니, 나는 이 소설은 시작할 때부터 잘못된 것이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와 나의 만남에서부터 그와 내가 이별하기까지의 구조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우연적일 뿐만 아니라, 그 남자와의 재회, 또 소설의 뒤끝을 매끄럽게 할 수 없는 단점, 그 밖에도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세상에는 모든 것이 다 가능하다. 특히, 그것이 소설에서라면, 더욱더 실현가능한 현실이 될 것이다. 문제는 소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은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은 소설에서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은 소설에서도 없어야 한다. 그 한계란 결코 깨뜨려지지 않을 것만 같다.
- 박사님, 아직 원고 멀었습니까? 이거 이러시면 안 됩니다. 마감날짜가 벌써 지났는데, 저희 입장도 좀 생각해 주셔야지요? 위에서는 빨리 받아오라고 난리치고. 예? 예, 내일까지 꼭 좀 부탁합니다. 내일은 정말 갖고 나오셔야 합니다. 예, 내일 어디요? 아, 직접 오시려구요? 예, 그럼 오후 2시 안에 꼭 가져오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나는 이미 죽어있는 상태다. 오늘은 밤을 새워서라도 원고를 완성시켜야 한다. 할 수 없다. 소설이 형편없더라도, 일단은 내고 보자. 지금으로선 별 방법이 없다.
- 어머니는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쯤,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죽음은 예고된 것이었다. 임무가 완수된 것이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진학하게 되자, 어머니는 사형대에서 돌아가셨다. 22년 동안 미루어왔던 사형을 집행하게 된 것이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죽였다. 그러므로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것이다. 아버지를 죽인 이유는 단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펴, 아기를 갖게 했다는 것이고, 그 아기의 복제인간이 나다. 내가 복제되었을 때에는 그 아기는 이미 성장해가고 있었으니, 아버지가 바람을 핀 것이 언제인지는 잘 모른다. 어머니는 몇 년이나 그 사실을 몰랐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아버지를 죽인 것이다. 그때 마침, 복제기술이 개발되었을 때다. 어머니는 이어, 그 여자를 죽였다. 그러나 그 아이만은 죽이지 않았다. 그 아이를 죽이기 전에 체포되었다. 경찰은 의외로 타협을 원했다. 그것이 나를 탄생시킨 원인이다. 나는 그 사실을 어머니가 사형대에 끌려가기 전에야 알았다. 내가 복제인간이었다는 사실조차도 말이다. -
소설을 쓰다 보니,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이제는 구분이 가지 않는다. 내가 소설 속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하면, 현실에서도 정말 그렇게 된 거였군, 하고 생각하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그것이 버릇이라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버릇이 가장 적당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드디어 소설을 마쳤다. 나는 더 이상 이 소설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았다. 소설의 필연성이 결여되어 있거나, 현실성이 결여되었다면 결여된 대로, 그것은 내가 실제 겪었던 일이라고 하면 된다. 만약, 현실적으로 그것이 정말 가능한 일이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건 소설이지 않느냐? 라고 반문하면 되는 것이다.
날이 밝았다. 이제는 출판사에 원고만 갖다 주면 된다. 나는 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판사로 갔다. 날은 밝은데, 몹시 피곤하다. 그 피곤함은 별거 아니다. 적어도 그 뒤에 내가 겪은 피곤함에 비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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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 의문이 가는 부분이요, 대학 3학년 때에 말이죠, 어머니 수입이 그리 많은 편도 아니었을 텐데, 그렇게 여유가 많았던가요? 그것이 주 수입원이란 말씀은 사창가를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박사님, 복제인간이란 것을 아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박사님, 어머님께서 사형이 늦어지신 건 박사님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과연 그 계약이 옳은 것이었을까요? 거기에 대해서, 박사님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예를 들어 말이죠, 이미 22년이나 지난 후에야 사형을 집행한 것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어머님께서 당신에게 고마워하셔야 한다고 생각은 안하시는지요?”
“박사님, 아기를 낳으실 수 있다고 하는데, 박사님이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게 사실인가요? 그리고 그걸 어떻게 아셨죠?”
“박사님의 인생은 대학 3학년 때 만난 낯선 남자에서 바뀌게 되는데, 정말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쓴 겁니까? 아니면, 직접 체험하신 걸 그대로 옮긴 건지요? 정말 그 남자가 그렇게 박사님을 대하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그리운 껍데기”는 작품의 제목 그대로 “껍데기를 그리워”하는 한 성공한 여자박사의 개인적인 체험을 소재로 한 형편없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언뜻 보면, 그럴 듯하게 비춰지는 구석이 많아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곳이 부분적으로 눈에 띄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이 소설의 흠은 눈에 띄게 찾아볼 수 있다. 작가는 그 부분을 일부러 드러낸 듯 보이나, 그러나 그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작가의 무성의함이 부각되는 부분들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과 운명의 남자가 만나는 순간부터 인위적이고 필연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시종일관 이 소설은 회고록을 빙자로 한 우연성을 남발하고 있다. 』
『이 소설은 비록, 우연성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긴 하지만, 인간의 내면을 성실하게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살만하다. 이 소설의 묘미는 오히려, 그 우연성에 있다. 우연이 우연을 낳으면, 그것은 자동적으로 필연이 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그 우연성을 주인공의 심리로 내비치는 데 성공했다는 데에 높은 평가를 살 만하다.』
-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그리운 껍데기”의 작가 모모 박사는 일체의 질문을 모두 거부하며, 가해자의 최대권리인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그 스스로 죄인인 것처럼 발표했습니다. 이에, 기존 문인들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종전까지, 찬반양론에만 치우치던 기존 문인들은 모모 박사의 최근 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각자 저마다의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문제는 모모 박사가 발언한 “가해자의 최대권리인 묵비권”이란 말에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M 뉴스 특별기획 코너에서는 모모박사의 발언이 그리 중대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결론이 이르러, 이만 줄이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가해자의 최대권리인 묵비권?”
“그게 무슨 말이지?”
“그럼, 모모 박사가 가해자란 말인가?”
“여태 모르셨어요?”
“뭘 말인가?”
“뉴스에서 쉬쉬하는 이유는 뻔하잖아요.?”
“뭔데 그러나? 말 해보게.”
“조만간, 모모 박사도 처형될 거래요.”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인가?”
“모모박사의 뉴스가 안 나오는 건, 국민적 반감을 우려해서구요,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이미 그 정도는 짐작이 가는 거지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구요. 반란죄인가가 적용된다던데요?”
“반란죄? 정말 엉뚱한 말이군. 소설 하나 썼다구, 반란죄로 사형을? 좀 심한데. 뭔가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궁금해 죽겠군.”
그러나 아무도 모를 것이다.
