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머리털자리의 나선 은하 NGC 4414
은하(銀河, 영어: galaxy)는 항성, 밀집성, 성간 물질, 암흑 물질 등이 중력에 의해 묶여져서 이루는 거대한 천체들의 무리이다.[1][2] 은하를 뜻하는 용어 "갤럭시(galaxy)"는 은하수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단어 "갈락시아스"(γαλαξίας)에서 유래했다. 은하들은 작은 것들은 1천만(107) 개 이하의 항성으로 이루어져 있고,[3] 큰 것들은 100조(1014)여 개의 항성들을 가지고 있는데,[4] 이 항성들은 모두 은하의 질량중심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태양도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천체들을 거느리고 다른 항성들과 마찬가지로 은하 주위를 공전하고있다.
은하 안에는 수많은 항성계, 성단, 성간운들이 있으며, 이 사이의 공간은 가스, 먼지, 우주선(cosmic-ray)들로 이루어진 성간물질들로 채워져 있다. 우리가 아직 정확히 그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암흑물질이라고 불리는 물질이 일반적으로 은하 질량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한편 많은 관측 결과들에 따르면, 많은 은하들의 중심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여겨진다. 이 초대질량 블랙홀은 일부 은하들의 핵에서 발견되는 활동은하핵(은하의 중심영역에서 매우 압축된 지역)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 은하 역시 그 중심에 이러한 매우 무거운 블랙홀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5]
역사적으로 은하는 겉보기 모습, 즉 시각적 형태로 분류되어 왔다. 일반적인 형태로 타원 은하와 나선 은하가 있는데 전자는 대강의 윤곽이 타원형이고 후자는 먼지투성이의 나선팔들이 소용돌이치는 원반형 구조이다. 불규칙하거나 기묘한 모양의 은하들은 불규칙 은하로 분류되며, 보통 이웃 은하들의 중력 때문에 모양이 교란된 것이다. 은하 간의 상호 작용으로 은하들이 서로 합쳐지면 보통 별생성률이 커지게 되는데, 때로는 아주 급격하게 별들이 만들어지는 폭발적 항성생성 은하가 된다. 타원이나 원반같이 고른 구조를 갖추지 못한 작은 은하들 역시 불규칙 은하로 분류된다.[6]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약 1천 7백억(1.7 × 1011) 개 이상의 은하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7][8] 대부분의 은하들은 직경이 1천 ~ 10만 파섹에 달하며[9] 수백만 파섹의 간격을 두고 흩어져 있다.[10] 은하간 공간은 평균 밀도가 1 입방미터당 1개의 원자도 되지 않는 희박한 기체들로 채워져 있다. 대다수의 은하들은 은하군과 은하단이라고 하는 상위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은하단들이 모여 초은하단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구조를 형성한다. 초은하단은 가느다란 선이나 넓은 판과 같은 구조(sheets and filaments)를 따라 분포하며 이것들은 광대한 텅 빈 공간(초공동)으로 둘러싸여 있다.[11]
어원[편집]
은하를 뜻하는 "갤럭시(galaxy)"는 마치 젖이 흐르는 것처럼 뿌옇게 보이는 은하수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단어 "갈락시아스"(γαλαξίας, galaxias)에서 유래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어린 헤라클레스를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헤라가 자는 사이 그 젖을 물렸다. 헤라는 잠에서 깨서 자기가 모르는 아기에게 젖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아기를 밀쳐 냈다. 그래서 그녀의 젖이 밤하늘에 흩뿌려졌고 그 흔적이 은하수가 되었다고 한다.[12][13]
영어에서는 대문자로 시작하는 "Galaxy"로 쓰면 하나 뿐인 우리 은하(영어로는 Milky Way)를 의미하며, 소문자("galaxy")로 쓸 경우에는 무수히 많은 은하들 중 하나를 의미한다. 우리 은하 또는 은하수만을 가리키는 "밀키 웨이(Milky Way)"라는 단어는 제프리 초서의 글에서 처음 등장한다
“ | "See yonder, lo, the Galaxyë Which men clepeth the Milky Wey, For hit is whyt." | ” |
| — 제프리 초서, 《영예의 집》The House of Fame, c. 1380[14] |
1786년에 윌리엄 허셜이 자신의 심원천체 목록을 만들면서 메시에 31과 같은 특정 천체들을 "나선 성운"(spiral nebula)이라고 불렀다. 후에 이 천체가 사실은 엄청난 수의 항성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과 이 천체들이 우리 은하 바깥에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나서는 "섬우주(island universes)"라고 불리게 된다. 하지만 "우주(Universe)"라는 단어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될 소지가 다분했고, 따라서 이 용어는 사장된 뒤 "은하"(galaxies)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15]
한국어의 '은하'는 중국어의 '은하(銀河)'(또는 '천하(天河)')를 유래로 하여, 이는 밤하늘 은하수의 은빛에 의해 명명되었다.
