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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증강인류의 강륜문자도 미술평단 여름호 121.pdf
증강인류의 강륜문자도
김영재 미술사상가 철학박사
강륜문자도의 숨은 그림
민화에서 그림에 문자를 덧붙여 강륜문자도가 되었다. 삼강오륜을 선양宣揚하련다 하여 펴낸 이륜과 삼강, 그리고 오륜의 행실도가 저본底本이되 그 전개는 사뭇 달랐다. 민화의 모티브이되 그 격조와 위상, 인류라는 개념의 외연外延 해석이 남달랐다.
강륜綱倫이라 함은 봉건농경사회의 소박한 인간관계를 일컫는다. 즉 수직관계로서의 군신, 수평관계로서의 부자와 부부, 붕우의 규범화한 도덕철학이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이란 군신君臣ㆍ부자父子ㆍ부부夫婦ㆍ장유長幼ㆍ붕우朋友간의 도리와 서열을 규정한 소박하고 단순한 도덕률이다.
삼강과 이륜이 강륜이다. 숫자로 더한 오륜에 행실도를 붙여 오륜행실도라 했다. 모두 삼강오륜이 주제이고 행동규범이다. 봉건군주시대의 국가적 혹은 군주적 윤리를 담아 국책사업으로 집필, 발간, 반포되었다.
삼강三綱은 세 개의 벼리, 즉 군위신강君爲臣綱․부위자강父爲子綱․부위부강夫爲婦綱이다. 위쪽 코를 꿴 굵은 줄인 벼리를 당겨 그물을 끌듯 임금은 신하의, 아버지는 아들의, 남편은 아내의 벼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오륜은 다섯 굴레다. 군신유의君臣有義․부자유친父子有親․부부유별夫婦有別․장유유서長幼有序․붕우유신朋友有信이다. 임금과 신하의 의리, 아비와 아들의 친밀함, 부부간의 상호존중,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 친구간의 믿음이다.
백성은 군왕이 펴냈다니까 황공하게 감지득지, 부복하고 고이 받들어 모셨다. 임금님이 네 할배를 애긍하게 여기사 내리셨느니라 하고 손자들에게 은근히 뽐내면서 펼쳐보였다. 거기에 반드시 따르는 단서가 있었다. 어험, 이 가르침은 백성의 것이니, 백성의 눈높이에서 보라신다.
일본서기 류의 전제적, 독단적, 독존적 카리스마는 원천봉쇄되었다. 허어, 내 백성을 여엿비 너겨 행실도를 펴내노니, 불소시개로 지피거나 뒤를 닦지는 말고 아들 손자며느리에게 전해주면 어이 고맙다고 하지 않겠는가 이만 총총...왕은 그렇게 백성의 처분만 주문했다.
그리하여 강륜문자도는 백성이 완롱玩弄했다. 멋대로 꾸미고 입맛에 맞는 것을 마음 내키면 주워서 제 그림에 끼워 넣었다. 상上이 내리셨다니 어이 감히 훼손하랴 하고 행실도의 원의原義는 정중하게 살려주었다. 그런데, 이상한 그림들이 끼어들었다. 일종의 비인秘印이었다.
왕의 의중意中을 헤아리되 백성을 위해, 신하가 힘주어 구가謳歌하고, 백성에 전파되고, 백성에서 백성으로 유전되도록 문자로, 그림으로 펴냈다. 그림은 몽매한 민초를 깨우치고 백회百會가 아물지 않은 아이孩子의 동몽童蒙을 일깨우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암, 그림 뿐이겠어? 글도 가르쳐야지...그렇게 글자그림을 만들었다. 의미의 전달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암시의 형상을 띤다. 팔폭병풍으로 아이들 방에 둘러치거나 벽 그림으로 사랑방에 붙였다. 강륜문자도綱倫文字圖는 그렇게 글자 자획의 안팎에 그림이 들어간다.
그림의 단골 소재가 있다. 도화서에서 그리되 백성이 머리를 끄덕이고 거드름을 피며 아들 손주에게 일러줄 떳떳한 이야기가 선택되었을 것이다. 어험...험...너희는 이렇게 위대한 조상의 자손이니라. 그걸 전해주는 할배가 그 증거니라...흠흠...
그러하지 않았겠는가...무슨 아이들에게 되국의 되놈들은 이랬다는데 우리가 본받아서 되겠느냐...그러면 아이들은 우리 이야기요...우리 할배와 그 할배 이야기 해줘요 하고 조르지 않았겠는가..
그림들 중에서 백성의 입맛에 맞고 그리기 쉽고 후손에게 설명하기 쉬운 그림이 살아남았다. 자연발생적으로 깔아 뭉긴 그림도 생겨났다. 그러나 세월이, 세대가 바뀌면서 뒤죽박죽이 된 그림들은 동일문화권의 비인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후세에 일컫는 국적이었을까...
강륜신자도...이하 도판 생략, pdf 파일에서 확인할 수 있읍니다.
국적이란 정치적인 것이다. 위정자의 논리다. 백성의 논리가 아니다.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쉰다日出而作 日入而息, 우물 파서 마시고 논밭 갈아 먹으니耕田而食鑿井而飮, 임금의 은덕이 내게 무슨 소용인가帝力于我何有哉하고 요순堯舜의 백성은 노래했다.
그런데, 오륜행실도에는 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이 애매한 지점이 있다. 국적을 기점으로 나아가려하면 중국 이야기에 본조本朝 및 신라 백제가 몇 끼어 있고, 중국을 중심으로 보련다면 하 상 주 춘추전국 진 한 수 당 명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정통성이 불투명하다.
일견 무작위로 선별된 국적은 수隋 금金 원元 등의 소위 외래 종족이 세운 나라들이 심심찮게 인용된다. 국명에 차등은 없다 치더라도 진술에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오랑캐라고 부르면서도 삼강오륜을 만족시킨다면 만사형통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래서 각도를 달리해서 오륜도를 행실로 본다. 효孝 충忠 열烈의 범주와 행적을 본다. 거기에서 잠정적으로 추론되는 가설이 있다. 오륜행실을 관통하는 원형이 있다는 것이다. 추적해 나아가면 강륜문자도에 그려진 대표적인 도상과 사상이 도출될 것이다.
국적은 당대 백성의 감수성을 반영하여 범주가 설정되고 세월이 지나면서 수정 윤색되었다. 삼강오륜이 땅에 떨어지고 사상은 찢어지고 도상만 남아도 추적할 수 있는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그 세대와 시대를 관통하기를 기대하는 원형적 사상이 있다. 일러 정체성이다.
행실도의 정체성
태초에 흔적이 있었다. 최초의 추상, 휘갈김Scribbles이 뒤따랐다. 점을 찍으매 이미지가 연상되었고 선을 덧붙여 구상형태가 만들어졌다. 식별할 수 있는 요소Recognizable Factors가 자발적인 재능의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형상을 얻은 휘갈김은 환칠이라는 이름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방향 지워진 환칠이 그림이라는 이름으로 대표성을 가지면서 신격화한 대상과 동일시되었다. 그림에는 주술적 권위가 따라붙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신성을 구현하고 신의 권능의 전하는 사제司祭가 된다.
인지人智가 발달하면서 신과의 교감이란 낡은 개념 대신 인본주의적 각성이 일어난다. 신성神性이전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있는 그림이 경배의 대상이 된다. 신의지는 그림의 후광이 되고 신이라는 존재체는 그럴법한 개연성Probablity으로서 기능한다.
맹희득금도
개연성을 구체적 실체로 형상화하거나 실존의 형상을 재현하는 능력은 재능이라 여겨졌고 이윽고 천부를 넘어 개인적 치부의 수단으로 세속화한다. 그림을 그리는 자는 필요와 수요에 따른 재능과 노력을 제공提供하는 공역자供役者가 된다.
행실도는 그림이 정치논리에 따라 제도가 될 때 비로소 만들어졌다. 군왕의 의지에 따라 시행되고 왕명으로 반포되었다. 뜻에 따르되 인가認可와 추인追認, 윤허允許가 따랐다. 이를테면 턴키Turn Key 방식이었다. 왕은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흡족함이라는 보상을 받았다.
왕의 의도와 방향, 의지는 천명을 빙자한 대의였다. 군왕의 윤음에 따라, ‘훈의訓義에 따라 고증’하고 많은 사람과 행적이 검토, 선별되었다. 정치적, 사회적 공감, 역사적 정체성의 바탕에서 수록인물의 국적이 선별되었다. 시대적 기류나 찬술의 동기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때로는 사대교린事大交鄰의 정치노선에서 임의로, 혹은 의도적으로 취사선택되기도 했을 것이다. 그 기본골격이란 왕 의지와 편찬자의 찬술이라 하지만 종국에는 이 땅의 신민들의 공감과 수긍이라는 대전제에서 방향 지워졌을 것이다. 세세손손 유전되었을 것이다.
오륜행실을 비롯하여 양노무농養老務農, 반행頒行, 소학小學, 향음주례鄕飮酒禮, 향약鄕約에 내리는 정조의 륜음綸音처럼 ‘정치로 해서 미치는 바는 앝으나 풍속으로 해서 얻는 바는 깊으니’ 대대손손 전해지는 미풍양속이려면 백성들의 자발적 참여가 급선무였을 것이다.
민중으로 파급되면서, 혹은 민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강력한, 철옹성같은 관문을 거쳤을 것이다. 민중이 사는 것, 나, 내 것, 내 목숨이라는 대의명분을 통과한 그림과 소재와 표상만이 골수 자국화自國化했을 것이다. 배타적 쇼버니즘chauvinism으로 무장했을 것이다.
곽거매자도
그렇다면 답은 하나일 것이다. 도상과 상징과 전거와 일화를 그리면 그것이 민중의 것이고, 조선의 정체성이 되지 않겠는가. 왕이 착안하고, 신하들이 찬술하고, 화인과 화공들이 단청丹靑하고 이윽고 백성의 이름으로 유전되어 이 땅의 기풍이, 정체성이 되지 않았겠는가...
행실도의 씨앗
최초에 행실도의 씨앗이 뿌려졌다. 왕이 착안하고 신하가 입안하고 도화서가 그렸다. 백성에게 반포하고 세월을 넘나들며 회자되었다. 산술급수적 과정이었다. 자연수의 완만한, 지겹도록 오랜, 복장이 터질 케케묵은 수단이 동원되었다.
할아버지 반찬 축내는 손자 파묻으려니 금종이 나와 부자가 되었더란다...아, 아무렴 정말 제 아들 파묻을 애비 에미가 어디 있겠냐...그만큼 부모에 효도하라는 이야기지....장죽에 침 바르며 손자들 눈치를 보던 할배의 가르침은 손자의 평생 불문율이 되었다.
맨발에서 짚신으로, 고무신으로, 가죽구두로, 벤츠로 바뀌던 손주의 탈것은 한국동란에 하릴없이 풍지박산이 되었다. 반상班常이 무엇이며,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다더냐...유리천장에 혀를 깨물던 어미의 딸은 휴대폰 매장의 샌드위치 걸도 마다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무서운 가속도로 세상이 핑핑 돌면서 쉰세대의 우리 어렸을 적엔 말이야...타령이 쏙 들어갔다. 산술급수의 벤츠를 생략하고 기하급수를 넘어 초월함수라는 우주행 로켓으로 갈아타려는 신세대에게 구세대는 같은 시대와 같은 공간을 잠시 비집고 축내는 천덕꾸러기에 불과했다.
신세대는 서서히, 그러나 단호하게 신인류로 진화하고 있었다. 인공지능Digit Int.과 제휴하면서 지속가능태로서의 증강지능Augmented Int.으로 변신하고 있다. 삼강오륜은 한탄에서 도상으로, 정보로, 이윽고 버퍼 데이터Buffer Data로 구세대와 함께 휩쓸려 밀려난다.
오륜행실도라는 고정일의 역서에 띄지를 둘렀다. 어떻게 무엇으로서 살아야 하는가? 훌륭한 인생이란? 참다운 행복이란? 카피Block Copy가 선명하다. 목숨을 바치는 효도와 충절이라는 덕목 아래 우애, 교훈, 가르침, 단원 김홍도의 아름다운 풍속화라는 소개가 뒤따른다.
루백포호도
그럴까? 나 죽는 거 아깝지 않다며 호랑이 때려잡고, 우물에 빠져 죽어야 효자요, 충신이요, 열녀라는 행실귀감이 오늘날 그토록 훌륭한 인생이며 참다운 행복이라는 이야긴가? 아니, 20세기의 비호감이 대를 건너 신세대, 신인류에게 행복을 가르친다?...어려운 이야기다.
그런데도 역서가 발간되고, 논저가 실린다. 그것이 동시대의 사명감을 후대에 물려줄 유산의 하나라 믿는 쉰 세대 중의 쉰 인류의 안간힘이라고 평가절하한다고 치자. 다음 세대는? 비난의 소재로, 혹은 있어선 안되는 감계鑑戒의 교훈으로 인용될 수는 있겠지.
그게 암울한 상식이라는 것이다. 우리 시대까지 축적된 지식과 지혜를 남겨 인류를 인류이게 하련다는 안간힘일 것이다. 그러나 의식의 전변이 따른다면? 국적이라는 정체성의 역사적, 실증적 증거로서 본다면? 의식의 전변을 무기로 의미화 과정이 따른다면?
