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수 및 전공: 44기 금융공학 전공
2. 담당 교수: 김지섭 교수님
3. 논문 주제
- 아파트 실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분석: 정부의 주택시장 개입 정책을 중심으로
4. 나는 어떻게 준비했나?
1년 전, 3학기를 마치고 논문 준비를 시작할 즈음에 원우회 및 선배님들로부터 받은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제가 도움 받은 만큼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부족한 경험을 후기 형태로 몇 자 적습니다.
(1) 경제대학원 수업 수강
경제대학원 입학 때부터 논문은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연구주제를 미리 정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물을 하나쯤 만들고 졸업하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은 있었고요,
그래서 1학기부터 조금 극단적인 시간표를 짰어요.
필수과목을 빨리 끝내자는 생각에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을 1학기에 몰아들었고,
조기졸업을 하든 못하든 마지막 학기에는 수업 부담 없이 논문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리고 설령 논문을 못 쓴다 해도 졸업에는 차질이 없도록 매 학기 5~6과목을 꽉꽉 채워넣었습니다.
결과적으로 4학기까지 42학점을 취득해서 논문을 실패하더라도 졸업할 수 있는 요건을 한 학기 앞서 달성해 두었고,
마지막 5학기에는 논문(3학점) + 1과목(2학점)만 수강하면서 시간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2) 논문의 종류와 실증분석 방법론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의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론연구, 실증연구, 문헌연구인데요, 거칠게 표현해서 이론연구는 학계에 새로운 이론이나 모형을 제시하는 것이고
실증연구는 기존의 모형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실제 현실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론과 모형을 검증하거나
현실세계에서의 적용 결과를 제시하는 것, 문헌연구는 기존의 연구들을 종합하여 집대성(?)하는 것으로 보시면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 또는 아래에서 혹시 제가 잘못 서술하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정정을 부탁 드립니다.)
석사학위 논문으로 이론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되고
문헌연구는 대체로 방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시간이 투입되어야 하는 현실적 문제가 있어서
많은 경우에 실증연구를 택하게 됩니다. 물론 실증연구만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다는 건 당연히 아니고요.
실증연구를 하는 경우에는, 이것도 100%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만, 일반적으로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수리적 접근을 하게 됩니다.
제 경우에는 대학원 입학 전부터 선형대수와 확률이론, 통계학 관련 기초 지식은 갖고 있었고요,
예컨대 통계 쪽으로는 선형/비선형 회귀분석(OLS), 차원축소, 군집분석 정도까지는 알고 있었고
파이썬과 R도 초급 수준으로는 다룰 줄 알았습니다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매 학기 수학과 통계학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경제수학, 미분적분학, 금융수학의 이해, 수리통계학, 시계열분석, 회귀분석, R을 이용한 통계분석,
파이썬을 이용한 경제통계분석 등을 들었는데 위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의 많은 부분이 논문에 직접 활용되지는 않았지만
분석을 위한 수리적 기초를 다지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공부량도 많고 과제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습니다.)
예컨대, 제 논문에서는 실증분석을 위해 벡터오차수정모형(VECM)을 추정했는데요,
VECM 뿐만 아니라 VECM 추정을 위해 거쳐야 하는 단위근검정, 공적분검정 등등의 프로세스는
시계열분석 등 관련 수업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논문을 쓰기 전에 혼자서 별도로 공부했습니다만
수학/통계학 분야 수업에서 그동안 배운 내용들이 기반이 되어준 덕분에 독학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3) 주제 선정
논문 작성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주제 선정이었습니다.
제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연구는 이미 다른 누군가가 다 해놓았기 때문에 새로운 주제를 찾는다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어떤 주제든 깊이 알아야 궁금한 점이 생기고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떠오를텐데 저는 뭐든지 너무 몰라서,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겠다는 느낌이었어요. 전공은 금융공학이지만 금융업 종사자도 아니고 관련 경험도 전혀 없어서
금융 관련 주제로 의미 있는 연구를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고, 경제학 전반으로 넓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융공학, 금융보험, 기업경제, 통상산업, 공공발전 등 전공이 나뉘어 있지만 반드시 본인 전공의 주제로만 논문을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처음에는 환율, 유가, 고용과 실업 등 거시경제 변수에 대해 생각하다가 너무 넓고 막연해서 현실의 이슈가 뭐가 있을지 생각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집값으로 고통받는 최근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어요. 특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터라,
정확히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정부의 정책과 주택 가격에 대해 작게 연구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한 학기 내내 논문 주제를 무엇으로 정할지 고민만 하다가, 4학기 막판에야 겨우 간략한 계획서를 작성해서
지도교수님 섭외(?)를 시작했습니다. 교수님마다 전문 분야가 있는데 자세한 정보가 없어서 무작정 데이터 분석 관련 강의를 하셨던
교수님께 이메일을 드려서 지도 부탁을 드렸어요. 그러나 다음 학기부터 연구년도라 지도가 어렵다는 회신을 주시면서
제가 설명드린 주제에 대한 간략한 피드백도 주시고 관련 분야 연구를 하신 교수님이 누가 있는지 알려 주셨습니다.