때로는 모르는 것이 낳을 때도 있고, 알아서는 안 되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감추면 감출수록, 알려고 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껍데기를 벗어버리면 이제는 그 사람을 알았다고 하고 더 이상 알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오만이다. 알면 알수록 어려워지는 게 사람의 마음이고, 그래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나 자신이 이렇게까지 확신할 수 있다는 것이 두렵다. 이것 또한 오만으로 비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정확하게 말하면, 반란죄의 누명을 쓴 것이다. 나의 운명을 바꾸어놓았던 그 남자가 나의 운명을 또다시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는 거대한 정부를 상대로 반란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수놓았던 그 수많은 여자들이 모두 반란죄의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 중 대부분은 풀려났지만, 몇 명은 정식으로 자백을 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소설은 소설에 불과하다. 그것을 현실과 연관 지을 순 없다. 현실은 그렇게 냉혹한 것이다. 경찰은 나를 핵심간부로 지목한다. 어쩌면, 그것이 진실인지도 모른다. 아니, 진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기도 하다. 아니, 정부를 바꾸자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내게 질문을 해댄다. 그것 또한 권력의 남용이다. 비평가라는 권위 아래서 내게 질문을 하고, 기자라는 이름하에 질문을 한다. 경찰은 경찰이라는 권리 때문에 질문을 한다. 또 나는, 내 소설에 대해서 질문을 한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고, 질문하고 답하고……
그러면서, 나는 껍데기가 그립다는 생각을 한다. 차라리, 내가 알맹이를 보여주지 않았던들, 그 수많은 질문들이 내게 부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편의 글이라는 것이, 이렇게 내 자신을 뒤흔들어 놓을 줄은 몰랐다. 나는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낙엽이 떨어지고, 내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사형 날만을 기다리면서 난, 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한다.
- 대학교 3학년 때 나는 사창가에서 일하지 않았다. 나는 권위 있는 사람과 권력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것이 나의 수입원이었다. 그 중에는 권력이 높으신 양반도, 돈이 많은 양반도 있었다. 나는 그들의 휴식처가 되었다. 그들은 나를 좋아했다. 술, 담배, 당구, 춤, 대화, 안마, 섹스. 이 일곱 가지 모두에 능한 나에게 누구든 녹아들었다. 어느 날은 두 세 번씩 상대를 바꾸어야 할 때도 있었다. 체력은 자신 있었기에 덕분에 나는 많은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그 모든 돈이 권력과 재산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나는 전혀 부끄러움 없이 그런 돈을 벌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아기를 낳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 가능했다.
나는 지금, 그 아이가 누군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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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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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은 성경전체 통독을 두 번 이상 하셨습니까?
- 한 질문당 한 페이지 – 이미지로 구성 (편집을 좀 해서 투고)
2) 당신은 저의 추천도서를 최소한 한번 이상 훓으셨습니까?
3) 당신은 상담에 관련된 책을 50권 이상 읽으셨습니까?
4) 당신은 카피를 3가지 이상 써 본 적이 있으십니까?
5) 당신은 시를 30편 이상 써 본 적이 있으십니까?
6) 당신은 소설을 3편 이상 써 본 적이 있으십니까?
7) 당신은 시집을 100권 이상 읽으셨습니까?
8) 당신은 소설을 50권 이상 읽으셨습니까?
9) 당신은 일기를 1년 이상 매일 써 본 적이 있으십니까?
10) 당신은 사색을 자주 하십니까?
11) 당신은 가끔 산책을 하십니까?
12) 당신은 혼불을 읽으셨습니까?
13) 당신은 추리소설을 30권 이상 읽으셨습니까?
14) 당신은 기독교서적을 20권 이상 읽으셨습니까?
15) 당신은 기도를 살아오면서 최소한 100시간 이상 하셨습니까?
16) 당신은 상담소나 건강지원센터에서 일반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으십니까?
17) 당신은 영화관련 도서를 30권 이상 읽으셨습니까?
18) 당신은 영화잡지를 가끔 보십니까?
19) 당신은 영화에 대한 리뷰를 3번 이상 써본 적이 있으십니까?
20) 당신은 영화를 30편 이상 보셨습니까?
21) 당신은 찬양을 살아오면서 100시간 이상 하셨습니까?
22) 당신은 음악을 자주 (30인 이상) 들으십니까?
23) 당신은 명언집을 한 권 이상 읽으셨습니까?
★ 이와 같은 조건을 이행하였다면 다음의 사항을 철저하게 검토해 보십시오. 다음과 같은 조건에 해당한다면, 당신은 자격이 없습니다.
24) 혹시, 당신은 무언가에 또는 누군가에게 집착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25) 당신은 무언가에 또는 누군가에게 욕심을 부리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26) 당신은 지금 다른 사람을 경시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27) 당신은 다른 사람은 되는데 나는 왜 안 되냐고 투덜대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28) 당신은 다른 사람이 지옥갈까 봐 걱정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29) 당신은 자신의 결점이 안 보이십니까?
30) 당신은 자신이 잘못해 놓고 다른 사람을 탓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상의 사항(24~30)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다음의 사항을 다시 한 번 검토해 보십시오.
31) 당신은 집착과 사랑의 차이점에 대해서 아십니까?
32) 당신은 욕심부리는 것과 욕심부리지 않는 것의 차이점을 알고 계십니까?
33) 당신은 누군가를 진정으로 걱정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34) 당신은 자신이 잘못한 것과 다른 사람이 잘못한 것을 구분하실 수 있으십니까?
35) 당신은 겸손과 자만의 차이점에 확실히 알고 계십니까?
36) 당신은 정말로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까?
37) 당신은 정말로 집착하지 않습니까?
★ 위와 같은 모든 조건을 이행하고 그리고 철저한 검증을 거친 후, 다음을 마지막으로 점검해 보십시오.
38) 당신에게 돈 100억 있다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 1차 합격하신 분은 다음과 같은 숙제가 시작됩니다. 숙제는 볼펜으로 쓰셔야 합니다.
<신통한이 내는 첫 번째 과제-(1) 입술+발가락>
오늘 할 수 있었던 일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오늘 할 수 있었던 일 중에서 가장 슬펐던 일은?
오늘 할 수 있었던 일 중에 가장 지루했던 일은?
오늘 할 수 있었던 일 중에 가장 미치겠다고 생각했던 일은?
오늘 할 수 있었던 일 중에 가장 젊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일은?
<신통한이 내는 두 번째 과제-(2) 발가락 ‘섬’>
사랑 마음 연애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단어를 골라 떠오르는 대로 쓰세요.
사랑 마음 연애를 다 합쳐서 말할 수 있는 사물 하나만 쓰세요.
사랑 마음 연애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사랑 마음 연애는 무엇일까요?
사랑 마음 연애는 누구와 해야 할까요?
사랑 마음 연애는 누구와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사랑 마음 연애 중 어느 단어가/누가 가장 아름다울까요?
사랑 마음 연애 중 실수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랑 마음 연애는 어떤 것이/어떤 것을 사랑하게 되었을까요?
<신통한이 내는 세 번째 과제-(3) 입술-기분좋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은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식사는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차 마시기는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오락(게임기)은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지도보기는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슬픈 노래를 부르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산책은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하나됨은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가장 좋았던 추억을 한 글자로 써 주세요.
