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신(曺伸,1454~1529) : 본관 창녕. 김천시 봉계에 거주하였음.
■작시 배경
*1507년경 김산 개령에 낙향하여 중종반정으로 재 출사하기전 봉계에 금시헌을 짓고 생활 할 대의 글로 추정
*저본은 김천문화원 발간 <적암유고> p197를 참고로 하였으며. 탈초 및 번역은 카페지기가 하였음.
今是軒 雜詠
*금시헌(今是軒) : 조신이 김산 은퇴하여 지은 집의 堂號.
1507년경 조신(曺伸,1454~1528)
蝸舍纔容膝(와사재용슬) 달팽이집에 겨우 무릎 들이니
通明賴有斯(통명뢰유사) 밝음에 통하는 걸 여기에 의지하며
一軒從白首(일헌종백수) 한 집에서 늙어가니
萬慮絶塵機(만려절진기) 온갖 생각에 세상 기미 끊었네.
客去吾猶坐(객거오유좌) 손님 가고 여전히 앉아 있으니
朝來暮復玆(조래모복자) 아침 되고 어둠이 다시 짙어지네.
己知今日是(기지금일시) 이미 오늘이 옳다는 걸 알았는데
寧復蹈前非(녕복도전비) 어찌 지난 잘못 다시 밟으리.
南山長對户(남산장대호) 남산 오래도록 집 앞에 마주하여
翠色滴臨軒(취색적림헌) 푸른 빛 집을 적시며 다가오는데
痼客煙霞疾(고객연하질) 산수 경치 사랑하는 병이 고질병 된 나그네
開吾柿栗園(개오시율원) 내 감나무 밤나무 정원 열어젖히네.
西風辭脫葉(서풍사탈엽) 서풍은 잎 떨구는 걸 사양하고
春雨潤枯根(춘우윤고근) 봄비는 묵은 뿌리 적시는데
滿眼條枝盛(만안조지성) 잔가지 성한 게 눈에 가득하여
敎兒且剔緊(교아차척긴) 아이 가르치다 다시 얽힌 가지 자르네.
*연하고질(煙霞痼疾) : 당나라 처사(處士) 전유암(田游巖)이 고종(高宗)에게 말하기를, “신은 연무(煙霧)와 노을에 고질병이 들었습니다.” 하였는데, 고질병 환자처럼 산수(山水)에 중독되었다는 말이다. 《舊唐書 卷192 田游巖列傳》
鑿池方丈許(착지방장허) 사방 한 장쯤 되는 연못 파서
引水自溝塍(인수자구승) 물 당기니 저절로 도랑과 두렁 되는데
始爲留魚種(시위유어종) 처음에는 고기가 머물게 하려고
聊因作鑑澄(료인작감징) 오로지 거울처럼 맑게 하였다네.
游鯈紛聚散(유조분취산) 헤엄치는 피라미 분주히 모였다 흩어지고
衰鬂影峻嶒(쇠빈영준증) 쇠한 귀밑머리 첩첩이 비치는데
一日一扶杖(일일일부장) 날마다 한 번씩 지팡이에 의지하여
每來看曰昇(매래간왈승) 매일 와서 해 뜨는 걸 바라보네.
㶁㶁循除水(괵괵순제수) 콸콸콸 흘러 나가는 물
通林舊有源(통림구유원) 숲을 지나는 건 예부터 있었던 연원이고
每因微雨滌(매인미우척) 매번 가랑비에 씻기면서
時學大江奔(시학대강분) 때때로 큰 강 흘러가는 걸 배우네.
曲折隨開塞(곡절수개색) 굽어지고 꺾이어 막힌 걸 여는데
泥沙任濁渾(니사임탁혼) 진흙과 모래가 마음껏 혼탁한데,
夜分長不寐(야분장불매) 깊은 밤 오래도록 잠들지 못하고
坐聽咽山根(좌청인산근) 앉아서 산 밑의 목메는 소리 듣네.
治圃吾無力(치포오무력) 채소밭 가꾸려 해도 힘이 없어
清晨一據梧(청신일거오) 맑은 새벽에 오궤안에 기대어 있는데
茄瓜初結實(가과초결실) 가지와 오이 비로소 열매 맺고
葱韭忽盈區(총구홀영구) 파와 부추 홀연히 가득하네.
細斸堷根土(세촉암근토) 호미로 흙을 북돋우며
閒尋引蔓鬚(한심인만수) 한가로이 덩굴 순 당길 것 찾는 것은
用功收亦倍(용공수역배) 공을 들여야 수확이 배로 되니
持此戒農夫(지차계농부) 이것을 가지고 농부에게 경계하네.
*거오(據梧) : 궤안에 기대어 휴식하며 명상하는 것을 말한다. 《장자》 〈덕충부(德充符)〉에, 장자가 “마른 오동나무 궤안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다.〔據槁梧而瞑〕”라고 표현한 대목이 나온다.
