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의 날씨는 신박하게도 봄 날씨와 같았다.
마치 3월의 어느 주말인 것만 같다.
이러다가 산수유꽃 필라.
대음은 산수유 동네라 산수유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지금은 겨울이라 열매를 따는 철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여기저기서 나무를 흔드는 기계 소리가 들린다.
아침부터 날이 좋아 야외(마당) 월동준비를 하기로 했다.
마당에 나가 일을 하기에 춥지 않을 때가 기회다.
시골 날씨는 도시에 비해 춥기에 한겨울에는 마당에서 일하기가 많이 힘들겠지?
동파 방지를 위해 수도관에 따뜻한 옷을 입힌다.
토요일 오후 대음집에 들어가기 전 들렀던 다이소에서 뽁뽁이를 미리 구매하였다.
이 뽁뽁이로 야외에 있는 수도관에 따뜻한 옷을 입힌다.
수도관의 길이인 50cm를 줄자로 재어 뽁뽁이를 재단하고 수도관에 청테이프로 고정하여 여러 바퀴를 두르고 끈으로 단단하게 묶는다.
수도관이 뽁뽁이로 인해 통통하니, 마치 롱패딩을 입은 것만 같다.
‘올겨울 얼지 말고 따뜻하게 지내라.’
나도 모르게 새 옷을 입은 수도관에게 조용히 이야기한다.
나 지금 무생물에게 말 걸고 있는 건가? ㅋㅋㅋ
다음 사진은 월동 전후의 사진이다.
이번에는 지난번에 끝난 전기 작업 보강이다.
전기 작업은 전문적인 영역이라 입주전 전기 업체에 맡겼었다.
하지만 작업 후 아쉬운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전기 작업을 할 때 전기 사장님에게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내가 놓쳤다.
그렇다고 광주에 있는 전기 업체를 한번 부르기에는 출장비가 너무 많이 들어 전기 사장님에게 전화로 기술적 도움을 받아 스스로 해 보기로 한다.
하나는 오래된 2구 콘센트를 4구 콘센트로 바꾸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전기선을 따서 없던 자리에 새 콘센트를 만드는 것이다.
꼼꼼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면서.
일단 두꺼비 집을 열어 전기를 차단하고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장갑을 낀다.
기존 바깥벽에 설치되어 있던 오래된 2구 콘센트를 드라이버로 해체하고 분해하여 전기선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관찰한다.
다행히 가정용 전동 드라이버가 있어 어렵지 않았다.
나는 솔직히 전기 기술적 지식이 거의 없다.
학교 다닐 때 기술 시간에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
교과서적 지식 말고 이런 거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살아보니 콘센트 교체하는 방법, 형광등 교체하는 방법, 전기 따는 방법, 변기 교체하는 방법 등이 상당히 자주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때마다 업체에 연락하여 출장비를 주고 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너무 낭비 같다.
학교에서 기술 시간에라도 실제적인 기본 기술을 가르쳐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절실히 해 본다.
콘센트를 푸니 전선 두 개가 금색 나사에 꽂혀있다.
똑같이 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금색 나사를 풀고 전선 두 개를 빼, 미리 풀어 논 4구짜리 콘센트의 동일한 금색 나사를 찾아 같은 부분에 끼워 나사로 조인다.
모르면 잘 관찰하면 된다.
물어보기 전에 관찰만 잘해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
이게 바로 관찰의 힘인 것 같다.
과연 전기가 통할까? 라는 기대를 하며 두꺼비집의 차단기를 올리고 코드를 꽂는다.
두구두구두구~ 우주의 온 기운을 담아 코드에 기를 불어 넣는다.
오~ 된다~ 돼~
전기에 무지한 내가 드디어 해냈다.
너무너무 기쁘다.
기분이 너무 좋다.
얼른 가서 아내에게 자랑해야지? ㅋㅋㅋ
콘센트를 교체했다고 하니 나보고 참 신기하단다.
그런 것도 할 줄 몰랐다고.
나를 얼마나 어리버리하게 본 거야?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고 하네. ㅋㅋㅋ
한 가지 더 남았다.
이게 가장 어렵다.
햇살 좋은 날 대음집 마당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내와 음악을 듣는 게 로망이었다.
이 대음집을 얻은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하여 마당에 핸드폰 충전도 하고 불도 밝힐 전기를 연결할 콘센트가 필요했다.
아까의 것은 마당 한구석에 있고 고정적으로 쓸 거라 전기를 더 연결할 수 없기에 마당 가운데 천장 위쪽 복스에서 전기를 따 새로운 콘센트를 만들어야 했다.
이 부분에서 전기 사장님의 기술적 도움을 크게 받았다.
전기 사장님에게 배운 내용을 순서대로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1. 복스를 연다.
2. 빨간선과 하얀선을 찾는다.
3. 절연테이프를 제거한다.
4. 콘센트의 한 선은 빨간선에 또 한 선은 하얀선에 감는다.
5. 절연테이프로 감는다.
6. 콘센트를 적당한 위치에 나사로 고정한다.
이 순서에 따라 하나씩 하나씩 해본다.
복스는 잘 열린다.
빨간선과 하얀선도 잘 찾았다.
절연테이프 제거부터 막힌다.
얼마나 단단히 감나 놓으셨는지 정말이지 제거가 되질 않는다.
테이프의 끝은 도저히 찾을 수도 없다.
한 30분을 낑낑대며 가위와 니퍼로 절연테이프를 조금씩 잘라 겨우 다 제거하니 세 가닥으로 감긴 두꺼운 구리선이 보인다.
여기에 미리 피복을 벗겨놓은, 콘센트와 연결된 선을 추가로 감는다.
이젠 두꺼운 구리선이 네 가닥이다.
절연테이프로 다시 감고 복스를 다시 닫는다.
거의 다 했다.
콘센트 줄을 아래로 길게 늘어뜨려 적당한 위치에 고정을 시킨다.
전기 차단기를 올려 핸드폰 충전기를 꼽아 핸드폰에 연결한다.
와~~~~
이번에도 된다.
전기가 들어온다.
정말 신박한 일이다.
내가 이걸 해내다니...
전기에 ‘전’자로 몰랐던 내가 이를 해내다니...
우와~ 우와~
대박! 대박!
아내에게 달려가니 또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한다.
“정말 연결 했다고???”
한참을 나를 보더니 또 한마디 한다.
“잘했네.”
ㅋㅋㅋ
아내의 칭찬에 난 헤~ 하고 웃는다.
누가 그랬다.
시골 주택에 살면 일이 많다고.
이제 겨우 2주 됐는데 자꾸 할 일이 생긴다.
그래도 기분은 참 좋다.
목표한 바를 스스로 이루어서.
참 뿌듯한 주말이었다.
추신. 전기 기술을 알려주신 전기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대음집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