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구명숙
외딴 섬 고개 숙여 피었다 진
할미꽃 되어
서성이던 슬픔을 막고
윤슬로 반짝이는 사랑의
계절입니다
늙어버린 시간을 뒤로하고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보며
엄마도 아버지도 떠나가신
오월을 기억합니다
아카시아 꽃 하얗게 흩날리는
축복으로
마주 잡은 손 하나하나
가슴에 담긴 얼굴 하나하나
가족이 그리운 오월입니다
청개구리 섧게 우는
동화가 떠오르는 까닭은
집 밖으로 맴돌던 나를 위해
말없이 내려주던 빗방울
때문입니다
선혈을 머금고도 환하게 웃는
철쭉이 떠오르는 까닭은
슬픔 맺힌 가슴으로 손녀를
안아 주던
엄마가 걸어온 인고의 시간
때문입니다
노란색 스타킹 신고 동생들과
나란히 손잡았던
첫째 딸 얼굴이 떠오르는 까닭은
이제는 나보다 더 어른스러워진
첫째 딸이
세상에 찾아와 준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산과 들의 양지
호호백발 할미꽃 되어
고결함으로 가족을 이끄는
자부심으로 자손을 세우는
눈부시게 찬란한 오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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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구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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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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