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
窮達論 窮塞(궁색)함과 榮達(영달)을 논함.
或過余 而嗟惜歎曰 甚矣 子之窮 必乎難免
어떤 이가 나를 지나치며 안타깝게 여기며 탄식하길, 심하구나! 그대는 窮乏(궁핍)함을 면하기는 정말 어렵겠구나! 하였다.
※窮達: 가난함과 부귀함을 아울러 이르는 말. 嗟惜: 애달프고 안타깝게 여김
曰何以謂之 曰昔魯人 身善織屨 妻善織縞 而徒於越 人謂其人曰 屨者爲履 縞者爲冠 越之俗 跣足剪髮 遊於不用之國 雖欲無窮 其可得乎 今觀於子 口讀聖賢之書 身守廉潔之操 年已强壯 足不到權門耳
(내가)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過客이) 말하길, 옛날 노나라 사람이 신발을 잘 짜고, 아내는 명주를 잘 짰는데, 越(월)나라로 헛되이 가려 하니 어떤 사람이 그에게 말하길, 신은 신발을 신어야 하고, 명주는 갓이 되어야 하는데, 越의 風俗은 맨발로 다니고 머리를 깎으니 소용없는 나라에 가는 것이다. 비록 궁핍하지 않으려 해도 가히 그럴 수 있겠는가? 하였는데, 지금 그대는 입으로는 聖賢의 글을 읽고, 몸은 청렴의 지조를 지키는 걸 보고 있으니, 나이가 한창 젊어 혈기가 넘치는데도 발은 권세 있는 家門에 가질 않는구려!
※屨신 구. 履신 리. 縞명주 호. 跣足: 맨발, 跣맨발 선. 剪髮: 이발하다. 强壯: 힘이 세고 혈기가 왕성함
不聞 世道實恬然 於富貴耶 欲及時而然耶 耕莘野之伊尹 非湯之世 窮不可免 釣渭水之呂尙 非文王之世 達不可得 子生今之世 遵古之法 其不窮而何
세상 道理가 富하고 貴하면 참으로 편안하다는 걸 듣지 못했는가? 때맞춰 그러려고 하면 그리되겠지! 莘野(신야)에서 경작하던 伊尹(이윤)이 湯王의 세상이 아니라면 궁핍을 면할 수 없었고, 渭水(위수)에서 낚시하던 姜太公이 文王의 세상이 아니라면 通達을 가히 득할 수 없었다. 당신이 지금 세상에서 옛 법을 따르는데 궁핍하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하겠는가? 라고 하였다.
※恬편안할 념
※莘野: 중국 莘나라의 들로서, 伊尹이 은거할 때에 농사짓던 곳. 이윤은 신야에 은거하고 있다가 湯王의 세 번에 걸친 초빙에 따라 出仕하여, 탕을 도와 夏 傑王을 토벌함. 莘족두리풀 신/나라 이름 신, 길다, 많다.
※伊尹: 空桑 사람으로 이름은 伊, 혹은 摯(지)이고, 아이 때 이름은 阿衡이다. 夏末商初 시기의 정치가이자 군사가, 사상가, 요리사이다. 尹은 右相의 벼슬을 뜻한다. 일설에는 처음에 이윤이 탕 임금을 만날 길이 없자 탕 임금의 처인 有莘氏 집의 요리사가 된 뒤, 솥과 도마를 등에 지고 탕왕을 만나 음식으로써 천하의 도리를 비유해 설명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그를 중국요리의 창시자로 받들고 있다.
※呂尙: 周나라 때 東海 사람. 성은 姜이고, 이름은 尙이며, 자는 子牙이다. 집안이 가난해 渭水 강가에서 낚시를 하다가 文王을 만났다. 문왕이 이야기를 나눠보고는 크게 기뻐하면서 “吾太公望子久矣(우리 태공이 그대를 기다린 지 오래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太公望 또는 姜太公, 呂望이라고도 부른다.
余俛而笑曰 子之言過矣 恨材不及矣 如有伊呂 豈曰無成湯 與文王乎哉
내가 머리 숙여 웃으며 말하길, 당신의 말씀은 지나칩니다. 그런 材木에 미치지 못해 遺憾이지요! 마치 伊尹이나 呂尙(여상)과 같은 이가 있는데, 어찌하여 湯王이나 文王이 없다. 라는 말씀을 하십니까? 하니,
曰迃矣 子之言 孔孟道與德 非不及尹呂 未聞當時 有能用之君 而但受阨窮 見誚謗何也
(過客이) 말하길, 빙빙 돌려 말하는군요! 그대는 孔子와 孟子의 道와 德을 말하는 것으로 보아, 伊尹과 姜太公에 미치지 못하지 않습니다. 당시처럼 능히 쓸 수 있는 임금이 있다는 것을 아직 듣지를 못하다 보니, 다만 運이 나빠 고통을 받고 헐뜯음을 어찌 당하렵니까? 하였다.
※俛구푸릴 면, 머리를 숙이다. 成湯: 湯王의 다른 이름. 迃굽을 오/우, 에돌다(선뜻 나아가지 아니하고 멀리 피하여 돌다). 阨窮: 운이 나빠 괴로워함, 煩惱하여 괴로워함. 阨막힐 액 / 길 험할 애. 誚꾸짖을 초. 謗헐뜰을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