[기본 1차]
이름 // 슈나이더·블로일러에 대한 새로운 해석 // 사람에 대한 글 // 사랑에 대한 글
[기본 2차]
① 면봉 / 칫솔 / 비누 ⇒ 3가지 소재 다 포함해서 시 쓰기
② 세미나 / 20여명 / 가능성 ⇒ 아무거나 하기
③ 직업훈련원 모델 작성
[기본 3차]
① 페인트, 비누, 눈, 수시
1) 각각의 상징
2) 각각이 갖는 의미 4가지씩
② English
③ 자만, 탐욕, 음란, 분노, 대식, 질투, 나태
1) 7가지 통합하여 글쓰기 (한편 – 분량 자유)
2) 각각의 주제로 1편씩 글쓰기 (7편)
[기본 4차]
① 가능성 / 죽음 / 생사관련 ⇒ 아무거나 하기
② 사람과 이별에 관한 요리 하나 만들어보기 ⇒ 사진 찍기
③ 집과 회사 / 가족과 건강 / 시인과 소설가 / 요리와 사물
⇒ 이 중에서 택일하여 아무거나 해주세요
[초급 1차]
신통격에 대한 보고서 (3자 이내로)
[초급 2차]
① 성숙 / 사랑 / 음란 / 대식 / 나태 (아무거나 해 보세요)
② 삶에서 인내력을 경험했던 순간을 말로 해 보세요.
③ 집–발-금-손-등-말 ⇒ 관련된 추억을 한 단어로 표현하세요
④ 발과 손 / 몸과 마음 / 음식과 사물
1) 각자 연관 지어 의미 파악하고 해석하기
2) 세가지 다 연관 지어 의미 파악하고 해석하기
예시) 1) 발과 손은 몸의 일부다.
예시) 2) 발, 손, 몸, 마음, 음식, 사물은 사랑의 형체이다. 왜냐하면…
[초급 3차]
집과 회사 / 가족과 건강 / 시인과 소설가 / 요리와 사물
⇒ 이 중에서 택일하여 아무거나 해 주세요
★ 2차까지 합격하신 분은 마지막 3차 테스트가 있습니다.
1)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 [시가 올 때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 3가지는?
2)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 [문장이 내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 3가지는?
3)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 [한 줄의 울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 3가지는?
3)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 [신다의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 2가지는?
4)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 블로그 또는 카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 10가지는?
5)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 [신다의 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 3가지는?
6)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 [리뷰]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글 3가지는?
7)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을 한 장 이상 분량으로 쓰세요.
(워드 또는 아래아한글 허용)
8)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에 올라와 있는 글 중 가장 재미있었던 글 10가지를 쓰고 그 중 한 가지를 골라 자기 스타일대로 꾸며 보세요. (워드 또는 아래아 한글로 꾸며보세요)
<과제도 있습니다.>
[중급 1차]
각자 알아서 보고서 3장씩 쓰기 (형식 및 내용 절대 자유)
[중급 2차]
꽃, 성숙, 사랑, 귤
⇒ 4가지 다 들어가게 해서 소설 쓸 것(허구이어야 함) {형식 및 내용 및 볼펜 자유}
[중급 3차]
여섯 명 이상한테 엽서 쓰기
[중급 4차]
English (작문 하나) ~ 한 두 페이지
[중급 5차]
산/바다/강/나무/발/손/시/글/바람/구름/금/물/소리/성숙/김/시장/굴/그림/길/귤
⇒ 자유롭게 무엇이든 (10장 이상의 보고서일 때만 워드작업 허용)
[고급 1차]
잠과 일에 대하여 글로 써보기
[고급 2차]
여행 온 사람과 교제하는 법
[고급 3차]
귤과 사랑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 귤과 사랑에 대한 관계는 어떤 관계일까요?
[고급 4차]
A와 B가 같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 A와 B는 임의로 정하고 A와 B에 대한 성격 및 인물묘사를 함께 해야 한다.
[고급 5차]
지금까지 한 숙제를 모두 종합한 느낌을 한 문장으로 정리 하세요.
52자 이상이어야 합니다.
★ 3차 테스트까지 통과하신 분은 마지막으로 다음을 점검하십시오. 아래의 점검이 끝나면 당신은 신통한 다이어리의 세계에 입문하시게 됩니다. 아래의 테스트 역시 통과하셔야 합니다.
1) 당신은 파워포인트, 워드 또는 아래아한글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다룰 줄 아십니까?
2) 당신에게는 지금 현재 당신이 받을 수 있는 이메일이 있습니까?
3) 당신에게 자신만의 색깔로 꾸민 한 권의 노트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당장 복사해서 여분을 만들어 놓으십시오. 그리고 그 노트에 당신의 필명과 이름을 기록하십시오. 그 노트가 어디에 있든 당신은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실 것입니다. 그 노트가 당신에게 기적을 일으킬 것입니다. 그 노트에 당신의 인생이 기록될 것입니다. 신통한 다이어리와 함께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실 것입니다. 당신은 그만큼 소중한 생명입니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한 번 더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원하십니까?
● 추천도서
- 신통한 다이어리 전창수의 모든 글
신통한 다이어리에서 알립니다 - 부록
하나님이 보시기에 정말 당신은 두고 보기에도 아까운 사람입니다 – 장경동 목사
<신통한다이어리에서 알립니다>의 조건을 모두 이행하셨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충분히 일할 만할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것이 있다구요? 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충분히 실무자로서의 자질을 갖추셨습니다. 무엇을 더해야 할지 잘 감이 안 오십니까? 신통한 다이어리에서 그 감각을 익혀 드리겠습니다.
1) 당신은 모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십니까?
2) 당신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십니까?
3) 당신은 제 2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십니까?
이와 같은 조건을 갖춘다면 당신은 이제 실무자로서의 길을 들어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을 느끼십니까? 당신은 자질뿐만 아니라 능력도 갖추신 분입니다. 무엇이 더 필요한지 아직도 모르시겠다구요? 신통한 다이어리는 언제나 친절하게 당신의 안내서가 되어 드립니다.
1) 당신은 스포츠를 좋아하십니까? 야구나 축구 농구 배구 또는 하키 등, 그 어떤 스포츠든 좋아하는 것 한 가지는 있으셔야 합니다.
2) 당신은 스포츠를 보고 글을 써 본 적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능력이 뛰어난 분이시라는 생각이 점점 드는군요.
3) 당신은 외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자막을 보지 않으려 노력하십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틀림없는 실무자로서의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4) 당신은 웃기는 이야기를 3가지 이상 아십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이제 첫 번째 면접에 응하시게 됩니다.
5) 당신은 웃기는 이야기를 면접관에게 하실 수 있습니까? 당신의 스타일대로, 당신만의 방법으로 당신만의 철학을 담아서 하실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이제 비로소 신통한 다이어리의 훈련생으로 입문하시게 됩니다.
6) 당신이 훈련생이 되시면 그때부터 더욱 더 깊고 넓은 사고의 세계를 탐험하셔야 비로소 교육생이 됩니다.
7) 당신은 몇 종류의 일을 경험하셨습니까? 서비스직, 사무직, 노동직. 계산직. 당신이 이와 같은 경험을 이미 하셨다면 당신은 교육생입니다. 그러나 경험하지 않으셨다면 당신은 훈련생입니다.