그래서 부동산경제 분야 연구를 많이 하신 김지섭 교수님께 지도 요청을 드렸고 다행히 허락해 주신 덕분에 지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연구계획서에 지도교수님 서명을 받아서 행정실에 제출된 후
지도교수님께 부심으로는 어떤 교수님을 모시면 좋을지 여쭤보았더니 교수님 두 분을 정해서 부심을 맡아달라고 직접 말씀까지 해주셨고요,
각 부심 교수님께는 지도교수님이 미리 말씀은 해주셨지만, 즉시 연구주제를 간단히 설명 드리면서 부심 요청을 드렸습니다.
(위의 모든 과정은 이메일로 진행됐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출입이 제한되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교수님들도 방문을 원치 않으셨어요.)
(4) 연구
행정실 제출용으로 작성한 연구계획서가 다소 부실해서 논문을 준비하면서는 제 스스로 연구계획서 업데이트부터 했습니다.
실증분석을 통해 검증하고자 하는 질문을 몇 가지 써보고 그 내용을 좁게 줄여나가는 작업을 했고요,
주제 관련 이론서(부동산경제학, 도시경제학 등)와 선행연구 논문들을 찾아서 읽어보면서 전체 그림을 그리고
어떤 변수를 이용하여 어떤 모형으로 어떻게 실증분석을 함으로써 어떤 가설을 입증할지 구체화했습니다.
본래 관심이 있었던 부분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주택 가격에 어떻게 반응하고 또 주택 가격은 정책에 어떻게 반응을 하며
그 과정에서 고려되거나 예측되지 못한 변수들이 시장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였는데 이런 내용을 제대로 연구하려면
경제학 뿐만 아니라 행정학, 법학, 도시공학 등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협업해서 개별 정책 내용을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분석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경제학의 범위에 맞게 주제를 축소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나의 연구 제목이 정말 별 것 아닌 사소하고 하찮은; 것으로 보일 때까지 주제를 계속 걷어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다만 제 경우엔 연구 단계에서 가장 걱정이 되는 건 분석방법론이었어요. 다변량 시계열분석을 해야 한다는 건 알았는데
제가 선택한 벡터자기회귀(VAR) 모형이나 벡터오차수정모형(VECM)을 깊이 알지는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9월부터 10월까지 두 달간 논문 작업은 손도 안 대고 틈나는 대로 시계열분석 공부만 했습니다.
평일엔 사실상 공부나 작업을 할 수 없었고 주말마다 시계열분석 이론서와 다변량 시계열분석 방법론을 이용한 논문들을 찾아 읽고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들을 검색해서 보면서 개념과 이론을 공부하고 실제 데이터를 모형에 어떻게 적합시켜야 하는지 익혔습니다.
두 달 공부하고 나니 이론 이해도는 처음보다 많이 올라갔고요, 그 때부터 실제 논문에 사용할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을 시도하면서
당연히 부딪히게 되는 분석상의 기술적인 문제들에 관해서는 시계열 관련 수업을 해주셨던 교수님께 이메일로 질문을 드려가며 진행했습니다.
분석에 사용한 도구는 Eviews와 파이썬입니다. Eviews로 돌려보고 파이썬을 이용해서 교차검증하는 방식으로 했고요.
당연하게도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변수와 파라미터들을 서로 다르게 해가며 수많은 조합으로 모델을 만드는 과정을 거쳐서
데이터 수집 및 전처리에서부터 모형 적합까지 3주간 주말마다 막노동을 한 끝에 논문에 쓸 수 있는 정도로 모델을 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Eviews는 무료로 제공되는 학생 버전은 저장 기능이 없습니다. 창을 닫으면 날아가기 때문에 며칠간 컴퓨터를 끄지를 못했어요.)
그 후에 논문 manuscript 작성을 시작했고요, 원고를 쓰면서 새로이 추가되는 아이디어들에 따라서 데이터 분석도 더 하고
처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그래프와 그림도 중간에 생각나는 대로 그려가면서 3일 밤을 꼬박 지새우고나니 초고가 완성이 됐습니다.
이 때가 11월 중순으로, 예심용 원고 제출 일주일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준비와 분석 작업이 오래 걸렸고, 원고 작성 자체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진행했습니다.