舊竹叢全薄(구죽총전박) 묵은 대나무 떨기 아직도 드물고
如欣遇我知(여흔우아지) 나를 만나 알아보는 게 기뻐하는 듯하여
新抽七八笋(신추칠팔순) 일곱 여덟 죽순을 새로 뽑으니
己抱雪霜姿(기포설상자) 몸에 매화 자태 품고 있네.
切禁奔牛觸(절금분우촉) 달리는 소에 떠받치는 것 절대 금하고
須芟悪木枝(수삼악목지) 모름지기 나쁜 가지 베어야 하듯
懊憹知汝長(오뇌지여장) 너 자라는 걸 알고 시름 지으니
早見拂雲時(조현불운시) 구름 떨칠 때 일찍이 보이네.
*설상자(雪霜姿) : 매화를 가리킨다. 소식(蘇軾)의 시에 “불그레하게 복사꽃 빛깔로 피어나, 파리하게 눈서리 속의 자태 남았네.〔故作小紅桃杏色, 尚餘孤瘦雪霜姿.〕”라고 하였다. 《東坡全集 卷12 紅梅》
種得寒梅樹(종득한매수) 매화나무 종자 얻어
臨池築石壇(임지축석단) 연못에 돌로 단을 쌓아
一花纔的的(일화재적적) 꽃 한송이 겨우 밝게 피었는데
雙字會團團(쌍자회단단) 두 글자 단단하게 모였네.
屢驗榮古色(루험영고색) 창가에 고색창연하게 피어
頻來坐臥看(빈래좌와간) 자주 와서 앉았다 누웠다 하면서 보는데
何時開滿院(하시개만원) 어느 때 활짝 피워 담을 채워 피었는가
愛殺欲体官(애살욕체관) 너무도 사랑스러워 벼슬을 그만두고자 하네.
栽接勤封植(재접근봉식) 심어서 접붙이고 북돋아 심으니
由人美悪形(유인미악형) 사람에게서 아름답고 추한 형태 비롯되듯
瞽鯀生舜禹(고웅생순우) 고(瞽)와 곤(鯀)이 순임금과 우임금 낳고
蜾蠃化螟蛉(과라생명령) 과라(나나니벌)가 명령(나방)으로 우화하네.
縛縷通津液(박누통진액) 매듭 묶으니 진액이 통하고
揮斤變性靈(휘근변성령) 도끼 휘둘러 성령이 변하게 하듯
欲成嘉菓子(욕성가과자) 예쁘고 좋은 과실 만들고자 하면
楂梬莫辭刑(사영막사형) 고염나무 떼어서 접붙이는 것 사양말라.
春陽回地底(춘양회지저) 봄 빛이 지평선 너머에 지고
躑躅被山阿(척촉피산아) 철쭉꽃 산 언덕 덮고 있는데,
雨洗燕支朶(우세연지타) 빗줄기에 늘어진 제비 꼬리 씻어내고
風飜錦繡窠(풍번금수과) 바람 일자 비단으로 꾸민 방 펄럭이네.
蜜蜂爭蝶舞(밀봉쟁접무) 꿀벌은 나비와 다투어 춤추고
啼鳥替人歌(제조체인가) 지저귀는 새들은 사람과 번갈아 가며 노래하기에
寂寞揚雄宅(적막양웅택) 적막한 양웅의집에
紛華覺己多(분화각기다) 번화하고 화려함 이미 많은 걸 깨닫네.
*양웅택(揚雄宅) : 한(漢) 나라 문장가인 양웅이 조정에서 줄곧 벼슬살이를 하였으나 그의 고향인 성도(成都)의 비현(郫縣)에는 그의 선조 양계(揚季)가 남겨놓은 밭 한 뙈기와 집 한 채가 있었다는 고사 *분화(紛華) : 번화하고 화려한 것으로, 세속적인 욕망을 뜻한다.
京洛葡萄架(경낙포도가) 서울의 포도 덩굴
山寒作老身(산한작노신) 차가운 산에서 늙은 몸이 되니
纏綿自繞樹(전면자요수) 얽히고 설켜서 스스로 나무 감싸니
舒卷不須人(서권불수인) 나아가고 물러나는데 사람이 필요없네.
翠幄遮林密(취악차림밀) 푸른 장막으로 울창한 숲 가리고
驪珠綴蔓句(려주철만구) 검은 구슬 넝쿨에 꿰여서 송이를 이루었기에
陟登因肺渴(척등인폐갈) 가슴 갈증 때문에 한 걸음 올라가
小摘嚥芳津(소적연방진) 한 움큼 따서 삼키니 향즙이 가득하네.
*전면(纏綿) : 실 따위가 단단히 얽혀 풀리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