이와 같은 조건을 당신은 모두 이행하셨습니까? 자신의 양심에 대고 스스로 맹세할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이제 다른 사람에게 말하십시오. 나 하고 싶다고! 뭔가 하고 싶다고! 나 열심히 뭔가 하고 싶다고! 당신의 자신감이 당신의 인생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시작하십시오. 당신의 인생설계를. 노트에 해도 좋고 자판을 두드려도 좋습니다. 당신 인생의 변화를 느껴 보십시오. 당신은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당신은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신통한에서 알립니다 – 숨은 페이지 1 -
당신이 훈련생과 교육생의 과정을 모두 마치셨습니까? 이제 비로소 당신은 이력서를 제출할 때가 된 것입니다. 이력서를 검토하여 당신이 합격한다면, 당신은 비로소 신통한 다이어리의 실무를 위한 1차 시험에 응하시게 됩니다. 이력서에는 자기소개서를 A4용지 3장 이상 쓰셔야 하며, 또한 자신이 독서했던 것 중에서 가장 마음에 닿는 글이나 구절 30개 이상 적으셔야 합니다. 이력서에 합격하신다면, 1차 면접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주어집니다.
1)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광고를 파워포인트로 지금 표현해 보십시오. (1시간)
2) 당신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어떤 말씀을 아이에게 해주시겠습니까? 이 아이는 당신의 친자식입니다. (1시간)
(1) 아이는 15살 이하이다. 그 아이가 물건을 훔친 것을 당신이 보았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2) 아이가 15살이 넘었고 아직 미성년자다. 그 아이가 술을 마시기도 하고 담배를 피기도 한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3) 아이가 어느 날부터 당신을 슬슬 피하고 있다. 그 아이에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3) 지금 즉석에시 시를 한편 지어보십시오. (1시간)
4) 지금 떠오르는 영화에 대해서 즉석에서 재구성을 해보십시오 (1시간)
2시간 시험 20분 휴식 2시간 수업이 이어집니다. 모든 시험은 컴퓨터 앞에서 이루어집니다. 1차 시험의 결과는 3시간 이내에 이루어지며, 1차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주어집니다. 심사하는 동안 당신에게 식비와 교통비가 지급되므로 맛있는 식사를 하시고 오시면 됩니다.
1) 기독교 관련 서적 중 한권을 읽고 A4용지 3장 내외로 독서 감상문을 작성하십시오. (컴퓨터 작업 허용함)
2) 지금까지 작성해온 자기만의 노트를 복사해서 보여주십시오. 불가피한 경우(노트와 복사본 모두 분실시), 워드 또는 파워포인트로 재작업한 것을 프린터해 오셔도 되나, 자신이 직접 필기했다는 것을 증명하실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노트의 분량은 세권 이상, 권당 100P 이상이어야 합니다. 노트에는 4색 이상의 색깔이 들어가야 합니다. (워드 또는 파워포인트로 재작업했을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3) 성경에서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44구절 이상 볼펜 또는 플러스펜으로 적어오십시오. 한 줄도 한구절로 인정합니다.
4) 마음에 와 닿는 시 10편 이상을 선정해 오십시오. (컴퓨터 작업 허용함)
5) 통과하신 분에 한하여, 1주일 후에 2차 시험이 있습니다. 2차 시험은 과제를 제출하신 분에 한하여 진행됩니다.
신통한에서 알립니다 - 숨은 페이지 2 -
당신이 1차 시험을 통과하시고 주어진 과제까지 완수하였다면 당신은 이제 2차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2차 시험은 딱 한 문제만 주어집니다.
1) 4시간 동안 당신이 하고 싶은 무엇이든 표현해 보세요. 워드로 하셔도 좋고 파워포인트로 하셔도 좋고 한글 또는 엑셀 컴퓨터에 있는 무엇이든 좋습니다. 다 하시고 난 후 컴퓨터에 저장 후 메일로 띄우는 것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 가능하면 프린터도 해주세요. 당신의 마음은 당신에게 열려 있으셔야 합니다. 쉬는 시간은 총 30분입니다. 쉬는 시간은 스스로 조정해 주세요. 쉬실 때는 쉬신다고 감독관에게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중간에 다 했다고 나가시면 불합격 처리됩니다. 다 하든 못하든 네시간을 채우셔야 하고 다 못하셨다 하더라도 네시간 동안 한 작품으로 심사합니다. 작품의 완성도가 당신의 합격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그동안 살아온 흔적, 그동안 노력했던 삶들, 그리고 당신이 기획하고 창조했던 모든 것이 여기에 들어있어야 합니다. 당신은 하실 수 있습니다. 놀라운 기적의 세계가 당신을 안내할 것입니다. 당신은 분명 하실 수 있습니다. 당신은 정말 하나님이 보시기에 두고 보기에도 아까운 사람입니다.
2) 당신이 2차 시험을 통과하셨다면 이제 당신에게 주어지는 과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2차 시험을 심사하는 데에는 최소 1주일, 길게는 한 달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 시험을 통과하신다면 당신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과제는 당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 소설로 풀어내는 것입니다. 최소한 A4용지 20장 이상 분량이어야 합니다. 2차 시험을 심사하는 동안 당신이 소설을 완성시킨다면 심사는 바로 진행될 것입니다. 그러나 소설을 완성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은 탈락의 고배를 마실 것입니다.
주의하십시오.
소설을 완성시켰다고 해서 당신에게 합격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당신이 합격만을 바라보고 이 삶을 완성시키신다면 당신은 탈락입니다. 당신이 합격이 아닌 자신과 타인의 행복을 위해서 이 삶을 완성시키셨다면 당신은 합격입니다. 이 소설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 드린다는 것을 믿으십시오. 그리고 그 삶을 향해 달려가십시오. 당신은 행복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 삶의 소설에 지금 도전하십시오!
홀로나기
전창수 지음
1.
그래요, 전 혼자 삽니다. 혼자 사는 데, 당신이 저에게 보태준 것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잠자코 내 말 좀 들어 보시라구요! 저에겐, 봉양해야 하는 부모가…… 없습니다. 처자식? 또는 어딘가 아픈 동생? 키우지 않습니다. 잠깐, 잠깐! 그렇다고 제가 부모가 안 계시다는 말이 아닙니다. 저의 부모는 정말로 정말로, 열심히 공무원으로 근무하시다가 정년이 되어 퇴직한 후에, 편안한 노후를 보내시고 계십니다. 동생도 있냐고요? 네! 있습니다. 동생은 학비 걱정 같은 거, 미래 걱정 같은 거 안 하고, 현재를 즐기면서 살다가 프로그래머로 성공했고, 이미 결혼이라는 걸 하고 해외에서 살고 있어요.
저는 왜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살고 있냐구요? 저는 왜 인생을 즐기지 않냐구요? 아주 오래 전, 부모님께서 저를 포기 하셨듯, 저도 결혼이라는 걸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제가 문제아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저는…저는…저는…
치킨이 다리가 하나여도 웃을 수 있는 무한 긍정 마인드를 지닌… 아니 아니, 그건 제가 아니라 동생입니다! 제 동생과는 딴판으로 저는 무한한 날카로움이 저의 무기입니다. 누군가 제게 말을 걸면, 저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 사람을 쏘아보곤 합니다. 그런 저를 부모님이 포기하셨던 건 너무도 당연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겨우 그걸로 저를 포기했겠어요? 다른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부모님께서 이 말을 하기 전까지는 제가 부모님으로부터 포기당한 존재란 것도 몰랐습니다.
“넌 어쩔 수 없는 아이구나…”
왜일까요. 나는 왜 부모님이 포기했을까요. 아직도 저에겐 의문입니다. 아니아니,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시라니까요. 그냥 가시면 어떡하십니까? 저도 나름 열심히 살아 왔다구요! 저의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구요! 제발, 제 말을 끝까지 들어봐 달라구요! 제발!!!
