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로 여행을 떠났던 것이 아닙니다. 미래를 계획하기 위한 글입니다.
18:10
칭기스칸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 앞에 도착하니 저녁 6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처럼 간판을 크게 만들어놓지를 않아서 순간 잘못 내린 줄 알았다.
하지만 빨간 대문 오른쪽 위에 작은 간판에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출입문 비밀번호도 적혀 있었다. ㅎㅎㅎ
엘레베이터가 없는 이 곳은 4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야만 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힘들었지만 숙소의 가격을 생각하며 열심히 올라갔다.
소형 더블룸 2박(조식 포함)에 40,404원으로 예약한 방.
좁고 그리 쾌적하진 않지만 울란바토르 시내에선 가장 저렴한 곳이니만큼 감수하기로 했다.
우선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숙소를 한 번 둘러보았다.
공용 욕실은 샤워부스가 있어 그나마 깔끔하고 괜찮았던 것 같다.
나는 화장실이 정말 중요하다.
더럽고 어둡고 벌레가 있다면.... 사용하기가 무서워져서 여행 내내 힘들 것이다.
슬슬 배가 고파져서 숙소에서 나왔다.
저기 보이는 분홍색 건물 때문인지 거리가 그냥 예뻐보인다.
그래도 낯선 동네이니 만큼 일부러 큰 길로 빠져나왔는데, 마침 그 큰 길이 서울 거리였다.
그리고 이렇게 뜬금없이 홍익인간 비석이 보이기도 했다.
역시 낯선 곳에서 익숙한 것이 보이니 괜스레 웃음이 나면서 마음이 조금 풀어졌다.
18:40
여행 첫날은 기분도 낼 겸,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던 나를 위로해 줄 겸 조금 괜찮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야외석도 있고, 2층에도 자리가 있다.
규모가 꽤 컸고 트립어드바이저에는 주말이면 사람이 많이 찬다는 후기가 있더라.
나름 맛집인듯.
양고기, 돼지고기, 치킨, 소세지와 샐러드 등 2-3인이 먹을 수 있는 메뉴이다.
후슈르는 튀긴 고기 만두 느낌으로 몽골 음식 중 하나라고 한다.
맥주는 한 잔만 시켰다.
취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게 배부르게 먹고 나니 68,600투그릭이 나왔다.
한국에서라면 둘이서 3만원 정도의 가격이면 비싸지 않은 편인데, 몽골이라 그런가 꽤 비싼 밥을 먹은 느낌이다.
20:00
저녁을 먹고는 거의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피곤하기도 하고, 더이상 무리하면 내일 늦잠을 잘 것 같았다.
구경은 천천히 해도 되니 얼른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day 2 8/2
08:00
일찍 자서인지 생각보다 눈이 빨리 떠졌다.
잠자리가 바껴서 꽤 뒤척거리긴 했으나, 여행 중이란 생각에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조식 시간은 7시 반부터 10시까지이다.
메뉴는 요일마다 달라진다던데 오늘은 프렌치토스트였다.
거실로 나와 요청하니 바로 만들어 주셔서 잼을 발라 맛있게 먹었다.
10:30
준비를 마치고 UBCab으로 택시를 불렀다.
자밍우드행 기차를 예매하기 위해서 울란바토르역에 가볼 생각이다.
(기차역은 '왁짤')
택시비로 5,000투그릭 지불하고 내린 이곳은 울란바토르역.
CU도 입점해있다.
역사를 마주보고 그 왼편에 매표소가 따로 있다.
(매표소 = '타살바르 툽(텁)')
몽골 내 이동은 1층에서, 국제 열차는 2층에서 매표할 수 있다.
영어로 자밍우드행 표를 달라고 하고 여권을 제출했다.
그리하여 8/5(금) 16:50 출발하는 2등석(침대칸-쿠페) 기차표를 끊었다.
25,600투그릭이 들었다.
11:00
다시 택시를 잡아 타고 복드 칸 궁전 박물관으로 향했다.
