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마에스트로 곽승이 이끄는 부산시립교향악단 제369회 연주회가 지난 23일 부산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있었다. 음악회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약간의 설렘과 흥분으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는, 이번 연주가 ‘2001 부산연주인 시리즈’의 첫 번째 무대일 뿐만이 아니라 모처럼 부산시향의 수석지휘자가 지휘하는 무대였기 때문이었다. 이날 연주곡은 롯시니의 ‘비단 사다리 서곡 다장조’,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다장조 작품467’, 스트라빈스키의 무용 모음곡 ‘페트루시카’였으며, 피아니스트 이소현이 협연하였다.
전체적인 연주의 분위기는 안정감이 있어 좋았다. 첫 곡에서는 전반적으로 안정된 악기군들의 음향이 좋았으나, 오케스트라에서 아주 중요한 악기인 호른의 연속된 실음은 아쉬운 감을 안겨주었다. 다음으로 연주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1번’은 부산시향의 음악에 많은 생각을 갖게 한 연주였다. 협연자의 깨끗한 소리를 만들어가는 음색은 좋았다. 하지만, 모차르트를 가볍게 연주해야 된다는 인식이 있는 듯 음악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가벼운 터치를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이에 비하여 오케스트라의 음향이 피아노 음향보다 커서 피아노의 음향이 묻히는 등 협연자에 대한 배려가 아쉬웠다. 현대 음악에 강한 면을 가지고 있는 지휘자 곽승은 모차르트 음악에는 아쉬움을 남겨주었다. 이날 마지막 연주곡인 스트라빈스키의 무용모음곡 ‘페트루시카’는 4관 편성의 음향으로 듣기에는 부산문화회관이 너무 좁은 느낌이었다. 아쉬움도 없진 않지만 지휘자 곽승의 음악적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연주였다. 해설이 곁들여졌으나, 해설을 겸하여 음악을 듣기에는 오히려 방해요소가 되었다. 부산의 다른 민간 오케스트라에 비하면 최고의 연주자들과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 부산시향을 보면서 필자는 ’줄탁동시’라는 말이 떠 올랐다. 병아리가 달걀속에서 밖으로 나오려고 껍데기를 쪼을 때 어미닭이 밖에서 달걀을 쪼아 병아리의 세상구경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뜻하는 글이다. 부산시향은 부산의 음악가들과 음악애호가들에게 밖에서 안으로 돕는 교량의 역할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 역할에 충실해야만 부산의 음악인과 음악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부산 시향은 ‘2001 부산연주인 시리즈’ 뿐만이 아니라 부산의 창작음악 등 부산음악에 어미닭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다시금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