2.
혼자 산다고 인생을 즐기지 않는다고 오해하셔서는 아니 됩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신문에 투고를 하기도 하고, 가끔 칼럼을 의뢰받기도 하지요.
제가 주로 쓰는 글은 혼자 사는 남자에 관한 것입니다. 제가 쓰는 글의 제목이 뭐냐구요? 그건, 영업상 비밀이라 밝힐 수가 없어요. 그럴 거면 뭐 하러 말하기 시작했냐고요? 이보세요! 저보고 말하라고 했잖아요. 아, 제가 붙잡긴 했지만, 시작은 당신이 했잖아요! 아무거나 좋으니, 제발 혼자 사는 삶에 대하여 말하라며요!
아, 미안해요. 신경질 낸 건 아니에요. 화를 내는 건 더더욱 아니구요. 그냥, 사실을 사실대로, 진실은 진실대로 말하려고 하는 것 뿐이예요. 저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으니까요. 헌법에 명시되어 있잖아요! 모든 국민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혼자 산다고 가끔 무시하는 사람도 있지 않냐고요? 여보세요, 언제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요즘처럼 혼자 사는 사람이 전 가구의 3분의 1인 시대에, 그렇게 무시했다간 큰일 날 수도 있다는 걸 아직 모르시는군요!
아아, 미안해요. 제가 당신을 무시한 건 아니예요. 다만 저는, 제가 살아가면서 저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끔 느끼곤 해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서 살아간다는 게,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니까요. 가끔, 심심할 때도 있고, 사람이 그리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은 걸요! 제가 집에서 무얼 하든 아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으니, 저는 정말 행복하게 하루하루 살고 있어요. 물론, 가끔 어머니께서 전화해서 취직은 안 하냐, 결혼은 안 할 거냐, 집안 청소는 잘하고 있냐, 등등 이제 다 자라서 잔소리가 들릴 리 없는 중년의 남성에게 시시콜콜한 잔소리를 늘어놓기는 하지만, 그것은 정말 사소한 일일 뿐이예요. 그 사소한 일에 일일이 신경 쓰면, 혼자서 살기 힘들어요.
혼자서 살기에 가장 좋은 게 뭔지 아세요? 바로, 웬만한 일에는 무덤덤해진다는 거예요. 옆집 강아지가 시끄럽게 짖어대어도,‘훗훗, 짖고 있군’, 하고 웃으며 그 소리를 경청하게 되죠. 가끔, 지나가던 사람들의 고함 소리가 들려와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게 되고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가 꼭 반가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싫은 것도 아니에요. 누가 뭐랄 사람 없으니, 마음도 여유로워지네요. 아, 왜 쓸데없는 얘기만 잔뜩 늘어 놓냐고요? 나 참! 이게 왜 쓸데없는 얘기예요? 나는 긍정적인 삶으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만큼 쓸 데 있는 얘기가 또 어디 있어요?
3.
뭐라고요? 성욕은 어떻게 해결 하냐고요? 혼자 사는 남정네에게 그게 뭔 망발이래요. 뭐, 어차피 기왕 얘기가 나온 거 한번 썰을 풀어볼까요? 불편하지 않으시겠어요? 뭐, 저요? 저는 한 번도 그걸 해 본 적이 없어서. 아, 그거요? 그거요, 그거! 자위 말고! 꼭 말로 해야 알아요? 그래서, 전 여자에 대해서 잘 모른답니다. 그래서 혼자 살 수 있는 것 같다구요? 그건 또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래요?
아, 미안해요. 욕하려던 건 아니예요. 어떤 얘긴지 궁금해 미칠 것 같다구요? 참, 역시 그 얘기를…
저, 어느 날부터 그게 안 선 거예요. 그래서 오랫동안 그걸 못했어요. 그게 아니라, 그거요! 섹스 말고 마스터베이션을 못 했다구요! 무려 3년 동안이나요. 그래서 그동안은 아무 의욕 없이 지냈죠.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몰랐거든요. 욕구가 해소가 안 되니, 늘 신경질적이 되고, 매사에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는 거예요. 식탐만 늘어가서 살은 계속해서 무럭무럭 찌는 거예요.
그렇게 자꾸만 살이 쪄 가던 어느 날부터는 양말을 신기가 너무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그때 결심했죠. 살을 빼기로. 그날로 운동을 시작했어요. 매일 30분 이상 밖에 나가 운동을 했지요.
안 귀찮았냐구요? 귀찮았는데, 그것보다 더 힘든 게 양말을 못 신는 거였어요. 이놈의 배를 빼야 양말 신는 발이 보일 텐데, 도무지 이놈의 발은 보일 기미가 없는 거예요.
그러기를 1년쯤 했나요? 갑자기, 이런 책이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란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놓을 수가 없더라구요. 책의 끝 부분에 이런 문장이 나오더군요!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이 문장 때문에 그 후부터 저는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했어요.
근데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란 책을 언제 읽었는지 어떻게 읽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요. 그냥, 기적처럼 그 책이 어느 날 내게 왔고, 그저 그 책을 읽은 후에는 미친 듯이 책을 읽었다는 것밖에는.
신기한 건 여기서부터예요. 그렇게 미친 듯이 책을 읽다 보니, 그게 서기 시작하는 거예요. 도저히, 끓어오르는 욕망을 참을 수가 없어서 저는 그 짓을 하고 말았어요. 그때부터 저의 성생활은 다시 시작된 거예요. 물론, 혼자서요!
결혼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중년의 남성과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중년의 처녀가 얼마나 되겠어요? 애초에 그건 욕심일 뿐이예요.
인연이 있을지도 모른다구요? 그런 환상을 꿈꾸는 대신, 지금 제가 할 일에 충실하겠어요. 전, 아직 혼자서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구요!
4.
밥을 굶고 다니는 건 아니냐구요? 그럴 리가요! 혼자 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입니다. 그래서 전 아침밥을 꼬박꼬박 먹어요. 물론, 간단하게 먹어요. 1회용 쌀떡국을 먹는 날도 있고, 가끔은 김치에다가 김을 추가해서, 물에다 밥을 말아먹기도 해요. 어떤 날은 반찬 집에서 사온 반찬에 대충 밥을 해서 먹곤 하죠. 그렇게 아침은 꼬박꼬박 챙겨 먹어요. 혼자 먹는 아침이지만, 정말 아침을 먹으면 그렇게 하루의 시작이 너무 편안해요. 제가 이렇게 행복하다는 걸, 아침을 먹으면서 깨닫는다니까요.
점심은 주로 사 먹어요! 제가 글쟁이라 보통 집에서 작업을 하는데요, 집에서 하루 종일 있기는 힘들어서, 주로 점심을 나가서 사먹고 오곤 하죠. 동네에 백반집이 여러 곳 있어요. 대학 식당도 있고, 가정식백반을 하는 곳도 있죠.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서 가는 곳이 달라지는데요, 이렇게 나가서 운동도 하고 백반을 먹고 들어오면 하루가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삶의 의미를 찾곤 하죠. 밥 먹는 데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이유가 뭐냐고요? 밥 먹을 때가 가장 즐거우니까요. 혼자 먹는 즐거움, 그것이 뭔지 알 사람은 안다니까요!