삼강과 이륜의 산술함수
오륜행실도는 이륜행실도와 삼강행실도를 합하여 재조정 했다. 1428년 세종10년 어간에 진주晉州의 김화金禾가 아비를 살해했다. 세상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강상죄綱常罪로 다스리자는 험악한 논의를 누르고 세종은 효행을 널리 알려 감화가 먼저라 했다.
이에 1434년, 세종 16년에 집현전集賢殿 부제학副提學 설순偰循 등이 효자·충신·열녀의 행적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삼강三綱, 즉 군위신강君爲臣綱ㆍ부위자강父爲子綱ㆍ부위부강夫爲婦綱의 강綱 혹은 벼리는 그물의 위쪽 코를 꿴 줄이다. 당기면 그물이 당겨온다.
공자행교도
집현전응교集賢殿應敎 권채權採는 삼강행실도서三綱行實圖序에서 군신君臣, 부자父子, 부부夫婦가 인간사의 대륜大倫이며, ‘경륜지대법經綸之大法’이며 ‘만화지본원萬化之本源’이고 경국제세經國濟世의 기본법이자 만민교화萬民敎化의 근원이라 했다.
다시,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고금의 서적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참고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그 속에서 효자·충신·열녀로서 특출한 사람 각 110명씩을 뽑아 그림을 앞에 놓고 행적을 뒤에 적되 찬시讚詩를 한 수씩 붙였다’고 적었다.
그리고, ‘이 시는 효자의 경우 명나라 태종太宗이 보내준 효순사실孝順事實 중 이제현李齊賢이 쓴 찬讚을 옮겨 실었으며, 거기에 없는 충신·열녀편의 찬시들은 모두 편찬관編纂官들이 나누어 지었다’고 밝히고 있다.
일러 군군君君 신신臣臣 부부父父 자자子子 부부夫夫 부부婦婦이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비는 아비답고 아들은 아들답고 지아비는 지아비답고 지어미는 지어미다워야 한단다. 임금은 신하의, 아버지는 아들의, 남편은 아내의 수범이 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른바 정명正名사상이다. 정치란 바른 것이다. 정자政者는 정야正也라 했으니 바르게 하는 것이라 해석된다. 공자의 춘추春秋는 노나라의 정치를 정명사상에 기초하여 해석했다고 평한다. 중국에서 토론이 벌어지면 공자 가라사대...하고 운을 떼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오나가나 거기에 공자가 있다. 한국에서 유독 공맹타령이 기승을 부린다. 맹자를 더해 공맹이라 칭한다. 설마 동이東夷를 두둔해서 그럴까...맹자는 이루편離壘編에서 순임금이 동이라 했다. 한국인이 자신을 동이라 부르지 않으면서도 동이 순임금에 각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삼강행실도에서 효자로는 순임금의 큰 효성虞舜大孝을 비롯한 110인, 충신에는 용방이 간하다가 죽다龍逢諫死 외 112인, 열녀烈女로는 아황·여영이 상강에서 죽다皇英死湘 외 94인이 실렸다. 밑그림은 안견安堅 휘하 최경崔涇·안귀생安貴生 등이 그렸다.
이륜행실도는 1518년, 중종 13년에 조신曺伸 김안국金安國 등이 왕명에 의해 발간했다. 1434년 발간된 삼강행실도를 모방했다. 형제兄弟 25인, 종족宗族 7인, 붕우朋友 11인, 사생師生 5인 48인이 모두 중국인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1797년, 정조 21년에 왕명에 따라 이병모李秉模 등이 삼강과 이륜에서 좋은 것을 고르고 새로운 일화들을 덧붙여 오륜행실도를 편찬하였다. 군신의 의리君臣有義 부자의 친근함父子有親 부부간의 구별夫婦有別 나이에 따른 질서유서長幼有序 친구간의 믿음朋友有信이 강조되었다.
역대국도도
오륜행실도 서문에서 정조는 “간행된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가 앞뒤로 발행되어 학관學官에 비치되어 있어 백성을 감화시키고 풍속을 착하게 이루는 근본이 되었으므로, 두 책을 표준으로 삼아 향음주례鄕飮酒禮를 익히고 행하게 하고자 한다” 고 밝힌다.
효자·충신·열녀의 행적은 앞서 간행된 삼강행실도 중에서 발췌했다. 효자편33인, 충신편35인, 열녀편 35인이 수록되었다. 이륜행실도에서는 형제편 24인, 종족편 7인, 붕우 11인, 사생 5인을 옮겨 실었다. 그 중 반도 국적인은 효자 4인, 충신 6인, 열녀 5인이다.
또 하나의 행실도가 있다. 동국신속삼강행실도는 1613년 광해군5년 때 오륜행실도의 형식을 빌어 찬집청撰集廳 이름으로 편찬되었다. 한문 언문 해설로 만민교화를 꾀했다. 자국화하면서 동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물들과 행적을 이 땅의 신민들에 국한시켰다.
두 가지의 의문이 일어난다. 하나는 왜 중국인가 이다. 마치 중국이라는 대국에서 주변 소국 몇 개를 체면치레로 끼워 넣었다는 인상이다. 또 하나는 왜 조선은 아닌가 이다. 백성의 상투를 묶어 매달고 이게 네 나라이니라 하고 윽박지르는 형국이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일어난다. 중국 중심의 행실도는 이 나라 신민의 숭앙을 받는 휘황한 위치에 자리 잡은 반면, 반도의 행실도는 억지로 찾도록 구겨 넣었다. 마치 삼국 이후는 오불관원吾不關焉이어니 우리는 우리 정체성이나 버리지 않으리라고 다짐이라도 하는 듯하다.
백성들은 단순 무지 우직의 뚝심으로 세대를 이어 유전되는 관습을 밀어붙였다. 허어, 된장인지 꼭 맛을 봐야 아나...할배의 능청 속에 군왕의 의지는 백성의 취사선택과 세세유전 감계훈육의 뼈대 속에서 기록 보존 유전되었다. 오륜행실도가 그 찬란한 뚝심의 정화였다.
정조 이름으로 간행된 원元-효자 형亨-충신 리利-열녀 정貞-형제 종족 붕우 사생의 4권을 저본으로 했다. 참고한 역서들에서 오독誤讀과 오욕誤譯은 자전字典기준으로 교열 및 교정했다. 사언四言 표제標題는 본문을 함축하여 대의大意를 가늠케 하고 앞에는 국적國籍을 병기했다.
부암판축도
위수직침도
오륜행실도 신찬新撰
그림에 표기된 굵은 글씨의 제목은 상대적으로 인용빈도가 높은 항목이다.
오륜행실도 원元-효자
민손단의
열국列國 노魯: 민손단의閔損單衣 민자건閔子騫이 홋옷만 입히는 계모를 감동시켜 인자한 어미慈母로 감화하다
열국列國 노魯: 자로부미子路負米 중유仲由가 명아주나물藜과 콩잎藿만 먹으면서 십리 쌀 둥짐負으로 부모를 섬기다
자로부미
열국列國 초楚: 고어도곡皐魚道哭 고어가 돌아가신 부모를 봉양하려 해도 기다려 주지 않음을 길에서 통곡入哭하다가 죽다
한漢: 진씨양고陳氏養姑 진씨가 개가改嫁하지 않고, 남편과의 약속대로 시어미를 극진히 모시고 후장厚葬하다
한漢: 강혁거효江革巨孝 강혁이 도둑을 감동시키고, 맨발 품팔이로 어미를 모시고 거상居喪후에도 여막廬幕을 지키다
고어도곡
한漢: 설포쇄소薛包洒掃 설포가 계모에게 쫓겨나서도 날마다 집안청소를 하고 아우 분가를 따르고 파산한 아우를 기꺼이 돕다
한漢: 효아포시孝娥抱屍 효녀 조아曹娥가 강물로 뛰어들어 죽어 아비의 시체를 안고 떠오르다
한漢: 황향선침黃香扇枕 황향이 여름에는 홀아버지의 베개와 침구를 부채질하고 겨울에는 몸으로 이부자리를 덥히다
한漢: 정란각목丁蘭刻木 정란이 부모의 목상을 두들긴 이웃을 죽이고 관헌에 끌려가자 목상이 눈물을 흘리다
진씨양고
한漢: 동영대전董永貸錢 동영이 빌린 아버지의 장례비용으로 종이 되자 직녀성織女星의 화신이 대속하다
삼국三國 위魏: 왕부폐시王裒廢詩 왕부가 참사斬死한 아비 추모 눈물에 백栢-측백側柏이 말라죽고 시령詩經 료아편蓼莪編을 읽지 못하다
삼국三國 오吳: 맹종읍죽孟宗泣竹 맹종이 위독한 어미를 위해 읍소泣訴하자 솟은 죽순笋으로 죽을 끓여주자 어미 병이 낫다
진晉: 왕상부빙王祥剖氷 왕상이 계모의 학대에도 참새를 잡아 올리고, 겨울에 얼음을 깨고 잉어를 공양하다
진晉: 허자매수許孜埋獸 허자가 양친 묘에서 울면 조수鳥獸가 모이고 심은 송백을 범犯한 사슴이 맹수猛獸에 죽자 길옆에 묻어 주다
설포쇄소
효아포시
황향선침
정란각목
동영대전
왕부폐시
맹종읍죽
왕상부빙
허자매수
왕연약어
진晉: 왕연약어王延躍魚 왕연이 학대하는 계모의 명에 물고기를 구해 올리고 선침扇枕과 온피溫被로 봉양하며 여막살이로 효도하다
남북조南北朝 송宋: 양향액호楊香搤虎 양향이 호랑이 목을 졸라 아비가 화를 면하도록獲免하여 조정에서 정문旌門을 세워주다
남북조南北朝 송宋: 반종구부潘綜救父 반종이 손은孫恩의 난亂에 아비를 베려䂨는 칼에 난자당하자 감동한 다른 도적이 부자를 살려주다
남북조南北朝 남제南齊: 검루상분黔婁嘗糞 검루가 이질痢疾로 몸져 누은 아비의 변을 맛보아 달자 북두칠성에 빌어 월말까지 연명을 허락받다
양향액호
남북조南北朝 남제南齊: 숙겸방약叔謙訪藥 숙겸이 어미 병질疾에 산중 노인에게 얻은 정공등丁公藤 네 마디四段로 술 빚어 어미가 완쾌하다
남북조南北朝 양梁: 길분대부吉肦代父 길분이 등문고登聞鼓를 두드려 아비 대신 벌을 받겠다 하자 무제武帝가 정문旌門을 내리다
남북조南北朝 진陳: 불해봉시不害捧屍 은불해殷不害가 아비 거상居喪을 거하게 하고 난리에 어미의 시신을 찾아 무덤가에 송백을 심다
남북조南北朝 북위北魏: 왕숭지박王崇止雹 왕숭이 지키는 어미 빈소殯所에 비둘기鳩鴿와 작은 새가 깃들이고 아비 상에는 바람과 우박이 왕숭의 밭을 지나치다
반종구부
검루상분
수隋: 효숙도상孝肅圖像 서효숙徐孝肅이 아비의 초상에 조석문안을 드리고 어미를 지성으로 수발하며 무덤을 손수 만들다
수隋: 노조순모盧操順母 노조가 효경 상친장喪親章에 늘 목메어하며 구박하던 계모의 거상居喪에 전념하자 여우와 살쾡이狐狸가 호위 서다
오대五代 촉蜀: 맹희득금孟熙得金 맹희가 웃어른의 명령을 따르며承顔順志 거적苫깔고 삼년상에 소금과 쇠젖을 끊고 쥐구멍에서 황금 수천냥을 얻다
불해봉시
길분대부
숙겸방약
왕숭지박
효숙도상
맹희득금
노조순모
서적독행
송宋: 서적독행徐積篤行 서적이 죽은 아비 석石을 기려 돌을 밟지 않자 묘역兆域에 살구나무가 합하여 한 등걸이 되다
송宋: 오이면화吳二免禍 오이가 지성으로 어미를 섬기며 신령을 감동시켜 수명을 늘이게 하다
원元: 왕천익수王薦益壽 왕천이 하늘에 빌어 아비가 열 두해를 더 살고 겨울 심오령深奧嶺에서 구한 오이로 어미 조갈증을 고치다
명明: 유씨효고劉氏孝姑 유씨가 시어미의 환풍患風에 구더기를 빨아내고 단지斷指 및 넓적다리 살을 공양하여 소생시키다
오이면화
고려高麗: 루백포호婁伯捕虎 최루백의 호랑이를 찍어 아비 뼈를 수습하자 여막에서 아비가 꿈에 시를 읊다