은하 관측의 역사[편집]은하수 (우리은하)[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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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가 많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1610년에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은하수를 관찰하여 흐릿하게 성운처럼 보이는 은하수가 실제로는 개개의 별들로 분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1750년에는 영국의 토머스 라이트(Thomas Wright)가 은하수는 많은 항성이 중력으로 묶여 회전하는 천체로, 이것을 내부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하늘에서 띠 모양으로 보이는 것이라는 설을 태양계에 대한 관측에서 유추하였다.
허셜이 별의 개수를 세어 추론한 은하의 구조
은하수의 실제 모습과 태양이 은하수 내에 어디에 위치하는 지를 알아내려는 시도는 윌리엄 허셜에 의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1788년 허셜은 밤하늘의 각 방향에 존재하는 별들의 수를 세어, 어두운 별은 먼 거리에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별들의 분포를 구하려고 시도했다. 그 결과, 항성은 은하수에 가까울수록 많이 분포해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태양은 은하의 중심부분에 위치한다고 결론을 내렸다.[16] 1920년에는 네덜란드의 야코뷔스 캅테인이 허셜의 방법에 따라 더 정교하게 관찰하였고, 우리 은하의 직경은 약 15kpc이며, 허셜과 마찬가지로 태양은 거의 중심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미국의 할로 섀플리는 구상성단의 분포가 궁수자리 방향이 집중되어있기 때문에, 우리 은하는 지름이 약 70kpc인 편평한 원반이며 태양은 그 외곽에 위치한다고 주장했다.[17] 실제로는 성간물질에 의한 빛의 흡수 효과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하계의 크기에 대한 의견은 모두 올바른 값이 아니었지만, 태양계가 원반 모양의 우리 은하 외곽에 있다는 섀플리의 주장은 오늘날에도 올바른 것으로 여겨진다.
외부 은하의 발견[편집]
자외선으로 본 안드로메다 은하
로스 백작이 그린 바람개비은하(M33)의 모습
인류가 처음으로 관측한 우리은하 밖의 은하는 안드로메다 은하(M31)이다. 10세기에 페르시아 천문학자인 알 수피(Abd al-Rahman al-Sufi)가 처음으로 안드로메다 은하를 관측하고, 이를 '작은 구름'같다고 서술한 기록이 남아 있다.[18] 나중에 안드로메다 은하는 1612년에 독일의 시몬 마리우스에 의해 재발견 된다.[출처 필요] 또한 알 수피는 대마젤란 은하도 관측하였는데, 이 은하는 남반부에 위치해 있어서 16세기 전까지는 유럽에 알려지지 않았다.[19][20]
1750년에 토머스 라이트가 은하수는 별들로 이루어져 있고, 하늘에 성운처럼 보이는 천체들은 우리 은하 같은 것이라고 추론을 하였다.[17][21] 1755년에는 독일의 이마누엘 칸트가 이러한 생각을 발전시켜 성운들은 은하수와 같은 천체가 멀리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그것을 "섬 우주"(island universe)라고 칭했다. 1774년에는 프랑스의 샤를 메시에는 구름 모양의 천체를 혜성과 구별하기 위해 메시에 천체 목록을 발표하였다. 1840년대에는 영국의 로스 백작(Lord Rosse)이 구경 72인치짜리 대형 망원경을 만들어 이를 이용해 다양한 천체 스케치를 남겼다. 그는 사냥개 자리의 M51이 나선형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알려진 성운 중에 나선 모양의 천체가 많이 존재하고, 반면에 그러한 특징이 없는 단순한 타원형인 것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당시에는 이러한 천체들이 외부 은하인지 몰랐기 때문에 모양에 따라 "성운(nebula)" 또는 "나선성운(spiral nebula)"라고 불렀다.[22]