술은 하지 않습니다. 왜 술을 안 먹냐고요? 오래 전부터 교회에 다니기로 결정을 했거든요! 그래서, 그 후로 술은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아요. 교회 얘기 제발 하지 말아 달라구요? 안 그래도 할 얘기 없어요! 제가 그렇게 독실한 신자도 아니니까요. 저는 매우 불성실한 신자에요! 저는 매일 성경 세장씩을 읽고, 매일 30분씩 기도하며, 교회에서 하는 예배는 빠짐없이 참석하는 아주 불성실한 신자거든요! 뭐라구요? 그게 왜 불성실한 신자냐구요? 저는 봉사활동을 하지 않으며, 제가 기도하는 목적은 제가 하는 일이 잘 되길 바라기 위해서이며, 새벽기도를 나가지 않으니까요!
놀리지 말라구요? 아니, 먼저 얘기를 꺼내셔 놓고 놀리지 말라고 하면 저더러 어쩌란 말입니까!
아, 신경질 낸 건 아니예요! 그저, 제 말투가 원래 좀 그렇게 생겨먹었어요. 그러니까, 얘기 들으실 때 걸러서 들어주세요.
참, 밥 얘기. 계속할게요. 저녁은 주로 고기나 단백질 위주로 집에서 직접 해 먹습니다. 요리 잘 할 것 같다구요? 간단한 1회용 국에다가 고기는 후라이팬에 굽기만 하며 되며, 밥은 밥통이 알아서 해 주십니다. 요리라고는 계란 후라이와 라면 끓이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너무 삶이 단순한 거 아니냐구요? 그래서, 가끔 여행이란 걸 저도 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요? 그딴 거 없어요. 여행 가면 아무 생각 안 하거든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아무 생각 안 하고 와요. 그러고 나면, 인생이 참 살 만하구나, 즐겁구나, 느껴질 때가 많아요. 이리 사는 인생, 어라, 부럽다구요? 어, 어쩌지?
5.
아침에 늦게 일어나지 않냐구요? 그렇지 않아요. 저는 아침을 일찍 시작해요. 혼자 산다고 아무런 관리도 하지 않고, 그냥 대충 살 거라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 생각하고 계신 거예요. 혼자 살수록, 더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해야 하죠. 특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는 한 시간 동안은 아주 중요한 순간이죠. 깨어나서 한 시간 동안이 저한테는 가장 집중력이 좋은 시간이거든요.
저는 아침 먹기 전에 꼭 책을 한 시간 이상 읽고 아침을 먹어요. 새벽과 아침 시간이 가장 뭔가를 읽기엔 좋은 시간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존경스런 눈빛으로 바라보지 마세요. 제 마음이 이상해지잖아요!
그래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저 말하기로 하지요. 저의 하루일과가 어떻게 시작 되느냐구요? 말씀드렸듯 아침에 일어나 책을 읽고 아침을 먹지요. 그러고 나면 글을 쓰기 시작해요.
무슨 글을 쓰냐고요?
제 직업이 칼럼니스트니까 칼럼을 주로 쓰죠.
어떤 쪽의 칼럼을 쓰냐고요?
주제는 다양해요. 정치 이야기를 쓸 때도 있고,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칼럼을 쓸 때도 있고, 가끔은 요리에 대해서도 쓰죠. 아아, 잠깐, 잠깐! 그렇게 한꺼번에 묻지 마세요. 한가지씩만 해요! 제가 헷갈려서 안 돼요!
아, 정치요? 전 어느 쪽으로 치우친 이야기를 쓰지 않아요. 비판할 때는 비판하고 칭찬할 때는 칭찬하고. 네? 제가 참 훌륭하다고요? 어, 그렇게 말씀하시니… 몸둘 바를… 알겠습니다. 제가 참 칭찬에 강하죠? 네, 전 참 훌륭한 칼럼니스트라고 저도 생각해요.
사회적인 이슈는 무얼 다루었냐고요? 지금까지 가장 많이 다룬 것이 조현병에 관해서예요. 조현병에 관한 사회적 이슈는 그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 것인데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거죠. 조현병 자체가 범죄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는 게 의학계의 공통된 이론인데, 사람들은 단지 조현병 자체를 범죄의 원인으로 치부하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죠. 조현병에 걸린 사람들은 그렇기에 자신의 병을 더 숨기고 다니고요. 그러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치료를 포기하게 되어 사회적인 문제의 악순환이 일어나는 거죠.
아,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면 어떡하시나요? 네, 조현병이 있는 친구가 있으시다구요?
아, 몰랐네요.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제가 왜 죄송하냐구요?
그저,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제가 대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게요. 힘내세요.
요리도 할 줄 아냐구요? 아니요. 전, 요리를 할 줄 몰라요. 다만, 요리를 할 줄 아는 어떤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의 레시피를 제가 대신 글로 써서 신문사에 보내죠. 그 친구가 자신은 글재주가 없으니 자기의 요리법을 전수하고 싶다면서 신문에 투고 좀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 보길래 그러자고 했어요. 저는 대신 그 원고료로 그 친구 식당에서 자주 밥을 사먹곤 하죠. 친구는 글쟁이가 무슨 돈이 있겠느냐며 원고료의 일부를 달라고 하지도 않아요. 하하. 제가 좋은 친구를 두었다고요? 네, 좋은 친구를 뒀죠. 꽤 괜찮은 친구예요. 그러니까, 이미 결혼도 했고 애까지 있겠죠. 뭐, 결혼한 친구 중에는 제가 만나는 유일한 친구입니다.
6.
혹시, 결혼하고 싶거나, 여자 친구를 사귈 마음이 있지는 않냐구요? 많이 들어본 말이네요. 때로는 어떤 사람은 저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결혼해야 하지 않느냐, 여자 친구도 사귀어야 하지 않느냐고 고문 아닌 고문을 하곤 하죠. 그런데 솔직히 말할까요? 저도 사실 제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과연, 여자 친구가 있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결혼을 해야 하는 걸까? 아까 결혼할 마음이 없다고 한 건, 사실 진심은 아니었어요. 처음 보는 사람한테는 다 그렇게 말하거든요. 안 그러면, 이것저것 꼬치꼬치 호구조사를 하는 게 정말 싫거든요. 이렇게 저의 얘기를 들어주셔서 다 얘기하는 거예요. 정말, 마음 편하게 얘기할 수 있어 좋네요.
사실, 사랑에 대해서 모르게 된 지 오래 되었어요. 첫사랑에 실패하고 난 후, 저는 다시는 여자 친구를 사귀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상처가 커서 그런 거 아니냐구요? 아니요. 상처보다는,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의 감정수습이 힘들었다고나 할까. 또 다시 여자 친구를 사귀다 헤어지면, 그때는 감정수습을 할 자신이 없었어요. 헤어지고 난 후,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게 상처받은 거 아니냐구요? 저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렇게 쉽게 상처라고 말하면, 세상이 너무 쉬워 보이잖아요. 상처도 상처 나름 아닌가요?
그래도 한번 헤어진 것 때문에 상처를 받는 건 너무 심하게 비약한 거 아니냐구요? 어, 그러고 보니 그런가요? 혹시, 어렸을 때 받은 상처가 많은 것 아니냐구요?