본조本朝: 자강복총自强伏塚 김자강이 어미를 아비와 합장하고 다시 삼년상을 지내려하자 처족이 불지른 무덤에 사흘 동안 엎드리다
본조本朝: 석진단지石珍斷指 유석진兪石珍이 자신의 무명지無名指를 잘라 뼈를 피에 섞어 아비에 먹여 병을 낫게 하다
본조本朝: 은보감오殷保感烏 윤은보尹殷保와 서즐徐騭은 스승 張祉의 여막廬幕을 지키며 은보는 아비 거상에 회오리바람에 날아간 향합을 까마귀가 물어주다
왕천익수
오륜행실도 형亨-충신
하夏: 용방간사龍逄諫死 관용방關龍逄이 하나라 걸왕夏桀의 황음荒淫하여 정사를 돌보지 않음을 간하다가 죽음을 당하다
열국列國 진晉: 난성투사欒成鬪死 난성이 곡옥曲沃 무공武公의 회유에도 군사부君師父의 명분을 지키러 싸우다가 죽다
열국列國 위魏: 석작순신石碏純臣 석작이 아들을 역신 주우州旴와 함께 죽여 진실한 신하의 모범을 보이다
유씨효고
은보감오
석진단지
석작순신
자강복총
루백포호
용방간사
난성투사
왕촉절두
열국列國 제齊: 왕촉절두王觸絶脰 왕촉이 제齊나라를 침공한 연燕나라 장수 악의樂毅의 초빙에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절개로 목을 끊어 죽다
한漢: 기신광초紀信誑楚 기신이 초나라 항우項羽를 속여 한왕 패공沛公을 피신시키다
한漢: 소무장절蘇武杖節 소무가 흉노匈奴의 선우單于에게 북해에 억류되면서도 부절符節을 놓지 않다
한漢: 주운절함朱雲折檻 주운이 스승 장우張禹를 탄핵하여 성제成帝의 노여움을 사고 충정으로 버티다가 난간을 부러뜨리다
기신광초
한漢: 공승추인龔勝推印 공승이 왕망王莽이 내리는 인수印綬를 밀치고 굶어죽다
한漢: 이업수명李業授命 이업이 왕망의 명을 거부하고 독약을 마시다
진晉: 혜소위제嵇紹衛帝 혜소가 와의 조복朝服입고 혜제惠帝를 옹위하여 몸 바치다
진晉: 변문충효卞門忠孝 변곤卞壼과 두 아들이 성제成帝의 명에 순사殉死하다
진晉: 환이치사桓彛致死 환이가 소준蘇峻의 난을 평정하러 죽음에 이르다
당唐: 안원매적顔袁罵賊 안고경安杲卿과 원이겸袁履謙이 안록산安祿山을 죽음으로 꾸짖다
소무장절
당唐: 장허사수張許死守 장순張巡과 허원許遠이 안록산에 대항하여 죽음으로 성을 지키다
당唐: 장흥거사張興鋸死 장흥이 안사安史의 난에 사사명史思明을 꾸짖으며 톱으로 잘려 죽다
당唐: 수실탈홀秀實奪笏 단수실段秀實이 황제를 찬탈하려는 주자朱泚의 홀을 빼앗다
당唐: 연분쾌사演芬快死 석연분石演芬이 기꺼이 죽어서 이회광李懷光의 역모를 저지하려 하다
송宋: 약수효사若水効死 이약수李若水가 휘종을 옹위하며 충신을 본받아 죽다
송宋: 유겹연생劉韐捐生 유겹劉韐이 금나라에 복속하지 않고 목숨을 버리다
주운절함
송宋: 부찰식립傅察植立 부찰이 금나라 알리불斡离不에게 절하지 않고 뻣뻣이 서다
공승추인
이업수명
혜소위제
변문충효
환이치사
안원매적
장허사수
장흥거사
수실탈홀
연분쾌사
약수효사
유겹연생
부찰식립
방예서금
송宋: 방예서금邦乂書襟 방예가 금나라 장수 완안종필完顔宗弼에게 혈서를 쓰며 저항하다
송宋: 악비열배岳飛涅背 악비가 등에 진충보국盡忠保國이라 검은 물을 들이다
송宋: 윤곡부지尹穀赴池 윤곡이 元나라가 침공하자 연못에 지사知事로 부임, 가족과 함께 빠져 죽다
송宋: 천상불굴天祥不屈 문천상文天翔이 원元나라 군軍의 회유懷柔에 굴하지 않다
악비열배
송宋: 방득불식枋得不食 사방득謝枋得이 원元軍에게 굴하지 않고 먹지 않다
금金: 화상손혈和尙噀血 완안진完顔陳 화상이 몽고군蒙古軍에게 피를 뿜으며 호통치다
금金: 강산장군絳山葬君 완안강산完顔絳山이 원군元軍에 저항하여 애종哀宗임금의 시신을 거두다
금金: 하마자분蝦䗫自焚 곽하마郭蝦䗫가 원군에 서주西州를 사수하다가 스스로 분신하다
원元: 보안전충普顔全忠 보안불화普顔不花가 명군明軍에 굽히지 않고 죽자 전 가족이 따라 죽다
신라新羅: 제상충렬堤上忠烈 박제상이 볼모로 잡힌 미사흔未斯欣과 복호卜好 왕자를 구하고 충렬을 보이다
윤곡부지
신라新羅: 비녕돌진丕寧突陣 비녕이 백제군에게 돌진하고 아들과 종이 따라 순사殉死하다
고려高麗: 정이상소鄭李上疏 정추鄭樞와 이존오李存吾가 신돈辛旽의 방자放恣함을 공민왕에게 상소를 올리다
고려高麗: 몽주운명夢周殞命 정몽주鄭夢周가 이성계李成桂를 견제하려다가 조영규趙英珪에게 목숨이 끊어지다
천상불굴
고려高麗: 길재항절吉再抗節 길재가 동궁東宮 이방원李芳遠의 계啓와 정종의 제수除授에도 절조節操를 지켜 굽히지 않다
조선朝鮮: 원계함진原桂陷陣 김원계金原桂가 선주宣州를 약탈하는 왜구를 쫓다가 함락되어 싸우다 죽다
오륜행실도 리利-열녀
열국列國 송宋: 백희체화伯姬逮火 백희가 불에 타죽어도 예를 지켜 보모保姆와 부모傅姆를 기다리다
열국列國 송宋: 여종지례女宗知禮 여종이 포소飽蘇의 아내로서 남편 섬기는 예절을 알다
보안전충
하마자분
제상충렬
강산장군
화상손혈
방득불식
비녕돌진
정이상소
여종지례
백희체화
몽주운명
원계함진
길재항절
식처곡부
열국列國 제齊: 식처곡부殖妻哭夫 기량식杞梁殖의 아내가 전사한 남편을 안고 울다가 치수淄水에 빠져죽다
열국列國 채蔡: 송녀불개송宋女不改 송나라 여인이 남편의 악질惡疾에도 개가하지 않다
열국列國 양梁: 고행할비高行割鼻 고행이 남편과 사별하고 청혼거절의 빌미로 코를 베다
한漢: 절녀대사節女代死 절녀가 남편의 원수에게 남편 대신 죽다
송녀불개
한漢: 목강무자穆姜撫子 목강이 전처 아들 둘을 위무慰撫하여 스스로 정옥鄭獄에 가서 아뢰게 하다
한漢: 정의문사貞義刎死 악양자樂羊子의 아내가 도둑의 앞에서 스스로 목 베어 죽자 정절貞義이라 부르다
한漢: 예종매탁禮宗罵卓 망부亡夫 황보규皇甫規의 아내 예종이 동탁董卓을 꾸짖다
한漢: 원강해곡媛姜解梏 조원강趙媛姜이 남편의 차꼬와 수갑桎梏을 벗겨주고 대신 처형당하다
삼국三國 위魏: 영녀절이令女截耳 영녀가 친정의 개가권유에 머리칼과 코와 귀를 자르다
고행할비
남북조南北朝 송宋: 왕씨감연王氏感燕 왕씨가 단발斷髮하여 절개를 지키자 백수柏樹-측백 혹은 잣나무가 연리지連理枝되고, 제비가 다시 찾아오다
수隋: 최씨현사崔氏見射 조원석趙元棤의 처妻 최씨가 욕보이려는 도둑에 저항하여 화살에 맞다
당唐: 숙영단발淑英斷髮 배裵숙영이 수절하며 개가를 권하는 친정에 머리카락을 잘라 보이다
당唐: 위씨참지魏氏斬指 위씨가 고쟁鼓箏-箏을 연주하라는 난적亂賊을 거부하여 손가락을 끊다
오대五代: 이씨부해李氏負骸 이씨가 남편의 시신 운구運柩 중 여사旅舍주인이 팔을 끌어 내치자 팔을 끊다
송宋: 조씨액여趙氏縊輿 조씨가 난적亂賊 왕칙王則의 납처納妻 강요强要에 수레에서 목을 매다
송宋: 서씨매사徐氏罵死 서씨가 금군金軍에 투항한 송군宋軍 도적을 꾸짖으며 죽다
송宋: 이씨액옥李氏縊獄 송宋 사방득謝枋得의 아내 이씨가 원元軍에 항거하여 옥에서 목을 매다
절녀대사
송宋: 옹씨동사雍氏同死 옹씨가 원군元軍의 공략攻掠에 남편 지주통판池州通判 조묘발趙卯發과 함께 목매어 죽다
송宋: 정부청풍貞婦淸風 왕정부가 적장賊將의 회유에 복상服喪 핑계 후 혈서 쓰고 투신하여 맑고 깨끗한 절조節操를 지키다
정의문사
예종매탁
원강해곡
목강무자
영녀절이
왕씨감연
최씨현사
숙영단발
위씨참지
이씨부해
조씨액여
서씨매사
이씨액옥
옹씨동사
정부청풍
양씨피살
송宋: 양씨피살梁氏被殺 양씨가 원군에 사로잡혀 남편을 살리고 좇기를 강요하는 적장에게 죽다
금金: 명수구관明秀具棺 명수 자字를 가진 포찰씨蒲察氏가 최립崔立의 난亂에 관棺을 마련하고 목매다
원元: 의부와빙義婦臥氷 장張의부가 얼음 위에 누어 남편유골을 찾게 해 달라고 빌어 찾아내다
원元: 동씨피면童氏皮面 동씨가 함평威平을 수복한 관군의 횡포에 저항하여 얼굴 가죽이 벗겨지다
원元: 왕씨경사王氏經死 왕씨가 남편의 유언대로 전처 아들을 돌봤으나 아들이 죽자 스스로 목매 죽다
원元: 주씨구욕朱氏懼辱 주씨와 권속이 장사성張士誠의 난에 욕볼까 두려워 목매 죽다
명수구관
원元: 취가취팽翠哥就烹 유취가劉翠哥가 평장平章 유합랄불화劉哈剌不花의 주린 병졸들에 남편 대신 삶아 먹히다
황명皇明: 영녀정절寗女貞節 영씨 딸이 초례醮禮 전에 남편이 죽었어도 시부모 모시고 정절을 지키다
백제百濟: 미처해도彌妻偕逃 도미의 아내가 개루왕蓋婁王을 피해 두눈을 뽑힌 남편을 찾아 함께 달아나다
고려高麗: 최씨분매崔氏奮罵 최씨가 욕보이려는 왜구를 꾸짖다가 죽자 작은 아들은 죽고 큰 아들은 잡혀가다
고려高麗: 열부입강烈婦入江 배씨裵氏가 왜구를 꾸짖다 젖먹이를 강둑에 두고 강물에 빠져죽다
의부와빙
본조本朝: 임씨단족林氏斷足 임씨가 욕보이려는 왜구에 맞서 팔뚝과 다리가 결단나다
본조本朝: 김씨박호金氏撲虎 김씨가 호랑이를 때려 남편을 구하자 나중에 호랑이가 배나무를 물어뜯다
본조本朝: 김씨동폄金氏同窆 이강李橿이 말에서 떨어져 죽자 아내 김씨가 53일 단식 끝에 죽어 남편과 함께 하관下官하다
오륜행실도 정貞-형제
동씨피면
열국列國 위魏: 급수동사伋壽同死 이복형 급을 어미가 죽이려 하자 수가 대신 죽고 급도 따라 죽다
한漢: 복식분축卜式分畜 복식이 아우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고 탕진한 아우에게 다시 베풀다
왕씨경사
한漢: 왕림구제王琳救弟 왕림이 함께 부모무덤을 지키던 아우를 붙잡아간 적에게 스스로 결박하여 나아가 적을 감동시키다
주씨구욕
취가취팽
영녀정절
미처해도
최씨분매
열부입강
임씨단족
김씨박호
김씨동폄
급수동사
복식분축
왕림구제
허무자예
한漢: 허무자예許武自穢 허무가 자신을 재산을 탐한다는 더러운 이름을 뒤집어쓰고 안晏과 보普 두 동생을 출세하게 하다
한漢: 정균간형鄭均諫兄 정균이 뇌물을 탐하는 형을 품팔이로 돈을 벌어 보이며 간하다
한漢: 조효취팽趙孝就烹 조효가 동생 예禮 대신 삶겨 죽기를 자청하여 도적을 감동시키다
정균간형
한漢: 목융자과繆肜自檛 목융이 스스로에게 매질하여 분가를 주장하는 제수弟嫂들 마음을 돌리다
한漢: 이충축부李充逐婦 이충이 가난하니 여섯 형제를 내치자는 아내를 내쫓다
한漢: 강굉동피姜肱同被 강굉과 아우들이 한 이불 속에서 자며 도적을 만나 서로 대신 죽겠다 하다
진晉: 왕람쟁짐王覽爭酖 왕람이 형 왕상王祥을 독살하려는 어미 주씨의 짐독을 마시겠다고 다투다
진晉: 유곤수병庾袞守病 유곤이 역려疫癘-역질疫疾에 위독한 형 비毗를 죽음을 각오하고 간병하다
진晉: 왕밀역제王密易弟 왕밀이 도적에게 잡힌 유복자遺腹子 아우 대신 친아들을 데려가라고 하다
남북조南北朝 송宋: 채확자사蔡廓咨事 채확이 형 궤軌를 아비처럼 섬겨 낱낱이 자문하여 행하다
조효취팽
남북조南北朝 송宋: 극살쟁사棘薩爭死 손극孫棘이 어미의 유언대로 보살피던 아우 살薩이 징병 기일을 어겨 사형을 받게 되자 서로 죽겠다고 다투다
남북조南北朝 위魏: 양씨의양楊氏義讓 양파楊播의 아우 춘春과 진津 형제가 평생 지극한 의리로 매사를 양보하다
남북조南北朝 남제南齊: 달지속제達之贖弟 달지가 흉년에 팔려가는 육촌 아우 경백敬伯 부부의 빚을 갚고 주부主簿벼슬을 형에게 양보하며 구전舊田은 아우에게 주다
목융자과
당唐: 광진반적光進反籍 이李광진이 결혼하여 먼저 결혼한 아우 광안光顔과 처가 반환하는 재산 문서를 받지 않고 돌려주다
