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창의적 쓰기 수업의 대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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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어과 쓰기 교육의 현실
2007년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 따라 새롭게 개발된 국어 교과서가 1~4학년까지 보급되어 활용되고 있으며, 5~6학년의 경우 국정 도서 현장 적합성 연구학교로 지정된 5개 초등학교에서 개발된 실험본 교과서에 대한 적합성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담화와 글의 수용, 생산의 실제를 지향하는 국어교육’, ‘담화와 글의 수용, 생산 활동의 맥락을 지향하는 국어교육’, ‘매체 관련 내용의 확대로 언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국어교육’이라는 개정의 방향에 맞추어 개정 교과서는 다양한 상황과 맥락이 강조된 텍스트를 제시하여 학생들의 국어 학습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6학년 1학기 실험본 교과서를 적용해 본 결과 쓰기 영역에 있어서 7차 교육과정 교과서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주제와 활동이 많이 배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드라마를 보고 이어질 내용 대본으로 쓰기’, ‘공식적인 상황에서의 인사말을 쓰고 발표하기’, ‘정보나 사건에 대한 관점이 드러나게 모둠 친구들과 함께 뉴스 기사를 만들고 직접 뉴스 진행하기’, ‘내 관점에서 문제와 해결의 짜임으로 연설문 쓰고 발표하기’ 등은 학생들의 흥미와 호응이 높은 쓰기 활동 주제였다. 하지만 교과서에서 제시한 주제와 활동이 매력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쓰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 내지는 흥미가 떨어지는 학생이 많아서 적절한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산출해 내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와 같은 현실을 감안할 때 창의적 쓰기 교수․학습을 설계함에 있어서 현재 학생들의 쓰기에 대한 인식과 수준 및 학급 실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필수적이다. 또한 교수․학습 설계와 이를 바탕으로 한 교수․학습 과정안 구안은 학급 실태 조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국어과 쓰기 영역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과 수업 모습에서 관찰되는 일반적인 모습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다만, 지역, 학교 일반 상황 등 여러 가지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창의적 쓰기 수업을 지향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다음 세 가지 점을 염두해 두는 것은 분명히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첫째, 요즘 학생들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표현에 익숙하여 손으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큰 편이다.
다양한 매체,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초고속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한 사회 네트웍 연결 누리집, 다양한 메신저 및 MMS, PMP, 스마트폰, 중독성 높은 온라인 게임 등에 노출된 학생들은 손으로 직접 써가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학년 남학생의 경우 한 문단 수준의 글을 쓰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학생도 간혹 있다. 이런 학생들은 재미있고 흥미 있는 쓰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나 그 과정을 통해 얻은 지식이나 느낌을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의미구성 과정을 통해 자신의 글로 표현하는 데는 서툴고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둘째, 영어 교육 열풍으로 인해 국어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으나 동시에 논술과 같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또다른 측면의 글쓰기 교육이 사교육 시장에서 넘쳐나고 있다.
영어 교육 광풍이 우리 나라를 휩쓸고, ‘영어 공용화’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국어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지고 학생들에게는 그냥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그런 과목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한편, 몇 년전부터 대학 입시에서 논술이 반영되고 강조되면서 초등학교까지 논술 교육이 강조된 바 있다. 이런 연유로 논술이 국어 교육의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지금도 교과서 및 재량활동 시간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논술 교육이 필요하며, 중요한 쓰기 교육의 일부이지만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준 이상의 것을 학습하기 위해 학생들이 학원으로 내몰려지면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정형화된 모범글 따라하기의 병폐가 나타났고 이 때문에 글쓰기 자체를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이 양산되었다.
셋째, 학생별 쓰기 능력의 격차가 심하며, 글쓰기 제약 또는 불안을 느끼고 있는 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모국어 화자로서 당연히 어느 정도 수준까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이루어진 여러 가지 학습 활동과 글짓기 대회가 학생들에게 큰 피로감을 안겨주고 글쓰기의 기쁨을 느끼지 못하게 하였다. 또한, 글쓰기는 상당히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고차원적인 사고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글쓰기 활동으로만 끝날 뿐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이나 고쳐쓰기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서 학생들은 쓰기가 지치고 힘든 일이라고 여기게 된 측면도 있다. 그래서 쓰기에 관심이 많고 잘 하고 싶어 하는 학생도 적절한 수준별 맞춤식 지도를 받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학생들은 ‘글쓰기 불안’ 또는 ‘쓰기 제약’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쓰기 제약은 쓰기 행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야기하는 제반 조건을 가리킨다. 쓰기는 진공 상태 속에서 단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달 내용을 중심으로 필자와 독자 간에 복합적이면서도 역동적으로 진행되는 의사소통 과정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쓰기의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샤이(Shuy)에 의하면, 작문의 발달 단계로 보아 초기 단계에서는 철자, 구두점, 형태 및 어휘 등이 작문의 과정에 심한 제약을 가하는 반면에, 후기 단계에서는 문어적 담화가 크게 제약 조건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한다. 또 학생들의 전형적인 입말 표현과 글말 표현 사이의 불일치는 학생들의 쓰기 과정에 심각한 제약 조건으로 작용하게 된다. 입말의 경우에는 주제를 이리저리 옮겨 가면서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지만, 글에서는 여러 가지 소주제들이 글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잘 통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학생은 국어 수업 중 제일 힘들고 재미없는 시간이 쓰기 수업 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선생님들 역시 공개 수업이나 동료 장학 수업에서 국어 수업을 한다면 쓰기 영역보다는 듣기․말하기 영역 수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요즘 언론매체나 대학, 기업에서 강조하고 있는 공통적인 사실은 요즘 학생, 직장인들의 글쓰기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한 문단으로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학생들, 문제와 해결의 짜임으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없는 직장인들. 바로 우리가 쓰기의 중요성, 특히 창의적 쓰기 교수․학습에 대해서 고민해야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