택시비는 6,500투그릭 지불했다.
입구에 들어서서 오른쪽에 보면 리셉션 건물이 있는데, 여기서 입장료를 내야 한다.
복드칸 궁전은 몽골의 마지막 왕인 복드 칸이 기거했던 궁전으로,
평소 이러한 건축물을 좋아하는 나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비용을 지불했다.
입장료는 8,000투그릭.
가운데에 용을 새겨넣은 이 얌파이라는 벽은
나쁜 기운들로부터 궁전을 지키고 액운을 쫓는 의미로 보호벽 역할을 했다고 한다.
세 개의 문 중 중앙 정문은 왕과 그의 조언자만이 드나들 수 있었던 문이다.
다른 문과 달리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 개의 문을 지나면 '지혜의 신전'이라고 쓰여진 막크라크 신전이 나온다.
내부에는 사천왕 동상이 사원을 지키고 있다.
또 막크라크 신전을 지나면 나이단 신전이 나온다.
'학문에 대한 신앙의 신전'이라고 한다.
좌우에도 작은 건물들이 하나씩 있는데, 19~20세기 초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었던 신들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다.
나이단 신전을 지나면 복드 칸이 기도와 명상을 했던 라브린 신전이 나온다.
좌우에는 서재가 있으며 경전 일부와 인쇄용 블록 등이 전시되어 있다.
출구 쪽으로 나오면 거대한 솥이 전시돼 있는데, 300인분의 밥을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아트샵 내부에는 게르 모형, 열쇠고리 등 다양한 기념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겨울 궁전은 몽골에 최초로 세워진 유럽식 건물로 왕과 왕비가 마지막까지 겨울을 보낸 곳이다.
1층에는 복드 칸이 기거한 화려한 게르와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왕이 외국 왕으로부터 받은 선물, 취미로 모은 박제품, 불교 예술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12:30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우리는 든든한 밥이 먹고 싶어졌다.
근처 음식점을 검색해보니 말차를 파는 카페이면서도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인테리어가 예뻐서 바로 픽했다.
치킨카레의 후기가 괜찮은 듯했다.
맛을 보니 흔히 아는 카레맛과 비슷해서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다른 모양에 이국적인 느낌을 받았다.
양이 많진 않아서 남성이 먹기에는 포만감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잘 먹었다.
가격은 총 60,800투그릭이었다.
14:30
소화도 시킬 겸 천천히 걸어서 도착한 곳은 자이승 전망대.
식당에서부터 약 30분이 소요됐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울란바토르의 전망을 한눈에 담으려면 저 꼭대기까지 올라가야만 한다.
계단을 하나씩 오를수록 서서히 나타나는 거대한 기념탑.
군인이 깃발을 들고 있는 모습이 위엄있어 보인다.
이 기념탑은 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전쟁 당시 독일이 유럽을 장악하고 러시아로 동진할 때, 몽골도 위협을 느껴 러시아를 지원했었다고 하는데
이에 러시아가 감사의 표시로 탑을 세워준 것이다.
벽화를 보면 소련 군인이 욱일기와 나치 깃발을 내리는 모습과
몽골 여인이 소련군에 우유를 대접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탑과 벽화를 구경하는 것 외에도 울란바토르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보는 매력도 느낄 수 있다.
'몽골' 하면 드넓은 초원밖에 떠오르지가 않았었는데 이제는 이런 도심의 풍경도 기억날 듯하다.
생각보다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있어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원래는 여기서 일몰을 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고, 할 것도 없기 때문에 이만 하산하기로 한다.
15:30
택시를 타고 국영백화점에서 내렸다.
어제 공항에서 환전한 돈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택시비는 8,000투그릭 지불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환전소가 있는 4층으로 올라가면서 본 내부 풍경.
꾸며놓은 것이 나름 백화점 티를 내준다.
환전소 앞에 한국인이 꽤 많이 보인다.
나는 이 날 5만원을 더 환전하여 116,200투그릭을 받았다.