송宋: 덕규사옥德珪死獄 정鄭덕규가 무함誣陷받은 강직한 동생 덕장德璋 대신 스스로 잡혀 옥사獄死하다
송宋: 두연대형杜衍待兄 두연이 칼로 내리쳐 뇌를 상하게 한 형들과 권속들을 끝까지 예로서 대우하다
송宋: 장존포금張存布錦 장존이 촉군蜀郡있을 때 얻은 비단을 펴놓고 형제들이 먼저 가지게 하다
송宋: 언소석적彦宵析籍 조趙언소가 방탕하여 패가敗家한 형 언운彦雲의 빚을 갚고 집안 열쇠를 돌려주다
이충축부
원元: 도경인경道卿引頸 곽郭도경이 효자사당을 지키다가 도적에 잡힌 아우 좌경佐卿과 목 내밀어 서로 죽기를 자청하다
강굉동피
왕람쟁짐
유곤수병
왕밀역제
채확자사
극살쟁사
양씨의양
달지속제
광진반적
덕규사옥
두연대형
장존포금
언소석적
도경인경
곽전분재
원元: 곽전분재郭全分財 곽전이 계모의 아들 넷에게 재산을 나누어주고 계모를 봉양하다
원元: 사달의감思達義感 오吳사달이 분가한 형제들과 부명父命으로 함께 살자 나무가 연리지連理枝되다
부附 貞-종족宗族
사달의감
당唐: 군량척처君良斥妻 유劉군량이 까마귀 새끼들을 바꿔 서로 싸우고 우짖게 만들어 형제를 이간한 아내를 내쫓다
당唐: 공예서인公藝書忍 장張공예가 구세동거九世同居의 비결을 묻는 고종에게 참을 인忍 백여 자를 쓰다
송宋: 진씨군식陳氏群食 진긍陳兢의 13대 가족 칠백 명처럼 백 여 마리 개도 함께 밥을 먹다
송宋: 중엄의장仲淹義莊 범范중엄이 일가친척까지 재물을 나누고 의장義莊지어 가난한 일족을 돕다
송宋: 육씨의거陸氏義居 육구소陸九韶가 문중 사람들의 위계와 질서를 의義로써 바로잡다
군량척처
원元: 문사십세文嗣十世 정鄭문사를 이어 사촌아우 대화大和가 10대 240년 주자가례朱子家禮대로 살다
원元: 장윤동찬張閏同爨 장윤이 8대 1백 여 가솔과 한솥밥을 먹어도 간언없이 화목하다
오륜행실도 정貞-붕우
한漢: 누호양여樓護養呂 누호가 옛 친구 여공呂公 부부를 친동기처럼 봉양奉養하다
공예서인
한漢: 범장사우范張死友 범식范式과의 약속을 지킨 장소張劭는 죽어서도 범식을 기다려 상여가 나아가지 않다
삼국三國 촉蜀: 장예휼고張裔恤孤 장예가 친구 양공楊恭의 젖먹이 아들을 돌보고 그 어미를 친 어미처럼 봉양하다
당唐: 도종심시道琮尋屍 나羅도종이 귀양 동료의 시체를 하늘에 빌어 찾아내다
당唐: 오곽상보吳郭相報 곽吳보안이 곽중상郭仲翔을 오랑캐로부터 구해주고 중상은 보안의 아들에 보답하다
당唐: 이면환금李勉還金 이면이 병사한 선비가 장례비로 준 백금을 선비의 유족에게 돌려주다
진씨군식
당唐: 서회불부徐晦不負 서회가 죄를 지어 폄직貶職-좌천左遷 당한 친구 양빙楊憑을 연루連累의 위험에도 저버리지 않다
중엄의장
문사십세
장윤동찬
누호양여
범장사우
장예휼고
육씨의거
도종심시
오곽상보
이면환금
서회불부
사도경탁
송宋: 사도경탁査道傾橐 사도가 과거 경비로 아비 친구 여옹呂翁의 장례와 손녀 혼비로 전대纏帶를 풀다
송宋: 한이경복韓李更僕 한억韓億과 이약곡李若谷이 과거길에 번갈아 종노릇하더니 정치政治에 참여參與하는 참정參政 후 사돈을 맺다
송宋: 순인맥주純仁麥舟 순인이 아비 범중엄范仲淹의 보리 오백석과 배를 진종황제 때 삼반봉직三班奉職과 대리사승大理寺承이 되기 전 석연년石延年-자字는 만경의 장비葬費로 주다
송宋: 후가구의侯可求醫 후가가 친구 곽행郭行 애비의 병환에 군색함을 무릅쓰고 의원을 구해주다
한이경복
부附 정貞-사생師生
한漢: 운창자핵云敞自劾 운창이 자신을 탄핵하며 왕망王莽에게 요참腰斬당한 스승 오장吳章의 제자임을 천명闡明하다
한漢: 환영분상桓榮奔喪 환영이 스승 구강九江 주보朱普의 상喪에 달려가 구강의 흙을 져다 무덤을 만들다
삼국三國 위魏: 견초렴빈牽招斂殯 견초가 도적을 무릅쓰고 스승 악은樂隱의 시신屍身을 거두어 염습하다
순인맥주
송宋: 양시입설楊時立雪 양시가 유초游酢와 함께 명도明道선생 정호程顥의 동생인 이천伊川 정이程頤 선생을 모시고 입시入侍하여 한자 눈 속에 파묻히다
송宋: 원정대탑元定對榻 체원정蔡元定이 아비 발發에게서 공맹孔孟을 배우고 익힌 후 주자와 평상을 대하여 마주앉다
운창자핵
환영분상
견초렴빈
양시입설
원정대탑
후가구의
이론상으로, 통념상으로, 관습적으로 오륜행실도가 강륜문자도의 저본底本으로 보인다. 오륜행실도가 너무 장황하지 않으냐...그래서 할배의 할배의 할배들이 그림 그리기에 좋은 이야기를 골라내고 이름도 따로 붙였느니라. 그것이 효제충신예의염치라는 것이니라...
할배의 금쪽같은 가르침에도 손주는 궁금했을 것이다. 손도 들지 않고 숨 가쁘게 채근했을 것이다. 할배요...행실도에는 원형리정元亨利貞 네 권에 효자 충신 열녀 형제 종족 붕우 사생의 일곱 편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강륜문자도에는 효제총신예의염치...여덟이니까...
효제충신은 소학小學 선행편善行第六에 나온다. 송宋나라에서, 명도明道 정호程顥는 인륜을 바탕으로 사물의 이치를 밝혀야 한다고 조정에서 진언했다. 어버이에 효도孝道하고, 형제兄弟간에 우애友愛 있으며, 임금에 충성忠誠하고 벗 사이에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르되, 그 가르침은 소학의 ‘집 안팎을 물 뿌려 쓸고 어른의 부름에 응하고 사람들을 공대恭待한다’ 에서 시작하여 효제충신孝悌忠信의 도리를 닦고 예악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이다其敎自小學灑掃應對以往, 脩其孝悌忠信, 周旋禮樂 이라고 말한다.
설포쇄소도
예의염치禮義廉恥는 제齊 환공桓公의 패업覇業을 도왔던 관중管仲이 나라의 사유四維 즉 네 가지 받침 혹은 근본으로 들었던 덕목이다. 유維는 강綱을 매는 것이니, 사각四角을 매면 강綱이 들리고 목目이 펴지므로 국가國家를 유지하는 기구라 했다.
‘예는 법도를 넘지 않는 것, 의는 스스로 나서지 않는 것, 염은 사악함을 몰래 감추지 않는 것, 치는 잘못을 쫓지 않는 것”이라 했다. 관중의 제자들이 가필한 「관자管子」 목민牧民 편에서는 사유가 베풀어지지 않으면 나라가 이에 망한다四維不張 國乃滅亡이라 했다.
이쯤에서 손주는 한 발 뒤로 물러서 할배가 휘두르는 장죽을 피할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른다. 다른 말로 하면 불문율이다. 무소불위의 권위에 언감생심 토를 달아? 하곤 할배의 할배가 튀기는 침을 맞으며 다시 캐묻지 않으리라 다짐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할배는 혀를 찬다...끌끌...소학小學이나 읽어라...소학도 어렵다고? 그러니 삼강오륜을 알 턱이 있나...그럼 사자소학四字小學이나 읽어라...공자님이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 했으니, 너는 사절四絶은 읽어야 사자四字를 알 터...그 안에 오륜행실도 설명이 다 있느니라...흠 흠...
강륜문자도의 여덟 덕목
오륜행실도를 기준으로 행실도를 다시 생각해 보면 분명한 상호연관성, 표집개념의 지향점이 보인다. 가슴이 뭉클하거나 진저리처지거나 눈물이 글썽거리는 추체험도 나름대로의 패턴이 있다. 나아가서는 지배계층의 논리와 기층백성의 논리, 그 맥이 엿보인다.
지배계층이야 충신을 중심으로 효자 열녀 붕우 사생이 보이겠지만 우매한 가부장제도하의 민초의 입장에서는 효자 열녀가 보이고 붕우가 끼어들면서 사생, 그리고 충신이 턱걸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륜행실도에는 방증이 따르지 않는 설명과 도해가 실린다. 일화 혹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강륜이 담담하게 기술되거나 격한 감정을 유발하는 상황 묘사도 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간접 경험에 간접이입의 형태를 거쳐 공감대가 넓은 이야기가 유전된다.
신야궁경도
그러므로 먼저 도상의 설명에 따라 사건을 내면에서 결구하고, 읽는 사람 내면의 목소리를 반영, 재구성하여 감동으로 연결시키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의적이건, 현실적이건 누락되는 것이 있다. 경전의 오류와 같은 무소불위의 권위만이 내세워진다.
먼저 그 일차 조각을 맞춰보자.
김영재, ‘민화의 뿌리’에서 가져오되 논지에 맞게 수정했다.
효孝는 효도이다. 윗사람에게 효도해라...아랫사람에게 공경 받을 것이니라...늙어 천덕꾸러기로 구박받고 싶으냐...네 애비 제사를 극진히 모셔야 아들이 보고 따라하지 않겠느냐...그렇게 농경사회의 사회보장제도가 슬그머니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오륜행실도에서 발췌한 사람의 행적 앞에는 출신국명이 명기되어 있다.
효孝의 상징이다.
진晉: 왕상부빙王祥剖氷 왕상이 계모의 학대에도 참새를 잡아 올리고, 겨울에 얼음을 깨고 잉어를 공양하다
삼국三國 오吳: 맹종읍죽孟宗泣竹 맹종이 위독한 어미를 위해 읍소泣訴하자 솟은 죽순笋으로 죽을 끓여주자 어미 병이 낫다.
맹종읍죽도
열국列國 노魯: 자로부미子路負米 중유仲由가 명아주나물藜과 콩잎藿만 먹으면서 십리 쌀 둥짐負으로 부모를 섬기다
오대五代 촉蜀: 맹희득금孟熙得金 맹희가 웃어른의 명령을 따르며承顔順志 거적苫깔고 삼년상에 소금과 쇠젖을 끊고 쥐구멍에서 황금 수천냥을 얻다*
한漢: 황향선침黃香扇枕 황향이 여름에는 홀아버지의 베개와 침구를 부채질하고 겨울에는 몸으로 이부자리를 덥히다
명明: 유씨효고劉氏孝姑 유씨가 시어미의 환풍患風에 구더기를 빨아내고 단지斷指 및 넓적다리 살을 공양하여 소생시키다
한漢: 설포쇄소薛包洒掃 설포가 계모에게 쫓겨나서도 날마다 집안청소를 하고 아우 분가를 따르고 파산한 아우를 기꺼이 돕다
고려高麗: 루백포호婁伯捕虎 최루백이 호랑이를 찍어 아비 뼈를 수습하자 여막에서 아비가 꿈에 시를 읊다
수隋: 노조순모盧操順母 노조가 효경 상친장喪親章에 늘 목메어하며 구박하던 계모의 거상居喪에 전념하자 여우와 살쾡이狐狸가 호위 서다
오륜행실도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효의 구심점에 순임금이 있다. 효의 귀감이자, 나아가 동양 윤리의 원형이라 할만하다. 오륜행실도의 저변에 흐르는 배냇정신이라고 할 수도 있다. 박인로는 오륜가에서 읊는다. 순임금이 대종大宗이다.
‘아버지는 나으시고 어미는 키우시니 호천망극昊天罔極이라 갚을 길이 어려우니 대순大舜의 종신성효終身成孝도 못다 한가 하노라’ 했다. 넓고 끝이 없는 하늘처럼 부모님 은혜가 막중하니, 순임금의 지극한 효성으로도 갚을 수가 없다는 거다.
대순大舜, 즉 순은 성이 요姚이며 우虞라고도 한다. 이름은 우순虞舜·중화中華·제순유우帝舜有虞 등으로 부른다.
