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낙
서혜진
아낙이여,
생은 덧없는 것이로소이다
그러니 눈물짓지 말아라
아낙이여,
그대 존재의 탄생
개화 절정의 연쇄
배동 서는 밀밭이라
하여 천 아래 그대 가일층 값진 꽃 없을 테다
아낙이여,
그대 난세의 새색시
옹이와 벗 먹은 사내놈 손에 피어난
흙감태기 꽃은 아름답더냐
그 사내놈에게
그대 생을 죄 쥐여줄 정도로
아낙이여,
그대 고운 줄기에 옹이가 벗먹을라
묘 잡초 베는 짓 말아라
네 푸른 봄 다 갖다 바쳐 키운 자식놈은
논두렁에 고꾸라 죽은 마땅한 불효 자식이니
불초 자식 죄 사하지도 말고
꽃 하나 두지 말아라
아낙이여,
그대 가죽 주름졌으나
허리 곧게 피어낸 행태
천 아래 제일의 마천루
꽃이 시든다고
그대 아름다움 시들쏘냐
아낙이여,
그대 천지 제일의 꽃이로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