글쎄요.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제가 무슨 상처가 있길래.
그저, 아버지가 저를 다짜고짜 팬 기억 외에는 없어요. 어머니는 자주 외박을 하셨구요. 뭐, 그거 외에는 특별한 것 없는데요? 네, 정신 상담을 받아보는 게 어떠냐구요? 제가 왜요? 혼자 산다고 해서, 다 상처받았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니라구요? 다 상처받아서 혼자 사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경우에는 그럴 수도 있을 거 같다구요? 혹시, 그 상처를 받은 사람이 저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심각하게 오해하셨네요. 저는 상처받지 않았어요. 저는 건강하게 잘 자라서, 생활비도 적절히 벌고 있고요.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어요. 혼자 살아도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없어요. 딱히 결혼할 생각도 나지 않구요. 여자친구가 그리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아닌 것 같은데… 왜 갑자기, 왜 갑자기…
네, 너무 편안해졌나 봐요. 눈물을 다 보였네요. 그래도 편하게 해 주셔서 고마워요. 속에 있는 걸 다 얘기하니, 조금씩 마음도 편해지네요.
7.
친척들은 안 만난 지 오래되었어요. 제가 특별한 직업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제가 글을 쓰고 혼자 살다 보니, 만날 기회가 좀처럼 없네요.
네? 사실대로 얘기하라구요. 그래요, 사실대로 얘기할께요. 제가 친척들 만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이런 일도 있었죠. 저희 큰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큰 어머니의 가족들은 저희에게 연락을 안 했어요. 제게는 물론이고, 부모님께도 안 했죠.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아! 종교. 종교 때문인 거 같기도 해요. 불교신자와 기독교신자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할까요. 저희 집안은 기독교 집안이예요. 저도 교회에 다닌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 큰 어머니는 불교신자예요. 그런데, 종교적 신념의 차이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그렇게 사이가 안 좋았던 건지, 저희 아버지와 큰 아버지와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요. 아마도 그래서 연락을 안 했던 것 같아요. 저도 굳이 만나야 할 이유를 못 찾아서, 그냥 안 만나고 있죠. 안 만난다고 해도, 별로 불편할 것도 없고요, 오히려 안 만나니까 더 편하거든요.
저희 큰 집은 돈을 잘 벌어요. 대형서점을 운영하시거든요. 그런데 근처에 프랜차이즈 서점이 들어서면서부터 운영이 힘들어졌죠. 손님이 그쪽으로 몰려갔거든요. 그런데 그래도 장사는 어떻게 되었나 봐요. 여전히 서점은 잘 운영되고 있어요. 무슨 비법이 있는지는 궁금한데, 물어보지는 않죠. 누구나 영업 비밀은 있는 것이니까요.
강연을 나갈 계획은 없냐구요? 미안해요. 저는 글을 그렇게 오래 썼지만, 강연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어느 곳에서도 강연을 한 적이 없어요. 강연을 왜 안 하냐구요? 우선, 저는 강연을 안 나가도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을 만큼 글을 쓰고 있고요. 제가 강연을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도대체, 강연을 안 나가도 될 만큼 돈을 벌려면 얼마나 글을 많이 쓰고 얼마나 유명한 것이냐고요?
글쎄요. 그것도 저만의 영업 비밀인데요. 살짝만 공개하면, 저는 다섯 개의 가명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 밝힐 수는 없어요. 친척들도 제가 글을 쓰는 사람인지 모르죠. 가명이니까요. 제 실명을 썼다면 알아봤겠죠? 친구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아, 친구들은 많이 있냐구요? 친척들은 안 만나도 친구들은 가끔 만나요. 가끔 만나서 볼링을 치든지, 탁구를 치든지, 당구를 치든지, 주로 공을 갖고 놀죠. 공을 갖고 놀다 보면, 글쓸 아이디어가 자주 떠올라요. 그래서 친구들과 노는 걸 즐기죠. 물론, 친구들은 제게 게임비를 내라고 하지 않아요. 친구들 말이 한결 같아요.
글쟁이가 무슨 돈이 있겠냐.
8.
근데요. 저는 이렇게 받는 게 많은데요. 사실은 저 아주 부자거든요. 벌어놓은 돈이 없어서 그렇지, 저는 제가 스스로 벌어서 산 제 명의로 된 집도 있고요, 아주 고급차는 아니지만, 급할 때 쓸 수 있는 조그만 자가용도 하나 있어요. 집도 넓어요. 제 사무실이 따로 없는 대신, 아까도 얘기했지만, 저는 집에서 주로 작업을 하죠. 서재가 있고, 침실도 따로 있어요. 창고로 쓰이는 방에는 운동기구도 하나 들여놓았죠. 집도 꽤 넓은 편이에요.
가장 마음에 드는 방은 책이 우르르 몰려있는 제 서재이지요. 저는 서재가 두 곳이예요. 한 방은 다 읽은 책을 모아놓는 방이고, 서재 하나는 아직 다 읽지 않은 책과 새로 산 책을 모아놓으면서 작업을 하는 방이죠. 저는 여기에서 주로 글을 써요. 방이 네 개라니, 놀랍지요? 네, 저는 이렇게 돈을 잘 버는 데도 계속 받기만 하고 있어요. 저를 끔찍이도 생각해주는 사람의 마음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아서, 제가 이렇게 부자라는 사실을 얘기하지 못해요.
친구들이, 그리고 제 동생이 제 집에 와 본 적 있지 않냐구요? 어,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알고 있는 걸까요… 제가 처음 집을 샀을 때 친구들과 집들이도 했었고, 제 차에 제 동생을 태운 적도 있죠. 그리고 제 동생 가족이 우리 집에 와서 자고 간 적도 있네요. 어, 내가 잘 산다는 걸 다 알고 있는데… 제가 잘 사는 거 같아 보이지 않았나요? 뭐가 문제지? 이럴 리가 없는데…
9.
저는 야구를 좋아해요. Z팀의 팬이죠. Z팀의 X를 좋아해요. Y팀의 전 선수였던 XM의 아들이란 점이 많이 작용했어요. 전, XM이 데뷔한 그 해부터 XM의 팬이었거든요. 그때는 Y팀의 팬이었죠. XM이 은퇴한 뒤에 더 이상 Y팀을 응원할 마음이 안 생기더라구요. 아, Y팀의 팬이었던 이유는 제가 태어난 곳이 그쪽이거든요.
X는 야구 너무 잘하잖아요. 그래서 좋아하기도 하구요. Z팀이 쓰는 구장이 지금 제가 사는 우리 동네랑 가까워요. 그래서 좋아하죠. 뭐,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이사 온 지요? 꽤 되었어요. 이미 10년도 넘은 것 같아요. 여기 온지는. 왜 왔냐구요? 독립하고 싶었어요. 독립을 하려고 집을 구하다 보니, 여기로 오게 되었네요. 야구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제 동생은 야구보다는 농구를 좋아하죠. 그래서 TV를 같이 본 기억이 없어요. 동생은 야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야구를 볼 때면 늘 방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있었죠. 중고등학생 시절의 얘기예요.