『묵자墨子』「상현尙賢」에, 순임금은 역산에서 농사를 짓고舜耕歷山, 하빈에서 도자기를 굽고陶河瀕, 뇌택에서 물고기를 잡았다漁雷澤 라고 했다. 순경역산舜耕歷山, 혹은 역산에서 소를 꾸짖는다는 역산질우歷山叱牛의 화제畵題가 나왔다.
효의 수범이 되는 사실은 『사기史記卷一』「오제본기五帝本紀第一」에 기술되었다.
순임금
순舜의 아비 고수瞽叟는 완고하고頑, 어미는 어리석었고嚚, 아우 상象은 오만했으며 모두 순을 죽이려 했다. 순은 순순히 적응하여 아들의 도리를 잃지 않고 효도하며 형제간에 자애로웠다.
순을 죽이고자 했으나 죽일 수가 없었고, 순은 죽이려는 것을 알면서도 찾아가 곁에 있었다卽求,嘗在側
고수瞽叟는 계속 순을 죽이고자 했다. 순에게 창고에 올라가게 한 후 사다리를 치우고 창고에 불을 질렀다. 순은 두 개의 삿갓으로 자신을 덮어 가리고 내려왔으므로 죽일 수 없었다舜乃以兩笠自扞而下, 去, 得不死.
후에 고수가 순에게 우물을 파게 했다. 순은 우물을 파면서 옆으로 나갈 구멍을 만들었다. 고수와 상은 함께 흙으로 우물을 메웠다. 순은 숨겨둔 구멍을 따라 나와 도망갔다. 고수와 상은 순이 이미 죽었다고 기뻐했다.
순을 파묻은 후 상은 순의 방에 들어가 살면서 금琴을 뜯었다.
순복궐제舜服厥弟라 했다. 순이 장님 아버지 고수瞽叟, 계모와 이복동생 상象의 반복된 살해 기도에도 오히려 효행의 도를 다하였다는 말이다. 그림에서는 대순탄금大舜彈琴을 상징하는 현금이 그려진다.
다시 『사기史記卷一』「오제본기五帝本紀第一」로 이어진다. 이에 요堯는 순舜에게 고운 칡베로 만든 치의絺衣와 금琴을 주었으며 창고를 만들어주고 소와 양을 주었다.
순임금 열전에는 언제나 이비가 나온다. 열녀의 귀감이자, 원형이다. 삼강행실도에는 수록되었지만 오륜행실도에는 누락되었다. 시대윤리나 실증자료 차원에서 누락되었겠지만 순임금과의 관계에서, 또 이 글의 논지상 필요해서 재수록 및 구성한다.
이비
『초사楚辭』는 순 임금의 행적을 노래한다.
순임금이 결혼하지 못함을 근심하였는데, 그 아비는 어째서 장가를 못 들게 하였는가? 요임금은 순의 부모에 알리지 않고 그 두 딸을 어째서 처로 주었는가? 순이 어진 사람이라는 것을 요는 어떻게 헤아려 두 딸을 주었는가?
『열녀전列女傳 卷之一』「유우이비有虞二妃」에는
순임금이 박해받을 때 요임금이 두 딸을 순에게 보내 위기를 모면하게 했다. 고수가 곳집을 칠하라 시키고 불 질렀을 때 날아서 탈출했다. 고수가 술을 먹였을 때 약으로 몸을 씻고 갔으므로 종일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舜藥浴汪遂徃舜終日飮酒不醉.
라는 구절이 보인다.
소상반죽瀟湘班竹은 소상의 호안湖岸에 자라는 방죽方竹이다. 요임금의 두 딸, 즉 제이녀帝二女 아황娥皇·여영女英이 흘린 피눈물의 흔적이 대나무 잎에 아로새겨졌다고 했다. 악양루岳陽樓 앞 군산섬君山; 일명 상산湘山에는 이비를 모시는 묘우廟宇가 있다.
『사기史記卷一』「오제본기五帝本紀第一」에 보면
순임금이 그 아버지 고수와 새어미의 박해에도 효성이 지극했으며 의붓동생 상象의 시샘에도 불구하고 우애가 높았다. 하여 요임금이 왕위를 넘겨주면서 순을 두 딸의 지아비로 삼았다.
고 했다.
순舜은 스무 살에 효에 대해 가르침을 받고 서른 살에 요임금이 천거했으며 쉰 살에 천자의 일을 섭행攝行하였고 쉰여덟에 요임금이 붕어崩御하자 예순 하나에 요임금을 대신하여 제위帝位에 올랐다.
제위에 오른 지 39년에 남순南順, 즉 남쪽으로 순행巡行하다가 호남성 영원현 동남에 있는 창오의 들에서 척방陟方, 즉 승하했다. 강남 호남성 영원현의 구의九疑에 장사지냈으며 이것이 영릉零陵이다.
『사기史記卷一』「오제본기五帝本紀第一」에는 『예기禮記』를 인용한다. 순임금을 창오에 장사지냈는데 이비二妃는 따르지 않았다고 했다. 동정호의 군산에서 그 소식을 듣고 피눈물을 뿌리며 원상沅湘 사이에서 빠져 죽었던 것이다.
창오는 산해경에 설명된다.
『산해경山海經第十三』「해내동경海內東經5」에 이르되
서호西胡의 백옥산白玉山이 대하大夏의 동쪽에 있으며 창오蒼梧는 백옥산의 서남쪽에 있고 모두 유사流沙의 서쪽, 곤륜허昆侖虛의 동남에 있다. 곤륜산昆侖山은 서호의 서쪽에 있으며 모두 서북西北에 있다.
『산해경山海經第十八』「해내경海內經23」의 곽박郭璞 주에
산은 오늘날 영능零陵 영도현營道縣의 남쪽에 있으며 그 산의 아홉 계곡이 생김새가 비슷해서 구의九疑라고 하는데, 옛날 이름을 모아서 묶어 창오蒼梧라 했다고 이른다.
창오모연도
조선에는 소상팔경가가 전한다. 다른 각도로 표현하자면 조선의 소상팔경도가 전한다. 동이라 부르던 조선의 순임금과 이비가 송적의 소상팔경도에 의해 가사가 되어 유전했다고 할만큼 고형태적, 혹은 원형적이다.
상수湘水로 울고 가니 수운愁雲이 막히고 황릉黃陵으로 울고 가니 옛 사당이 황량하다. 남순황제南巡皇帝 혼이라도 응당이 설으려든 새소래 눈물지니 황룡애원이 이 아니냐
황릉으로 울고 가니 옛 사당이 황량하다는 가사는 황릉제조黃陵啼鳥, 즉 황릉에서 우는 새라는 민화로 그려졌다. 황릉에서 애절하게 슬퍼한다는 황릉애원黃陵哀怨이 되었다.
손진태孫晉泰가 채록한 「조선신가유편朝鮮神歌遺編」에 채록된 가사에는 황릉애원黃陵哀怨이 있다. 중국 소상팔경瀟湘八景의 원래 화제畵題에는 없던 것이 조선에서 삽입되었다.
탑전塔前에 노승老僧들은 팔폭장삼八幅長衫 꼿갈쓰고
꾸벅꾸벅 읍揖을 하니 한사모종寒寺暮鐘 이 아니며,
소상야우瀟湘夜雨 동정추월洞庭秋月 어촌낙조漁村落照
황릉애원黃陵哀怨 원포귀범遠浦歸帆 이 아니냐?
소상瀟湘은 김만중金萬重의 구운몽九雲夢·판소리 춘향가春香歌·심청전沈淸傳·흥보전興甫傳이나 별주부전鼈主簿傳, 수궁가水宮歌·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잡가 수심가愁心歌·이생규장전李生窺墻傳·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 등의 소재가 된다.
유독 소상팔경이 그림과 함께 문학과 시가의 소재가 되었던 것은 맹자孟子 이루편離婁篇에서 동이東夷라 했던 순임금과 이비二妃의 사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팔경의 원래 화제를 바꾸면서까지 순舜임금과 이비二妃, 동이를 조상으로 모시는 백성의 심금을 울렸을 것이다.
순임금은 강륜의 여덟 덕목 중 효 제의 귀감이 되고 이비는 열녀 정절의 원형原型으로 여겨진다.
강륜효제도
제弟는 형제우애를 말한다. 형제간에 사이좋게 서로 도우며 산다는 뜻을 가진다. 상징에는 할미새鶺鴒ㆍ아가위常棣가 있다. 할미새는 척령鶺鴒이라 한다. 아가위는 상체常棣 혹은 산앵두 등 해석이 있다. 오륜행실도에는 급수동사가 수록되어 있다.
열국列國 위魏: 급수동사伋壽同死 이복형 급을 어미가 죽이려 하자 수가 대신 죽고 급도 따라 죽다
위나라 사람들이 상심하여 이자승주의 시를 지었다. 國人傷之 作二子乘舟之詩. 발췌한다.
물에 뜬 배는 어떤 배라서 함께 같은 날 건너는가
소소하게 제나라 가는 길 천자의 깃발을 훔쳤을 때
泛泛河舟同濟日 沼沼齊路竊旌時
급난에 형제의 정을 숨기고 도울 일이 급하나
한번 떠나가니 두 시체를 보는 것이 더욱 어려워라
自逢嚚傲領原急 一去那堪見兩屍
‘척령재원 형제급난‘은 시경詩經 소아편小雅編에 나온다. 할미새가 들에서 곤하면脊令在原, 형제가 달려와 어려움을 구해준다兄弟急難라는 말이다.
척령이 나오는 『시경詩經』「소아小雅」 를 읽되, 먼저 한글독음, 번체자, 간체자, 한글번역문 순서로 싣는다. 간체자 해석과 문장 뒤에 ‘,’나 ‘。’ 등의 문장부호는 비교적 최근 중국식 해석의 예로 실었다.
김영재의 「민화의 뿌리」에서 전재한다.
상체지화常棣之華 常棣花开朵朵,아가위가 뒤섞여 피어
악불위위鄂不韡韡 花儿光灿鲜明。꽃이 찬란하게 빛나고 선명하구나
범금지인凡今之人 凡今天下之人,무릇 지금 세상 사람들에
막여형제莫如兄弟 莫如兄弟更亲。형제만큼 가까운 이는 없다
사상지위死喪之威 遭遇死亡威胁,죽음의 위협을 만나도
형제공회兄弟孔懷 兄弟最为关心。형제가 가장 관심을 가진다
강륜제자도
원습부의原隰裒矣 丧命埋葬荒野,죽어 황야에 매장되어도
형제구의兄弟求矣 兄弟也会相寻。형제가 모여 서로 생각해준다
척령재원脊令在原 鹡鸰困在原野,할미새가 들에서 곤하면
형제급난兄弟急難 兄弟赶来救难。형제가 달려와 어려움을 구해준다
매유량붕每有良朋 虽有良朋好友,비록 좋은 벗 있어도
황야영탄況也永歎 安慰徒有长叹。편하도록 위로하며 긴 탄식만 한다
형제혁우장兄弟鬩于牆 兄弟墙内相争,형제가 집안에서 다투어도
외어기무外禦其務 同心抗御外侮。밖에서 얕보면 한 마음으로 막는다
매유량붕每有良朋 每有良朋好友,매번 좋은 벗이 있어도
증야무융烝也無戎 遇难谁来帮助。어려운 일 만나면 누가 와서 도와주겠는가.
상란기평喪亂既平 丧乱灾祸平息,전쟁이나 천재지변이 가라앉으면
기안차녕既安且寧 生活安定宁静。생활이 안정되고 편안해진다
수유형제雖有兄弟 此时同胞兄弟,그때는 동포형제라도
불여우생不如友生 不如朋友相亲。친구와 서로 친한 것만 못하다
빈이변두儐爾籩豆 摆上佳肴满桌,맛있는 요리를 벌여놓은 탁자에
음주지어飲酒之飫 宴饮意足心欢。술자리를 베푸니 마음이 흡족하고 기쁘다
형제기구兄弟既具 兄弟今日团聚,형제가 오늘 모두 모였으니
화악차유和樂且孺 祥和欢乐温暖。상서롭고 화목하며 기쁘고 즐거우며 따스하다.
처자호합妻子好合 妻子情投意合,아내와 자식들 잘 어울리고 의기가 투합하여
여고슬금如鼓瑟琴 恰如琴瑟协奏。마치 금슬이 어우러져 연주를 하는 듯하다
형제기흡兄弟既翕 兄弟今日相会,형제가 오늘 서로 만났으니
강륜충자도
화악차담和樂且湛 祥和欢乐敦厚。상서롭고 화목하며 기쁘고 즐겁고 인정이 도탑다
의이가실宜爾家室 全家安然相处,모든 집안이 편안하여 서로 위계질서가 잡히면
악이처탕樂爾妻帑 妻儿快乐欢喜。처자가 기쁘고 즐겁다
시구시도是究是圖 请你深思熟虑 그대에게 청하노니 깊이 또 깊이 생각하면
단기연호亶其然乎 此话是否在理。이 이야기에 일리가 있음을 알 것이다
제의 원형은 효제충신의 소학이되 시경에서 구체화했다.
충忠은 임금에 대한 신하의 무조건적 충성과 살신적殺身的인 헌신이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하늘의 명에 따라 임금이 나아갈 길을 바로 인도하는 것이 신하의 도리라는 뜻이 강조된다.
