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재규님의 집 고쳐짓기를 의뢰받았습니다.
농가주택으로 흙벽과 원형 도리와 서까래가 살아있는 옛날집입니다.
옛날 집의 구조는 아래처럼 생겼을 거에요.
(자료사진 : 대구 팔공산 한티 순교성지 억새마을의 흙집)
억새마을의 흙집은 옛 가옥구조를 그대로 보존해 놓고 있다는 점에서
한번 가볼만한 곳이겠어.
특징이 있다면, 요즘 지어지는 집들에 비해서
작고 아담하면서, 문도 창도 작습니다.
벽도 울퉁불퉁 흙벽이라 반듯하진 않아요.
이런 집들이 새마을운동을 거치면서,
지붕에 초가가 없어지고,
석면 지붕으로 한번 변화되고,
다음으로 파랑, 주황, 빨강색 등의 칼라강판으로
교체되는 변천사를 겪습니다.
어찌보면 저희가 하는 고쳐짓기는
이런 근대화된 집을
'가능한 선'에서 현대화(현대 건축에서 권장하는 단열, 생활에 편리한 규격에 맞게) 하는 것
그것도 생태건축의 요소를 살려서 해나가는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재규님 집은 파랑지붕이에요.
파란색 지붕 때문일까요?
행복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파랑새' 란 이름으로 집의 이름을 지으셨어요.
자 그럼 재규님의 파랑새 ... 한번 만나 볼까요?
앞 마당에는 작은 텃밭이 있는 집입니다.
동쪽으로 나 있는 현관문과 거실창이 있지만,
단열이 만족스럽지는 않은 상황이었어요.
거실로 들어와 안방으로 이어지는 중간문은 시간이 지나면서
벽이 틀어지면서 문틀이 기울어져 있어, 문과 어긋나 틈이 벌어지는 상황이었어요.
방과 방이 연결되는 문은 키 보다 작은 한옥문으로 되어 있었는데,
문을 적절한 크기로 조정해 주는 것이 좋겠다 생각이 되기도 했습니다.
부엌을 나와 툇마루가 있는 서쪽 공간 역시
얇은 흙벽에 합성판재를 붙여 놓고 있어서 다소 추운 느낌을 주는 곳이었어요.
세탁실로 쓰고 있는 공간도, 스티로폼과 열반사단열재를 붙여서
추위를 간신히 막고 있는 정도였지요.
지붕의 일부는 석면지붕에 노출되어 있어서 이를 철거하는 작업도 있어야 하는 상황이랍니다.
우리의 과제는 이렇게 됩니다.
1. 울퉁불퉁한 벽에 생태단열을 해서
반듯한 집으로 만들는 것.
2. 단열값이 적은 현재의 창과 문을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는 창과 문으로 교체하는 것
3. 석면 지붕을 철거후에 다시 지붕을 설치하는 것
4. 뒷간을 설치하고, 변기를 빼고 욕실을 새로 만드는 것
5. 가능한 선에서 문과 창은 재활용 할 것.
하나하나 사진을 찍으며, 어떤 재료로 어떻게 고칠지 정해봅니다.
하지만 옛날 농가주택을 고쳐지을 때 주의사항으로
원하는 대로 안 될 수 있고, 뜯어 보면서, 그 때 그 때 수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창조성이 요구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4년 4월 18일 따뜻한 봄날
드디어 철거를 시작했습니다.
먼지가 많이 날리지 않도록 비닐로 감싸주고, 문과 창을 뜯어 냅니다.
필요한 부분은 원하는 만큼 더 넓히고, 재활용하는 문은 조심조심 뜯어 내고,
흙벽을 만나면 비정형으로 뜯어지기 때문에 먼저 그라인더로 금을 긋고 철거를 해 줍니다.
지지하고 있는 나무들에 손상이 되지 않도록 그래서 건물 전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지붕이 무너지지 않도록...
살펴가며 철거를 해줍니다.
석면 지붕도 업체에서 나와서 제거해줍니다.
4월 4주 벽단열
벽단열을 위해 외기와 맞닿는 실내벽에
2*4 나무를 50센치 간격으로 세워주고 녹화마대와 졸대를 붙여 줍니다.
그리고 그 속에 왕겨숯을 채워줍니다.
왕겨숯은 퉁!퉁! 벽을 쳐주면 아래쪽으로 침하되기 때문에
충분히 침하되도록 잘 쳐주고, 쑤셔주고 해서 ... 더이상 침하가 되지 않도록 꼭꼭 채워 줍니다.
여기에 1차로 흙미장을 해줍니다.
이렇게 1차로 완성된 벽에 단열값이 좋은 창과 문을 달아줍니다.
4월 5주
중인방과 상인방을 붙여주고, 그 사이에는 2차 흙미장을 해주고,
이후 등받이 널판목(루바)를 붙여줍니다.
집이 반듯하지 않다 보니, 틈 사이에 덮어 주는 나무들을
그랭이질을 통해 직접 하나하나 만들어야 했어요.
그랭이질은
주어진 상황에서 사선이나 곡선으로 나무를 제단해야 할 때,
그림을 그려주는 일을 말해요.
추가로 보일러실 가는 곳의 벽 단열과 문 만들기,
욕실의 건식 공간을 마련해 주었어요.
진행해 가면서 추가되는 일, 미처 생각지 못해서 추가되는 일,
실수를 새롭게 창조로 승화시키는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현장입니다.
5월 1주
세탁실도 타일과 널판목으로 마감을 해주었고요.
지붕도 우선 석면지붕만 제거하고, 그대로 설치해 주었어요.
새롭게 단장된 거실의 모습
옷방의 모습
부엌문의 모습
세탁실의 모습
세탁실 문의 모습
부엌과 툇마루를 이어주는 발판
외관의 모습
뒷간
이렇게 약 3주 정도 되는 시간 고쳐짓기를 마무리 했습니다.
재규님의 '파랑새'는 함께 한 이웃들과 어우러져, 행복이 깃든 살림집이 되어가기라 믿고 있습니다.
이후 있을 울력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랑으로 보듬어져... 우리 모두의 파랑새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첫댓글 정리된 글을 보니 지나간 시간이 주마등같네요 오래돤 집이 새로운 모습으로 되기까지 함께 수고해주신 분들게 감사해요~
파랑새 이름 참 멋지네요.
오래된 구옥 고치기 쉽지 않았을텐데 새로 태어난 모습 아름다워요^^
마을에 이렇게 아름다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군요!! 흙손은 정말 아름다운 손이네요!! 재규형, 평안한 보금자리 되기를 빌어요^^
시골집 고쳐지어 살기, 저의 꿈이었는데 재규님이 이루어주셨군요.
흙손과 함께 한 시간들 감사하며 더 힘있게 사시길요~
고쳐짓는 시간이 예술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