혹시나 몰라서 표절검사를 돌려보고 이상이 없기에,
(표절검사 결과는 기준이 딱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유사도 5% 이하가 좋습니다. 본문의 표에 들어간 0.05, 0.01과 같은 숫자나
그래프에 들어간 X, Y축의 스케일(0, 10, 100, 1000 등)까지 유사도 검사에 잡히기 때문에 표절이 없어도 0%는 불가능합니다.)
아직 미완성이라고 봐야 할만큼 완성도는 부족했지만 일단 교수님께 피드백을 받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지도교수님께 이메일로 드렸고, 보완사항 회신 주시는 내용을 중심으로 초고를 고쳐서 행정실에 예심용 원고를 제출했습니다.
참고로, 초고는 고쳐도 고쳐도 끊임없이 수정할 부분이 나옵니다. 수없이 읽어도 발견 못한 오타가 나중에 발견되기도 하고
표 번호나 그림 번호도 원고가 수정됨에 따라 계속 바뀌어야 해서 어느 순간 원래는 없었던 틀린 부분이 생겨납니다.
(5) 논문 심사와 이후 과정
예심은 논문 작성자는 참석하지 않고, 주심/부심 교수님이 서면으로 진행하십니다.
일정에 맞추어 원고를 3부 스프링제본해서 미리 배포되는 심사 양식과 함께 행정실에 제출하면 됩니다.
이후 예심평을 행정실에서 전달해 주시는데 제 경우에는 지도교수님이 8개 정도의 포인트를 짚어 주셨고
해당 내용들을 모두 보완해서 본심 일정에 맞추어 본심용 원고 3부를 마찬가지로 스프링제본하여 행정실에 제출했습니다.
본심은 20년 12월 11일에 Zoom을 이용해서 원격으로 진행되었고요, 먼저 논문 내용을 요약해서 발표하고 교수님의 질문에 답변합니다.
평상시 대면 진행을 할 때에는 디펜스 후에 대학원생은 잠시 나가있도록 하고 주심/부심 교수님이 논의하신 후
다시 들어오도록 해서 논문 통과 여부를 그 자리에서 알려주신다고 하는데
제 경우에는 비대면 심사라서 그런지 논문 통과 여부를 당일에 통보해 주시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행정실에서 결과 통보가 왔고 주심/부심 교수님 서명이 들어간 인준서 원본 3부를 받았고요,
논문 제본 후에는 인준서 원본이 들어간 책 1권을 포함해서 4권을 중앙도서관에 제출하고 1권을 경제대학원 행정실에 제출해야 합니다.
제본본을 제출하기 전에 정해진 기간 동안 학술정보원(중도)에 서지정보 입력을 포함해서 PDF 파일을 온라인 제출해야 하고요,
제본본은 온라인 제출본과 완전히 동일해야 합니다. 학술정보원의 온라인 원문 제공 서비스는 졸업일 이후에 시작됩니다.
제본은 흑백/컬러, 단면/양면 선택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100페이지 미만은 단면 인쇄를 합니다.
제본은 학생회관 POD센터에서는 4일이 걸리고 학교 외부의 인쇄소에서는 당일에 가능한 곳도 있습니다.
비용은 페이지 수와 흑백/컬러에 따라 다른데 대체로 권당 단가는 1만원 미만으로 나오고 일부 페이지만 컬러 인쇄도 가능합니다.
다만 표지 틀 뜨는 비용이 고정비로 들어가기 때문에 나중에 책이 모자라서 추가 인쇄를 하게 되면 평균단가가 올라가게 됩니다.
(6) 끝으로
두서없이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연구를 어떻게 하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 경우에는 주제를 정하고 지도교수님을 컨택하고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안개 속처럼 막연했고, 그러한 과정을 진행함에 있어서 누군가 붙어서 관리를 해주거나 단계별로 자세히 설명해 주는 체계가 없기 때문에
(예컨대, 저는 예심은 출석 없이 서면으로만 진행된다는 걸 예심용 원고를 제출할 때까지 몰랐어요.)
공지되는 일정에 따라 본인 스스로 알아서 챙겨서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절차들을 최대한 자세히 적어보았는데 논문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위에 적은 수업 수강이나 실증분석 준비와 관련된 내용은 제가 겪은 경험담일 뿐이니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 감안을 부탁 드립니다.
지도교수님도 간단한 OLS만 활용하는 것도 괜찮으니, 수업 시간에 배운 도구와 방법론을 이용해서 논문을 쓰라고 조언을 주셨는데
제가 좀 무리한 시도를 한 측면도 없잖아 있고, 그 때문에 졸업요건은 이미 채웠으니 논문을 그냥 포기할까, 생각도 중간에 여러 번 했습니다.
힘들지만 논문을 써보는 건 해볼만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논문 준비하시는 모든 분께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면서 긴 글 마칩니다.
첫댓글 원우님의 논문 준비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로 생생한 후기였습니다. 저희의 작은 부탁에 이렇게 자세한 후기를 공유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