충의 상징으로는 하합상하蝦蛤上下ㆍ용방직절龍逄直截ㆍ어변성룡魚變成龍ㆍ비간쟁간比干爭諫이 있다.
화합상하蝦蛤上下는 새우 하蝦+대합 합蛤을 화합和合으로 해석한다. 군신화합을 뜻한다. 새우를 화면의 윗부분에, 대합을 아랫부분에 그린다. 용방간사가 뒤따른다.
하夏: 용방간사龍逄諫死 관용방關龍逄이 하나라 걸왕夏桀의 황음荒淫하여 정사를 돌보지 않음을 간하다가 죽음을 당하다
용방간사는 용방직절龍逢直節로도 쓴다. 관룡방關龍逢은 하夏나라 걸왕桀王에게 목숨을 걸고 충간하다 죽었다. 뜰에서 서책書冊을 등에 진 거북이 나왔다. 그림에서는 용방이라는 인물 대신 어변성룡의 옛 전설을 상형하는 용을 그린다.
어변성룡도
하나라 걸왕이 못을 파고 夜宮을 짓고 남녀가 난잡하게 지내면서 서른 날 조회를 참석치 않았다. 관용방이 간하여 말했다.
인군은 겸손하고 공경하며 믿음이 있으며 아껴쓰고 사람을 사랑해야 천하는 평안해지고 사직종묘는 튼튼해집니다. 이제 임금님은 아낌없이 재물을 쓰고 거리낌없이 사람을 죽입니다. 백성들은 오직 임금님이 늦게 망하는 것만 겁냅니다. 인심이 이미 떠났고 천명이 돕지 않으니 어찌 고치지 않으십니까? 걸왕이 듣지 않자 용방은 서서 돌아가지 않았다. 걸왕은 용방을 죽였다.
어변성룡魚變成龍은 등용문하여 용이 되듯 높은 벼슬을 하여 임금에 충성한다. 태평광기太平廣記券466에 인용하는 삼진기三秦記에, 용문 부근의 급류를 거슬러 오른 잉어는 용이 된다變成龍고 했다. 혹은 꼬리가 타면서 용이 된다燒尾成龍 한다.
걸왕桀王은 발發의 아들이며 이름이 계癸 또는 이계履癸라고도 한다. 53년간 재위하였으며, 몽산蒙山나라를 쳐서 유시씨有施氏를 징벌했는데 유시씨는 미녀 매희妹喜를 바쳤다.
걸왕은 매희와 황음한 연회에 빠지고 간신 조량趙梁을 총애했다. 상商부락의 탕湯이 천거한 이윤伊尹도 걸왕을 떠나고 태사령太史令 종고終古는 상商의 탕湯에게 귀순한다. 관룡봉關龍逢은 죽임을 당한다.
『사기史記卷三』「은본기殷本紀第三」에
주紂임금의 음란함은 그치지 않았다. 미자微子가 여러 번 간諫했으나 듣지 않아 대사大師 및 소사少師와 도모하여 마침내 떠나갔다.
비간比干은 말했다. 신하된 사람으로서 죽더라도 따져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이에 강력하게 주紂임금에게 간했다迺强諫紂. 이를 비간쟁간比干爭諫이라 한다. 비간이 주紂임금의 음란함을 힘써 간하여 말리다 라 역譯한다.
주紂임금은 노해서 말했다. ‘내가 들으니 성인聖人은 심장에 구멍이 일곱七竅이라더라.’ 하고 비간의 가슴을 갈라 그 심장을 봤다.
충忠의 예例 중에서 용방이 강륜충자도의 표상으로 등장하되 용 그림으로 상형된다.
신信은 믿음이다. 상징에는 청조靑鳥와 기러기편지雁信가 있다.
『성호사설星湖僿說第四卷』「만물문萬物門 청조靑鳥」에서 인용하는 『한무고사漢武故事』다.
무제武帝가 7월 7일, 승화전承華殿에서 재계齋戒하는데, 갑자기 푸른 새 떼가 서쪽에서 날아와 전殿 앞으로 모여들었다. 무제가 동방삭東方朔에게 그 이유를 묻자 동방삭이, 이는 서왕무西王毋가 오려고 하는 징조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서왕무 혹은 서왕모는 곤륜산에 살며 요지에서 연회를 벌인다.
곤륜산崑崙山은 타클라마칸 사막의 옆, 적수赤水의 뒤, 흑수黑水의 앞에 있다. 곤륜의 아래에는 약수弱水가 둥글게 에워싸고 화염산火焰山이 있다 했다. 곤륜은 옥玉이 많이 난다고 옥산玉山이다. 다시 옥玉=왕王=대大=태太와 같다.
『산해경山海經第二』「서차삼경西次三經11」에
서왕모西王母는 곤륜崑崙의 서쪽 350리, 옥산玉山에 산다.
고 했다.
주注1에 보면 곽박郭璞 이르되, 곤륜은 『목천자전穆天子傳』에서 일컫는 군옥산群玉山이라고 되어 있다.
『산해경山海經第二』「서차삼경西次三經11」의 주1에서 학의항郝懿行이 말한다.
삼국지 주에서 인용한 위략魏略에 이르되, 대진大秦의 서쪽에 해수海水가 있고 해수의 서쪽에 하수河水가 있으며 하수의 서남에서 북쪽으로 나아가는 대산大山이 있으니 서쪽에는 적수赤水가 있고 적수의 서쪽에 백옥산白玉山이 있는데 백옥산의 서쪽에 서왕모가 있다.
금안今案에 의하면 대산大山은 곤륜이며 백옥산은 서왕모가 살고 있는 나라 이름이다.
일월곤륜도
태사공太史公 사마천司馬遷이 『사기史記』에서 말하기를
우본기禹本紀에 황하의 물은 곤륜산에서 발원하고, 곤륜산은 2.500리에 달하는 높이이며 해와 달이 밝은 빛을 비치도록 서로 곤륜산을 피하여 숨을 정도이다. 그 위에는 예천醴泉과 요지瑤池가 있다.
요지에서 서왕모는 한 무제를 맞는다.
『한무제내전漢武帝內傳』에 이르기를
또 시녀에게 명하여 다시 복숭아를 찾아보라 하니 잠시 후에 옥반에 선도 일곱 과가 가득 찼다. 크기는 오리알 만하고 둥글며 푸른색이었다. 왕모에게 드리니 왕모가 네 과를 무제에게 주고 세 과는 제가 먹었다. 복숭아 맛은 감미로웠으며 입안에 그 맛이 가득 찼다. 무제가 그 씨앗을 문득 거두었다.
왕모가 무제에게 물으니 무제가 심으려 한다고 말했다. 왕모가 말하길, 이 복숭아는 삼천
한무제
년마다 열리는 데 중하中夏지대는 땅이 깊지 아니하여 심어도 자라지 않습니다. 황제가 이에 그쳤다.
동방삭이 말했던 청조는 삼청조를 가리킨다. 산해경山海經에서 서왕모西王母의 취식을 돕는다는 삼청조三靑鳥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산해경에는 일두삼신一頭三身의 새 이야기가 있다.
『산해경山海經第十二』「해내북경海內北經03」에 보면
서왕모西王母가 안석案席에 기대어 있는데 옥승玉勝을 꽂고 있으며戴勝 그 남쪽에 삼청조三靑鳥가 있어 서왕모의 취식取食을 돕고 있다. 곤륜허昆侖虛의 북쪽에 있다
고 했다.
그 주석의 가안珂案에서 인용하는「대황서경大荒西經」에 의하면
서왕모西王母의 산이 있으며 삼청조가 있는데 빨간 머리에 까만 눈을 하고 있으며 다른 이름으로 대려大鵹·소려少鵹·청조靑鳥라고 한다.
거처와 형모形貌를 보아 가이 상상해보건대 이 삼청조라는 것은 사람에 의지해 완연히 변한 작은 새가 아니라 힘이 세고 잘 나는 맹금猛禽이다.
서왕모
또 가안珂案에 의하면 곽박郭璞의 주注에
삼족조三足鳥는 송본宋本 장경본藏經本에 삼족오三足烏라 지었다作.
『사기史記』「사마상여司馬相如 대인부大人賦」운云
다행히 삼족오三足烏도 있어서 서왕모西王母가 시키는 일을 했다. 옥함산방玉函山房 집일輯佚 서집書輯 하도河圖 괄지상括地象에 역시 말하기를, 삼족신조三足神烏가 있어서 서왕모西王母를 위해 먹거리를 돕는다. 즉 삼족오三足烏가 이것이다.
『죽서기년竹書紀年』「주기周紀17」을 보면
목왕穆王 13년에 서방을 정벌하여 서왕모西王母의 취식을 돕는다는 청조靑鳥가 쉬는 곳에 이르렀다
고 했고
다시 『죽서기년竹書紀年』「주기周紀18」에는
목왕穆王 17년에 서방을 정벌하여 곤륜구에 이르러 서왕모를 만나고 연회를 베풀었다.
고 하여 서왕모와의 요지연瑤池宴을 언급하고 있다.
목천자는 서왕모와 선물을 주고받았으며, 서왕모는 목천자가 불사의 존재가 되었으니 다시 오시라는 노래를 부른다. 목천자는 나라가 평안해지면 다시 오겠다고 화답한다.
『목천자전穆天子傳卷之三』에는
길일吉日 갑자甲子에 천자가 서왕모의 손님이 되었다. 백규白圭와 현벽玄璧을 짚고 서왕모를 알현하면서 비단 백순百純 등을 드리니 서왕모는 두 번 절하고 받았다. 을축에 요지에서 서왕모의 술잔을 돌리자 서왕모는 천자를 위해 노래를 불렀다.
요지목왕도 부분
백운재천白雲在天。산구자출山丘自出。도리유원道里悠遠。산천간지山川間之。장자무사將子無死。상능복래尙能復來。
백운이 하늘에 있고 산구가 저절로 나온다. 도리道里가 산천 간에 유원悠遠하고 장차 불사의 존재가 되었으니 다시 오실 수 있으리.白雲在天 山丘自出, 山川間之. 將子無死, 尙能復來.
천자가 화답했다. 나는 동토인 중화로 돌아가 여러 제후의 나라를 다스릴 것이다. 모든 백성이 두루 평안해지면 내가 돌아보아 너를 만날 것이다. 너를 좇아 삼 년에 이르면 장차 초야로 돌아올 것이다. 予歸東土, 和理諸夏. 萬民平均, 吾顧見汝. 比及三年, 將復而爾.
천자는 말을 몰아 엄산弇山의 돌에 서왕모산이라고 새겼다.
요지연회도瑤池宴會圖는 서왕모가 주周 목왕穆王을 맞아 장생을 상징하는 천도天桃를 대접하는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다.
요지연회도는 조선에서 많이 그려졌다. 궁중에서 화원 혹은 화공이 그린 그림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민간에서 그려진 그림도 있다. 많은 수요가 궁중과 민간에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조선 사람들이 친밀하게 느끼는 소재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국악대전집國樂大全集』에서 인용하는 여창가곡女唱歌曲 계면조界面調 중거中擧에 요지의 반도 이야기가 나온다.
요지瑤池에 봄이 드니 벽도화碧桃花 다 뛰거다 삼천년三千年 매친 열매 옥반玉盤에 담앗스니 진실로 이반곳 받으시면 만수무강萬壽無疆하오리다.
다시 『국악대전집國樂大全集』에 실린 수양산가首陽山歌에 요지연회가 소개된다.
요지연회도
목왕穆王은 천자天子로되 요지瑤池에 연락宴樂하고 항우項羽는 장사壯士로되 만영추월滿營秋月에 비가강개悲歌慷愾허고 명황明皇은 영주英主로되 양귀비楊貴妃 이별후離別後에 마외역馬嵬驛에 울었으니 한벽당寒碧堂 청풍명월淸風明月에 만고영웅萬古英雄 준걸俊傑이 앉어 오날같이 좋고 좋은 날 만나 아니 놀고 무엇을 허 지느니.
그렇게 서왕모는 한국인의 의식에 파고들었다. 배냇신앙이 되었다.
안서雁書는 소무의 일화를 담고 있다.
한漢: 소무장절蘇武杖節 소무가 흉노匈奴의 선우單于에게 북해에 억류되면서도 부절符節을 놓지 않다
선우는 BCE140?-BCE60: BCE100년 천한天漢 원년에 즉위한 저제후罝堤侯 혹 且鞮侯 선우BCE101-96를 가리킨다.
강륜신자도
한나라는 위청衛靑·곽거병藿去病의 활약과 오손의 통합으로 서역의 주도권을 잡게 된다. 그러나 흉노 좌대도위左大都尉의 투항의사를 빌미로 흉노 정벌 시도가 실패하자 소무蘇武를 사자使者로 파견한다.
흉노에 변절한 한인 우상 우상虞常이 같은 한인 위율衛律 살해 미수혐의로 소무의 부사 장승張勝을 지목한다. 소무는 연좌죄로 움집에 유폐되지만 깃발의 털을 눈에 섞어 삼키며 버텼다.
흉노의 선우는 19년간 소무를 바이칼 호에 유배하고 숫양이 새끼를 낳으면 풀어주겠다 했다. 소무는 쥐구멍의 풀 열매를 먹으면서도 부절을 놓지 않았다. 선우는 귀순한 이릉李陵을 보냈으나 회유할 수 없었고 소무는 기원전 81년 시원始元 6년에 귀국했다.