제 동생이 결혼하고 나서, 그리고 제가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각자의 자리에서 스포츠를 즐기고 있겠죠. 혼자 사는 데에 특별한 취미생활이 없다면 견디기 힘들 거예요. 그 점은 저도 인정해요. 혼자 사는데, 무력한 경우는 아무런 취미생활도 없을 때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야구를 자주 보죠. 1:1의 팽팽한 상황에서 제가 응원하는 팀이 점수를 내려 할 때, 또는 제가 응원하는 팀이 위기를 맞았을 때의 그 긴장감을 즐기죠. 물론, 매일 이런 순간만 있는 건 아니예요. 때로는 승부가 싱겁게 끝나기도 해요. 너무 싱거워서 재미없을 때도 있어요. 뭐, 야구란 게 그렇죠 뭐.
야구경기장에 가본 적은 있냐고요? 제가 대학교 시절에 두 번 가 봤어요. 확실히 직접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TV에서 보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너무너무 좋더라고요. 공이 배트에 맞았을 때의 경쾌한 울림, 투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포수미트에 빨려드는 퍽 소리. 생생한 체험이었죠. 누구랑 갔냐구요? 그냥, 친구요.
여자 친구였으면 더 좋았을 걸 그랬다구요? 글쎄요. 요즘에야, 여성들도 야구를 많이 즐기지만, 그 당시에만 해도 야구 보는 여성들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그때도 친구가 저를 보여줬는데.
아, 그러고 보니. 저는 그때부터 받기만 하고 살았네요. 제가 준 것은 하나도 없어요. 뭐, 나름 행복하게 살아 왔네요. 준 것도 없이 받기만 하고. 뭐, 앞으로도 받으며 살 인생 같긴 합니다만.
10.
아, 이제 제 얘길 마무리 지을 때가 된 거 같아요. 왜 벌써 끝내려 하냐구요? 글쎄요. 저에 대해 너무 많이 얘기하면, 저란 사람의 가치가 좀 떨어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가치요? 글쎄요. 저도 좀 비싸게 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요. 뭐, 제가 늘 받기만 하는 인생이지만, 아무리 받아도 부족하게 느껴지기만 하는 걸요.
아! 혼자 사는 모든 사람이 저 같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제가 좀 특별하기는 하죠. 아닌가요? 많이 보던 사람이라구요? 그럼 전 성공한 거네요. 적어도 많은 분들을 공감하게 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니까요.
제 얘기가 앞으로 또 듣고 싶으시다구요? 글쎄요. 제가 제 얘길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이 자리는 조금 특별하게 마련한 자리였어요. 저도 제 얘기를 한번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제 마음이 움직이면 그럴 수 있도록 노력은 해 볼께요. 제 마음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마지막으로 질문 있으시다구요? 네, 해 보시죠. 대답을 할지 안 할지는 질문을 들어보고 결정하죠.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음 … 넘어갈께요. 하나만이 아니니까요. 혼자 살면서 힘들었던 일은? 음…이것도 넘어갈께요. 역시 하나만이 아니니까요. 가장 즐거웠던 일은? 음… 이거는 이렇게 답할께요. 가장 황홀했던 순간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이요? 글쎄요. 뚜렷하게 답이 안 나오네요. 저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생각 중이거든요. 그렇다고, 제 생각대로 모든 게 되지는 않겠지요. 그래서 생각을 아예 안 할까도 생각해요. 뭐, 그렇다고 인생을 마구 살게 되지는 않을 거예요. 제 인생, 참 잘났고, 앞으로도 잘 날 거거든요.
11.
제 마지막 말까지 다 마쳤어요. 그런데, 왜 또 말하냐구요? 뭐, 아직은 할 말이 더 있을 것도 같고, 또, 그 뭐냐, 제 마음이 아직 흡족하지가 않아서요. 왜냐구요? 뭔가 더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 좀처럼 생각이 나지 않아요. 그게 뭐였더라, 하면서, 계속 생각하게 돼요. 답을 아세요?
애인이 없어서? 직장이 없어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매일 쓰고 싶은 글을 쓰고, 그 글 덕분에 돈도 적당히 벌고 있고, 나름 행복한 데요. 무엇인가가 없는 듯한 이 느낌은 뭐죠.
가족 때문이라고요? 에이, 설마요! 제 가족이 저한테 얼마나 잘해 주시는데요. 그것 때문은 분명 아닐 거예요.
어떻게 잘해주시냐구요?
제 동생은 때마다 용돈을 주죠. 제 아버지는 저와 연락을 끊은 지 5년 쯤 되었어요.
아버지가 뭐하고 계시는지 아냐구요? 제 동생이 가끔 전해줘요. 그런데 그게 어떻게 잘해주는 거냐구요? 제가 연락하지 말라고 했더니, 진짜 연락 안 하시니까, 그게 잘해주는 게 아니고 뭔가요? 그 이상이 필요한가요?
아버지에 대해서 얘기해 달라구요? 제 아버지는… 어렸을 때 너무 가난해서 밥을 못 먹었고, 그래서 혼자서 공부해서 대학을 갔고, 또 엄마를 만나서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고 해요.
왜냐구요? 다른 여자를 좋아했대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어머니가 저를 임신하게 되어서 결혼하게 되었다고…
네? 그 얘길 저한테 했냐구요? 언제인지 모르지만, 분명 들었거든요. 뭐가 잘못 되었나요? 아버지한테 왜 연락하지 말라고 했냐구요?
그냥, 아버지랑 얘기하는 게 싫었어요. 그 이유는 모르겠어요. 아버지를 보게 되면, 숨이 막히고, 답답하고 우울해져요. 그래서 아예 안 보고 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고, 그래서 혼자 살려고 집을 나왔어요. 그렇게 몇 년을 살아보니까, 편하더라구요. 가끔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오곤 했는데, 아버지랑 한번 전화를 하면 너무 우울해지고 기분이 나빠지잖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말라고 한 거예요. 왜요, 그게 뭐가 문제가 되나요? 그저, 전 제가 편하려고 그렇게 했던 것 뿐이예요.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냐고요? 그럴 리가요. 전 그냥, 제가 편하려고 연락하지 말라고 한 것뿐인데요. 미워하다니요? 전, 태어나서 누군가를 미워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제 사전에, “미움”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아요.
12.
아아, 그러지 마세요.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하잖아요. 왜 갑자기 울상이예요? 저는 행복하다니까요.
저에겐 친구들이 있구요. 만나기 싫은 친척들은 안 만날 수 있는 자유도 있고요, 아버지와 연락을 끊을 자유도 있어요. 제 친구들은 제게 글쟁이가 무슨 돈이 있냐면서 많은 것들을 주려 하고요, 제 동생도 제게 많은 걸 주어요. 저는 정말 행복하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어요. 왜 갑자기 눈물바다가 되는 거예요? 정말, 왜 이러시는 거예요? 저 때문인가요, 아니면 당신 때문인가요? 아아, 왜 대답을 하지 않으시는 거죠? 그렇게 울기만 하면 어떻게요? 제발, 대답 좀 해줘요. 이 눈물바다에 담긴 침묵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그래요! 저도 같이 울게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도 실컷 울고 나면, 눈물의 의미를 이해하겠죠. 당장은 몰라도, 언젠가는 이해하겠죠. 아아, 이 사람, 대체 왜 이래?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