1912년에는 베스토 슬라이퍼(Vesto Slipher)가 처음으로 "나선성운"들의 스펙트럼을 관측하여, 이 성운들이 큰 적색편이를 보이며, 따라서 우리로부터 매우 빠르게 멀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23][24] 1920년에는 할로 섀플리와 히버 커티스(Heber Doust Curtis) 사이에 나선성운들의 본질을 두고, 소위 대논쟁(Great Debate)이 열리게 된다. [25] 이 유명한 논쟁에서 섀플리는 은하수가 우주 천체이며, 나선성운의 하나인 안드로메다는 단순히 우리 은하의 일부라고 주장했고, 반면에 커티스는 안드로메다와 나선성운들은 우리은하 밖에 존재하는 다른 은하, 소위 섬우주(Island universe)라고 주장했다. 이 논쟁은 1924년에 이르러 서야 에드윈 허블에 의해 해결되게 된다. 허블은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세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하였고, 변광성의 절대등급과 변광주기 관계를 이용하여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가 약 90만 광년이라는 것을 계산해냈다. 이 값은 당시 알려져있던 우리 은하의 크기에 비해 충분히 큰 값이었기에,[주 1] 안드로메다 은하가 우리 은하 밖의 천체임이 확인되었다.[26] 이로써 안드로메다 은하를 비롯한 나선성운들은 모두 우리 은하 밖의 천체라는 사실이 확립되었다. 1936년에 허블은 은하들의 형태학적인 분류법을 고안했으며, 이는 허블 분류법이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도 쓰이고 있다.[27]
현대의 은하 연구[편집]
은하의 회전속도곡선. B가 관측된 자료이고, A는 보이는 물질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먼 은하 중의 하나인 UDFy-38135539 약 131억 광년 떨어져 있다.
1944년에는 네덜란드의 헨드릭 판더휠스트(Hendrik van de Hulst)가 우리 은하의 성간 수소 가스가 21cm선을 방출할 것 이라고 예측했고, 이 전파 선은 마침내 1951년에 관측되었다.[28] 전파는 성간물질에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21 cm 수소선의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우리 은하 전체의 수소 가스의 분포와 운동을 조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 은하에도 나선팔 구조가 있는 것이 밝혀졌다.[29] 현재는 전파 망원경의 발달로 우리 은하 밖의 은하의 수소 분포도 조사되고 있다.
1970년대에는 베라 루빈(Vera Rubin)에 의해 수소선의 관측에서 얻은 은하의 회전속도가 은하의 바깥쪽 부근에서도 늦춰지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 졌다.[30] 이로써 은하의 회전속도 곡선을 은하에 있는 별이나 가스같은 물질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으므로 다른 물질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렇게 "빛을 내지 않지만 질량을 가진 물질"을 암흑 물질이라고 한다. 암흑 물질의 정체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지만,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현대 물리학 및 천문학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31]
1990년에 들어 대형 망원경과 허블 우주 망원경의 등장으로 인해, 마침내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은하들을 (따라서 은하들의 수십 억년 전 모습을) 관측할 수 있게 되었다.[출처 필요] 이렇게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들을 고적색편이 은하(high-redshift galaxy)라고 한다. 예를 들어 1995년에, 허블 망원경은 허블 딥 필드라고 불리는, 역사상 가장 깊은 우주의 이미지를 얻었는데 여기에는 은하까지의 거리가 약 100억 광년이 넘는 은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32] 한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파장의 빛을 관측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예를 들어 전파망원경, 적외선 카메라, X-선 망원경), 현재는 여러 파장에서 오는 정보를 종합하여 은하의 특성들을 이해하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