소무蘇武가 북해에 억류되었음을 기러기 다리에 묶은 편지雁信로 한나라 황궁에 전했다는 이야기에서 흰기러기는 안서雁書를 의미한다. 강륜신자도에서 소무는 새의 몸에 사람 얼굴을 하고 다리에 안서雁書를 달고 있다. 이로서 안서는 신의信義의 상징이 되었다.
믿음信의 상징으로 서왕모의 사자라고 동방삭이 일컬은 삼청조가 등장한다. 논리적, 실증적 근거는 물론 없고 역사적 고증도 가능하지 않은 추측이다. 단지 서왕모라는 이름이 등장할 따름이다. 이상하다. 그렇게 해서라도 서왕모를 강륜문자도애 내세울 이유가 있나 보다.
예禮는 예禮는 바른 예의를 말한다. 하늘을 예법으로 공경하고 하늘이 내려준 인간관계의 서열을 따르고 심복한다는 뜻을 가진다. 예禮의 상징에는 낙구부도洛龜負圖와 행단고슬杏壇鼓瑟이 있다.
낙구부도는 하나라 우임금이 낙수에서 치수를 할 때 나타났다는 거북의 등에 그려진 그림이다. 홍범구주洪範九疇는 거북등 그림에서 나왔다.
『사물기원事物紀原』의「도화圖畵」 에서는 역易을 인용하여
황하黃河에서 도圖가 나오고河出圖, 낙수洛水에서 서書가 나왔다洛出書.
고 했다.
행단고슬은 공자가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베풀던 은행나무 혹은 살구나무 아래서 비파琵琶를 연주하거나 들으면서 즐겼다는 고사를 그린다. 補遺: 서울 성균관 명륜당 뜰에 은행나무가 모셔진다. 한국유학이 은행나무로 해석했거나, 공자의 행단이 은행나무였거나일 것이다.
공자속수도
「한양풍물가漢陽風物歌」에 행단이 나온다.
사학四學이 분배分排하여 유학儒學을 교훈하니
명륜당明倫堂 대성전大成殿은 우리나라 반궁泮宮
일백명 태학사太學士는 부자夫子위패位牌 뫼셔 있고
행단杏壇의 늦은 춤은 연비여천鳶飛戾天하는구나
연비여천은 『시경詩經』「한록旱麓」 편의 연비여천 어약우연鳶飛戾天 魚躍于淵에서 인용했다. 솔개가 하늘을 날고, 물고기가 연못에서 뛰어오르는 것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자연의 이치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는 뜻이다.
하나라 우임금, 공자가 예의 전범典範으로 나온다.
의義는 의리이다. 사람으로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마땅히 지켜져야 할 도리를 말한다. 의의 상징은 도원결의桃園結義의 복숭아꽃과 관저화명關雎話鳴의 물수리가 그려진다.
도원결의는 한나라 종실 후손인 유비劉備를 중심으로 관우關羽ㆍ장비張飛가 도원桃園-복숭아 과수원에서 의리형제를 맺는다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이야기를 그린다.
도원결의로 유비劉備·관우關羽·장비張飛가 의형제가 된다. 민화에서 많이 그려지는 소재인 삼고초려三顧草廬는 남양에서 은거하는 제갈량의 초막을 유비형제가 세 번 찾는다.
삼국춘수도
삼국지연의는 위魏·촉蜀·오吳의 세 나라가 천하를 두고 다투는 이야기다. 삼국통일을 이룬 것은 조조曹操의 위魏나라이다. 그러나 삼국지연의를 지은 나관중羅貫中은 한나라 종실 후손인 촉蜀나라의 유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일러 천명이다.
한실종친 유비의 정통성이 천명天命이기에 하 상 주 춘추전국 진한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중국의 정통이다. 이어 당 송 명을 그 정통으로 여긴다. 그것은 중국의 정통사관이기도 하지만 조선의 사관이기도 하다. 하 상 주를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태어난 날은 달라도 한날한시에 죽기를 맹세한다는 것이 결의結義이다. 어디에 맹세하는가...하늘이다. 하늘이 명하고, 하늘이 지켜보고, 하늘이 가르친다고 옛 사람들은 믿었다. 그것이 의리였다. 의義였다.
관저화명關雎和鳴은 아리따운 아가씨는 군자의 좋은 짝이라는 『시경詩經』의「관저關雎」구절에서 유래한다. 저구雎鳩라는 이름의 새, 징경이 혹은 물수리를 그린다.
김영재의 「민화의 뿌리」에서 전재한다.
강륜의자도
관관저구關關雎鳩 꾸룩꾸룩 물수리
재하지주在河之洲 모래 섬에 있네
요조숙녀窈窕淑女 정숙하고 어여쁜 아가씨
군자호구君子好逑 군자의 좋은 짝
참치행채參差荇菜 들쭉날쭉 노랑어리연꽃
좌우류지左右流之 여기저기 헤치면서
요조숙녀窈窕淑女 정숙하고 어여쁜 아가씨
오매구지寤寐求之 자나 깨나 찾는 구나
구지불득求之不得 구하여도 얻지 못하니
오매사복寤寐思服 자나 깨나 생각해
유재유재悠哉悠哉 그립고도 그리워
전전반측輾轉反側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참치행채參差荇菜 들쭉날쭉 노랑어리연꽃
좌우채지左右采之 여기저기 가려 캐는 구나
요조숙녀窈窕淑女 정숙하고 어여쁜 아가씨와
금슬우지琴瑟友之 금슬 벗하고
참치행채參差荇菜 들쭉날쭉 노랑어리연꽃
좌우모지左右芼之 여기 저기 우거 졌네
요조숙녀窈窕淑女 정숙하고 어여쁜 아가씨와
종고락지鐘鼓樂之 종과 북처럼 어우러져 즐기리
행실도의 열녀들이 가슴에 새겼던 매운 기상은 군자의 좋은 짝으로서 부끄러움이 없으리라는 것일 터이다. 지성으로 지아비를 섬기고, 죽음으로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정절을 지키는 것이 의리라 했을 것이다.
염廉은 염치廉恥이다. 고결高潔하고 탐욕貪慾이 없는 성품性品을 이른다. 염의 상징에는 봉불탁속鳳不啄粟ㆍ염계진퇴廉鷄進退가 있다.
봉불탁속鳳不啄粟은 ‘봉이 천 길을 나는데 굶주려도 조를 쪼지 않는다鳳飛千刃 飢不啄粟’라는 문자와 봉황을 함께 그린다. 봉은 아름답고 좋은 미덕을 두루 갖춘 이 땅의 새로서 선인先人들을 사로잡았다.
강륜염치도
서경과 중종실록에 순임금의 음악인 소소簫韶가 진선진미하다고 했다.
『서경書經』에는 또
소소簫韶를 구성九成, 즉 아홉 번 연주하니 봉황래의鳳凰來儀, 즉 봉황이 법도에 따라 춤추었다.
고 했다.
쇄국적인 관점에서 왕충王充은 『논형論衡』「강서편講瑞 第50」을 통하여, 봉황鳳凰은 기린과 같이 중국의 금수가 아니라 했다.
구욕鸜鵒-구관조九官鳥는 중국의 금수가 아니다. 봉황鳳皇, 기린騏驎도 중국의 금수가 아니다. 모두 중국에서 나는 것도 아닌데, 유자儒者들은 어찌하여 구관조鸜鵒는 싫고, 봉황․기린은 좋다고 할 수 있는가?
그럼 어디서 태어났는가. 군자지국, 단혈산이 거론된다.
봉鳳은 『산해경山海經』「해내경第十八海內經」에 이르기를
동방군자지국東方君子之國에서 나와 사해四海 밖을 날아 곤륜崑崙을 지나 지주산砥柱에서 물을 마시고 새 깃도 가라앉는다는 약수弱水에서 깃털을 씻으며 저녁에는 풍혈風穴에서 잠을 자니 천하가 안녕하다.
고 했다.
여기서 풍혈風穴은 단혈丹穴이 와전된 것이라고 말한다.
또, 봉은 천 길을 날고, 배가 고파도 좁쌀을 쪼아 먹지 않는다鳳飛千仞 飢不啄粟고 했다.
대나무 열매竹實를 먹는다는 이야기는 『산해경山海經』「해외서경第七 海外西經」의 주注에 나온다.
강륜염자도
『태평어람太平御覽卷九一五』이 인용하는 『괄지도括地圖』에 운云: 맹휴孟虧는 사람 머리에 새의 몸人首鳥身이며 먼저 우씨虞氏가 백수百獸를 길들였는데 하후夏后씨 말세에 백성들이 알을 먹기食卵 시작하자 맹휴가 떠났으며 봉황도 따라 이에 그쳤다. 산에 대나무가 많으며 길이가 천 길長千仞인데 봉은 죽실을 먹고凰食竹實 맹휴는 목식木食을 먹었다. 구의九疑를 떠나 일만 팔천 리를 갔다.
염계진퇴廉鷄進退는 廉鷄寒川 前進後退로도 풀어쓴다. 게가 조심스럽게 먹이를 구하러 나가고 상황이 나쁘면 바로 몸을 숨기는 것이 분수에 맞게 처신하며 청렴한 절도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뜻을 얻으면 나아가 펴고 물러나 때를 기다린다는 뜻으로도 쓴다.
닭이 모이를 쪼며 나가고 물러가는 것이 청렴한 절도로 비유되는 것은 염계廉鷄가 염계廉溪와 발음이 같아 주염계周廉溪라고도 부르는 염계 주돈이周敦頤의 청렴한 절도를 기린다는 뜻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울림극석鬱林戟石 율리송국栗里松菊에서, 울림극석은 울림태수였던 육적陸績이 관직을 그만 두고 떠나는데, 모은 재산이 없어 실을 짐이 없으니 배가 뒤집힐까봐 적재한 돌을 말한다. 퇴직하면서 모은 재산이 없어 빈손으로 돌아가는 청렴한 관직생활을 뜻한다.
율리는 도연명이 오두미五斗米에 허리를 꺾을 수 없다며 평택 현령 자리를 박차고 귀거래歸去來한 곳이다.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채
국동리하採菊東籬下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이라,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따다가 유유히 남산을 바라본다 라는 싯귀를 남겼다.
봉황이나 게는 비교적 쉽게 강륜문자도와 연상결합된다. 그러나 닭은 청렴한 닭이라는 속성이 모호하고, 염계廉鷄를 주염계와 연결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육적이나 도연명은 청렴이라는 덕목과는 합치하지만 강륜문자도와는 이질적이다. 연결고리가 있을까...
치恥는 부끄러움이다.
치恥의 상징은 이제청절夷齊淸節ㆍ수양매월首陽梅月ㆍ백세청풍百歲淸風이 있다. 모두 백이숙제와 연관이 있다.
수양매월首陽梅月 이제청절夷齊淸節은 수양산의 매화와 백이숙제의 맑은 절개라는 말이다.
백세청풍百歲淸風 이제지비夷齊之碑는 백세의 맑은 바람과 백이숙제의 비라 하여 비석을 그려놓고 그 위에 비문을 쓴다.
강륜치자도
백이숙제는 고죽국의 왕자인 이夷와 제齊이다.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天地篇/地理類/山』의「고죽수양산변증설孤竹首陽山辨證說」에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치자恥字 그림에서 달은 수양산의 매화와 달首陽梅月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달 속의 토끼가 불사약을 찧고 있다거나 토끼의 토兎는 호랑이 토菟의 오독誤讀이라는 등의 많은 신화, 문헌적인 해석이 있다. 예羿의 부인 항아姮娥의 신화를 담고 있다.
월궁항아月宮姮娥라고 할 때는 절세의 미인을 일컫는 말이다.
『한양풍물가漢陽風物歌』에는
항아姮娥가 적강謫降한가 속태俗態도 전연 없네.
라 했다.
항아는 하늘나라에 살다가 벌을 받고 지상으로 유배되었다가 예羿의 아내가 되었다.
『수신기搜神記卷十四』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예가 서왕모에게 불사약無死之藥을 청했다. 예의 아내인 항아姮娥가 훔쳐 달로 달아났다. 가면서 유황有黃에게 매서枚筮-점를 치게 했다. 점괘에 이르기를, 길하다. 빨리 날아翩翩 귀매歸妹할 괘掛로구나, 홀로 장차 서쪽으로 갈 것이니 캄캄하고 어둡더라도 무서워하거나 놀라지 말라. 후일에 크게 창성하리라 했다. 항아嫦娥는 마침내 달에 몸을 의탁했으니 이를 일러 섬저蟾蠩라 했다.
귀매는 64괘의 하나이다. 점괘는 애꾸눈이 볼 수 있다. 은둔한 사람의 일에 이롭다眇能視 利幽人之貞이다. 능히 해낼 수 있는 운세이니 속세를 피하는 것이 이롭다. 서쪽이 이롭다고 풀이하는 것이 논지에 가깝다.
돈황항아상
마서전馬書田은 『중국민간제신中國民間諸神』에서
항아嫦娥는 상희·상의·항아·상아라고 하며 전설적인 예羿의 처자이다.
라고 소개하면서
항아嫦娥는 본래 항아恒娥인데 항恒=현弦이며, 갑골문자 중에서는 달이 활시위의 모습인데 상현달 모양이어서 가대월可代月은 예쁠 아娥=아름다울 미美라 했다.
미녀를 항아라 지칭하는 것은 바로 밝은 달처럼 미려美麗한 여인을 말한다. 항恒자는 상常의 뜻이 있다. 한조漢朝의 사람들은 한 문제文帝 유항劉恒의 항恒자를 기휘忌諱하여 항아恒娥를 상아常娥로 바꿨으나 항아가 여성이므로 마침내 항아嫦娥가 습관적인 호칭이 되었다.