볼일(환전)은 마쳤으나 이대로 백화점을 빠져나가긴 아쉬웠다.
그래서 1층 안쪽에 자리한 노민마트를 둘러보았다.
초콜릿을 아주 좋아하는 나는 그 유명한 골든고비 초콜릿을 하나 집었다.
면세점에서 2달러에 판매되고 있다고 하니 그보다 저렴한 가격(3,599투그릭)에 망설이지 않을 수 있었다.
실패없이 다 맛있다는 Toe 음료수는 가격도 1,499투그릭으로 저렴해 첫인상부터 마음에 들었다.
먹어보고 내 입맛에도 잘 맞으면 몽골을 떠나는 날까지 종류별로 도전해주리라.
간식들을 계산하고 나오면서 캐시미어 제품도 구경해볼까 하는 마음이 살짝 들었지만 참았다.
견물생심. 눈으로 보고나면 물욕이 생기기 마련.
그냥 광장에 가서 군것질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16:30
국영백화점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수흐바타르 광장이 나온다.
칭기즈칸 광장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엔,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소련의 레닌과 손을 잡고 몽골의 독립을 선포한 담딘 수흐바타르 동상과
몽골제국의 시조인 칭기즈칸 동상이 함께 있다.
칭기즈칸의 좌우엔 사준사구라 불리우는 보오르추와 무칼리의 기마상이 있으며,
건물의 양쪽 끝에는 칭기즈칸의 아들 오고타이 칸과 손자인 쿠빌라이 칸의 동상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듯하면서도 멀게도 느껴지는 몽골.
원나라의 초대 황제인 쿠빌라이 칸까지 보고 나니 마음속 거리감이 조금은 줄어든 듯하다.
내친김에 몽골 국립 박물관도 구경해볼까 했지만 우리는 다리가 아파 그냥 쉬기로 했다.
광장 중앙엔 앉을 곳이 없고, 대로변 입구쪽으로 가면 곳곳에 벤치가 있어 한동안 여기 앉아 멍을 때렸다.
그냥 사람 구경을 하고 울란바토르의 느낌을 간직하려 했다.
17:30
슬슬 저녁 식사를 할 장소로 이동했다.
배가 고팠다기보단 할 게 없었다...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의 이태리 음식점, 로즈우드.
숙소 근처이기도 하고, 울란바토르의 굉장한 맛집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다행히 웨이팅 없이 입장하여 기대되는 마음으로 메뉴를 정독했다.
디너 시간이 17:30 부터인 걸 보고 어떻게 웨이팅 없이 입장했는지 깨달았다.
본의 아니게 오픈런을 했네 ㅎㅎ
식전빵은 따뜻하진 않았지만 바질 버터가 딱 내 취향이었다.
피자도 정말 맛있었다.
화덕피자는 일단 특유의 불향 때문에 반은 먹고 들어가는 듯.
까르보나라를 시킬까 토마토 소스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느끼하면 많이 못 먹으니까 시킨 볼로네제!
고기와 치즈가 듬뿍 들어가서 맛도 좋고 식감도 좋았다.
여기에 스프라이트를 하나 시키니 총 53,000투그릭이 나왔다.
분위기도, 맛도 있는데 이때까지 울란바토르에서 먹은 것들 중 가장 저렴했다.
이런 가성비 맛집을 알아냈다니.
사전에 여행 준비를 꼼꼼히 한 나, 칭찬해!
19:30
숙소로 복귀하여 사진 정리도 하며 오늘 하루를 되돌아봤다.
그리고 내일 있을 투어를 기대하며 일찍 잠에 들었다.
<비용>
원화: 50,000(환전)
투그릭:
1) 258,600(앞글 잔액)-68,600(Great Mongol)-5,000(택시)-25,600(기차)-6,500(택시)-8,000(복드칸)-60,800(Matcha cafe&dining)-8,000(택시)=76,100
2) 76,100+116,200(국영백화점 환전)-3,599(초콜릿)-1,499(음료수)-53,000(로즈우드)=134,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