라고 유래를 밝힌다.
그러므로 항아는 동이장군 예의 부인이므로 자연스럽게 강륜문자도의 소재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아 강륜문자도의 소재가 하나로 수렴되는 공통점으로 동이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동이 이전의 상고시대, 동이 이후의 문화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이들을 통합하는 맞쇠가 있을 것이다.
오륜행실도를 비롯한 삼강 이륜행실도와 강륜문자도를 종합하여 그 정수를 추출하면 보일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 덕목이 있다. 당연히 유교사회에서 상찬하는 윤리 강령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효제충신예의염치를 견인하는 벼리, 그 원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행실도를 관통하는 일관성이 있다.
효자는 부모 계모 시어미를 살아 있을 때 지극히 섬기고 죽어서도 여막에 모신다.
열국列國 노魯: 자로부미子路負米, 한漢: 효아포시孝娥抱屍, 한漢: 황향선침黃香扇枕, 삼국三國 오吳:, 진晉: 왕상부빙王祥剖氷, 남북조南北朝 남제南齊: 검루상분黔婁嘗糞, 수隋: 노조순모盧操順母, 고려高麗: 루백포호婁伯捕虎, 본조本朝: 자강복총自强伏塚, 본조本朝: 석진단지石珍斷指 등이 거론된다.
효의 원형은 순임금이다. 귀감이요, 전범이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거둬주시는 은혜에 보답한다. 살아 효성을 바치고 죽어도 자식의 도리를 다한다. 아비가 있어 계모가, 이복동생이 어미와 동생이 되지 않았겠는가...그것이 순임금이 몸소 보여주고 남겨준 효도였다.
강륜충신도
충신은 충간 절조 살신성인이 핵심어이다. 하나라의 용방 비간은 그 사상적 원형이라 할 수 있다.
하夏: 용방간사龍逄諫死, 한漢: 소무장절蘇武杖節, 고려高麗: 정이상소鄭李上疏, 고려高麗: 길재항절吉再抗節 등이 예거例擧된다.
정이상소鄭李上疏는 정추鄭樞와 이존오李存吾가 신돈辛旽의 방자放恣함을 공민왕에게 상소를 올리자 신돈이 죽이려 들었다는 이야기다. 이색李穡이 이춘부李春富에게, 조종 이래 간관을 죽인 일이 없소祖宗以來 未嘗殺諫臣 라고 말했다.
길재항절吉再抗節은 길재가 동궁東宮 이방원李芳遠의 계啓와 정종의 제수除授에도 절조節操를 지켜 굽히지 않았다는 일화다. 정종이 경연에서 지경연사 권근에게 물었다. 길재가 절조를 굽히지 않고 출사하지 않으려 하니 옛 사람들은 어떻게 처신했는지 궁금하오.
권근이 대답했다. 엄광嚴光이 굽히지 않자 광무제가 좇았으니 만약 길재가 돌아가고 싶다면 버려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라 했다定宗御經筵 問知經筵事權近 吉再抗節不仕 未審古人何以處之 權近曰 嚴光不屈 光武從之 再若求去 不如使之
엄광嚴光은 자字가 자릉子陵이다. 동한 광무제 유수劉秀와 동문수학했다. 등극 후 함께 자면서 유수의 배에 다리를 올려놓을 정도로 허물없는 사이였지만 자신이 벼슬길에 오르면 광무제가 불편할까봐 스스로 부춘산에 은거했다. 황공망黃公望이 부춘산거도권富春山居圖卷으로 그렸다.
열녀는 남편과 시가를 섬기고 불경이부의 절조를 지킨다. 이비二妃의 정절을 따른다.
유우이비도
열국列國 제齊: 식처곡부殖妻哭夫, 열국列國 채蔡: 송녀불개송宋女不改, 열국列國 양梁: 고행할비高行割鼻, 삼국三國 위魏: 영녀절이令女截耳, 송宋: 이씨액옥李氏縊獄, 황명皇明: 영녀정절寗女貞節 등이 소개된다.
기량식杞梁殖의 아내는 전사한 남편을 안고 울다가 내가 어이 두 남편을 섬기랴 죽음으로 끝낼 것이다吾豈能更二裁 亦死而已라고 말하며 치수淄水에 빠져죽었다.
송나라 여인은 남편이 악질惡疾에 걸려도 개가改嫁하지 않았다. 시집간 사람의 도리는 한번 초례를 치르면 종신토록 개가하지 않는 것입니다適人之道 一與之醮 終身不改라 했다.
고행은 남편과 사별하고 주위의 청혼에 거절의 빌미로 스스로 코를 베었다. 부인의 의리는 한번 시집가면 개가하지 않아 정절과 신의를 온전히 지키는 것이다婦人之義 一往而不改 以全貞信之節 라 했다.
영녀는 친정의 개가권유에 머리칼과 코와 귀를 잘랐다. 말했다. 들으니 덕이 있는 사람은 성쇠에 따라 절개를 고치지 않고, 의로운 사람은 남편이 살았건 죽었건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합니다問仁者不以盛衰改節 義者不以存亡易心.
송宋 사방득謝枋得의 아내 이씨는 원군元軍에 내가 어찌 두 남편을 섬기랴 吾豈可嫁二父耶하곤 항거하여 옥에서 목을 매었다.
영씨 딸은 옛말에 열녀는 두 남편을 섬기지 않는다 했다古云 烈女不更二夫라고 말하며 초례醮禮 전에 남편이 죽었어도 시부모 모시고 정절을 지켰다. 그 열녀들의 귀감은 이비라 할 수 있다.
요임금의 두 딸이자 순임금의 두 딸인 아황蛾黃과 여영女英은 순임금이 남쪽으로 순행巡行하다가 창오의 들에서 척방陟方하자 동정호洞庭湖의 군산君山 일명 상산湘山에서 그 소식을 듣고 피눈물을 흘리며 원상沅湘 사이에서 빠져 죽었다. 『사기史記卷一』「오제본기五帝本紀第一」에 나온다.
형제는 동고동사하고 죽음을 불사한 형제애로 표상된다.
삼고초려도
열국列國 위魏: 급수동사伋壽同死, 진晉: 유곤수병庾袞守病, 송宋: 장존포금張存布錦 등이 있다.
급수동사伋壽同死는 이복형 급을 어미가 죽이려 하자 수가 대신 죽고 급도 따라 죽는다 는 내용이다.
형제가 급하거나 어려운 일을 당할 때 서로 돕는다는 말은 ‘할미새가 들에서 곤하면 脊令在原 형제가 달려와 어려움을 구해준다兄弟急難’는 시경詩經』「소아小雅」에서 비롯한다.
유곤이 역려疫癘-역질疫疾에 위독한 형 비毗를 죽음을 각오하고 간병하자, 늙은 아비 함咸이 말했다 이상한 일이로고. 이 아들은 남이 지키지 못하는 바를 지키고 남이 행하지 못하는 바를 행했다老父 曰異哉此子 守人所不能守 行人所不能行.
아비는 이어, 세한 이후에 송백이 늦게 시듦을 알겠다더니 역질도 서로 오염시키지 않음을 아는 것 같구나歲寒然後知松柏之後彫凋也 如知疫癘之不能相染也 라 했다.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彫凋也는 『논어論語』「자한子罕第九」에 나온 말이다.
송백
장존은 촉군蜀郡있을 때 얻은 비단을 펴놓고 형제들이 먼저 가지게 했다. 형제는 손발이고 처첩은 밖에서 시중드는 사인舍人兄弟手足也 妻妾外舍人耳이라 했다.
시경과 논어는 공자와 연관이 있다. 시경은 서주까지의 시가를 모은 것이고, 논어는 스스로를 은나라 사람이라고 밝힌 공자의 언행을 제자들이 기록한 것이다. 하夏 은殷 주周 춘추전국春秋戰國과 노魯나라의 공자를 이 땅의 선인들은 우리 편으로 인식했던 모양이다.
부附 종족宗族
당唐: 공예서인公藝書忍, 송宋: 중엄의장仲淹義莊이 예거된다.
장공예張公藝가 구세동거九世同居의 비결을 묻는 고종에게 참을 인忍 백여 자를 썼고, 범중엄范仲淹이 일가친척까지 재물을 나누고 의장義莊지어 가난한 일족을 도왔다는 이야기다. 의장義莊은 범중엄이 종중의 부양과 교육 제사 조상 등을 위해 세운 범씨의장이 효시이다.
붕우 친구와의 약속과 배려가 핵심어이다.
한漢: 범장사우范張死友, 송宋: 순인맥주純仁麥舟의 일화가 소개된다.
범식范式과의 생전 약속을 지켰던 장소張劭는 죽어서도 범식을 기다려 상여가 나아가지 않았다.
순인은 아비 범중엄范仲淹이 시켰던 보리 오백석과 배를 석연년石延年의 장비葬費로 주었다. 석연년의 자字는 만경曼卿, 진종황제 때 삼반봉직三班奉職과 대리사승大理寺承이 되었던 사람이다.
사생 스승을 존경하고, 제자들끼리는 목숨을 건 의리를 지킨다.
송宋: 양시입설楊時立雪, 한漢: 운창자핵云敞自劾이 소개된다.
양시는 유초游酢와 함께 이천伊川 선생을 모시고 한자 눈 속에 파묻힐 때까지 기다렸다. 이천 선생은 북송의 유학자로 이기설을 제창한 정이程頤를 이른다. 형인 명도明道선생 정호程顥와 함께 주렴계周廉溪에게 배웠다.
양시입설도
운창은 자신을 탄핵하며 연좌죄를 무릅쓰고 왕망王莽에게 요참腰斬당한 스승 오장吳章의 제자임을 천명闡明했다.
이렇게 오륜행실도를 중심으로 행실도의 흐름을 가늠해 보면 깨우치는 바가 있다.
고놈 참 못 됐어...어떻게 배다른 형이라고 우물에 가두고 흙으로 묻을 수 있어...개돼지만 못해...할배가 순舜임금과 굴원屈原과 사마천司馬遷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손자가 깨달은 것이 서른이 넘어서였고, 우리 이야기였구나 하고 무릎을 친 것이 쉰이 넘어서였다 했다.
그럴 법도 하다. 할배에 할배에 할배는 신화시대를 공유했고, 산해경의 뼈대에 초사楚辭라는 잔가지를 보탰고, 기자箕子와 한사군에 의해 중원과 일체시 되었을 것이다. 할배의 할배는 초나라 제사와 장제葬祭를 더불어 지냈고 사기史記의 교열校閱에 힘을 실어 주었을 것이다.
할배만 하더라도 그 우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사관과 한국의 실증사관의 허울을 쓴 왜곡식민사관이 가지를 흔들고 한국동란이 뿌리를 뒤집었다. 손자는 한국인의 콧대높은 민족적 자긍심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손자의 손자, 그 신인류는?
증강인류의 삼강오륜과 오륜행실도
신인류의 양손은 뇌의 좌 우반구신경회로를 통합하여 진화중이다. 뇌의 명령은 간극間隙없는 손의 수행이었다. 산업시대의 상호교감과 기계화시대의 상호경쟁은 정보화시대에서 상호 비익裨益의 개념이 된다. 하여 인공지능은 신인류에게 결과론적 돌연변이의 계기일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아성을 넘볼 수 없는 성역이 있다. 집단무의식, 인간의 생래적 자존심, 유한성의 자각에서 오는 본능적 자체 보존충동 등이다. 인공지능이 범접할 수 없는 증강지능의 역린逆鱗, 그 권역이 있다. 삼강오륜의 구시대가 증강지능의 신시대에 거는 신뢰가 있다.
신화Myth는 사라지고, 이야기Narratives는 말라붙었다. 어둠을 밝혀 귀신과 망령을 쫓아낸 쉰세대의 산술급수적 의식은 초월함수적 돌연변이의 신인류에게는 비상飛翔을 위한 받침대와 도약판에 불과했다. 품안의 자식타령 전에 그들은 찬란한 신세계로 간다.
21세기의 신인류는 포유류에서 조류의 생태를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애비와 에미는 알을 부화하고, 껍질을 쪼아주고, 날기까지 천적天敵에게서 보호하고 길러준다. 유대류有袋類 태생 부모의 만년 취업준비생 아들, 친정에 얹혀사는 이혼한 딸은 한국에서만 환영받는다.
허어, 고놈들...노란머리는 청년백발의 화인禍因이요, 문신文身은 불감훼상의 패륜이니 지천에 깔린 풍각風角쟁이 패거리에 한눈팔지 말고, 그저 제 애비 할배 빛나게 하라는 강륜의 가르침을 따르거나 아니, 그런 것이 있다는 추억이나마 버리지 않으면 오죽이나 좋겠냐 마는...
그 회한의 빌미가 되는 그림이 있다. 강륜문자도의 의미를 외연하여 신인류의, 증강지능의, 우주시대 미학의 단초를 찾아나가는 구세대에 의하여 맥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선택지는 좁다. 정보와 데이터로 사장될 것인가. 아키티입으로 녹아들 것인가...
그것을 판단하고, 판정하고, 교육하고, 들어만 준다면 혹은 들어줄 수 있게 만들 조그마한 꼬투리라도 있으면, 좋은 나라와 나쁜 나라로 분간하는 시각을 읍소泣訴해야 하는 힘든 세기의 문턱에 목이 끼인 쉰세대의 고민이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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